벼랑 끝 윤석열 총장 ‘논개 작전’ 막전막후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검사 신분으로서는 마지막 국감장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동안 두문불출하며 논란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최고 수위의 거취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윤 총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감은 시작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1·2차 옥중서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 굵직한 이슈가 쌓인 터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에 높은 관심이 쏠렸다. 

오늘만
기다렸다?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은 윤 총장의 발언으로 초반부터 달아올랐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예외적으로 외청이라고도 하지만 과거에는 외청이라고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검사들과 법조인들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위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검사들이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일선은 다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를 법적으로 다투게 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특정 사건에 대해 장관과 쟁탈전을 벌여 경쟁하고 싶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검찰인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검사들이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사의를 표한 상황에 대해 “힘 있는 사람에 대한 수사는 굉장히 힘들고 어려워 많은 걸 걸고 불이익도 각오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불이익이) 너무 제도화 되면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에 누구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추 장관의 이른바 검찰 ‘대학살’ 인사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검사장 인사안이 이미 다 짜여있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법무부로 들어오라 했다”며 “그런 법은 없다. (인사안을) 보여주는 게 협의가 아니다. 법에서 말하는 협의는 실질적으로 논의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추 장관의 취임과 동시에 윤 총장의 시련이 시작됐다. 검찰인사,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과 관련해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그 결과 윤 총장의 수족은 전부 잘려나갔고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었다.

마지막 국감 되치기 성공?
참고 참았던 발언 쏟아내

더구나 최근 추 장관의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은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추 장관은 지난 19일 헌정 사상 세 번째, 취임 후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라임 사태와 윤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장모 최모씨 사건에 대해서다. 첫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 윤 총장의 측근을 겨냥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윤 총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윤 총장의 부인 김씨는 주식회사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며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선상에 오른 회사들로부터 전시회 관련 협찬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과 도이치파이낸셜의 주식매매 특혜 사건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 발언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장모 최씨는 과거 한 요양병원에 투자해 공동 경영진을 맡은 적이 있다. 당시 병원 인사들이 불법 의료기관 개설 의혹으로 수사를 받을 당시 최씨도 불법 의료기관 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의혹이 불거졌지만 입건되지 않아 수사를 무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밖에 윤대진 법무연수원 부원장의 친형인 윤모 전 용산세무서장이 육류 수입업자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됐다는 의혹이 있다. 윤 부원장은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해당 의혹에 대한 질의가 있었지만 윤 총장은 본인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본인 및 가족과 측근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윤리강령 및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회피해야 할 사건”이라며 “수사팀에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의 진행을 일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수사지휘권 발동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강화하는 한편,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와 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위법·부당
작심 비판

이와 함께 추 장관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라임 사건과 관련해 주장한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 사건 수사팀이 자신을 회유해 여권 인사에 관한 진술을 끌어내려 했고,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리를 얘기했지만 수사팀과 검찰총장이 이를 알고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현직 검사 등에 대한 향응 제공 의혹도 불거졌다. 

법무부는 “진상을 규명하는 데 있어 검찰총장 본인 또한 관련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의혹이 제기된 검사와 수사관을 관련 수사·공판팀에서 배제한 뒤 새로운 수사팀을 꾸리게 했다. 해당 수사팀은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윤 총장에게 보고한다. 

법무부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즉시 효력이 발생된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앞서 추 장관의 첫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 때에도 ‘형성적 처분’을 언급하면서 윤 총장의 권한이 박탈됐다고 해석한 바 있다. 형성적 처분은 처분하는 것만으로 다른 부수적인 절차 없이 효력이 발생하는 법률 행위를 뜻한다. 
 

▲ 김봉현 대표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지 30여분 만에 입장문을 내고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대검은 지난 19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금일 법무부 조치에 의해 총장은 더 이상 라임 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며 “수사팀은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윤 총장의 가족 수사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수사에 개입하거나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라임 사건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을 두고 “검사들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치우침 없이 신속하게 수사하길 바라는 당부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대응 없다
국감서 펑

청와대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불가피했다’는 견해를 내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에 관해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하거나 행사 여부를 보고받지 않았다”면서도 “수사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자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거의 즉각적으로 수용할 의사를 밝히면서 대검과 법무부의 갈등이 표면화되진 않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검찰 내부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후에도 연일 SNS를 통해 검찰과 윤 총장을 비판했다. 지난 20일에는 “윤 총장이 태세를 전환해 법무부 장관 지휘에 따른 것은 당연한 조치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SNS에 적었다. 그러면서 “이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은 관련 수사팀의 확대·개편을 강화해야 한다”며 “법무부와 대검 등 상부기관으로부터도 독립해 특별검사에 준하는 자세로 오로지 법과 양심,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도록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1일에는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추 장관은 “야당과 언론은 ‘사기꾼의 편지 한 통으로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고 맹목적 비난을 하기 전에 국민을 기망한 대검을 먼저 저격해야 한다”며 “검찰총장은 ‘중상모략’이라고 화부터 내기 전에 알았든 몰랐든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 유감이다”라고 적었다. 

앞서 대검은 법무부의 김 전 회장의 1차 서신, 이른바 김봉현 문서 사건 관련 감찰 결과 발표에 대해 윤 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라임 사건 수사 전반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야권 관련 정치인 의혹은 그 내용을 보고 받은 뒤 역시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추 장관은 당시 대검 입장에 대해 SNS를 통해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산 권력 수사 당부
“아직도 유효할 것이라 생각”

여기에 김 전 회장의 2차 폭로가 맞물렸다. 김 전 회장은 2차 옥중서신에서 “술접대를 한 검사 3명은 대우조선해양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도주 당시 검찰관계자의 조력을 받았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 한 마디에 수사 방향이 전환됐다”는 주장도 담겼다. 김 전 회장은 “5년 전 여당 국회의원 관련 금액이 몇백만원 수준이라고 금액이 너무 적다고 하면서 사건 진행을 하지 않겠다고 하던 검사가 총장님께서 전체주의를 발표한 직후 저를 다시 불러 ‘그냥 다시 진행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 청와대 전경

그러면서 “이번 총장님 발표 때문에 그러시냐고 했더니 맞으니 잘 도와주시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언급한 윤 총장의 전체주의란 지난 8월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한 발언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대검 감찰2과장을 지낸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21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총장님을 응원합니다’라는 글에서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현역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흘 만에 소위 ‘검찰총장이 사건을 뭉갰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궁예의 관심법’ 수준의 감찰 능력에 놀랐고, 이후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2차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관님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수사지휘권 행사는 결국 총장님을 공격해 또 다시 총장직 사퇴라는 결과를 의도하는 정치적인 행위로 의심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의 SNS 비판과 검찰 내부의 목소리에도 침묵을 지키던 윤 총장은 국감장에서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끝까지”
사퇴 없다

그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사실상의 사퇴 압박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별 말씀이 없고,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면서 국민들과 한 약속”이라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은 다 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검찰총장 임명식 때 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당부한 데 대해 “그때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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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