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경수’ 친문잠룡 각축전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16 10:09:38
  • 호수 12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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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아니고, 이재명도 아니다
‘제3의 인물’ 등장할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사실상 대권 레이스에서 탈락했다.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던 친문 세력은 김 지사를 대체할 인물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여러 인물이 대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계파의 명운이 걸린 친문의 대체자 찾기 프로젝트를 추적했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 ⓒ고성준 기자

재판부는 2심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이다. 김 지사는 법정구속을 면했다. 친문(친 문재인)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법 판결 
남았지만…

친문 핵심이자 친문 인사들의 비공개 모임인 ‘부엉이’ 출신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김 지사의 2심 선고 후인 지난 7일 “대법원에서 충분히 진실이 가려질 수 있도록 김 지사가 의연하게 대응하리라 믿고, 응원한다”고 밝혔다. 

같은 부엉이 출신인 민주당 황희 의원은 2심 선고 직후인 지난 6일 “(김 지사는)댓글 조작을 드루킹과 공모할 동기도 없고, 그 자체로 선거에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며 “전에 김 지사가 재판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점이지만, 재판부가 정치권 선거문화에 (대한)이해가 부족해도 너무 과하게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김 지사의 대권도전은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타임라인상 민주당은 늦어도 내년 9월까지 대선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판결까지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강제 규정은 아니어서 언제 결판이 날지 예상할 수 없다.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김 지사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사법족쇄를 풀더라도 대권 도전을 준비하는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다. 김 지사를 기소한 허익범 특별검사는 지난 10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친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남은 기간 친문 대권주자를 찾지 못한다면, 친문 중심의 정권 재창출은 실패하게 된다. 이는 계파의 명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당내 주도 세력인 친문이 그 자리를 내려놓을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문은 민주당 내 최대 계파다. 일각에서는 현재 민주당에 친문이냐 ‘신문(새로 유입된 친문)’이냐만 있을 뿐 비문(비 문재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비문 세력이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을 못 쓰고 있는 현실이다. 

김 2심도 실형, 발등에 불 떨어져
범친문계 SK ‘바이든 모델’ 구상

이 같은 상황에서 만약 친문 중심의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면, 민주당 내 잠자고 있던 비문 세력이 다시금 활동에 나설 수 있다. ‘친노 패권주의’로 몸살을 앓았던 새정치민주연합 시절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지사의 대권 레이스 탈락으로 친문의 플랜A는 어그러졌고 이제 플랜B로 전환할 때다. 바로 김 지사의 대체자 찾기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정세균 국무총리다. 정 총리는 ‘SK계(정세균계)’라는 자체 계파를 갖고 있지만, 범 친문으로 분류된다. 친문 지지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력 정치인이다.

김 지사 2심 선고 이후 정 총리는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식사정치’가 이를 방증한다. 지난 9일 정 총리는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정치권은 정 총리의 잇따른 영남 방문을 예의 주시했다. 대권의 승패를 판가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유권자가 많은 영남 지역을 방문한 일도 그렇지만, 방문 당시 정 총리 입에서 나온 발언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정세균 국무총리 ⓒ문병희 기자

지난 7일 경북 포항을 방문한 정 총리는 자신을 ‘포항의 사위’라 칭했다. 발언만 놓고 보면 마치 선거 유세를 방불케 한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정 총리는 대구를 찾았을 당시 “나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중 유일한 TK(대구·경북)의 사위”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을 찾아 회의와 특강, 지역 포럼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부산을 찾아 “부산·울산·경남 800만 시도민들의 간절한 여망이 외면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울산·경남이 염원하는 가덕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정 총리는 지난 11일에도 부산을 방문해 민심을 청취했다.

플랜B 전환
SK 급부상

정 총리의 PK(부산·경남) 방문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남 출신인 정 총리가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영남 표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식 전략이다. DJ는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 대권을 쥐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지역연합의 힘은 이후 대선에서도 증명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당선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인 호남의 힘과 PK 출신이라는 점이 만난 결과다. ‘포스트 DJ’ 후보 중 한 명인 정 총리의 영남 방문이 주목받는 이유다. 

메시지도 선명해졌다. 최근 정 총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을 지적했다. 추 장관은 점잖았으면 좋겠고, 윤 총장은 자숙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앞서 정 총리는 두 사람 사이의 갈등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정치권은 정 총리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광주KBS 특별대담에 출연한 정 총리는 사회자가 “내년 3월에 어떤 말을 할 시간이 다가올 것으로 보는가”라고 질문하자 “그때 보시죠”라고 답했다. 내년 초 대선 도전을 선언할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읽힌다.

여권에서는 이 시기 총리 교체를 포함한 큰 폭의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 관측한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진행한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각은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개각 시점은 연말·연초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SK계는 정 총리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SK계 의원들이 주축인 ‘광화문포럼’이 최근 조찬모임을 갖고 활동을 재개했다. 포럼의 회장은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운영위원장과 간사는 각각 이원욱·안호영 의원이 맡고 있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 총리는 ‘바이든 모델’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 총리는 미국 대선을 언급하며 조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통합과 실용의 시대정신’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정 총리는 “미국 국민들은 분열이나 불안정, 대결과 반목을 물리치고 치유와 통합, 실용과 포용의 길을 제시한 바이든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그게 시대정신”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은 품격 있는 정치인이고, 안정감도 있고 경륜이 풍부하고 또 포용의 정치를 펼칠 수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정 총리는 평소 통합·실용의 리더십을 강조해왔다. 총리로 취임할 때도 ‘통합 총리’를 강조했다. 이는 정 총리가 분석한 바이든의 시대정신과 일치한다.

6선 의원이자 국회의장 출신인 정 총리는 6선 상원의원이자 부통령으로서 상원의장을 겸한 바이든 당선인과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에 바이든을 언급하며 자신의 대권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대권 주자들 
춘추전국시대

민주당 김두관 의원 역시 친문의 선택을 받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경남 남해 출신인 김 의원은 경남 양산을의 현역 국회의원이다. 경남 양산은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지역이다. 김 지사의 실형으로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부산 친문의 선택이 김 의원 쪽으로 향할 수 있는 이유다.

정치권은 김 의원의 대권 의지가 정 총리 못지 않다고 본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경남도지사직을 중도사퇴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 경기 김포갑 의원이었던 김 의원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경남으로 귀향한 일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선택이 아니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김 의원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등 지역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역시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전국을 돌며 기초자치단체장 등 지역의 주요 인사들과 업무 협약식을 맺고 있다. 임 특보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의 남북 도시 교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행보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임 특보는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문재인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마찬가지로 임 특보 역시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개국공신’으로 통한다. 임 특보가 김 지사와 돈독한 사이라는 점도 친문의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임 특보는 박원순계에서 친문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앞서 정치권은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정무부시장을 맡았던 이력 등을 근거로 임 특보를 박원순계로 평가했다. 그러나 2016년 말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캠프에 합류,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전국적 인지도와 친문 호감도를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복수의 친문 커뮤니티에서는 유 이사장의 대권 도전을 염원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쟁력도 갖췄다. 유 이사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처럼 유 이사장 역시 민주당 진영이 선호하는 영남계 진보인사다. 영남을 정치적 뿌리로 둔 보수 진영으로부터 ‘어용 지식인’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민주당 내부에 존재한다.

‘포스트 노무현’ 탄생?
70년생 젊은 피 ‘꿈틀’

문제는 대권 의지가 결여돼있다는 점이다. 유 이사장은 거듭된 ‘정계 복귀설’을 일축하고 있다. 

민주당의 젊은 피도 김 지사의 대체자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주자다. 그는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런 기여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1971년생인 박 의원은 올해 만 49세로 ‘세대교체론’의 선두주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양강구도를 구축한 1952년생 민주당 이낙연 대표(만 67세)와 1964년생 이재명 경기도지사(만 55세)보다 젊다. 여기에 박 의원의 개혁적 성향이 맞물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세대교체론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박 의원은 86세대의 한계를 지적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86세대는 자기 기회를 다 소진했다고 본다”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지난 12일 연세대 강연에서는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생물학적으로 매우 올드하다”며 “국회 평균 연령이 55세다.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더욱 과감하게 들어서고, 대한민국의 시대교체를 선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하는 등 의정활동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며 능력을 입증했다. 다만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 일원으로 분류되는 등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박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 등에 소신 발언을 내놓으며 친문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70년대생 중 친문의 주목을 받는 이가 또 있다. 바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다. 박용진 의원이 대권 의지를 드러냈다면, 박 의원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박 의원은 차기보다는 차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된다.

박용진·박주민 의원은 정치적 자산에서 차이를 보인다. 중도개혁 성향인 박용진 의원이 외연확장에 강점을 보인다면, ‘세월호 변호사’인 박주민 의원은 열성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감을 얻는 등 내부결속에 강점이 있다. 

장단점 뚜렷
누가 낙점?

정치권은 김 지사의 실형으로 당분간 ‘이낙연-이재명’의 양강 구도가 유지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제3의 인물이 나온다면 양강 구도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양강 구도가 오래 지속될수록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얼굴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일종의 ‘피로감’이다.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두 친문 적자가 아니라는 점도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을 정치권에서 높게 보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옵티머스-이낙연 두 번째 의혹

옵티머스 측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서울 지역 사무실에 1000만원 상당의 가구와 집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최근 옵티머스 로비스트로 활동한 김모씨로부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지시를 전달받고 이 대표의 서울 사무실에 소파 등 1000만원 상당의 가구, 집기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대표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즉각 반박했다.

옵티머스 복합기 사건 이후 전수조사를 펼친 결과 사무실에 어떠한 지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

앞서 옵티머스 관련 업체인 트러스트올이 이 대표의 사무실에 있는 복합기 사용요금 76만원을 대납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 측은 “복합기는 참모진이 지인을 통해 빌려온 것으로, 그 지인이 트러스트올과 연관이 있다는 것도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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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