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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16일 14시35분

정치


‘검란’ 추미애의 엔드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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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검사들 반란? 한명만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윤 대전’에 평검사들이 뛰어들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전쟁이 평검사로까지 전선을 넓힌 모양새다. 검란을 방불케 하는 평검사들의 반발에 검찰 개혁 이슈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고성준 기자

국정감사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평검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발언이 나비효과를 일으킨 모양새다. 검찰 조직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듭된 압박이 평검사들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집단 반발
좌표 찍기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감장에서 윤 총장의 작심발언이 터져 나왔다. 오랜 시간 침묵을 지켜왔던 윤 총장의 입이 이날 국감을 기점으로 열리면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으로 대표되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법사위 위원들의 질의에 윤 총장의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지자 추 장관은 국감 도중에 감찰을 지시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지난 1월 추 장관의 취임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 윤 총장이 조목조목 반박하자 감찰권 행사로 응수한 것이다. 

검찰 인사,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관계 등 법무부와 검찰을 둘러싼 이슈에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며 맞붙었다. 

갈등 국면은 국감 이후에도 계속 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윤 총장의 발언을 비판하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동시에 윤 총장의 대선 지지율이 국감을 기점으로 폭등하자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여기까지는 이전 상황과 비슷하다. 윤 총장의 발언에 추 장관이 반응하고 민주당 등에서 지원사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평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1~2명의 평검사들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등에 비판글을 게재하는 일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상당히 불어났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검란’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달 26일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2019년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관련 수사가 부실하다는 취지의 지적이 쏟아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총장이었다. 민주당 박범계, 박주민 의원 등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수사 의뢰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분된 과정과 결과 등에 대해 문제 삼았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이 수사와 처분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추 장관은 감찰 진행을 지시했다. 수사 축소 및 봐주기 의혹, 사건 당시 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등을 감찰 대상으로 언급했다. 국감에서 여권 위원들이 제기했던 쟁점 위주다. 

공개 저격에 검사들 반발
커밍아웃 글 400건 육박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검사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가 추 장관의 감찰 지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에 올린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은 평검사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 의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검사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낸 바 있다.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을 직접 수사하고 사형을 구형해 관심을 받았다. 

이 검사의 작심 비판에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반응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료 검사 약점 노출 막으려 피의자 20일간 구금에 면회까지 막은 검사’라는 제목의 언론보도를 게재하며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을 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적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조 전 장관 역시 동일한 보도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추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며 실명을 공개했다.

해당 기사는 검사가 동료 검사의 비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남성을 무리하게 수사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8월 보도됐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의 저격 글에 맞서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도 이프로스에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최 검사는 “장관님이 생각하는 검찰 개혁은 어떤 것이냐”고 공개적으로 따졌다. 최 검사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국민 여론
부정적

그는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여쭤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와 같이 정치권력이 검찰을 덮어버리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저 역시 이환우 검사와 동일하게 커밍아웃하겠다”고 썼다. 이 검사와 최 검사의 글에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이 400여건(5일 기준) 가까이 달리고 있다. 이프로스에 댓글을 달면 실명이 드러난다. 

이 같은 비판에도 추 장관은 지난달 31일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까지 말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검사들의 반발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치인 총장이 검찰을 정치로 덮어 망치고 있다”며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정치 검찰이 이제는 대놓고 정치를 하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찰 중에 대전에 방문해 그를 추종하는 정치 검찰들이 언론을 이용해 오히려 검찰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 없이 오히려 정치인 총장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에는 5일 오전 기준 43만명이 동의했다. 
 

▲ 서울중앙지검 전경 ⓒ고성준 기자

청와대 청원 동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유죄 선고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횡령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을 계기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소극적 권력 수사가 도마에 오르면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평검사들의 반발과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추 장관과 평검사들의 행보를 각각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추 vs 반추

노무현정부에서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추 장관의 커밍아웃 발언에 대해 “평검사가 조금 비판했다고 해서 장관이 글을 올리는 것은 경박한 짓이라고 본다”며 “국가 원수 중에 이것(SNS)을 좋아하는 사람은 트럼프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제발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반면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이 8부 능선을 넘어가면서 일부 특권 검사들의 개혁 저항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검찰권을 사유화하려는 검사들은 자성하고 검찰 개혁에 따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내부 통신망에서 일부 검사들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권 지휘에 대해 항명성 댓글을 달고 있다”며 “이는 아직도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일부 검사 집단의 잘못된 저항”이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 취임 이후 평검사들의 반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검찰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나누자는 추 장관의 주장은 검찰의 반발을 샀다. 

이프로스에 일선 검사들의 비판글이 게재되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평검사들은 법무부 방침을 비판하면서 검사장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잇따라 요구했다. 법무부 검찰과장이 “회의록 공개는 전례가 없다”고 맞받으면서 내부 논쟁이 촉발했다.  

당시 추 장관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 상태로는 조직적 반발이 있으나 모든 개혁엔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민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는 개혁 방향이 옳다”고 했다.  

연일 총장 비판하면서도
일선 검사들 달래기 나서

지난 2월21일에 열릴 예정이던 검사장 회의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잠정 연기됐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때였다. 법무부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이후 검사장 회의를 반드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평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추 장관은 이번 사태에서도 평검사에 각을 세우기보다는 윤 총장에 집중했다.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문제”라며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재개한 것.

이는 검찰 내 반발이 더 커지기 전에 표적이 윤 총장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추 장관은 이날 법무부를 통해 “권력기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그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된다”며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이)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청원에 담긴 국민들의 비판과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동시에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검사들의 불만을 진화하려 했다. 이어 “대다수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지난 4일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것은 순수한 의미의 권력형 비리를 캐내는 것”이라며 “그런데 순수한 의미의 권력형 비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있었고, (검찰총장이)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검찰권을 남용하지 않느냐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거듭된 비판과는 별개로 윤 총장은 지방 검찰청 방문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임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뼈있는 말을 던지는 식이다. 추 장관의 발언에 직접 대응하는 대신 간접적인 방식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간접적으로
속내 밝혀

실제 윤 총장은 지난 3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 30명을 상대로 한 리더십 교육 강연에 참석해 “검찰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제도는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국 검찰에서 시작됐다”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만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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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매질에 정신병원까지…
천주교 산하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고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제부터 이곳이 나의 집이라 했다. 이제부터 이 사람들이 나의 부모라 했다. 하지만 철들기 전부터 알았다. 집에는 온기가 없었고 부모는 사랑이 없었다. 약하면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 집의 탈을 쓴 정글, 부모의 탈을 쓴 사육사. 사육사의 손가락이 나를 향하는 순간, 나는 ‘투명인간’이 됐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보육원에 있었다. 엄마는 나를 낳고 사라졌다. 얼굴,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부모 없는 아이, 나는 고아였다. 보육원을 집이라 배웠고, 보육교사와 수녀·수사들은 부모를 자처했다. 18세, 보호 종료가 되자마자 집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 나는 부모를 고소했다. 버린 부모 학대한 부모 지훈이(가명)에게 부모란 그저 희박한 개념이다. 낳아준 부모는 지훈이를 버렸다. 박지훈이라는 이름은 그 유래조차 알 수 없다. 땅 지(地), 공 훈(勳). 한글 프로그램에서 지와 훈을 한자로 변환했을 때 첫 번째로 나오는 글자를 조합했다. 박씨라는 성도 어떻게 붙게 됐는지 모른다. 지훈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꿈나무마을(옛 소년의집)로 옮겨졌다. 그리고 18세가 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지훈이에게 꿈나무마을에서의 10여년은 ‘진절머리’가 나는 기억으로 얼룩져 있다. 그는 18세 이후 꿈나무마을은커녕 은평구에도 잘 가지 않는다. 당시에 하도 울어서 이제는 눈물도 말라 버렸다. ‘맞고 있다’고 자각한 순간부터 자신에게 가해지는 행위가 ‘학대’라는 것을 알았다. 10여명의 소년이 모여 있는 방은 정글이었다. 누구는 호랑이, 누구는 사자, 누구는 토끼. 보육교사는 사람, 사육사였다. 보육교사가 부여한 역할을 소년들은 충실히 이행했다. 힘이 약하고 몸이 왜소했던 지훈이는 토끼였다. 사육사의 ‘토끼몰이’는 집요하고 잔인했다. 당시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몸에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상처가 새겨졌다. 마음도 망가졌다. 무엇보다 괴로운 점은 같이 망가져 가는 친구들의 모습이었다. 지훈이와 같이 꿈나무마을에서 생활했던 윤수(가명)는 밤이면 길거리를 한없이 배회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일을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112로 신고 전화를 걸어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소리를 질렀다. 장난전화가 아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버릴 듯한 답답함이 윤수를 지배했다. 방구석에 처박혀 종일 휴대폰만 보다 견딜 수 없을 때 뛰쳐나갔다. 새벽에 몇 번이나 경찰의 전화를 받은 지훈이는 “10년 뒤에 윤수가 정신병원에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윤수는 누구보다 빠르게 포기와 체념을 배웠다. 보육교사들과 그들에게 특권을 부여받은 아이들이 휘두르는 대로 휘둘렸다. 꿈나무마을에서 체득한 무기력함은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꼬리표처럼 윤수를 따라붙었다. 지훈이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윤수와 친구들,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나서기로 결심했다. 통제 빙자 고문에 가까운 기합·폭행 밤마다 불러 마사지시키고 보복까지 사실 지훈이는 꿈나무마을에 있을 때부터 내부 상황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꿈나무마을 보육교사들에게 이야기를 해보기도 하고, 보호 종료 이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도 제소했다. 인권위는 해당 내용이 1년 이상 경과된 사건이라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만 전해왔다. 결국 지훈이는 고아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단체인 고아권익연대를 찾아 자문을 받고 법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지훈이는 지난달 2일 꿈나무마을 보육교사 성모씨, 장모씨, 정모씨 등 3명을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가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지훈이를 만나 들은 피해 사실이 고소장에 빼곡하게 기록돼있었다. 지훈이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또렷하게 기억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했는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해 말했다. 가 단독으로 입수한 고소장에는 3명의 보육교사가 지훈이를 신체·정서적으로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고문에 가까운 기합이 ‘통제’라는 이름으로 서슴없이 행해졌다. 피고소인들은 몇몇 아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다른 아이들을 때리도록 지시했다. 피고소인들의 조종 아래 소년들은 훼손돼갔다. 지훈이는 나무 몽둥이, 대걸레 자루, 플라스틱 빗자루 등으로 엉덩이, 머리, 팔 등을 무차별적으로 맞았다. 피고소인이 휴대폰으로 지훈이의 머리를 찍어 남은 열상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샤워장 구석에 몰아넣고 호스와 샤워기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가며 수십분간 뿌리기도 했다. 지훈이와 소년들은 화장실에서 전과를 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500~1만번 반복해야 했다. 지훈이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 좁은 곳에 애들이 모여 기합을 받고 있으니 얼마나 더웠겠나. 애들이 쓰러져도 기합은 끝나지 않았다”고 진저리를 쳤다. 엎드려뻗쳐나 기마 자세로 1~2시간씩 있는 일은 예사였다. 망가진 몸과 마음 장궤(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꿇어앉음) 자세로 종일 기도를 하도록 시킨 일도 있었다. 천주교에서 하는 묵주기도를 10시간 가까이 하기도 했다. 한 여성 피고소인은 밤마다 지훈이를 불러 자신의 어깨와 허벅지, 다리 등을 매일 마사지시켰다. 마사지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음날 어김없이 보복이 이어졌다. 피고소인은 다른 아이들에게 지훈이가 ‘지능이 낮은 아이’ ‘장애인’이라고 말하며 모욕했다. ‘투명인간’이라는 벌을 만들기도 했다. 투명인간으로 지목되면 꿈나무마을의 어떤 아이와도 대화를 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도 혼자 먹어야 했고, 그마저도 그릇을 엎어버리는 등 눈치를 줬다. 벌은 한 달간 지속됐다. 피고소인들은 교대근무를 했기 때문에 지훈이는 늘상 학대에 노출돼있는 셈이었다. 엉덩이가 찢어지고 곪아 터진 상황에서도 매질은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왜 때리느냐’는 반항에, 친구와 다퉜다는 이유로 지훈이는 정신병원에 행정입원(강제입원) 당하기도 했다. 모두 부모를 자처한 이들이 한 행위였다. 지훈이는 “원장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더니 원장님하고 사무국장님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네 발로 곱게 (정신병원에)들어갈래, 강제로 (정신병원에)끌려갈래’라면서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며칠 뒤 진짜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훈이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끌려갈 당시 원장실에는 경찰, 119구급대원, 구청 관계자 등이 있었다. 그는 “스타렉스 봉고차에 타고 30분 정도 가서 고양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됐다. 너무 무섭고 끔찍한 기억이었다”며 “(정신병원에 있는)간호사 누나들한테도 자초지종을 말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지훈이를 정신병원에서 구한 건 학교 선생님이었다. 지훈이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면서 학교에 나오지 않자 꿈나무마을에 자초지종을 확인하고, 담당 의사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항의한 것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당시 선생님은 “(지훈이의)학교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꿈나무마을 안에서만 그런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문제 제기 해도 끝내 묵살 실제 가 확인한 지훈이의 생활기록부에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꺼리는 일을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해주는 아주 듬직하고 든든한 학생’ ‘힘든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해 행동하는 유쾌한 학생’ ‘자기 생각과 주장을 적절히 표현할 줄 알고 약속을 중요시 여기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큼’ 등 긍정적인 표현이 대부분이었다. 지훈이의 고소를 대리하고 있는 유정화 한강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고아들은 세상천지 그냥 자기 혼자뿐이다. 보육원에는 그렇게 세상천지 자기 밖에 없는 아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약자는 바로 이 아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훈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반복된 학대로 감정 조절 기능이 죽어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 변호사는 “이 문제가 과연 보육교사 3명만의 문제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영 주체인 꿈나무마을 관리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꿈나무마을을 관리하는 수녀와 사무국장 등은 지훈이에 대한 피고소인들의 학대 행위를 알고 있었다. 지훈이가 여러 차례 보육교사들에게 학대 피해 사실을 언급했던 것. 이번 사건에서 더 충격적인 점은 꿈나무마을의 운영 주체가 수녀, 수사 등 천주교 수도자들을 중심으로 창설된 재단이라는 사실이다. 서울시는 꿈나무마을을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2019년), 한국 예수회 산하 재단법인 기쁨나눔(2020년~ ) 등에 위탁, 운영을 맡겼다. 지훈이가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꿈나무마을의 운영 주체는 마리아수녀회였다. 반항하면 시설에 강제입원 피해자 고소…증언도 이어져 꿈나무마을 심모 사무국장은 와의 통화에서 “재단이 바뀌어서 해당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도 “직원은 많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심 국장은 자신도 꿈나무마을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고 털어놨다. 지훈이가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심 국장도 꿈나무마을에 있었던 셈이다. 마리아수녀회가 꿈나무마을 운영에서 손을 뗀 시점인 2019년 말까지 서울분원장을 맡았던 권모 수녀는 취재 전까지 피소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권 수녀는 당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수녀를 관리하는 수녀’라고만 말했다. 권 수녀는 현재 마리아수녀회 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권 수녀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은 저희가 알 길이 없지만 저희 집에 머물렀던 아이에 대한 일이라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저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현재의 아이들이나 이곳에서 저희와 가족이 돼 생활을 같이했던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이곳은 ‘집’입니다. 집에서 일어난 아픈 기억에 대해 저희도 귀와 마음을 기울이겠습니다”라고 전해왔다. 권 수녀를 비롯한 당시 사무국장 등 꿈나무마을 관계자들이 당시 상황에 대해 정말 몰랐다면 직무유기, 알았다면 아동학대 방조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가지 공교로운 부분은 꿈나무마을 관계자들은 물론 권 수녀까지 지훈이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는 점이다. 심 국장은 로 전화를 걸어와 “(지훈이의)친구가 잠을 깨우는 과정에서 (지훈이가)가구 등 기물을 파손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해서 정신병원 행정입원 절차를 밟았다”며 “절차를 확실하게 지켰다”고 강조했다. 권 수녀 역시 “강제입원에 대해 문제가 됐던 점은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훈이는 “당시 가구는 내가 부순 게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 원장님과 사무국장님께 명확하게 이야기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며 “정신병원에서 나온 이후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무엇에 대한 무혐의 처분인지 모르겠지만, 당사자에 대한 조사도 없이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수녀·수사들 관리 책임은? 유 변호사는 “피고소인들의 반인륜적인 범죄 행위는 1975년 ‘소년의집’으로 설립된 보육시설의 존립 이유를 의심케 한다”며 “확실한 단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훈이는 고소 이후 오히려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꿈나무마을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훤칠하게 자란 그는 이제 더 이상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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