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란’ 추미애의 엔드플랜

평검사들 반란? 한명만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윤 대전’에 평검사들이 뛰어들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전쟁이 평검사로까지 전선을 넓힌 모양새다. 검란을 방불케 하는 평검사들의 반발에 검찰 개혁 이슈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고성준 기자

국정감사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평검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발언이 나비효과를 일으킨 모양새다. 검찰 조직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듭된 압박이 평검사들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집단 반발
좌표 찍기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감장에서 윤 총장의 작심발언이 터져 나왔다. 오랜 시간 침묵을 지켜왔던 윤 총장의 입이 이날 국감을 기점으로 열리면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으로 대표되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법사위 위원들의 질의에 윤 총장의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지자 추 장관은 국감 도중에 감찰을 지시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지난 1월 추 장관의 취임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 윤 총장이 조목조목 반박하자 감찰권 행사로 응수한 것이다. 

검찰 인사,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관계 등 법무부와 검찰을 둘러싼 이슈에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며 맞붙었다. 


갈등 국면은 국감 이후에도 계속 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윤 총장의 발언을 비판하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동시에 윤 총장의 대선 지지율이 국감을 기점으로 폭등하자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여기까지는 이전 상황과 비슷하다. 윤 총장의 발언에 추 장관이 반응하고 민주당 등에서 지원사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평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1~2명의 평검사들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등에 비판글을 게재하는 일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상당히 불어났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검란’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달 26일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2019년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관련 수사가 부실하다는 취지의 지적이 쏟아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총장이었다. 민주당 박범계, 박주민 의원 등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수사 의뢰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분된 과정과 결과 등에 대해 문제 삼았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이 수사와 처분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추 장관은 감찰 진행을 지시했다. 수사 축소 및 봐주기 의혹, 사건 당시 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등을 감찰 대상으로 언급했다. 국감에서 여권 위원들이 제기했던 쟁점 위주다. 

공개 저격에 검사들 반발
커밍아웃 글 400건 육박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검사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가 추 장관의 감찰 지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에 올린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은 평검사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 의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검사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낸 바 있다.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을 직접 수사하고 사형을 구형해 관심을 받았다. 

이 검사의 작심 비판에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반응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료 검사 약점 노출 막으려 피의자 20일간 구금에 면회까지 막은 검사’라는 제목의 언론보도를 게재하며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을 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적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조 전 장관 역시 동일한 보도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추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며 실명을 공개했다.

해당 기사는 검사가 동료 검사의 비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남성을 무리하게 수사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8월 보도됐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의 저격 글에 맞서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도 이프로스에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최 검사는 “장관님이 생각하는 검찰 개혁은 어떤 것이냐”고 공개적으로 따졌다. 최 검사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국민 여론
부정적

그는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여쭤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와 같이 정치권력이 검찰을 덮어버리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저 역시 이환우 검사와 동일하게 커밍아웃하겠다”고 썼다. 이 검사와 최 검사의 글에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이 400여건(5일 기준) 가까이 달리고 있다. 이프로스에 댓글을 달면 실명이 드러난다. 

이 같은 비판에도 추 장관은 지난달 31일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까지 말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검사들의 반발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치인 총장이 검찰을 정치로 덮어 망치고 있다”며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정치 검찰이 이제는 대놓고 정치를 하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찰 중에 대전에 방문해 그를 추종하는 정치 검찰들이 언론을 이용해 오히려 검찰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 없이 오히려 정치인 총장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에는 5일 오전 기준 43만명이 동의했다. 
 

▲ 서울중앙지검 전경 ⓒ고성준 기자

청와대 청원 동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유죄 선고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횡령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을 계기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소극적 권력 수사가 도마에 오르면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평검사들의 반발과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추 장관과 평검사들의 행보를 각각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추 vs 반추

노무현정부에서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추 장관의 커밍아웃 발언에 대해 “평검사가 조금 비판했다고 해서 장관이 글을 올리는 것은 경박한 짓이라고 본다”며 “국가 원수 중에 이것(SNS)을 좋아하는 사람은 트럼프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제발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반면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이 8부 능선을 넘어가면서 일부 특권 검사들의 개혁 저항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검찰권을 사유화하려는 검사들은 자성하고 검찰 개혁에 따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내부 통신망에서 일부 검사들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권 지휘에 대해 항명성 댓글을 달고 있다”며 “이는 아직도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일부 검사 집단의 잘못된 저항”이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 취임 이후 평검사들의 반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검찰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나누자는 추 장관의 주장은 검찰의 반발을 샀다. 

이프로스에 일선 검사들의 비판글이 게재되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평검사들은 법무부 방침을 비판하면서 검사장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잇따라 요구했다. 법무부 검찰과장이 “회의록 공개는 전례가 없다”고 맞받으면서 내부 논쟁이 촉발했다.  

당시 추 장관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 상태로는 조직적 반발이 있으나 모든 개혁엔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민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는 개혁 방향이 옳다”고 했다.  

연일 총장 비판하면서도
일선 검사들 달래기 나서

지난 2월21일에 열릴 예정이던 검사장 회의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잠정 연기됐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때였다. 법무부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이후 검사장 회의를 반드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평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추 장관은 이번 사태에서도 평검사에 각을 세우기보다는 윤 총장에 집중했다.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문제”라며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재개한 것.

이는 검찰 내 반발이 더 커지기 전에 표적이 윤 총장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추 장관은 이날 법무부를 통해 “권력기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그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된다”며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이)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청원에 담긴 국민들의 비판과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동시에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검사들의 불만을 진화하려 했다. 이어 “대다수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지난 4일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것은 순수한 의미의 권력형 비리를 캐내는 것”이라며 “그런데 순수한 의미의 권력형 비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있었고, (검찰총장이)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검찰권을 남용하지 않느냐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거듭된 비판과는 별개로 윤 총장은 지방 검찰청 방문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임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뼈있는 말을 던지는 식이다. 추 장관의 발언에 직접 대응하는 대신 간접적인 방식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간접적으로
속내 밝혀

실제 윤 총장은 지난 3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 30명을 상대로 한 리더십 교육 강연에 참석해 “검찰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제도는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국 검찰에서 시작됐다”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만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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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