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가 꽂아줬다” 박범계 측근 로펌행 미스터리

“친구 있다, 내가 꽂아줬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전직 보좌관이었던 A씨의 로펌 채용에 박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울러 A씨가 정부의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였음을 인정하면서, 문재인정부가 내걸었던 ‘공정’과 위배되는 사례가 또다시 드러났다.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이하 LKB)는 법조계에서 친여권 성향의 로펌으로 통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의 굵직한 사건들을 싹쓸이했다. 서초동 법조 타운에서는 ‘문정부의 김앤장’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낙하산 인사

LKB는 2012년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이광범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가 설립했다. 이 변호사는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다. LKB는 출범 당시 변호사 4명으로 구성된 작은 로펌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전관 법조인들을 다수 영입해 2016년부터 매출액 100억원을 넘겼다.

문정부 출범 이후 LKB의 상승세는 가파르게 이어졌다. 현재는 소속 변호사만 71명인 어엿한 중견 로펌으로 발돋움했다.

박 후보자 역시 LKB와의 인연이 깊다. 박 후보자는 이 변호사와 같이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으로, 둘은 친밀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LKB는 박 후보자 관련 소송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2018년 박 후보자가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 변호사가 박 후보자의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김 전 의원은 불법선거자금 의혹을 제기하며 박 후보자가 구·시의원에게 불법적인 특별당비를 요구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이후 박 후보자는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김 전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김 전 의원과의 소송에서 패소했고, 김 전 의원의 폭로에 의해 박 후보자 측근들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자와 LKB는 매우 가깝다. 어떤 로펌에 지분이 있는 사람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 볼 수 있다. 절대 법무부 장관을 하면 안 된다”며 “결국 사법제도 공정성이라는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박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 LKB에 사건이 몰리지 않겠냐”고 우려 목소리를 냈다.

이 외에도 박 후보자와 LKB 사이의 관계가 깊다는 의혹을 제기할만한 정황이 포착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박 후보자의 전직 보좌관 A씨가 LKB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박 후보자가 A씨의 채용 과정에서 힘을 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씨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유세 기간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박 후보자와 저녁 자리를 가졌다. 당시 술자리는 박 후보자를 비롯해 유세활동을 돕고 있는 당직자들을 격려하기 위함이었고, A씨가 당일 60만원가량의 식사비를 계산했다. A씨가 보좌관을 그만둔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뛰고 있던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이 동석한 상태였다. 김 전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가 LKB를 설명하면서 “대형 로펌이고 유명한 곳이다. 이광범이 있는 곳인데 (A씨를)내가 꽂아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박 후보자와 김 전 의원의 소송에서 A씨는 증인 신분으로 나섰다.


‘친여권 로펌’ 들어간 배경 의문
‘보기 드문’ 국회 경력으로 입사

입수한 대전지방법원 녹취록에 따르면, 법정에서 A씨는 “원고(박 후보자)가 힘을 써서 대표님들이 저를 뽑았는지 알 수 없다. 제가 지원을 하고 서류 심사를 거친 뒤 대표님 면접을 봐서 채용됐다”고 진술했다. 또 A씨는 법정에서 2018년 6월 저녁 자리에서 박 후보자가 A씨를 두고 말한 “11시에 출근하고 5시 전에 퇴근하고 마음대로 살았다”는 발언을 인정했다.

박 후보자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대전 서구을에서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했다. A씨는 1983년생으로 2013년 2월 한국외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같은 해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만 3년간 박 후보자의 의원실에서 근무했다.

A씨에게 부여된 직급은 국회 보좌진 중 가장 높은 급수인 국회 4급.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상당 비서 각 1명씩을 둘 수 있다. 임면권자인 국회의원의 재량이지만, 특별한 경력 없이 해당 직을 받는 건 ‘보기 드물다’는 게 복수 국회 보좌진들의 평가다.
 

2016년 A씨는 국회 경력을 살려 LKB에 입사했다. LKB는 신규채용 시 법조경력을 따지기로 유명하다. 수임하는 사건들의 난이도가 높아, 주니어 변호사를 뽑을 때에도 재판연구원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LKB의 21명 파트너 변호사 중 18명은 사시 출신이거나, 검찰 및 재판연구원 출신이었다. A씨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LKB 내부에서는 ‘일을 깔끔하게 잘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8년 8월부터 A씨는 국제방송교류재단의 비상임감사로 활동했다. 2년의 임기를 다 채우지는 못했다. 국제방송교류재단은 준정부기관으로, 미디어 교류·협력으로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서 미디어특보단 활동을 했던 이승열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 이사장이 2018년 취임한 이후 지원금이 대폭 늘어나 특혜성 보조금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취재 결과 A씨는 업무 전문성 없이 채용된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전임의 경우 국민체육진흥공단 전무이사, 문체부 방송광고과장, 홍보관리관 등을 거쳤다. 후임의 경우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법무감사관 등 유관 경력을 갖고 있었다. 반면 A씨는 유관 경력 없이 비상임감사직을 지냈다.

A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LKB 채용과 관련된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보좌진 경력에 대해서는 전임 역시 로스쿨 출신으로, A씨와 마찬가지로 경력 없이 국회에 들어왔다고 알렸다. 아울러 국제방송교류재단 비상임감사직에 대해서는 캠코더 인사임을 인정했다. A씨는 “국회서 나오고 나서 2017년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일을 했다. 그 인연으로 청와대 있으신 분이 (국제방송교류재단에)지원을 해보라 했고, 직접 연락받았다. 의원님(박 후보자)은 이를 모른다. 임기 중간에 사임했다”고 대답했다.

“사실 아니다”

박 후보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LKB는 이광범 변호사가 대표 변호사고, A씨가 보좌관을 할 때부터 아는 사이였다. 해당 로펌에 자체적인 채용 절차를 밟아서 된 것이지, 거기에 관여한 바는 없다”며 채용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범계의 파격 임명


A씨 전임이었던 B씨 역시 로스쿨 출신 인사였다.

B씨는 박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에 위치한 충남대 로스쿨 1기 졸업생이다.

B씨의 임용은 2012년 당시 20대 후반의 나이로 국회 4급을 받는 파격 임용이었는데 지역지 <충청투데이>에 보도될 정도였다.

<충청투데이>에 따르면, 박 의원은 “기존 연고 중심의 채용을 할 경우 좋은 인재를 선발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인식, 공모제를 통해 보좌진을 뽑게 됐다”며 “이번 채용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사회 진출에 도화선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B씨는 채용됐던 해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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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