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친문의 ‘시한부 동거’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07 10:22:28
  • 호수 1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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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수도…품을 수도…동상이몽 끝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됐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은 현실이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문(친 문재인)의 지지를 이 대표 낙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다. 친문의 지지는 대권까지 노리는 이 대표에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낙연-친문의 관계가 ‘시한부’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유는 무엇일까.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자신이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란 것을 증명해냈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서 진행된 민주당 제4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서 이 대표는 60.77%의 총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맞붙었던 같은 당 김부겸 전 의원(21.37%), 박주민 의원(17.85%)을 압도했다.

권리당원
힘 받아

세부적으로 보면 이 대표는 45%의 비율이 반영된 전국대의원 투표서 57.20%를 얻었다. 40%가 반영된 권리당원 투표에선 63.73%, 10% 반영의 국민 여론조사와 5%의 일반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64.02%, 62.80%를 득표했다. 득표율 중 어느 것 하나 과반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득표율이다. 이들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 세력인 친문이다. 이 대표가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김 전 의원은 전국대의원으로부터 29.29%, 권리당원 14.76%를 얻었으며, 박 의원은 전국대의원 13.51%, 권리당원 21.5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권리당원의 표심은 당대표 선거를 넘어 최고위원 선거의 당락을 가를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권리당원 득표율서 1∼5위를 기록한 최고위원 후보 모두가 당선됐다. 권리당원은 정기적으로 당비를 내는 열성 당원을 뜻한다. 


이 때문에 통상 권리당원들은 뚜렷한 정치적 색깔을 지닌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수는 80만명이다. 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이들 권리당원은 당내 주류세력을 결정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이번 8·29전당대회(이하 전대)는 ‘친문 구애’의 경연장이었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의 입은 당 내부를 혁신하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보다는 외부를 저격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일례로 코로나19 재확산의 단초가 된 광화문 집회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통합당)의 연계성을 부각시키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광화문 집회가 있은 지 이틀 후인 지난달 17일 “광화문 집회를 대하는 태도, 전광훈 목사의 이름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을 보면 (통합당의 좌클릭이) 진짜인가 의심스럽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선 정부여당이 공포를 조장한다는 통합당의 주장을 겨냥해 “오히려 그것을 비호하는 듯한 것이 공포스러운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이변 없었다…압도적 1위
당 요직에 친문 논공행상?

후보자들의 ‘윤석열 검찰총장 때리기’는 이번 전대 일정 내내 이뤄졌다. 이 대표는 “잊을만 하면 직분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런 일 좀 없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고, 김 전 의원은 “윤 총장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행동이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최고위원 후보였던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윤 총장을 저격했다. 권력을 탐하는 윤 총장을 끌어내리고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지난달 9일에는 “문재인정부의 순항과 성공을 위해 전체주의, 독재와 같은 비난을 일삼는 윤 총장 같은 사람들은 뽑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최고위원 후보였던 노웅래 의원 역시 “(윤 총장은)본연의 업무를 사실상 포기했다”며 “저런 정치검찰에 대해선 확실한 철퇴를 가해야 한다.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종민·한병도 당시 최고위원 후보 등 이른바 친문 인사들도 윤 총장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다.
 

▲ 당기 흔들어보이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내에선 지나친 친문 구애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17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에 대해 “‘관심’이 없고 ‘논쟁’이 없고 ‘비전’도 없다”며 “몇몇 주류 성향의 유투브,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이고, 이름만 가려 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의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친문 구애는 성공적이었다. 이 대표는 권리당원의 힘을 등에 업고 176석 공룡여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선출직 최고위원 5개 자리는 김종민·노웅래·신동근·양향자 의원과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돌아갔다.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5명이다.

계파색이 옅은 노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신 의원은 전대 기간 동안 여당의 공격수를 자처했다. 민주당을 비판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나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검찰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 추진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당청 관계
이상무!?

양 의원은 핵심 친문 중 한 명인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의원이던 시절 영입한 인사다. 최 수석과 개인적으로도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당청 소통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 의원은 자신의 소명이 문정부의 핵심 과제인 한국판 뉴딜정책의 성공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과 기초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민주당 지도부에 최초로 입성한 염 시장 또한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이 대표를 필두로 새롭게 구성된 지도부는 이해찬 전 대표 체제보다 친문색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든 문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이 대표는 당선 이후 친문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친문 핵심인 박광온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사기획 비서관과 문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거친 김영배 의원을 정무실장에 인선했다. 또 부산 친문 핵심인 재선의 최인호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 대표와 친문의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과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는 이 대표의 약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친문과의 동거를 통해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하나의 약점을 상쇄해야만 대권에 보다 가까워진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향후에도 핵심 친문으로 편입되기는 힘들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과거 열린우리당 사태 때문이다. 지난 2003년 11월 친노는 민주당을 구태의연한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며 한나라당 개혁파들을 규합,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동교동계가 중심인 민주당은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과 연합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다.

결국 탄핵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후로도 앙금은 계속됐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동교동계는 안철수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에 대거 합류했다. 이는 호남 세력이 민주당을 떠나는 결과를 불러왔고, 친노가 주류가 된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참패를 맞았다. 동교동계의 정치적 뿌리는 호남이다.

이 대표는 동교동계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과의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낙연계’의 면면을 보면 이 대표의 열성 지지층이 동교동계와 전남에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대표의 측근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동교동계 막내 격이며, 이개호 의원은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서만 3선을 했다.

지역적 한계
뛰어넘나?

친문과의 동거는 호남 출신이라는 이 대표의 지역적 한계 역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DJ가 유일하다. 이후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대권주자마저도 가뭄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결해 패배한 민생당 정동영 전 의원이 DJ 이후 유일한 호남 출신 대권주자였다.

‘호남 후보 필패론’은 정치권의 오랜 공식이다. 호남의 인구는 영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호남 표심만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DJ 역시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한 후에야 대권을 쥘 수 있었다. 호남 출신 대권주자에게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이 대표에게 플러스 알파는 친문이다.
 

▲ 발언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친문과의 동거는 양날의 검이다. 이 대표의 약점을 상쇄할 수도 있지만, 중도 외연 확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은 이 대표가 당정청 ‘원팀’ 기조를 유지하며 당내 친문 세력을 아우를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문정부 초대 국무총리 출신인 이 대표의 대권주자 선호도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운명을 함께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대담서 “이 대표는 친문에 얹혀갈 것이다. 문재인 시즌 2정도로 전망이 밝지 않다”며 “차기 주자들도 당분간 저쪽(친문)의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강성 친문에게 예쁨 받을 소리만 하는데 대안이 없다”고 내다봤다.

문정부는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부동산 대책과 검찰개혁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전대 기간 동안 이들 정부 정책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의 동향에 대해 “안정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8·4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앞선 평가와 일치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일부 민주당 친문 의원들이 윤 총장을 압박하는 과정에서도 이 대표는 “(윤 총장은) 잊을 만하면 직분의 경계를 넘나든다”며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외연 확장 걸림돌
김경수 돌아온다면?

반면 친문은 이 대표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마땅한 친문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이 대표를 이번 전대에서 밀어줬다는 분석이다.

친문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군으로는 이낙연·이재명·김경수·정세균·김부겸 등이 꼽힌다.

친문 적통이라고 불릴 만한 후보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유일하다. 문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김 지사는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자문위원(기획분과)으로 임명됐다. 당시 김 지사가 몸담았던 기획분과는 해당 위원회서 정책 총괄을 맡는 등 중추적인 자리였다.

그가 차기 대권에 주자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댓글 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심 선고를 앞두고 김 지사에게 징역 총 6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원심 공판서 피고인(김 지사)이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적 여론조사 행위에 관여하고 선거 공정성을 해친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며, 국민의 정치적 결정을 왜곡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2심 선고는 오는 11월6일에 이뤄진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

재판 결과에 따라 김 지사의 정치적 미래가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사법족쇄’를 풀어냈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 지사는 이 대표와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다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4∼28일 실시하고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는 24.6%를 기록하며 1위를, 이 지사는 23.3%로 2위를 차지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3%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였다. 지난달 조사에 비해 이 대표는 1%포인트 하락, 이 지사는 3.7%포인트 오른 결과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법 족쇄
푼다면…

막상막하의 양강구도다. 여기에 더해 김 지사 역시 사법 족쇄를 풀어낸다면, 민주당 대권구도는 삼각구도로 재정립될 공산이 크다. 2심 선고 전임에도 부산 지역 친문을 중심으로 ‘김경수 대권 플랜’이 거론된다. 친문의 선택이 이낙연·이재명·김경수 중 누구에게 돌아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세 번째 코로나 검사, 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세 번째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예방 시 같이 있었던 이종배 정책위의장의 비서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격리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거나 간접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검사를 받았다.

8·29전당대회를 앞두고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를 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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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