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친문의 ‘시한부 동거’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07 10:22:28
  • 호수 1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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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수도…품을 수도…동상이몽 끝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됐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은 현실이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문(친 문재인)의 지지를 이 대표 낙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다. 친문의 지지는 대권까지 노리는 이 대표에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낙연-친문의 관계가 ‘시한부’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유는 무엇일까.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자신이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란 것을 증명해냈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서 진행된 민주당 제4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서 이 대표는 60.77%의 총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맞붙었던 같은 당 김부겸 전 의원(21.37%), 박주민 의원(17.85%)을 압도했다.

권리당원
힘 받아

세부적으로 보면 이 대표는 45%의 비율이 반영된 전국대의원 투표서 57.20%를 얻었다. 40%가 반영된 권리당원 투표에선 63.73%, 10% 반영의 국민 여론조사와 5%의 일반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64.02%, 62.80%를 득표했다. 득표율 중 어느 것 하나 과반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득표율이다. 이들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 세력인 친문이다. 이 대표가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김 전 의원은 전국대의원으로부터 29.29%, 권리당원 14.76%를 얻었으며, 박 의원은 전국대의원 13.51%, 권리당원 21.5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권리당원의 표심은 당대표 선거를 넘어 최고위원 선거의 당락을 가를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권리당원 득표율서 1∼5위를 기록한 최고위원 후보 모두가 당선됐다. 권리당원은 정기적으로 당비를 내는 열성 당원을 뜻한다. 


이 때문에 통상 권리당원들은 뚜렷한 정치적 색깔을 지닌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수는 80만명이다. 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이들 권리당원은 당내 주류세력을 결정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이번 8·29전당대회(이하 전대)는 ‘친문 구애’의 경연장이었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의 입은 당 내부를 혁신하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보다는 외부를 저격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일례로 코로나19 재확산의 단초가 된 광화문 집회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통합당)의 연계성을 부각시키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광화문 집회가 있은 지 이틀 후인 지난달 17일 “광화문 집회를 대하는 태도, 전광훈 목사의 이름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을 보면 (통합당의 좌클릭이) 진짜인가 의심스럽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선 정부여당이 공포를 조장한다는 통합당의 주장을 겨냥해 “오히려 그것을 비호하는 듯한 것이 공포스러운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이변 없었다…압도적 1위
당 요직에 친문 논공행상?

후보자들의 ‘윤석열 검찰총장 때리기’는 이번 전대 일정 내내 이뤄졌다. 이 대표는 “잊을만 하면 직분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런 일 좀 없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고, 김 전 의원은 “윤 총장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행동이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최고위원 후보였던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윤 총장을 저격했다. 권력을 탐하는 윤 총장을 끌어내리고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지난달 9일에는 “문재인정부의 순항과 성공을 위해 전체주의, 독재와 같은 비난을 일삼는 윤 총장 같은 사람들은 뽑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최고위원 후보였던 노웅래 의원 역시 “(윤 총장은)본연의 업무를 사실상 포기했다”며 “저런 정치검찰에 대해선 확실한 철퇴를 가해야 한다.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종민·한병도 당시 최고위원 후보 등 이른바 친문 인사들도 윤 총장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다.
 

▲ 당기 흔들어보이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내에선 지나친 친문 구애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17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에 대해 “‘관심’이 없고 ‘논쟁’이 없고 ‘비전’도 없다”며 “몇몇 주류 성향의 유투브,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이고, 이름만 가려 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의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친문 구애는 성공적이었다. 이 대표는 권리당원의 힘을 등에 업고 176석 공룡여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선출직 최고위원 5개 자리는 김종민·노웅래·신동근·양향자 의원과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돌아갔다.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5명이다.

계파색이 옅은 노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신 의원은 전대 기간 동안 여당의 공격수를 자처했다. 민주당을 비판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나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검찰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 추진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당청 관계
이상무!?

양 의원은 핵심 친문 중 한 명인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의원이던 시절 영입한 인사다. 최 수석과 개인적으로도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당청 소통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 의원은 자신의 소명이 문정부의 핵심 과제인 한국판 뉴딜정책의 성공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과 기초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민주당 지도부에 최초로 입성한 염 시장 또한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이 대표를 필두로 새롭게 구성된 지도부는 이해찬 전 대표 체제보다 친문색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든 문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이 대표는 당선 이후 친문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친문 핵심인 박광온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사기획 비서관과 문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거친 김영배 의원을 정무실장에 인선했다. 또 부산 친문 핵심인 재선의 최인호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 대표와 친문의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과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는 이 대표의 약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친문과의 동거를 통해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하나의 약점을 상쇄해야만 대권에 보다 가까워진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향후에도 핵심 친문으로 편입되기는 힘들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과거 열린우리당 사태 때문이다. 지난 2003년 11월 친노는 민주당을 구태의연한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며 한나라당 개혁파들을 규합,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동교동계가 중심인 민주당은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과 연합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다.

결국 탄핵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후로도 앙금은 계속됐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동교동계는 안철수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에 대거 합류했다. 이는 호남 세력이 민주당을 떠나는 결과를 불러왔고, 친노가 주류가 된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참패를 맞았다. 동교동계의 정치적 뿌리는 호남이다.

이 대표는 동교동계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과의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낙연계’의 면면을 보면 이 대표의 열성 지지층이 동교동계와 전남에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대표의 측근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동교동계 막내 격이며, 이개호 의원은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서만 3선을 했다.

지역적 한계
뛰어넘나?

친문과의 동거는 호남 출신이라는 이 대표의 지역적 한계 역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DJ가 유일하다. 이후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대권주자마저도 가뭄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결해 패배한 민생당 정동영 전 의원이 DJ 이후 유일한 호남 출신 대권주자였다.

‘호남 후보 필패론’은 정치권의 오랜 공식이다. 호남의 인구는 영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호남 표심만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DJ 역시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한 후에야 대권을 쥘 수 있었다. 호남 출신 대권주자에게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이 대표에게 플러스 알파는 친문이다.
 

▲ 발언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친문과의 동거는 양날의 검이다. 이 대표의 약점을 상쇄할 수도 있지만, 중도 외연 확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은 이 대표가 당정청 ‘원팀’ 기조를 유지하며 당내 친문 세력을 아우를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문정부 초대 국무총리 출신인 이 대표의 대권주자 선호도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운명을 함께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대담서 “이 대표는 친문에 얹혀갈 것이다. 문재인 시즌 2정도로 전망이 밝지 않다”며 “차기 주자들도 당분간 저쪽(친문)의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강성 친문에게 예쁨 받을 소리만 하는데 대안이 없다”고 내다봤다.

문정부는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부동산 대책과 검찰개혁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전대 기간 동안 이들 정부 정책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의 동향에 대해 “안정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8·4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앞선 평가와 일치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일부 민주당 친문 의원들이 윤 총장을 압박하는 과정에서도 이 대표는 “(윤 총장은) 잊을 만하면 직분의 경계를 넘나든다”며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외연 확장 걸림돌
김경수 돌아온다면?

반면 친문은 이 대표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마땅한 친문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이 대표를 이번 전대에서 밀어줬다는 분석이다.

친문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군으로는 이낙연·이재명·김경수·정세균·김부겸 등이 꼽힌다.

친문 적통이라고 불릴 만한 후보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유일하다. 문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김 지사는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자문위원(기획분과)으로 임명됐다. 당시 김 지사가 몸담았던 기획분과는 해당 위원회서 정책 총괄을 맡는 등 중추적인 자리였다.

그가 차기 대권에 주자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댓글 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심 선고를 앞두고 김 지사에게 징역 총 6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원심 공판서 피고인(김 지사)이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적 여론조사 행위에 관여하고 선거 공정성을 해친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며, 국민의 정치적 결정을 왜곡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2심 선고는 오는 11월6일에 이뤄진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

재판 결과에 따라 김 지사의 정치적 미래가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사법족쇄’를 풀어냈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 지사는 이 대표와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다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4∼28일 실시하고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는 24.6%를 기록하며 1위를, 이 지사는 23.3%로 2위를 차지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3%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였다. 지난달 조사에 비해 이 대표는 1%포인트 하락, 이 지사는 3.7%포인트 오른 결과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법 족쇄
푼다면…

막상막하의 양강구도다. 여기에 더해 김 지사 역시 사법 족쇄를 풀어낸다면, 민주당 대권구도는 삼각구도로 재정립될 공산이 크다. 2심 선고 전임에도 부산 지역 친문을 중심으로 ‘김경수 대권 플랜’이 거론된다. 친문의 선택이 이낙연·이재명·김경수 중 누구에게 돌아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세 번째 코로나 검사, 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세 번째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예방 시 같이 있었던 이종배 정책위의장의 비서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격리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거나 간접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검사를 받았다.

8·29전당대회를 앞두고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를 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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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