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등 찍은’ 추미애의 자충수

작아지던 윤석열 잠룡으로 키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찍어내려다 제 발등을 찍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의 구원투수에서 아킬레스건이 돼 가는 모양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임명 35일 만에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5선 국회의원, 당대표 등을 역임한 거물 정치인의 법무부행에 정치권이 들썩였다. 집권여당은 검찰 개혁의 선봉자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야당은 사법 장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반대했다. 

처음에는
야심찼으나…

지난해 12월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추 의원은 소외계층의 권익보호를 위해 법조인이 됐고 국민 중심의 판결이란 철학을 지켜온 소신 강한 판사로 평가받았다. 정계 입문 후엔 헌정 사상 최초의 지역구 5선 여성의원으로 활동하며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 국회의원으로서 쌓아온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과 그간 추미애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 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 취임 당시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등에 대해 전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면서 문재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차였다. 추 장관은 법무부에 입성하자마자 인사권과 조직개편으로 검찰과 윤 총장 힘 빼기에 나섰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10여개월 동안 추 장관은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윤 총장에 대해서는 강공 일변도였다. 1월과 8월, 검찰 정기인사에서 윤 총장의 수족이 잘려 나갔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좌천됐고 이 과정에서 검복을 벗는 사례도 늘어났다. 

수사지휘권을 발동시켜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추 장관의 첫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 사상 두 번째였다. 추 장관 이전까지 딱 한 번 발동됐던 수사지휘권은 문정부 들어서만 두 번이나 등장했다. 한 번은 윤 총장의 측근을 겨냥하고 또 한 번은 윤 총장을 직접 겨냥한 조치였다.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윤 총장이 작심발언을 터트리자 추 장관은 감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 장관의 거듭된 공격으로 윤 총장은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됐다. 손발이 다 잘리고 주요 사건의 수사에 관여할 수 없는 식물총장으로 전락했다. 집권여당에서는 윤 총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제기됐다. 

특활비 카드 꺼냈다가…
청와대까지 번질 기세

하지만 최근 들어 ‘다 죽어가던’ 윤 총장을 추 장관이 다시 살려내고 있다. 추 장관의 지시가 헛발질로 드러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아이러니하게 윤 총장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 또 추 장관의 행보가 정부나 청와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는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며 국회의 현장 검증까지 진행했지만 되레 법무부에 불똥이 튀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나온 추 장관의 발언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자살골을 넣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 수사,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수사의 기밀성 등을 고려해 비공개가 원칙이고 검찰은 감찰 가능성 등을 고려해 영수증 등을 비공식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은 지난 5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일선 검사들의 고충을 들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가 배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윤 총장을 표적으로 한 공격이었다. 추 장관은 특활비와 관련해 대검 감찰부에 점검과 조사를 지시했고 법사위 검증이 이어졌다. 

하지만 법사위 검증 이후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측이 검증 과정에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법무부 검찰국에 10억원대의 특활비가 지급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검찰국은 수사나 정보 수집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국회의 현장 검증 자리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90여억원 중 법무부가 사용하는 특활비 규모가 10억6100만원이며 이 중 추 장관이 올해 배정받거나 사용한 특활비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이 법무부 특활비가 추 장관의 재소자 선물 비용이나 검찰국장의 직원 격려비 등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점점 자살골
부메랑 되다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난 설 명절 서울소년원을 방문해 햄버거와 문화상품권을 줬는데 업무추진비였느냐”고 묻자 추 장관은 “조수진(국민의힘) 의원이 무조건식 의혹 제기를 해서 신문과 지라시의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가짜뉴스를 생성하고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답변했다. 

조 의원은 전날 법무부 지출 내역에 ‘서울소년원 특활비 291만9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며 설날에 이 돈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추 장관은 기관운영 경비와 직원들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집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291만9000원은 사회복무요원 인건비로 업무추진비나 특활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 ⓒ고성준 기자

추 장관은 내년부터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법무부가 직접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 지급 및 배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의 예산 배정 권한에까지 손대는 모양새라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자 법무부 관계자는 “예산을 편성해 받고 법무부나 일선 검찰청으로 배정하는 것은 법무부의 권한”이라며 “대검이 특활비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투명성 문제가 제기된다면 법무부가 직접 배정할 수 있다”고 나섰다.


대검은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내부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상황을 긴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대검이 효율적으로 특활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관행인데 법무부가 이를 부당하게 침해하려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특활비 논란이 검찰과 법무부를 넘어 청와대까지 번지면서 추 장관의 공격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측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전 부처 특활비를 검증하자고 나섰기 때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 장관이 언급했다시피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쓴다고 하는데 이 정부에 있는 수많은 특활비를 조금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무부, 검찰의 특활비 사용내역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이며 국정조사나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라도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추 공격에
윤 존재감↑

이어 주 원내대표는 “추 장관은 자기 임기 중에는 특활비를 쓴 것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조국 전 장관과 박상기 전 장관 때는 위법하게 쓴 게 있는지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추 장관이 쓴 적이 없다면 불필요한 특활비여서 법무부 특활비를 없애야 하는지도 보겠다”고 전 장관들까지 언급했다. 

박상기 전 장관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의 특활비 법무부 상납 의혹과 관련해 해명을 내놨다. 법무부가 특수활동비를 검찰에 내려 보낸 뒤 일부를 돌려받아 사용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한 입장이었다.


박 전 장관은 “법무부에는 검찰 예산뿐만 아니라 교정이라든가 인권, 출입국, 범죄예방 관련 예산들이 다 포함된다. 전체로써 법무부 예산이 편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 국정원의 특활비 청와대 상납과 법무부-검찰 상황이 비슷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국정원은 전혀 다른 별개의 기관인데 그것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법무부에는 검찰 외에도 출입국이나 범죄 예방 등에서 특활비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검찰만 특활비를 쓰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서울중앙지검 ⓒ고성준 기자

추 장관의 헛발질은 특활비 문제에서만 불거진 게 아니다. 특히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윤 총장의 가족 비리 의혹 사건 등의 수사가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해 윤 총장을 압박했지만 뚜렷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체면을 구기는 모양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아직 기소하지도 못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지난 8월 구속 기소했지만 한 검사장에 대한 처분은 아직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사건을 수사하던 정진웅 차장검사가 압수수색 도중 한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여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만약 검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 검언유착이 없었다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릴 경우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 장관에게 오는 타격은 불가피하다. 

수사지휘권 발동한 사건도
소득 없이 헛발질 가능성

윤 총장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도 시작부터 삐끗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 9일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와 협찬 기업의 회계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통째로 기각했다.

수사의 핵심 쟁점은 코바나컨텐츠가 개최한 전시회와 관련한 기업 협찬 금액에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다.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증거들에 대한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고 영장 집행 시 법익 침해가 중대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사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압수수색부터 하려다가 망신을 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 총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이 지검장이 수사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강행했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은 “다른 고려 없이 법률과 증거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무런 근거 없는 무리한 의혹 제기에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때릴수록 그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윤 총장은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조사한 대선후보 지지율 결과 1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양강 구도가 굳어진 상황에서 지지율이 폭등하면서 깜짝 등장한 것이다. 
 

▲ 정세균 국무총리 ⓒ고성준 기자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의 지지율은 24.7%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22.2%로 2위, 이 지사는 18.4%로 3위였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지지율 1위 결과에 “차라리 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검찰을 중립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장본인이 정치 야망을 드러내면서 대권 후보 행보를 밟는 것에 대해 언론의 책임이 굉장히 크다”며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끌고 나가는 정책을 검찰 수사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주권재민이 아니라 주권이 검찰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 양측의 자제를 요청했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총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좀 자숙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인 만큼 가족과 측근이 어떤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자중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도
보다못해…

추 장관에 관해서는 “검찰 개혁을 위해 수고하는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또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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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