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태종 11년(1411)6월3일의 기록을 요약해본다.
『형조판서 임정(林整)이 “형조에 판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는데, 한 어미는 그 아들이 살기를 구하고, 한 어머니는 그 아들이 죽기를 원하는 일입니다”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무슨 말이냐?”고 했다.
임정이 대답하기를, “도관(都官, 노비의 송사를 담당하던 형부의 속사)의 비(婢) 아무개가 말하기를, ‘내 아들이 나를 구타하니 이 놈을 죽여 주십시오’ 하므로, 신 등이 여러 날 동안 조사했어도 그 실정을 얻지 못했습니다. 또 아들의 용모를 보건대 매우 열약(劣弱)해 그 어미를 구타할 수 없는 놈인 듯이 보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미가 그 아들을 죽이려고 하니 어찌 공연(空然)한 일이겠는가? 그것을 자세하게 살피라.”
이에 대사헌 황희(黃喜)가 말하기를, “신도 이 일을 알고 있습니다. 이 종은 일찍이 남의 첩이 되어 음란한 행동을 자행해 이 아들을 낳은 것인데, 다른 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본래부터 모자의 애정이 없으므로, 항상 해하려고 합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조선시대 형조판서는 지금에 법무부 장관에 해당되며 정2품 관직이고, 대사헌은 검찰총장에 해당되며 종2품(차관급)인데 대사헌인 황희의 권한이 월등해 보인다. 형조의 일은 물론 그 세세한 내용까지 꿰차고 있으니 말이다.
각설하고,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은 법률에 의해서 검찰사무에 개입하는 것이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총장에게 ‘이것은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하면 그건 우리가 받아들이겠지만, ‘검찰총장은 빠져라’고 하는 것은 검찰청법에 규정돼있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라임 사건과 윤 총장 가족 관련 수사에 윤 총장이 관여하지 말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했던 윤 총장의 도발로 비쳐지는데, 검찰총장의 발언치고는 참으로 아리송하다.
물론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대목에 대해서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검찰청법을 거론했는데, 그가 거론한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있다.
일전에도 <일요시사>를 통해 언급했지만, 동 조항은 한마디로 ‘이현령비현령’이다. 속된 표현으로 글 장난에 불과하다. 왜냐, 일반적을 구체화하면 구체적이 되고 구체적을 일반화하면 일반적이 되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는 제쳐두고 검찰청법의 상위법인 정부 조직법 제32조 2항을 살펴보자.
동 조항은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로, 검찰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 즉 검찰청 소속이 아니라는데 검찰청법 제12조 2항은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로 검찰총장은 검찰청 소속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은 도발에 가까운 발언을 토해냈다.
이는 정치판 출신 소설가인 필자에게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지닌 작심발언으로 비쳐진다. 물론 비뚤어진 권력욕에 기인한 궤변으로 말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