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김학의 출금 사건 막전막후

의혹 너머에 추라인 검사들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학의 사건’이 재점화 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2013년.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건은 종결되지 않았다. 의혹과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망령처럼 정치권을 떠도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출국금지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 의혹이 제기됐다.
 

▲ 출국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JTBC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3월 법무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으로 취임 6일 만에 낙마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2013년 시작
여전히 논란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검찰의 수사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진행됐지만 수사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됐다. 김학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문재인정부로 들어서다. 문정부 출범 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발족되면서 김 전 차관을 둘러싼 의혹이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3월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별장 동영상 화질이)명확한 건 (2013년)5월에 입수했는데,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고 명확하기 때문에 (김 전 차관과)동일인이라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과 함께 김 전 차관 사건을 언급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특히 이 사건에 검찰과 경찰이 유착됐다는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과거사위의 활동 기간이 연장됐다. 같은 해 3월22일 과거사위는 태국으로 나가려던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았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뇌물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문제는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점이다.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 승인요청서 등에 이미 종결됐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건·내사번호가 게재됐다는 의혹이 나온 것. 

2019년 3월 출국금지 과정
“절차적 흠결 있었다” 제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익신고서를 접수한 공익제보자는 대검과 법무부가 이를 묵인·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당시에도 파견검사에게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두고 적법 절차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22일 밤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발권한 뒤 이튿날 0시20분에 출발하는 방콕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재수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출입국당국이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법무부에 보고하면서 당시 재수사 사건을 조사하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도 해당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는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 2013형제65889호로 자신 명의의 ‘긴급 출금 요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2013형제65889호는 김 전 차관이 2013년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폭력 혐의 사건번호였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고성준 기자

출입국관리법상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피의자’라는 조건의 긴급출금 대상자가 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또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은 뒤엔 법무부 장관의 사후승인을 위해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2019년 내사1호)를 활용했다. 이 내사번호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지검장의 직인을 찍어야 하는 곳에는 ‘代이규원’이라고 서명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긴급 출국금지 요청은 ‘수사기관의 장’이 해야 한다. 당시 이 검사가 파견검사 신분이었던 게 쟁점이 되는 이유다. 이런 과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사단에 파견 나간 이 검사가 정식 수사 권한도 없이 허위 공문서로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
“명운 걸어라”

법무부는 지난 12일 “긴급 출국금지 및 사후 승인을 요청한 조사단 소속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에 해당하므로,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전직 고위공무원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법무부의 해명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현직 법조인들까지 법무부의 논리를 반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법무부의 해명은)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사건번호 부여는 검사가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내사사건은 수제번호를, 수사사건은 형제번호를 부여하는데 모두 주임검사가 상사에게 결재를 올려 완료되면 담당 직원이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정유미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은 “검사들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수사활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며 “그 인권이 설령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인간들의 인권이라 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임시번호 뒤 정식번호가 수사관행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씨부리는 것인지 궁금해 미치겠다”며 “적어도 내가 검찰에 몸담고 있던 20년간에는 그런 관행 같은 건 있지도 않았고, 그런 짓을 했다가 적발되면 검사 생명 끝장난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사법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아무리 형사처벌 필요성이 절박해도 적법절차의 원칙을 무시할 수 없다”며 “‘나쁜 놈 잡는데 그깟 서류나 영장이 뭔 대수냐, 고문이라도 못 할까’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냥 야만 속에서 살겠다는 자백”이라고 꼬집었다. 

전 장관도
책임론 나와


대검 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사건 조사팀에 소속됐다가 사퇴한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도 “김 전 차관의 출금 문제는 공무원의 역할인 ‘법치주의 실현’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의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업무처리였다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인 이 지검장이 출국금지 과정이 절차적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동부지검에 정식 내사번호를 입력해 동부지검장 명의로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해달라는 취지로 연락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출입국본부를 방문해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박 전 장관이 출국금지 승인 요청을 받아들인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이종근

대검은 당초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됐던 이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3부로 재배당했다. 소규모 지청에서 수사하던 사건이 상급기관으로 올라간 것이다. 재배당 조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검찰청 규모 등을 고려해 보다 충실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재배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양지청 지휘부가 수사를 뭉개고 있다는 일각의 의심에 대해 선을 그은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두고 박 전 장관 등이 관여해 불법이 자행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 정부 들어 4명의 법무부 장관이 모두 무법부 장관이 되고 있다”며 “법치주의를 선도적으로 무시하는 문재인정부의 소위 ‘법무장관 시리즈’는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수사관행” 해명
법조인들 “말도 안 된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조직의 명운이라는 어명을 받아 든 법무부 내 친문(친 문재인)파들이 김학의 출국금지 쇼를 연출하고 실행에 옮겼고, 불법이 탄로 나자 은폐와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법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제라도 국민들께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지시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의 언급 등 당 차원의 대응은 자제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등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라인으로 언급되는 검사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법사위원 가운데서는 김용민 의원만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회수하지 않고서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대놓고 봐준 김학의 사건이 재발견돼 김학의가 구속되자 검찰의 분풀이가 이를 조사한 사람들로 향하는 것 같다. 검찰 입장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돼버린 사람들이 김학의 사건의 실체를 밝혔고, 검찰의 부정을 폭로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변호사로서 과거사위 김학의 사건 주무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과거사위 간사인 이용구 법무실장(현 법무부 차관)에게 연락이 와 출국금지 필요성이 있고, 조사단에서 과거사위에 출금을 요청하면 과거사위가 이를 권고하고 법무부가 출금을 검토하는 방안을 상의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야 “사과해”
여 침묵 중

자유연대와 공익지킴이센터 등 8개 시민단체는 지난 14일 박 전 장관과 김 의원 등 7명을 형법 허위 공문서 작성죄 및 동행사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의 공동정범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피고발인 박상기, 이용구, 김용민, 이규원, 김태훈, 이성윤은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이며, 이들의 범죄행위를 보면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승인 아래, 당시 법무부 감찰 과거사위 위원인 이용구와 김용민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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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