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 군기반장’ 노영민 시한부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0.26 10:28:00
  • 호수 12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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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장이 사라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왕실장이 사라졌다. 취임 초기 ‘군기반장’으로 불리며 강력한 그립감을 보였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지만, ‘똘똘한 한 채’ 논란 이후 그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사표가 반려되고 나서는 사실상 청와대에서의 존재감이 사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가 곳곳에서는 노 실장 교체설이 나돌며 후임 인사들의 이름까지 거론된다. <일요시사>는 용두사미에 그친 왕실장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성준 기자

청와대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사이의 어정쩡한 동거가 곧 끝날 조짐이다. 정가에서는 청와대가 노 실장의 후임을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특정 인사의 인사 검증 동의서가 청와대에 제출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 최초의 ‘불명예 제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 정권 최초
불명예 제대?

노 실장은 존재감을 급격히 상실했다. 국무회의, 수석·보좌관 회의 등 청와대의 주요 회의석상에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특별한 지시나 발언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똘똘한 한 채’ 사건이 분기점이었다. 당시 노 실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울 강남의 반포아파트와 충북 청주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었던 노 실장이 반포아파트 대신 청주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자신이 3선을 한 지역구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강남의 아파트는 지키려는 모습에 여론은 급격히 냉각됐다. 청와대가 ‘강남 불패’ 신화를 재확인시킨 꼴이었다.

청와대 발표가 오락가락한 점도 여론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실장이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밝혔지만, 40여분 뒤 청주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고 정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당에서조차 노 실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의 문답 중 “(노 실장의 청주 집 처분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여러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으며, 김남국 의원도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인다.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해찬 당시 대표는 불쾌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결국 노 실장은 고개를 숙였다. 의도와 다르게 강남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과였다. 그럼에도 논란은 지속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인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존재감 어디로…강한 그립감 사라진 지 오래
결국 용두사미로? 해이해진 내부 개편 임박?

풍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기관 정기 감사결과를 9월 발표했다. 

감사원이 청와대의 부당한 업무 처리와 기강 해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대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을 도운 측근들이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에서 매월 수백만원의 자문료를 급여처럼 받은 사실을 적발해 주목받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출신의 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2019년 1월부터 월 400만원씩 총 5200만원을 지급받았으며,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이목희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송 의원과 같은 방식으로 각각 5513만원, 1억4099만원을 수령했다.
 

▲ ▲청와대

현행법상 비상임·비상근 위원장에게 자문료를 월급처럼 지급하는 일은 불법이다.

세 사람 모두 문 대통령의 측근이다. 송 의원은 지난 19대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캠프의 자문기구인 국민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 시장은 같은 대선에서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장을, 이 전 의원은 18대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캠프 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청와대의 어린이날 기념 영상 용역 발주 과정에서 발생한 계약법 위반, 경호처 직원들의 무단 외부 강의, 청와대 내 미술품 관리 소홀 등 12건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6건에 대해서는 ‘주의’, 나머지 6건에는 ‘통보’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계약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노 실장에게 직접 주의를 줬다. 감사 결과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감사원이 대통령비서실 등 청와대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표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노 실장 입장에서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지난해 1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노 실장에게 붙은 별명은 ‘군기반장’이었다. 친문 좌장인 노 실장이라면 청와대 직원들을 강한 그립감으로 쥘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 예상은 노 실장 취임 초기부터 들어맞았다. 

카리스마? 
힘 떨어져

노 실장은 빠르게 청와대 기강을 바로잡기 시작했다.

‘50·60세대 무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일이 대표적이다. 논란이 있고 하루 만에 단행된 문책성 인사였다. 현 정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속전속결’ 조치에 청와대 직원들은 긴장했다. 이 같은 속전속결의 배경에는 노 실장의 강력한 건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 실장은 취임 일성에서 ‘춘풍추상’을 강조했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신에게는 가혹하라는 뜻으로 이는 청와대 직원들에게 날린 경고장이었다. 규율이 잡히면서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의장 공기부터 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성준 기자

노 실장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여러 지시를 내리며 장악력을 높여갔다. 청와대 비서진·비서들에게 업무 내용이 외부로 새지 않도록 입단속을 시켰으며, 또 이들에게 대통령에 대한 대면보고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에게 휴식을 주자는 의미도 있었지만, 실장급이 ‘전결’을 하는 상황을 늘려 비서진이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처리하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뜻도 내포돼있었다.

청와대 밖에서는 활발한 활동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을 지원했다. 문 대통령은 노 실장 취임 직후부터 그에게 재계와의 소통을 당부했다. 국회의원 시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신성장산업포럼 대표로 활동했던 노 실장은 민주당 내에서 ‘경제에 밝은 정치인’으로 명성이 높았다.

노 실장은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현 정권 3대 핵심 신성장 동력을 추려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대 산업 현장에서 문 대통령을 수행한 사람이 바로 노 실장이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던 지난해 11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미래 먹거리에 전폭적인 투자·지원도 아끼지 않았다”며 문재인정부 전반기를 평가했다. 

똘똘한 한 채
역풍 제대로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VIP(대통령)의 뜻’이라며 민주당 이낙연 대표에 차기 국무총리직을 맡도록 설득한 사람도 바로 노 실장으로 알려져 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로 가는 일은 의전서열 상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야권은 정세균 당시 총리 후보자에게 “입법부의 권위를 실추시켰다”며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이는 예상된 논란이었다. 노 실장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노 실장은 즉각 대통령비서실과 안보실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정책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바로 1주택 이외 처분 권고였다. 

청와대가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수도권 내에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의 경우,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는 것이 노 실장의 권고 내용이었다. 
 

▲ 우윤근 주중대사

그러나 이는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이어지며 결국 노 실장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노 실장은 대국민 사과 이후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노 실장과 함께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 5명도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총 6명의 실장·수석 인사가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유에 대해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청와대 다주택 참모진의 주택 매매 과정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노 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의 사표를 반려했다. 청와대와 노 실장 사이 ‘어정쩡한 동거’의 시작이었다.

청와대 개편이 곧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노 실장이 교체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어정쩡한 동거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후임 하마평 솔솔∼
순장조 실장 누구?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가 노 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남 광양 출생인 그는 이 지역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3선을 한 중진 의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원내대표였던 우 전 대사는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국회 사무총장과 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다.

우 전 대사는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잘 알려져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이던 우 전 대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반가움을 나타내던 중 우 전 대사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우 전 대사의 최대 강점으로 꼽기도 한다. 

문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18대 대선 과정에서 우 전 대사는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민주캠프 산하 ‘동행본부’본부장을 맡아 활동했다. 선대위 직능·조직을 총괄하는 중책이었다.
 

▲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도 차기 비서실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탕평 인사에 적임자인 까닭이다. 경북 상주 출생인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을 대표하는 ‘영남 맹주’다. 비록 21대 총선과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낙선하며 부침을 겪고 있지만, 대권주자로 꼽힐 정도로 중량감이 있다. 

내부 승진 가능성도 존재한다. 수석을 실장으로 올리는 안이다. 만약 청와대가 내부 승진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승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최 수석은 애초에 실장급이 더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수석은 ‘친문 실세’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종합상황본부 제1상황실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시절에는 사무총장, 총무본부장, 당무감사원 감사위원 등 당의 요직을 두루 겸하면서 친문으로 자리 잡았다. 친노·비노 간의 갈등이 격화됐던 당시에는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어정쩡한
동거 끝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후보로 자주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최초의 여성 비서실장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혼돈에 빠져 있는 현 상황에서 당장 비서실장으로 가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 후보 중 한 명이지만,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어려울 것이라고 정가는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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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