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마지막 국감’ 관전포인트

칼 가는 총장님 ‘장관님 깔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정감사는 선거를 제외하면 정치권의 가장 큰 이벤트다. 매년 9~10월경 국감장에선 정부 기관과 국회의 격전이 벌어진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013년 국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7년 후, 임기 반환점을 돈 윤 총장이 마지막 국감을 앞두고 있다.
 

▲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2013년 10월21일 국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정갑윤 의원은 당시 여주지청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증인은 혹시 조직(검찰)을 사랑합니까?”라고 물었다. 윤 총장은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라고 거듭 물었다. 윤 총장은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작심발언 
또 나올까

그는 박근혜정부 첫 해인 2013년 4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발탁으로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차출됐다. 국감 당시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윗선’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윤 총장은 채 전 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낙마한 후에도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사를 강행했다. 2013년 10월에는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다가 그해 국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조영곤 지검장 등이 수사 과정에 외압을 넣었다고 폭로했다. 이후 윤 총장은 여주지청장서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당하는 등 인사서 거듭 불이익을 받았다. 

당시 윤 총장의 발언으로 국감장은 말 그대로 뒤집어졌고,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윤 총장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됐다.

한직을 전전하던 윤 총장은 2016년 7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특검에 합류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윤 총장을 깜짝 스타로 만든 2013년 국감 이후 7년이 흘렀다. 그동안 윤 총장은 2013년, 2017~2019년 등 총 4번 국감장에 섰다. 

2013년 국감, 수사외압 폭로
7년 동안 국감장에 4번 등장

4번의 국감을 거치는 사이 윤 총장의 상황은 변화무쌍했다. 2017~2018년 그의 위치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적폐 청산의 기수였다. 문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사회 각 분야의 적폐 청산을 외치면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검찰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시 국감에서는 야당과 끊임없이 부딪쳤다. 

2017년 적폐 청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윤 총장은 “검찰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수사 의뢰를 받아 범죄를 수사하는 사람들”이라며 “법에 따라 수사하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국감 출석한 한동훈 검사장

2018년 사법 농단 수사와 관련해서도 “특정 사람을 표적으로 하는 수사는 하지 않고 있다”며 “수사를 하다가 개별 법관의 어떤 비위가 나온다면 그건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여러 차례 언급했던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라는 것이다. 


야당의 공세를 받았던 2017~2018년과 달리 지난해 국감에선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국감 최대 이슈는 ‘조국 사태’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물론 모든 국감의 이슈를 집어삼켰다. 

윤 총장 휘하의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불거진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수사에 뛰어들었다. 윤 총장과 여당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하고부터는 검찰 내 입지가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2번의 검찰 인사 과정서 측근들이 잘려 나갔고,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등장마다
공수 바뀌어

그 사이 아내와 장모 등 가족 관련 비리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자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여당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은 윤 총장을 대선후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윤 총장은 여론조사 대선후보군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지지율은 상위권을 달렸다. 몇몇 조사에선 야당 후보 가운데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이번이 검찰총장 자격으로는 마지막 국감인 셈이다. 윤 총장이 이번 국감서 어떤 발언을 하든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는 게 중론이다.

윤 총장이 지난 8월 신임검사 신고식에 참석해서 한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떠들썩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그는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또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로 실현된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여당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온 그가 작심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윤 총장은 최근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논란이 된 사건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두문불출해왔다. 그랬던 그가 오랜만에 국감에 나타나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검찰 인사, 추 장관 아들 의혹 수사 결과 등에 대해 입을 열 가능성이 제기된다. 

발언 따라
정치적 해석?


실제 이번 법사위 국감의 최대 이슈는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가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는 지난 7일 대법원을 시작으로 헌법재판소(8일), 법무부(12일), 일선 검찰청(19일), 일선 법원(20일), 대검찰청(22일), 종합감사(26일) 순으로 국감을 진행한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추 장관 아들 의혹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검찰 개혁 현안을 이슈로 잡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서 윤 총장 가족 의혹이 다시 한 번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야당 의원들은 12일 법무부 국감서 추 장관의 ‘거짓말’에 대한 질타와 해명 요구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추 장관의 부정 청탁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공개한 수사 내용이 그동안의 발언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거짓말 논란이 추석 연휴 내내 이어지자 추 장관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수사가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됐지만 야당과 보수 언론은 본질로부터 벗어난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보좌관에게 전화번호를 전달한 것을 두고 ‘지시’라고 볼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동부지검의 수사 결과를 두고 윤 총장에게 질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서울동부지검 형사 1부는 군무이탈, 근무기피목적위계 혐의를 받는 추 장관 아들 서모씨를 불기소 처분하고 추 장관과 추 장관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에 대해서도 군무이탈방조, 부정청탁 혐의 등이 없다고 결론 낸 바 있다. 


아내·장모 의혹 또 다시 불거져 
<조선일보> 사장 비밀회동 의혹도

오는 22일 대검찰청 국감에선 윤 총장의 가족 의혹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아내와 장모를 둘러싼 논란은 검찰총장 청문회 때도 언급된 바 있으나 당시에는 민주당이 아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의 공격이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해당 논란을 가지고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은 가족 의혹에 대해 지금껏 침묵을 지켜왔다. 이번 국감서 가족 논란에 대해 어떤 말을 꺼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윤 총장의 장모와 아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사업가 정대택씨,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 조대진 변호사를 고소·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지난 2013년 국감서 업무보고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비밀리에 만났다는 의혹에 대한 질의도 있을 예정이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앞서 방 사장과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대검 국감 증인으로,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당시 법무부 인권국장)을 참고인으로 각각 신청했다. 

윤 총장이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지낼 무렵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태 무마를 위한 TV조선 간부와 청와대의 불법거래, 방 사장 아들 방정오씨의 횡령·배임 의혹, <조선일보>와 로비스트 박수환의 기사 거래 의혹 등을 고발했다.

이 시기에 윤 총장이 수사대상인 방 사장과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한 사람은 윤대진 당시 법무부 감찰국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수사기관장이 사건 관계자를 사적인 자리서 만났다면 감찰 대상”이라며 “지난달 21일부터 대검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답변하지 않고 있어 법사위 국감서 윤 총장과 방 사장 간의 검언유착 의혹을 풀겠다”고 밝혔다. 

두문불출
입 열까?

한편 국민의힘은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20여명에 달하는 증인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아 채택이 무산됐다. 검언유착 의혹 관련 핵심인물인 한동훈 검사장, 조국 전 장관 사건을 맡은 김미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측의 증인 요구가 있었지만 민주당에 의해 채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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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