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최측근’ 사망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14 10:04:47
  • 호수 1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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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떠안고 떠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안갯속에 빠졌다. 관련 수사를 받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10년 지기’ 측근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측근 이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 건물을 수색하던 도중 이씨가 숨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받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그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
타살 흔적 X

이씨는 갑작스레 종적을 감췄다.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이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씨는 변호인이 동석한 가운데 오후 6시30여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변호인과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날은 이로부터 이틀 뒤다.

이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씨가 발견된 현장을 감식한 결과 타살이라고 볼만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사태를 수사하고 있다. 이씨는 옵티머스의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었다. 지난 10월 최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씨와 옵티머스 관계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핵심은 옵티머스 관계사로부터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복합기 임대료 76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씨는 지난 4월에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이낙연 당시 후보 캠프의 조직 업무를 담당했다. 

‘10년 지기’ 극단적 선택…왜?
검찰 소환조사 중 종적 감춰

의혹이 불거지자 이씨는 자신의 주변에 “옵티머스와 관련된 회사인 줄 몰랐다. 복합기 임대료를 비용 처리하라고 실무진에 수차례 당부했는데 누락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10년 지기’ 최측근이다. 이 대표가 18·19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관으로서 이 대표의 당시 지역구(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관리를 맡았다. 이 대표와 이씨는 같은 전남 영광 출신이다.

이씨는 이 대표가 지난 2014년 전남도지사로 출마했을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당원 2만6117명의 당비 3278만여원의 대납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1년 2월의 실형을 살기도 했다.
 

▲ 서울중앙지검 ⓒ고성준 기자

전남도지사에 당선된 이 대표는 이씨가 출소한 후 그를 정무특보로 기용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대표의 결정을 두고 공무원 임용 규정 위반 및 보은·특혜 인사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는 이 대표가 국무총리로 내정돼 치러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 대표는 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바깥에서 보기에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그럼에도) 나로서는 그 사람의 역량을 활용하고 싶었다”며 이씨에게 신뢰를 보였다. 

이 대표가 청문회를 통과해 국무총리가 되자 이씨는 잠시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1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이씨는 캠프에서 조직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 대표가 지난 8·29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후에는 당 대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해왔다.

비서관 출신
지역 관리

이씨의 극단적 선택은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남겼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을 찾기 힘들어서다. 76만원 대납 의혹만으로 이씨가 그런 선택을 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검찰이 약식기소 내지는 불기소 처분으로 끝냈을 정도의 사안이다.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벼운 처벌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씨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캠프에서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가 유죄를 받더라도 이 대표와 옵티머스가 서로 연결됐다고 보기 힘들다.

76만원 대납 의혹 외에 다른 혐의로도 조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검찰은 이씨 소환 직전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옵티머스 로비스트 김모씨로부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지시를 받아 이 대표의 서울 사무실에 소파 등 1000만원 상당의 가구와 집기를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총선 출마를 위해 서울 종로구에 사무실을 마련하기 전 사용했던 여의도 사무실의 보증금을 옵티머스 측에서 부담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를 소환했을 당시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사태가 여러 의혹으로 확전되는 상황에서 이씨가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옵티머스 사태의 전말이 밝혀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검찰 사건 사무규칙에 따라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게 된다.

수사 난항
해 넘기나

이 때문에 정치권은 미스터리로 남을 그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각자 유리한 쪽으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야권은 고작 76만원가량을 대납받았다는 의혹으로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긴급의원총회에서 “서울중앙지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사건과 연관된 여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뭉개고 있다는 비판이 만연하던 차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잠시 생각에 잠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옵티머스 사건 수사는 반 년째 공전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펀드 사기 의혹과 관련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사건의 핵심인 경영진 4인방과 브로커들의 신변을 확보해 재판에 넘긴 반면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잰걸음 중이다. 여기에 더해 이 지검장이 ‘추미애 사단’으로 꼽히면서 국민의힘 측은 이 지검장이 여권에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 10월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 지검장이 지휘하는 수사팀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특검에 가서 한 점의 의혹을 사지 않도록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은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10여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을 죄인으로 몬 사건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여 “강금원 떠올라”
야 “이유를 밝혀라”

고인이 된 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자’로 불린다. 지난 1998년 노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후원금을 지원한 일을 시작으로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여러 차례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등 고초를 겪은 바 있다.

같은 당 신동근 최고위원 역시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가 별건수사, 강압수사, 피의사실 사전 공표, 모욕수사를 가져왔다”며 “또 피의사실 흘리기라는 검찰의 고질적 버릇이 도지는 일이 발생했고 피의자가 심리적 압박에 못 이겨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이 이씨의 옵티머스 외 금품 수수 혐의를 포착, 이씨가 전남에 있는 다수 기업으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급여 형식으로 거액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이를 이씨의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 민주당은 별건수사로 이씨가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이 옵티머스와 무관한 전남 지역 업체들의 급여 제공 관련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이씨를) 소환 조사했다든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그런 정황을 확인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검찰이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 등이 없었는지 철저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대검찰청의 설명이다. 

윤 총장
진상조사

또 윤 총장은 전국 검찰청에 특별 지시를 내렸다. 조사 중 별건 범죄사실의 단서가 발견될 경우 조사 주체, 증거 관계, 가벌성 및 수사 시기 등을 인권감독관에게 점검받은 후 상급자의 승인을 받아 수사에 착수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윤 총장은 “중요 사건의 경우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해 지휘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법원 통신영장 기각, 왜?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측근인 이모씨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통신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며 ‘강제 수사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경찰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사망한 현장에서 휴대전화와 수첩, 지갑 등을 발견했다.

휴대전화에서 통화기록을 확보한 경찰은 주변인 및 유족의 진술 등과 이를 비교하기 위해 통신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씨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중 종적을 감췄고,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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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