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국회’ 최전선 공격수 대해부

여의도서 붙은 서초동 터줏대감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에는 법조인 출신 46명이 입성하게 됐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약 15%를 차지한다. 최근 검찰 개혁이 정국의 중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은 최전선에서 ‘창과 방패’ 역할을 맡아 활약 중이다.
 

▲ 국회의사당 전경 ⓒ고성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대표 의제인 검찰 개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들은 문정부의 개혁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공수처 출범에 있어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창과 방패
치열한 전쟁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를 두고 ‘괴물 기관’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야당은 의석 수에서 현저히 밀리고 있어, ‘창’의 역할을 할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법조인들의 여의도 점령은 오래된 이야기다. ‘법조 국회’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다. 20대 국회의 법조인은 49명으로, 국회의원 6명 가운데 1명이 법조인 출신이었다. 21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의원 42명, 비례대표 4명으로 총 46명의 법조인이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의원 전체 300명 중 약 15%를 차지한다. 6명 중 1명 꼴인 셈이다.

총선 정국부터 법조인들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법조인끼리 대결을 벌인 지역구는 257곳 중 13곳이나 됐다.


서울 동작을이 대표적이다. ‘판사대첩’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이 곳에선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현역 나경원 의원을 제쳤다. 남양주시갑에서는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주자였던 조응천 의원과 심장수 변호사는 전직 검사로 선후배 사이다. 조 의원은 심 변호사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법조인 출신 의원 중에서는 변호사 출신이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검사 출신은 15명, 판사 출신이 8명이었다.

이외에도 군법무관 출신 2명과 1명의 경찰 출신 인물이 배지를 달았다. 민주당 민홍철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군법무관을 지냈다. 국민의당 권은희 비례대표는 경찰 출신이다.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 서초서와 관악서 등을 거쳤다.

민주당에서는 29명의 법조인 출신 의원이 지역구에서 탄생했다. 범여권으로 치면,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과 양정숙 의원까지 포함해 31명이다.

변호사 출신인 양 의원은 민주당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소속 신분이 됐다. 양 의원은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후 민주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법조인 출신 의원 46명 ‘15%’
범여 31명·범야 15명 치고받고

반면 국민의힘 소속 법조인은 지역구 의원 12명, 비례대표 1명으로 총 13명이다. 범야권으로 묶을 수 있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까지 합쳐도 15명에 그친다. 야권의 수적 열세로 인해 여권의 검찰 개혁 과제들이 21대 국회에서 완수할 공산이 높아진 셈이다.


법조인 출신의 정치 신인들이 21대 국회에 대거 들어온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법조인 출신 46명 중 24명이 초선 의원이다. 절반이 조금 넘는 수치다. 통통 튀는 정치 신인들이 검찰 개혁 전선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흘러 나온다.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8명이었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백혜련·송기헌·조응천 의원과 국민의힘 곽상도·정점식 의원,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이재정·안호영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또 민주당 민홍철·박범계·전해철·진선미 의원과 국민의힘 김도읍,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등 6명은 3선에 성공했다.

4선에 성공한 법조인 출신 의원은 검사 출신인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정성호 의원 국민의힘 김기현·권영세 전 의원 등 4명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와 민주당 송영길·이상민 의원,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등 4명은 5선의 고지에 올랐다.
 

▲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로스쿨 출신 의원도 21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조국백서>의 저자인 김남국 의원과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변호사시험 1회 합격생으로, 둘 다 전남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박 의원은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국회 보좌진, 청와대 행정관과 서울시 정무보좌관 등을 거쳤다.

‘법복 정치인’ 논란이 일었던 이수진·이탄희·최기상 의원 역시 개혁 전선에 언제든 뛰어들 수 있다. 이들은 법원 조직의 근본적인 폐단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수진 의원은 2018년 양승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재판 지연 의혹을 방송 인터뷰를 통해 폭로했다. 이탄희 의원은 지난 2017년 법원행정처 재직 당시 법관 사찰에 반대해 사표를 냈다.

진보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최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여러 차례 공개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전쟁터 법사위
공수처 뇌관

이 같은 ‘법조 국회’에서 의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과거부터 인기가 많은 상임위다. 모든 법안은 해당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에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도 최대 전쟁터는 단언 법사위였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는 지난 9월 파행을 겪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만은 사수해야 한다고 버텼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마음만 먹으면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는다는 이유에서다.

원구성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박병석 의장은 민주당 소속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선출했고, 4선의 윤호중 의원이 법사위원장 자리에 앉게 됐다. 헌정 사상 7번째 비법조인 출신 법사위원장이다. 윤 위원장은 임기 동안 법사위에 배정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사법부로부터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 오히려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법사위 국감 역시 국민적인 인기가 높다. 올해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윤석열 총장이 출석한 국감감사 시청률이 9.9%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잡음과 검찰개혁을 외치는 민심이 맞물려 ‘조국 국감’이 열리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법사위에서 활약했던 김종민·박주민·백혜련·송기헌 의원을 법사위에 투입했다. 이들은 지난 20대 국회 후반기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창과 방패 역할을 해냈다.

정치 신인으로는 고검장 출신의 소병철 의원과 최기상 의원이 21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소 의원은 민주당 영입 인사로, 검찰 퇴직 이후 대형 로펌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변호사도 개업하지 않았다. 고질적 전관예우의 관행을 끊기 위함이었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검찰개혁안에 힘을 실어주면서 남은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인사라는 평을 얻었다.

이외에도 조 전 장관의 법무·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한 김용민 의원와 김남국 의원이 법사위에 합류했다. 두 의원 모두 정치권에서 ‘조국 키즈’로 불리며, 검찰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국민의힘
수적 열세


김용민 의원의 국정감사 소회글에 조 전 장관이 직접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이제 본격적으로 공수처 설치, 검찰 개혁 완수를 위해 또 뛰겠다”는 글을 올리자, 조 전 장관은 “정말 수고 많았다”고 댓글을 달았다.

최근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 10명은 13건의 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상태다. 법안은 공수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불법정치자금 등 몰수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대한 특례법 등의 대상기관에 공수처, 공수처장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등 수사 의뢰 가능 기관에 공수처를 포함하고, 공수처가 금융정보분석원에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몰수 또는 추징을 위한 국제 공조를 요청할 때 공수처가 검찰총장을 경유하지 않고 법무부 장관에게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 소속 의원뿐만 아니라 범여권으로 묶이는 열린민주당 의원들 역시 공수처 출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크게 강조해 온 인물이다. 다만 최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법사위에 소속된 김진애 원내대표와의 교체 작업이 필요하다.
 

▲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당은 박병석 의장에게 사보임 승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사보임이 이뤄질 경우 최 의원은 법사위에서 공수처의 연내 출범을 위해 여당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에 김도읍·유상범·윤한홍·장제원·전주혜·조수진 의원을 배치했다.

검사 출신인 김도읍·유상범 의원과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만 법조인 출신이다. 유 의원은 서울지검 3차장을 지낸 특별수사통으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며 배우 유오성씨의 형으로도 유명하다.

유 의원은 ‘정윤회 문건’ 수사가 부실했고, 국정농단 사건의 원인이 됐다는 이유로 ‘검찰 적폐 1호’로 찍혔다. 이후 전보 조처를 당하다 지난 2017년 7월 25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쳤다.

정치 신인도 대거 입성
선봉서 검찰 개혁 대치

그는 최근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문제를 최초로 제기해 화제를 모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관 남용·아들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한 법치주의 훼손과 도덕성 문제를 비판했다.

‘추미애 저격수’로 활약해온 전주혜 의원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고,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6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다. 전 의원은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이후 판사들이 수사 조사를 받는 걸 지켜보면서 그는 사법부의 독립과 위상이 심각하게 흔들린다는 걸 느낀 후 정치권에 직접 뛰어들었다.

법사위원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김미애·김웅·김형동·박형수 의원은 법조인 출신 초선의원이다. 

김미애 의원은 여공 출신 변호사로 유명하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직 공장에서 일했다. 29세 늦깎이 나이에 법대에 입학했고,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김 의원은 이후 15년간 국선변호사로 활동했다. 현재 당에서 ‘약자와의 동행’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검사내전>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웅 의원은 2018년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아 수사권 조정 대응 업무를 하면서 정부·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지난해 7월 법무연수원 교수로 사실상 좌천됐다.

이후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를 비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 김웅 국민의힘 의원

김형동 의원은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후 15년간 한국노총에 몸담았다. 변호사 시절 산업현장을 일구고 있는 노동자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법률 상담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수 의원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대구고검 부장검사를 거쳐 법무법인 영진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다.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활약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법조 국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물론 법조인 출신들이 입법기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어느 직군보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법조인 출신이 정치적 사안을 법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관성은 ‘정치의 사법화’를 조장할 수 있다.

정치 사법화
우려 목소리도

또 이들의 국회 진출은 검찰이나 법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회가 지금까지 사법부와 검찰의 힘을 강하게 경계해왔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도 큰 모순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017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관이 사직하고 정치권이나 청와대로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일정한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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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