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앞세운 ‘박범계 노림수’ 막전막후

‘특명’ 한명숙을 구하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조직 인사에는 인사권자의 의중이 깊게 반영되기 마련이다. 인사 결과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난무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특히 검찰 인사의 경우 사건과 맞물려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 임은정 검사

지난 22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 패싱 논란을 일으킨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달리 비교적 조용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인사를 둘러싼 검찰과 법무부, 청와대의 갈등이 일정 부분 봉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관마다…
갈등 봉합?

이날 인사에서 법무부는 고검검사급 검사 18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법무부는 조직 안정과 수사 연속성을 위해 최소한 선에서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수사를 맡은 수사팀도 대부분 유임됐다.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이상현 형사5부장,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 3부장 등은 유임됐다. 서울중앙지검 변필건 형사1부장도 그대로 남게 됐다. 

변 부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의 갈등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의 무혐의를 주장하며 이 지검장에 반기를 든 바 있다. 윤 총장 징계 사태 때 이 지검장에게 사퇴를 건의한 서울중앙지검 2~4차장과 공보관 등도 변동 없이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번 인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인권보호를 전담해온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 발탁됐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의 후임으로 나병훈 차장검사를 전보 조치했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 파견 나가있던 나 차장검사는 과거 서울남부지검과 광주지검에서 인권감독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패싱 논란 이후 인사
수사팀 대부분 유임

청주지검 차장검사에는 박재억 현 서울서부지검 인권감독관이, 안양지청 차장검사에는 권기대 현 안양지청 인권감독관이 자리를 옮겼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인사 규모와 구체적인 보직에 관해 대검과 충분히 소통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인사를 위해 더 경청하고 소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도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 업무보고에서 “권력 수사나 현안 수사를 못 하게 하는 인사 조치를 한 바 없다”며 “월성원전 수사를 하는 대전지검이나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에 인사로 손을 댄 게 없다”고 설명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무난하게 넘어가는 듯했던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 대한 ‘원포인트 핀셋 인사’로 인해 술렁이고 있다. 임 연구관은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받았다. 

이로써 임 연구관은 감찰권과 함께 수사권을 갖게 됐다. 임 연구관은 그동안 수사 권한이 없어 제대로 된 감찰 업무를 할 수 없다며 직무대리 발령을 여러 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신의 SNS에 “불공정 우려 등을 이유로 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이 계속 보류되고 있다”며 “제가 ‘제 식구 감싸기’를 결코 하지 않으리란 걸 대검 수뇌부는 잘 알고 있다”고 적었다. 

원포인트 
핀셋 인사

검찰청법 제15조는 검찰연구관이 고검이나 지검의 검사를 겸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검에 근무하는 연구관의 경우 수사 등의 업무를 맡기 위해선 일반 지검의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해야 한다. 

대검 연구관의 직무대리 발령은 검찰총장의 권한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임 연구관에 대한 직무대리 발령을 하지 않자 법무부에서 ‘겸임 발령’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임 연구관 인사에 대해 “본인이 수사권을 갖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수사권을 갖길 희망하면 다 권한을 주는 것이냐”고 반문하자 박 장관은 “겸임 발령은 법에 근거해서…”라고 말했다.

임 연구관은 인사 이후 “여전히 첩첩산중이지만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어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대검 연구관으로서 이례적으로 수사권이 없어 마음고생이 없지 않았다”며 “다른 연구관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수사권이지만 저에게는 특별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적었다. 
 

▲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임 연구관에 대한 원포인트 핀셋 인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미애 전 장관 때인 지난해 9월 당시 울산지검 검사였던 임 연구관은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탁됐다. 대검 감찰부 산하 1~3과와는 별도로 대검 감찰부장 지시를 받아 감찰 정책 등을 연구하는 곳이다. 기존에 없던 자리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임 연구관은 “대검 연구관은 총장을 보필하는 자리인데 저 같은 사람이 가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검찰 내부 일부의 볼멘소리가 있는 듯하다”며 “대검 연구관은 검찰총장을 보필하는 자리가 맞다. 보필은 ‘바르게 하다, 바로잡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없던 자리
만들었다

추 전 장관과 박 장관 모두 임 연구관을 중용한 셈이다. 두 장관이 ‘임은정 카드’를 꺼낸 이유는 윤 총장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임 연구관에 대한 이번 인사 이후 대검 감찰부에서 진행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 수수사건 감찰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여권의 대모로 불린 한 전 총리를 구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한 전 총리의 대법원 판결 이후 “재심을 청구하겠다”면서 “대법원 판결이 오판이라는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느냐”고 발언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2017년 8월23일 한 전 총리가 만기출소한 후 “억울한 옥살이에서도 오로지 정권교체를 염원하신 한명숙 총리, 정말 고생 많았다”며 “일부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검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1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이 방송하는 ‘2020 후원회원의 날 특집 생방송’에 출연해 “코로나가 오므로써 2020년 전 세계가 재편되는 진동 같은 것을 느낀다”며 “‘선진국이라고 믿었던 나라들이 모습이 이렇나’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생명을 가장 가운데 두고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원칙, 정치적 야심을 섞지 않는 우직함과 진심, 이런 것으로 문재인식 해결을 이끌었기에 코로나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좋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낸 바 있다. 

한 전 총리 사건은 2015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안이다. 한 전 총리는 건설업자인 한만호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챙긴 죄로 2015년 징역 2년형에 추징금 8억8300만원을 확정받고 복역을 마쳤다. 

직무대리 안 되니 겸임 발령
감찰권+수사권 날개 달아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진 건 지난해 5월. “검찰의 강압수사에 떠밀려 거짓말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는 한만호 비망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당시 한 전 총리 수사팀의 재판 증인에 대한 위증 교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씨는 2010년 7월 한 전 총리 기소 당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가 2010년 12월 1심 법정에선 “돈을 주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다음 해 2~3월 한씨가 번복한 진술은 거짓말이라며 검찰 측 재판 증인으로 나선 동료 재소자들이 수사팀 검사에 의해 증언 연습까지 한 뒤 법정에 나가 위증을 했다는 게 대검 감찰부 측이 감찰한 검사의 위증 교사 의혹의 내용이다. 
 

▲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해당 의혹으로 한 전 총리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재심’까지 언급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산하 인권감독관실은 검사와 수사관 여러 명을 투입한 뒤 해당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대검에 보고했다. 

그런 와중에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이 부여되면서 상황이 바뀌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증인들이 법정에서 마지막으로 진술한 2011년 3월 23일부터 시작한 공소시효 10년이 오는 3월22일 만료되기 때문에 임 연구관에게 서둘러 수사권을 부여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콕 찝어서…
첫 수사는?

임 연구관 인사에 대한 검찰 내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임 연구관이 앞서 다수의 고발을 직접 제기해 감찰과 수사 등이 계류 중인 점을 고려할 때 공정성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은정, 윤석열에 칼끝?

지난 22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수사권을 부여받은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의 칼날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조준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 콘텐츠 대표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서울중앙지검은 김 대표가 협찬금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가 조작 공소시효는 이득을 본 금액이 5억원이 넘을 경우 최소 10년이다.

윤 총장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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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