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내란 특검이 외환죄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단초가 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이른바 ‘북풍 공작’과 관련된 단어와 문장들이 즐비하다. ‘수거’ ‘북한 공격 유도’ 등의 문구가 포착됐다. 특검에 관련 자료를 인계한 경찰과 검찰은 이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일부러?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사 기록에서는 외환죄, 특히 북풍 공작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단지 ‘오물 풍선’에만 집중했을 뿐이다.
앞서 특수단은 지난해 12월23일 노 전 사령관의 경기 안산시 ‘아기보살’ 신당에서 확보한 수첩에 국회 봉쇄,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이 적혀있었고 이들을 ‘수거’하라는 표현이 적혀있다고 밝혔다. 계엄 관련 내용 외에도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도 적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노 전 사령관의 진술조서를 분석한 결과, 특수단은 노 전 사령관이 이른바 ‘북풍 공작’을 시도했는지 묻지 않았다.
특수단은 당시 노 전 사령관에게 “2024년 10월경에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 북한 고위급 탈북 징후에 관한 언급을 한 사실이 있느냐” “피의자(노 전 사령관)는 언제 누구로부터 어떻게 해당 경로를 청취했느냐” “현재 공직을 맡고 있지 않은데 북한 고위급 탈북 징후와 같은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느냐”고 재차 물었으나 노 전 사령관은 이마저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60쪽 수첩엔 ‘북 NLL 공격 유도’ 적시
검도 초기 수사서 ‘노상원 수첩’ 외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지난해 11월 말, 노 전 사령관과 통화를 한 이유를 물었지만 특수단은 이에 대해서도 전혀 묻지 않았다. 문 전 사령관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당시 노 전 사령관이)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요구했지만,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요구했다. 수요일 밤은 11월27일로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27일에 귀국하지 못했다.
특수단이 이를 두고 “2024년 11월경 북한의 오물 풍선이 가중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노 전 사령관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그런 얘기는 뉴스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횟수는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특수단이 “문 전 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관련 언급을 한 바 있냐”고 물었지만 노 전 사령관은 계속 입을 열지 않았다.
이는 비상계엄 이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계속되는 오물 풍선 도발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가 오물 풍선 원점 타격을 통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던 게 아니냐고 물어본 것이었으나, 간접 증거마저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특수본 수사 기록을 보면 표면적으로 검찰은 경찰보다 외환 수사에 적극적이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특수본 수사 기록에 따르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지난해 12월14일과 12월24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했다. 당시 특수본은 여 전 사령관에게 “지난 11월에 작성한 ‘전시 상황이 와야 한다’는 메모가 적(북한)이 먼저 행동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로 보이는 데 맞느냐”며 계엄 이전에 북한과의 전시 상황을 유도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고 한 것이 아닌지 물었다.
여 전 사령관은 “적은 북한이고, 계엄은 적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사령관에게 북풍 공작에 대해 직접 들은 인물도 있었다.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이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 전 사령관이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부실한 검경 수사 ‘안 봤나 못 봤나’
내란 특검, 북풍 윗선 대통령실 지목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검찰의 문 전 사령관 진술조서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지난해 11월 초 안산 상록수역에서 문 전 사령관과 김 대령을 불러 선관위로 투입될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노 전 사령관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점도 적시돼있다.
그러나 검찰은 핵심 증거로 꼽히는 노상원 수첩을 최종 증거 목록에서 배제했다.
실제로 검찰은 “수첩 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노 전 사령관을 외환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고 공소장에도 수첩을 적시하지 않았다.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전 우리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 북한 공격을 유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 중이다.
특검팀은 지난해 10~11월 ‘평양 무인기 침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라고 들었다’는 군 현역 장교의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파일에는 “브이(V, 윤석열 지칭) 지시다. 국방부·합참 모르게 해야 한다” “브이아이피(VIP)랑 장관이 북한 발표하고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드론작전)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10월11일 북한은 “대한민국이 보낸 무인기가 세 차례에 걸쳐 평양에 침투해 삐라(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했지만, 우리 군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지난해 6월부터 드론작전사령부가 무인기 침투 작전 관련 계획을 용산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을 확보하고,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지난해 10~11월 최소 다섯 차례 진행됐다는 군 관계자의 증언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 패스?
또 특검팀은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연구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해 10월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가 연구소에서 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기존 내란 재판 공소 사실에 담기지 않았던 ‘노상원 수첩’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남은 수사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북풍 공작에 대한 그간의 진술과 더불어 이를 두고 정보사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발언했는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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