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③“계엄? 내가?” 사라진 기억

수사 뒷다리 잡는 진실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온갖 곳을 들쑤시던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입이 굳게 닫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롯데리아 회동’의 취지는 물론 그 자리에서 나눈 대화, 심지어 그들과의 관계까지 부인했다. 마치 모든 기억을 잃은 듯 시종일관 ‘모르쇠’로 답변할 뿐이었다.

시치미 뚝

먼저 살펴볼 것은 ‘노상원 별동대’ 핵심으로 지목된 구삼회 전 육군2기갑여단장과의 관계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는 “구삼회와 얼마나 자주 만나거나 연락하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손사래까지 치며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요, 뭐”라고 답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구 여단장은 경찰 진술에서 “노상원은 저의 진급 관련해 수없이 통화한 적 있고 그때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너를 귀한 직책으로 쓸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구 여단장에게 진급 관련 조언을 해줬고 지난해 10월쯤에는 “너를 장관님께 추천하고 소명하려고 한다” “내가 상품권 준비할 테니 돈은 네가 5장만 준비해서 보내면 되겠다. 준비해서 나한테 보내” 등 진급을 미끼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비슷한 시기에 정성욱 정보사 대령에게도 같은 취지로 접근했다. 하지만 노 전 사령관은 “정성욱에게 진급 관련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걔한테? 굳이 했다면 자기가 아니고 다른 애들이겠죠. 걔들은 진급 대상도 아니고 인간 정보 휴민트”라고 선을 그었다.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롯데리아 회동 역시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1차 회동 날짜는 지난해 12월1일로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 대령, 김봉규 정보사 대령이, 2차는 이틀 뒤인 12월3일 구 여단장, 방정환 전 국방부 혁신기획관, 김용군 전 육군 대령이 자리했다.

1차 회동에서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에게 “인원은 준비됐냐”는 말과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가서 해야 할 일 등을 설명했다고 한다.

선관위 들어가 직원들 묶으라더니…
“안 친해” “잘 몰라” “기억 없다”

이 말을 듣던 정 대령이 “IT 전문도 없는데 뭘 하는 겁니까”라고 질문하자 노 전 사령관은 “선관위에 가면 내가 알려주겠다” “직원 30명쯤 되는데 그놈들 출근하는 거 확인해서 확보한 회의실로 데려오기만 하면 돼” “저항하는 놈은 케이블타이로 묶어놔. 선관위 홈페이지 관리자 찾아서 홈페이지에 부정선거 자수하는 글 올려”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노 전 사령관이 케이블타이·니퍼·망치·두건·야구방망이·테이프 등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으며 체포 명단 중에서 두 명을 특정해 “이들은 협조적일 테니 살살 다뤄라”고 언급한 날이기도 하다.

2차 회동에서는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이 구성되는데 구 장군(구삼회)이 단장, 방 장군(방정환)이 부단장을 맡으면 되고 상황 종합해서 장관께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령에게는 “당신은 팀장을 맡으면 된다”는 식으로 각각 임무를 설명했다.

1, 2차 롯데리아 회동에 자리한 이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논의하기 위해 안산에서 군 관계자들을 불러 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에게 직급을 부여하고 작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등 사실상 계엄을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하지만 경찰 측이 “12월3일 계엄군이 중앙선관위에 간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막상 노 전 사령관은 “여기(선관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시위하러 간 것”이라고 답했다.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에게 선관위를 언급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은 없지만 선관위 얘기를 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들어가라’ 이런 얘기는 안 했던 것 같고 선관위 때문에 열받아서 떠들었던 거 같긴 하다. 선관위가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는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2차 회동에서 방 전 기획관과 구 여단장에게 직책을 부여한 것에 대해서는 “그런 기억이 없고 명단에 자기 이름이 있으니까 자기가 살려고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라고 반박했다.

“자기들 살려고 내 이름 댄 것 같은데?”
빠져나갈 구멍 찾는 노, 과연 진실은?

김 전 대령에게 ‘1개 팀을 담당해라’라는 말은 ‘수사2단을 외부에서 담당하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에 “그건 수사관님 생각”이라며 “군에는 지휘권이 있어야 부하를 지휘·통솔할 수 있는데 아무런 지휘 권한이 없는 김용군씨가 어떻게 저 요원들을 지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함께 자리한 이들에게 비상계엄 소집 명령과 장소를 지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기들이 살려고, (내 이름을) 얘기해야 자기들이 빠져나가고 구속 안 되고 그래서 다급하게 둘러대지 않았나 싶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노 전 사령관은 롯데리아 회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날 롯데리아에 모인 이유에 대해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김용군도 살기도 힘드니까 격려도 해주고 때가 되면 내가 직접 전화를 하든지, 여건이 안 되면 너를 통해 전화하면 임무를 맡기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제가 12월3일 방정환이랑 구삼회가 저를 보러 온다고 한 김에 함께 보려고, (그래서) 제가 전화를 걸어서 (안산으로) 오라고 해서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질문 대부분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경찰 측이 “당시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에게 얘기했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진술해보라”라고 하자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내용까지 수사관님께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당시 생각했던 분노나 내 생각, 어떤 가능성 등을 얘기한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내가 지금 잘못 얘기했다가 김 장관께 누가 될까 봐 함부로 말을 못하겠다”고 답했을 뿐이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핵심’ ‘민간인 비선’으로 지목됐지만 정작 그는 상반되는 진술을 하고 있다. 특히 ‘계엄’이라는 단어와 선을 그으며 내란 혐의로부터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노 전 사령관은 “2024년 12월1일 롯데리아에서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에게 계엄을 언급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그런 기억이 없다. 그냥 문상호한테 ‘장관이 너한테 전화가 갈 것’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H시’라는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군에서는 통상 H시라고 표현했는데 ‘어떤 명령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7일 김 대령이 노 전 사령관의 지시로 정 대령에게 건네줬다던 ‘부정선거 선관위 직원 명단 등이 적힌 A4용지 10장이 넘는 문서’에는 “계엄이 선포되면” 등 계엄 선포 계획이 명시적으로 기재돼있었다. 롯데리아에서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과거 행적에 비춰봤을 때 조만간 비상계엄이 선포될 것을 암시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궁 속으로


결국 지난 7일 법원은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심 구속 기간은 지난 9일까지였으나 노 전 사령관이 풀려날 경우 내란 혐의를 받는 공범들과 접촉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노 전 사령관은 최장 6개월 동안 수감 상태를 이어가며 수사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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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