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③선포 10분 전 국무위 상황

불려간 장관들은 입도 벙긋 못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2월3일 저녁, 관용차가 속속들이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섰다. 이날 대통령실로부터 급하게 호출을 받은 국무위원은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비상계엄 선포를 앞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10명의 시선으로 되짚어봤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하기 4시간 전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6시11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비상 계엄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당장 집합”
긴급 명령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 전 장관은 울산서 열리는 김장 행사에 참석한 뒤 서울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김 전 장관은 이 전 장관에게 “어디냐”고 물었고 그는 “울산서 김장 행사 하고 회의를 한 뒤 서울에 가는 길”이라고 답했다.

몇 시쯤 도착하느냐는 질문에 “8시가 넘는다”고 말하니 “도착하는 대로 바로 용산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7시54분,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 이때는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금 용산 집무실로 바로 올 수 있느냐. 도착하면 부속실장이 안내할 것인데, 부인에게 말하지 말고 오라”는 지시를 남겼다.


삼청동 공관서 저녁식사 후 쉬고 있던 한덕수 국무총리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오후 8시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와달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역시 식사 후 귀가하던 차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5층 대통령실에 도착해 한참을 대기했다. 집무실로 들어가니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말을 들은 박성재 장관은 “어떻게 하려고 이러시냐. 문제점은 검토해보셨느냐”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검토해 봤고, 내가 결단해서 (비상계엄을) 하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후 8시55분경 한 총리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소식을 접했다. 윤 전 대통령은 “사실 내 결정을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용산에 있는 간부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경제적·사회적 이유를 들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만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의지가 꺾이지 않자 한 총리가 “그럼 다른 국무위원 말을 들어보시라”며 권유했고 윤 전 대통령은 “그럼 그렇게 모아보세요”라고 응했다.

“부인에게 말하지 말고”
영문 모르고 용산으로

공관에 도착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윤 전 대통령이 ‘재외공관’이라고 쓰인 A4용지 한 장을 건넸고, 이후 한 총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조태열 장관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외교적 영향뿐만 아니라 70여년간 대한민국이 쌓아온 모든 성취를 한번에 무너뜨릴 만큼 엄청난 파장 일으킬 수 있는 문제니 재고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조태열 장관의 해당 발언 당시 집무실에는 본인을 포함해 한 총리,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용 국정원장이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외교부 장관이 조금 세게 말을 했다”며 “이에 대통령은 ‘외교나 경제에 영향이 있는 걸 안다.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제 뜻대로 되지 않은 탓인지 윤 전 대통령의 언성은 단박에 높아졌다. 윤 전 대통령은 조태열 장관을 쳐다보며 다소 언짢은, 격양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개인을 위해 이렇게 하는 거라 생각하세요? 법치주의를 누구보다 신봉하는 내가 오죽하면 이런 생각을 했겠습니까?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 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됩니다. 단기적으로 어려움 있겠지만 한미동맹 등 대외관계와 외교정책에 전혀 영향 없을 것이고 그대로 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다양한 생각은 이해되고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국무위원 상황 인식과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다릅니다. 이 자리에 있어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윤 전 대통령은 근처에 서 있던 김 전 장관에게 “방송 대기 중이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윤 전 대통령이 “나가 달라”고 말하자 김용현 전 장관을 제외한 모두가 집무실서 나와 연결된 대접견실로 이동했다. 그때가 대략 오후 9시20분경이었다.

그제서야 국무위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얹었다. 이 전 장관은 “모두가 망연자실했다”고 상기하며 “대부분 ‘큰일났다’는 반응이었고 ‘(비상계엄을) 미리 아셨냐’ ‘지금 세상에 계엄이 무슨 소리냐. 계엄할 상황이냐’는 주제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반대에도
독불장군

오후 9시 이후 대통령 부속실로부터 전화를 받은 국무위원은 최상목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장관을 비롯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그리고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었다. 국무회의 개의에 필요한 최소 정족수인 11명을 채우기 위해 빠르게 용산으로 올 수 있는 국무위원을 ‘닥치는 대로’ 소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오후 9시42분 가장 늦게 전화를 받은 오 장관은 대통령 부속실 관계자의 전화를 받고 “40분이 걸린다”고 말했지만 10~20분 간격으로 “빨리 오라”는 신경질적인 추가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회의실서 우왕좌왕하던 중 누군가가 이 전 장관에게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가서 말씀 좀 드려봐라’라고 말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접견실에)가 있으라”고 말했다. 국무총리가 몇 차례 집무실로 들어갔지만 결과는 변함없었다.

오후 10시 경, 최상목 장관이 도착했다. 비상계엄 이야기를 들은 최 장관은 한 총리에게 “왜 반대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미 여러 번 반대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그러자 최 장관은 “내가 들어가서 말해보겠다”며 집무실로 들어가 “이건 안 된다. 경제와 국가 신인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돌이킬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미 언론에 특별 담화를 공지했기 때문에 더는 계획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놓고 다수의 국무위원은 ‘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과 중앙지검장의 탄핵이 도화선이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던 최 감사원장을 비롯한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불기소 처분을 결정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현직 검사 3명의 탄핵소추안이 지난해 12월4일 본회의서 처리될 예정이었는데, 이에 분노한 윤 전 대통령이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설명이다.

김 전 장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늘 “사회 곳곳에 암약하는 종북 주사파를 비롯한 반국가 세력을 정리하지 않고는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 “헌법 가치와 헌정 질서를 갖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줄 책임이 있다” “나는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고 진술했다.

아무도
못 막아

“직접 들은 것만으로도 100번이 넘는다”며 오히려 “대통령의 애국심과 구국의 일념에 대해 존경하고 공감하고 동의해 왔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보좌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집무실과 브리핑실을 드나들며 윤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었다. 최 장관은 시종일관 윤 전 대통령 옆에 붙어 있던 김 전 장관을 향해 “왜 가만히 계시냐”고 말했지만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조태열 장관이 “어떻게 된 일이냐” 물었지만 역시나 “대통령이 깊은 고뇌에 찬 결단한 것이니, 국무위원이 뜻을 따라주면 좋겠다”고 일축했다.

송 장관이 용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0시10분 경이다. 보통 회의 등에서 국무위원끼리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지만 그때는 전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송 장관은 옆에 앉은 이 전 장관에게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말하니 “계엄” 딱 한마디가 돌아왔다.

김영호 장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집무실서 나와 대접견실로 들어선 뒤 서 있는 채로 “계엄을 선포해야겠다. 지금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11명째인 오 장관까지 용산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자 곧바로 계엄 의지를 최종적으로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이 대접견실로 오자 최 장관은 “재고해달라, 다시 생각해달라”고 말했으며 박성재 장관 역시 “경제와 외교가 걱정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몇 번의 실랑이가 오가던 중 마지막으로 도착한 오 장관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윤 전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 없이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나 혼자의 결정”이라고 말한 뒤 “지금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 이미 언론에 이야기했고 문의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나중에 보자”하고 대접견실을 나섰다.

이때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종북 좌파 놔두면 나라 거덜” 고성 터진 집무실
“혼자 말하고 혼자 결정…국무회의로 보기 어려워”

오후 10시20분경 윤 전 대통령이 나간 뒤 누군가가 휴대전화를 꺼냈고 곧바로 담화가 시작됐다. 스피커를 통해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는 문장이 나오고서야 국무위원들은 서로 “어떻게 하냐” “어떻게 수습하냐” 등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담화가 끝나고 2~3분 뒤 대접견실로 돌아온 윤 전 대통령은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발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장관은 ▲기재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장이 모여 시장 안정 조치를 위해 진행하는 ‘F4회의’를 해야겠단 생각에 전화기를 들었다. 그는 통화를 마친 후 대통령이 “기재부 장관”이라며 본인과 한 실무자를 불렀고, 그 실무자가 ‘여러 번 접은 종이 쪽지’를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적힌 문제의 그 쪽지다.

송 장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대접견실서 장관들에게 일종의 업무 지시를 했다. 최 장관에게는 경제를 맡기고, 한 총리에게는 “내가 가야 하는 일정을 총리가 대신 해줘야겠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본인에게는 “농산물 물가 뛰지 않게 잘 관리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대접견실에 약 5분 정도 머무른 윤 전 대통령은 집무실로 돌아갔다. 역시나 김용현 전 장관이 함께 들어갔다.

짧은 침묵 후 누군가가 최 장관에게 다가와 출석에 대한 서명을 요청했다. 최 장관은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기 위한 절차라고 생각해 “서명은 못한다”고 말한 뒤 대접견실을 나섰다. 송 장관과 조태열 장관 등도 서명을 거부한 뒤 그대로 대접견실을 빠져나왔다. 이후 국무위원들은 각자 차량으로 용산을 떠났다.

발 빼는
장관들

10명의 국무위원이 윤 전 대통령을 지켜봤지만, 그 누구도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다. 국무위원 조서 중에는 “(당시 회의실)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 더 비참하다” “대통령을 막을 방법이 없어 무기력했다” 등의 진술이 나왔다. 결국 시민이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고 국회로 진입하려는 계엄군을 저지했다.

누군가는 “국무위원의 반대에도 대통령이 결정하면 도의적 책임은 져도 형사적 책임을 국무위원이 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진술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뒤 국회 현안 질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저마다 “비상계엄에 우려를 표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날 선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삼청동 안가 회동 왜?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비상계엄 이튿날인 12월4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께 서울 삼청동 ‘안전가옥(이하 안가)’서 만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조서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이 법제처장에게 전화해 “상황이 갑갑하다….저녁에 뭐하냐”고 물었고 특별한 일정이 없다는 대답에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 과정서 박 장관과 연구원 동기이자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김 민정수석도 합류했다.

약속 장소를 안가로 정한 것은 김 민정수석이라는 게 이 전 장관의 설명이다.

이 장관은 “도시락을 주문해 먹으면서 ‘대체 왜 여기까지 왔냐,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 정국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등 신세 한탄을 했다”며 “할 수 있는 게 없어 1시간 만에 헤어졌다”고 진술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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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발’ 국힘 파멸 시나리오

‘전한길발’ 국힘 파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자, 국민의힘은 또 내홍 속에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 징후가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당내 친한계와 안철수 의원의 걸음도 바빠졌다. 전씨는 역설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을 돕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강경 보수의 떠오르는 별이 된 전한길씨(본명 전유관)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민의힘 정점식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한길씨가 입당한 날은 지난달 9일이고, 입당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안 반대 반발 이어져 정 사무총장은 “온라인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중앙당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며 “시·도당으로 입당하므로, 시·도당에서 확인 후 먼저 논의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씨가 본명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후문도 있다. 전씨의 입당 사실이 알려지자, 친윤계(친 윤석열)와 대립하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던 김용태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씨를 즉각 출당하라”며 “극단적 정치 세력과 절연하는 게 국민 보수를 재건하는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석열 어게인의 아이콘을 국민의힘에 입당시키는 것을 국민께서 어떻게 보실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제 친길계(친 전한길)를 만들 거냐”며 “친길 당 대표·친길 원내대표를 탄생시켜, 당을 내란당·계엄당·윤어게인당으로 완전히 침몰시킬 생각이냐”고 비판했다. 계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 지적을 이어가는 윤희숙 혁신위원장도 “개인의 목소리를 크게 증폭시키는 건 정치인의 몫”이라며 “그런 행위가 우리 당을 점점 위태롭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전씨를 초청한 토론회를 열거나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과 윤상현·장동혁 의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던 바 있다. 반발이 이어지자, 송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의 입당을 놓고 호들갑 떨 것 없다”며 “국민의힘의 자정 능력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고, 송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의견을 바꿨다. 그는 “전씨에 대한 여러 의견을 경청·수렴하고 있다”며 “전씨의 언행을 확인하고, 당헌·당규에 따른 적절한 조치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소속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같은 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당원 자격 심사를 하면 된다”며 “방법을 찾으면,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당원 자격 심사는 입당 신청 후 7일 이내에 해야 한다”며 “기간이 이미 지났고, 시·도당이 모든 사람을 일일이 조치할 순 없다”고 해명했다. 전 입당하자 김 환영…삼각동맹 급 탄생? 이재명의 중도보수 전략 돕는 1등 공신들 실제로 국민의힘은 전신 자유한국당 시절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 중 1명인 김용민씨가 지난 2017년 2월 입당하자, 신속하게 제명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김씨는 자유한국당 경기도당을 통해 입당원서를 제출해 자동으로 입당 처리됐다. 이를 파악한 경기도당은 “김씨가 당을 조롱할 목적으로 입당했다”고 판단한 후 긴급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김씨를 입당 후 8시간 만에 제명했다. 전씨가 본명으로 입당해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김씨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전씨는 입당 후 순식간에 당 대표·최고위원 출마설로까지 거론되는 등 국민의힘 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전씨는 지난 1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에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후보가 없으면, 내가 직접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상 전씨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없다.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만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은 오는 30일부터 2일 동안이고, 전씨는 다음 달 10일부터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 전씨의 입당 목적은 국민의힘을 좌지우지할 실질적 영향력을 얻는 것이다. 전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TV’를 통해 “전한길을 품는 자가 당 대표가 될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입당 목적임을 공표했다. 그는 친윤계 의원으로 알려진 윤상현·장동혁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도 참석했다. 또 윤 전 대통령 구속적부심 심사가 진행되던 서울중앙지법 근처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해 “우리가 국민의힘을 차지해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손 목사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대규모 강경 보수 집회를 주도하는 양대 축이다. 전·손 목사 집회 양대 축 전씨가 차기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실상 손 목사와 전씨가 함께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지난 21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수십만 규모의 ‘우파 개딸(이재명 대통령의 여성 팬)’을 만들 생각도 있다”며 “전한길TV 시청자 10만명이 당원으로 가입했고, 더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0만명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의 추종자들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전당대회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이들의 경쟁자로 알려진 전 목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정치적 야심을 오래전부터 드러냈다. 전 목사가 이들의 활약으로부터 자극받아 국민의힘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들이 국민의힘의 외부 행보를 실질적으로 좌우할 가능성도 있다. 윤 의원과 장 의원은 이미 전씨와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도 지난 21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전씨의 입당은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 환영하고, 다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씨를 일컬어 “강한 우파”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친윤계 의원들은 탄핵 정국에서 이들의 거대한 동원 능력을 확인했다. 이들이 각각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개최한 집회엔 최소 수만 인파가 몰렸다. 국민의힘은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김건희 여사·채 상병·내란)을 방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대응할 수단이라고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이 장외 집회엔 두 목사와 전씨가 동원하는 인파로 채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세 특검 모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명분과 실리를 골고루 챙길 수 있다. 친한계와 쇄신파 의원들이 전씨의 입당을 비판하는 것과 달리, 친윤계가 이 때문에 침묵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지난 21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장관은 “전씨의 입당 절차엔 하자가 없다”며 “여러 사람이 열린 대화를 하는, 더 높은 수준의 단합을 이루는 용광로 같은 조직이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전 목사의 지원을 받은 김 전 장관이 손 목사와 전씨의 지원까지 얻으면, 가장 유력한 당 대표 후보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씨의 입당은 ▲언더 찐윤 ▲김 전 장관 ▲손 목사 등을 실 하나로 꿸 수 있는 결정적인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주도하기 위한 삼각 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쌍권을 쌍전으로? 물론 김 전 장관과 친윤계는 지난 5월 발생한 대선후보 교체 시도 이후 좋은 관계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던 과정과 같이 조직이 필요하다. 친윤계는 “윤석열정부를 망친 원흉”이란 비난을 듣고 있고, 대선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쌍권(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을 대신할 새 얼굴이 필요하다. 친윤계 의원 중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강원을 지역구로 두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당을 주도하는 의원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으로선 이미 효용 가치를 다한 쌍권을 ‘쌍전(전광훈·전한길)’으로 교체해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 대중 동원 능력이 없는 쌍권과 달리, 쌍전은 대중 동원 능력까지 갖췄다. 언더 찐윤의 새 얼굴이 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극우 정당 득세 과정과 똑같아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우 정당은 전통적인 기득권과 대중 앞에서 광대 노릇을 할 포퓰리스트가 결합해 득세한다. 독일의 나치당도 독일 전통 귀족 융커와 대중선동에 능한 아돌프 히틀러가 “배후에서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게 만든 유대인·공산당을 몰아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뭉쳐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도 부유층과 저소득층을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고, 장마리 르펜이란 선동가가 창당해 차근차근 키운 이후 돌풍을 일으켰다. ▲언더 찐윤 ▲보수 성향의 전통 지지 기반 ▲대중 선동에 능한 쌍전의 결합 등도 위 사례들의 흐름으로 연결되지 않으리라 보장은 하기 어렵다. 이들의 결합이 국민의힘의 비극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18일 선언으로부터 비롯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라며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에선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후 3연속 총선 패배 극우 10만명 입당이 해결책? 이후 진보 진영 내에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을 극우로 규정하는 기사와 칼럼이 다수 나오고 있다. 작가 박권일씨는 <한겨레21> 기고 칼럼들을 통해 이 의원을 “극우 엘리트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고 칼럼을 통해 “새 정부는 이 의원과 같은 극우 정치인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도 지난 15일 <일요시사>와 만나 “이 의원은 사회 갈등과 혐오에 기반해 선동한 후 자기 세력을 만드는 극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경 페미니즘 세력과 격렬하게 다투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이 의원의 행보를 매개로 “이 의원은 극우 정치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선 다양한 찬반 의견이 나온다. 이 의원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반대하고, 국민의힘에서 각종 극단주의 세력과 다퉜던 이 의원이 왜 극우 정치인이냐”고 반발한다. 이 움직임을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선언과 맞물려 판단해보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한 데 묶어 극우로 규정한 후, 민주당이 전통적인 보수 영역을 차지하고, 진보 진영의 외연도 함께 확대하려는 장기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이 그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런 흐름을 강하게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극우 컬트 정당으로 어떻게 이재명정부를 견제할 수 있겠느냐”며 “이대로 가면 보수 정치가 완전히 무너져 민주당이 일본 자민당 같은 입지를 차지하는 1.5당 체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났고, 전날인 19일엔 안 의원을 만났다. 당의 극우화를 막기 위한 ‘반 극우연대’ 논의를 위한 만남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 의원도 지난 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같은 취지의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극우화 징조와 언더 찐윤의 부각은 3연속 총선 참패로부터 비롯된다. 국민의힘은 새누리당이었던 지난 2016년 이후 진행된 3번의 총선에서 모두 참패했고, 의석도 나날이 줄었다. 특히 치명적인 것은 수도권 참패였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 내 수도권 기반 정치인의 힘이 약해졌고, 전통적 지역 기반에서 조용히 기득권을 누리는 의원들은 ‘언더 찐윤’으로 조직화했다. 이들과 다퉈왔던 친한계 의원들과 안 의원은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이들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 보수’ 선언을 했던 지난 2월은 국민의힘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을 겉으로만 비판할 뿐 체포 저지를 시도하고,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도 겉으로만 반대하는 상황이 일어난 이후였다. 점점 짙어지는 극우화 징조 이 대통령과 민주당·진보 진영으로선 국민의힘이 현실적 자정 능력을 사실상 잃었음을 파악한 후 “자신 있게 동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진 전략은 영남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지리적 차원의 전략이었다. 반면 이 대통령의 동진 전략은 이념적 차원의 전략이다.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해 김 전 장관·언더 찐윤과 손잡고, 전당대회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만약 이 대통령과 민주당·진보 진영의 동진 전략이 성공한다면, 쌍권과 쌍전이 1등 공신으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