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상흔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2.05 19:48:33
  • 호수 1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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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자국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두툼한 외투를 여민 여대생들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율동기념음악관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잠시 평온한 캠퍼스임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건물 뒤편의 그림자 아래에는 여전히 붉고 푸른 래커 자국이 선명하다.

동덕여대는 지난해부터 공학 전환을 두고 내홍을 겪었다. 내부 갈등은 폭발했다. 지난 3일 진행된 총장의 기습 발표가 뇌관이었다. 학생들의 반대가 컸음에도 학교는 2029년 공학 전환을 향해 방향을 굳혔다. 거리에 남은 건 공학 반대의 잔흔뿐이다. 이제는 ‘동덕여대, 공학 전환 확정’이라는 한 줄이 운명을 대신하고 있다.

캠퍼스는 지금…

한파 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3일 <일요시사> 취재진은 오후 3시에 예정됐던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타당성 분석 결과 발표’에 참석하기 위해 동덕여대로 향했다. 그러다 1시50분경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동덕여대 2029년 남녀공학 전환’ 화면에 떠오른 제목은 계획된 발표를 앞질러 이미 내린 결론인 듯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2029년부터 대학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가 공학 전환 추진을 권고한 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교문 앞을 서성이는 취재진과 마주한 A씨는 자신을 동덕여대 동문이라고 소개하면서 “교내 경비가 동문인 본인의 교내 출입을 저지했다”며 “나보고 경찰을 부른다고 했다”고 외치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은 공론화위로부터 제출받은 최종 권고안을 존중하고 수용한다면서 “지난 갈등을 슬기롭게 마무리해 대학의 담대한 여정에 함께해주시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공학 전환 논란이 불거지며 동덕여대 내에 극단적인 시위 소동이 벌어지자 대학은 공론화위를 7월 출범시켰다. 김 총장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공론화위는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등 모든 구성원들의 참여로 이뤄질 것이며, 공학 전환에 대한 모든 것들을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부터 외부 컨설팅 용역업체를 통해 중장기 발전 계획 연구와 공론화 과정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대학 본부가 갑작스레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타당성 분석 결과 발표’를 지난 3일에 하겠다고 공지했다. 지난 6월부터 외부 컨설팅 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해 진행한 공학 전환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대학은 또 지난달 26일부터 사설 경비업체를 통해 본관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동덕여대는 그동안 외부인 출입을 제한해 왔는데, 오전·오후로 번갈아가며 경비를 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내에는 긴장감이 조성됐다.

대학은 교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 ‘건물 래커 제거 행사’를 공지했으나, 위협성 글이 확인돼 잠정 연기했다. 이 행사는 학생과 교수, 직원들이 참여가 가능했으며,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커피 쿠폰을 증정하고, 교내 마일리지를 준다는 혜택이 있었다.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은 이 행사가 “학생 사회의 정당한 의사 표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총투표 앞두고 기습 발표
학생 반대 무릅쓰고 전환

교내 곳곳에는 학생들의 심정이 담긴 대자보가 잇따라 붙기 시작했다. 졸속으로 추진되는 공학 전환과 교내 경비 투입으로 불안감이 조성됐다는 의견 등 다양한 내용이었다. 정문 기둥에 부착된 가장 큰 대자보는 “래커 시위 복구 비용으로 대학이 학생에게 요구했던 54억원의 산정 근거와 논리적 구조를 밝히고 있지 않다. 학생을 향한 압박으로 느껴지는 행사를 취소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학생들은 이번 결정에 학교 구성원 전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동덕여대 20학번 B씨는 “학생들은 십중팔구 (공학 전환을) 이해할 거다. 다만 여대를 선택해서 온 학생들과 의견수렴을 하는 과정이 미흡했고, 총장 직선제 등 투명한 재정 운영과 소통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학생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산하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이날 총장 입장문 발표에 대해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조정을 요청해 학생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대학을 위해 학우들과 끝까지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운위는 학교 측에 지난 3일부터 5일 오후 6시까지 이뤄지는 ‘공학 전환에 대한 8000 동덕인 총투표’ 결과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학생들은 교문 앞에서 동덕여대의 정관 변경을 허가하지 말고 공학 전환 추진 과정에 개입해달라는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졸업한 동문들로 구성된 동덕여대 민주동문회는 지난 3일, 공학 전환 타당성 분석 결과 발표회가 열리는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앞에 섰다. 이들은 동문과 학생의 의사 존중 없이 여대 존치를 무너뜨리고, 이해당사자를 포괄적으로 구성하지 않는 등 대학 본부의 처사를 비판했다.

김종분(국어국문학과 77학번) 동덕여대 민주동문회 회장은 “공학 전환 논란의 본질은 비민주적 학사 운영과 열악한 교육 환경 문제로,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방향만 바꾸는 것은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를 지켜보던 동덕여대 24학번 C씨는 “학교의 경쟁력을 이유로 공학 전환을 한다는 건 순서가 맞지 않다. 그동안 제기됐던 사학 비리부터 우선 해결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래커칠 시위와 고소 후…
본관 통제 및 동문 패싱

김 총장은 공학 발표문에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공학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으나, 사실 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의 다수 의견은 ‘여대 유지’였다. 지난 2일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논의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학생 2059명(71.3%, 최종조사 기준)은 여대 유지 의견을 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체 구성원 수가 3176명(학생 2889명, 교원 163명, 직원 124명)임을 따져보면, 응답자 3명 중 최소 2명이 여대 존치 의견을 낸 셈이 된다. 다만 대학은 재학생들의 반대와 우려가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만 했다.


중운위는 입장문을 통해 “115년간 이어져 온 여성고등교육기관인 동덕여대가 2029년 이후에도 지속되기를 원한다”며 “대학은 더 이상 미래 발전이나 구성원 간 화합이라는 추상적 표현 뒤에 숨지 말아야 하며, 재학생들이 왜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5일, 대학의 발전을 논의하는 대학비전혁신추진단 2차 회의에서 감소하는 학령인구에 대비해 남녀공학 전환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의 도중 나온 수의 언급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이 확실해졌다는 소문은 빠르게 확산돼 며칠 뒤인 11월11일부터 2000여명의 반대 시위, 서명, 대자보와 총학생회의 반발을 낳았다.

대학 측은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 결정된 건 없다”고 해명했으나, 총학생회 측은 공학 전환이라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전환 시도의 철회를 요구했다. 학생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당시 동덕여대 캠퍼스 교문 앞에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근조화환을 설치하고, 래커로 ‘공학 반대’ 등 문구를 칠하는 등 교내 시설을 훼손하고 수차례 농성까지 벌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총장의 임기 내 역할 수행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학교 측은 교내 점거 농성에 참여한 학생들을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학교가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으나, 해당 혐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학생 22명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9월에 네 차례, 양일에 걸쳐 하루 두 차례씩 진행한 타운홀미팅에 김 총장은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여성 대학의 존립과 관련된 중요한 자리에 의사결정권자가 참석하지 않은 사실에 논란이 일었다.

한 동덕여대 교수는 지난 2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김명애 총장보다 재단의 결정권이 더 크기 때문에 교수나 교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거나 학생들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결정된 공학 전환에 대해 ‘끼워 맞추기’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조속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횡령 혐의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4일, 김명애 총장을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교육과 무관한 법률 자문·소송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를 받는다.

학교 측은 “대학 운영상 필요한 법률 비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성의당은 “총장이 횡령 혐의로 송치됐는데도 학교는 아무 조치 없이 공학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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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