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추가 기소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비롯한 ‘북한 도발 행위’가 국지전 야기를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판단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은 ‘2차 계엄’이다. 김 전 장관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되자 투입되지 않은 지상작전사령부를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호필이가 김용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한 예비역 장성의 말이다.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이 지난해 초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상식적 압력·지시로 인해 고초를 겪었다는 말로 해석된다. 실제 강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시달릴 때마다 신원식 전 안보실장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수차례 토로했다.
막가파식 개입
김 전 장관은 신 전 실장이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대통령 경호처장이었다. 고위 공무원이 군 인사에 개입하거나 현직 장군에게 연락해 정치적 중립성에 위반되는 발언이나 지시를 하면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강 전 사령관은 지작사령관이 되기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 신분이었다. 그럼에도 김 전 장관은 강 전 사령관에 “전광훈 목사 등 보수에서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 내용은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이 김 전 장관을 일반이적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담았다.
같은 달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길에 미국 하와이에 들러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했고 하와이 호텔에서 “한동훈은 빨갱이”라고 비난하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군이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김 전 장관과 강 전 사령관이 있었다.
강 전 사령관은 귀국해 신 전 실장에게 “대통령이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려 하고 김 처장이 동조를 강요하니 전역하겠다”고 보고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일요시사>에 “호필이가 ‘김용현 처장이 대통령을 말리지 않았다’며 크게 놀라 했다”고 전했다. 신 전 실장은 김 전 장관에게 “군 인사에 개입한다는 얘기도 모자라서 말도 안 되는 거에 따르라고 하냐. 대통령 보좌나 잘하라”고 비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실장의 꾸중을 들은 김 전 장관은 강 전 사령관에게 “왜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돌아다니냐”며 “심기 경호 차원에서 그런 걸 왜 심각하게 생각하냐”고 했다.
군 출신 한 고위 관계자는 “여인형이 박모 전 정보사 여단장에 대해 비속어를 섞어가며 강 전 사령관에게 얘기했고 김용현이 강 전 사령관에게 ‘그런 애들이랑 어울려 다니지 말라’는 등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시도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기행은 3개월 후에도 이어졌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으로 부족했는지 합참 등에 북한 오물 풍선 원점 타격과 경고 사격을 여러 차례 강요했다.
미동원 지작사에 연락 김용현·노상원 생각
강호필, 신원식에 수차례 “김, 위험” 고충 토로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을 일반이적 혐의로 기소하면서 북한 오물 풍선 경고 사격과 원점 타격을 시도하려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지난해 10월27일 김 전 장관은 강 전 사령관에게 “대통령과도 얘기했다. 오물 풍선 6000여개가 우리 지역에 떨어졌고, 심지어 폴란드 대통령 행사 현장에도 북한의 삐라가 살포됐다” “대통령도 선을 넘었다고 한다”며 경고 사격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사령관이 우려를 나타내자 김 전 장관은 “야 인마, 너는 그렇게 겁이 많아”라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은 오물 풍선 원점 타격에 반대하는 합참 쪽에 화를 내기도 했다. 김명수 전 합참의장과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지난해 11월22일 김 전 장관을 찾아 원점 타격에 반대 의사를 표했는데, 김 전 장관은 책상을 치며 김 전 의장에게 화를 냈다고 공소장에 기재됐다.
김 전 장관이 계속 원점 타격을 언급하자 김 전 의장과 이 전 본부장은 국방부와 합참, 합참의장, 국가안보실, 국회 사전 통보 등을 거쳐야만 원점 타격 실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 절차를 세분화한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전 장관의 행동이 “정전협정 위반은 물론 자위권 행사 요건에도 충족하지 않는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협의 또한 거치지 않는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강 전 사령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팀에 출석한 건 지난 9월15일이다. 지상작전사령부 관계자로는 처음이다. 당시 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에게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12·3 비상계엄일 전까지 어떤 얘길 나눴는지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에서 연락이 왔는지 ▲사전에 계엄을 알고 있었는지 ▲김 전 장관 및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는 어떤 관계였는지 등을 물었다.
강 전 사령관은 2013년~2015년 대통령 경호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을 지낼 당시 청와대를 경호하는 군사관리관이였던 노 전 사령관과 친분을 다졌다. 특히 이 둘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에 20여차례 연락을 취했다.
강, 최소 6개월 전부터 계엄 플랜 사전 인지
복수의 예비역 장성들 “진짜 할 줄 모른 듯”
강 전 사령관은 지난 1월14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40분 (계엄사로부터) 출동 준비가 가능하냐는 문의가 있었으며, 계엄사의 한 중령으로부터 7군단에 문의가 왔고, 7군단이 지작사 참모장에게 전화했다. 구체적으로 2신속대응사단장이 7군단장에게 보고했고, 7군단장이 지작사 참모장에게, 참모장이 저에게 보고했는데 즉시 중지를 명령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강 전 사령관은 특검팀에 “영관급 장교들이 연락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내가 직접 연락받은 적은 없다. 국회에서 증언했던 것처럼 계엄이 선포될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국회에서 “계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에게 2차 계엄에 대해 캐묻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지작사가 언급됐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시간은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다. 윤 전 대통령은 3시간여 뒤인 오전 4시27분에야 공식 해제를 선포했다.
이 사이에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과 여러 차례 통화를 나눴다.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이제 뭘 더 어떻게 하겠냐… 최선을 다했으니 그걸로 됐다”고 하기 전 “지작사가 아직 남았다. 빨리 전화라도 해서 동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도 결심실에서 김 전 장관과 박 전 계엄사령관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다 내보낸 뒤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서 의결했어도 새벽에 비상계엄을 재선포하면 된다”고 했다. 김 전 장관에게 연락을 받은 노 전 사령관은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과 여 전 사령관을 통해 계엄사에 파견된 영관급 장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살길 찾아야죠”
그러나 강 전 사령관이 출동을 막아서면서 김 전 장관의 계획은 좌초됐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마지막으로 강 전 사령관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통화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이후 김 전 장관에게 “살길 찾아야죠”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군 고위 관계자는 “노상원이 강호필에게 전화를 걸었던 건 김용현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거나 조만간 큰일을 치러야 하는데 부탁할 게 있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강호필은 노상원과 김용현의 행태에 대해 신원식에게 ‘위험하다’고 여러 번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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