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국민의힘 솟아날 구멍

가차없이 밀어내고 속절없이 끌려가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롭다. 여소야대 정국이 부담스러운 마당에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여당이 구석에 몰렸지만 정부도 크게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상황을 반전시킬 ‘솟아날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다.

22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이 공회전에 공회전을 거듭한 끝에 마무리됐다. 국회법에 명시된 상임위원장단 구성 시한을 17일 넘긴 시점에서다. 결국 국민의힘은 7개 상임위를 받아들였다. 여론전서 밀린 채 야당에게 주도권을 넘겼다는 평이 나온다.

108석
식물 정당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달 10일,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등 주요 상임위의 11개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에게는 “남은 7개 상임위원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국민의힘도 마냥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독 선출한 11개 상임위원장에 대한 원전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법사·운영위원장을 여야가 1년씩 돌아가며 맡거나 운영위원장만이라도 국민의힘이 가져가는 등 여러 차례 협상을 시도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여야 원구성 협상 시도는 주말에도 이뤄졌다. 보다 못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19일 “이번 주말까지 원구성 협상을 종료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렸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우 의장과 함께 논의를 시도했지만 회동은 채 30분도 채우지 못하고 파행됐다.

추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 의장이 어떤 중재안도 제시한 바 없고, 박 원내대표도 어떤 타협안을 제시한 바 없다”며 “이제 빈손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강경한 어투로 말했다.

이어 “앞으로 (박 원내대표를)만날 일은 없다”며 “국민의힘에서 총의를 모아 우리 스스로 결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튿 날인 24일 국민의힘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수용키로 했다. 의총서 논의한 결과 18개 상임위를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는 건 저지해야 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국민의힘이 맡게 된 상임위는 ▲외교통일 ▲국방 ▲기획재정 ▲정무 ▲여성가족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정보위 등 7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추 원내대표가 의지 있게(7개 안을) 밀어붙였다고 들었다”며 “당내에서는 강경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분위기였는데, 여당이 국회를 공회전시킨다는 비판은 불가피하니 우선 국회를 가동시키자는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울면서 받아든 7개 상임위
날 선 청문회에 ‘난장판’

의총 직후 추 원내대표는 입장 발표를 통해 “절대다수 의석을 무기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폭주하는 민주당과의 원구성 협상은 더 이상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며 “작금의 상황에 분하고 원통하다. 저 역시 누구보다 싸우고 싶은 심경”이라고 전했다.


우 의장은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이 22대 국회로 돌아온 것에 대해 “(여당 입장서)꽉 막혀 있는 국면이었고,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하고도 갈등이 있고, 거기에다가 특검법 등이 있었다”며 “모두 합쳐진 지경이어서 합을 만들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이자 현명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18개 중 7개, 그것도 주요 상임위를 제외한 만큼 당내에서는 국민의힘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아쉬운 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임기 3년차에 접어든 만큼 정부를 등에 업고 힘을 발휘해야 하지만 쏟아지는 민주당의 공세를 막기에도 급급하다는 평이다.

“빈손 협상은 무의미하다”던 국민의힘이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한 데에는 지난달 21일 열린 국회 법사위 입법 청문회가 한몫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보이콧으로 자리를 비운 탓에 온전한 민주당의 단독 무대를 만들어준 데 따른 반성이란 것이다.

이날 열린 청문회는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이하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였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주요 증인이 출석한 자리기도 했다.

하지만 세 명 모두 증인선서를 거부하자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이 전 장관에게 “증인선서를 거부하겠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 사이에서는 “대놓고 거짓말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고성이 터져 나왔다.

상임위를 놓고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던 때라 여당 의원은 보이콧 기조를 내세워 청문회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자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을 질타하는 동시에 증인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정 위원장은 증인에게 호통을 치거나 10분간 퇴장 조치를 명하기도 했다.

마주치면
으르렁∼

민주당이 상임위를 끌고 가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여당인 만큼 장시간 국회를 비우는 것 또한 부담이 됐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이 국회로 돌아왔지만 ‘일하는 국회’가 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원구성 협상이 끝난 다음 날인 25일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가 야당 주도로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한 입법 청문회를 열었지만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청문회 일정이 사전 협의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청문회 시작 전 여당 국토위 간사인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야당 간사인 민주당 문진석 의원에게 항의의 뜻을 전했다.

권 의원은 “우리가 이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 (야당이)일방적으로 청문회를 정한 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들어왔으니까 의사일정을 협의해서 정해야 될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날 청문회 역시 국민의힘을 제외한 야당 의원만 참석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도 정해졌으니 국회가 제대로 가동되는 일만 남았다 생각했고, 다른 의원님들도 청문회는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협의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일정을 잡아버렸다. 잡아당기면 끌려오는 그런 무력한 여당의 모습으로 비치는 데 우려가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문턱서 버티는 걸로 국회 주도권을 잡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좀 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열린 법사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통위) 청문회에는 참석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여야가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지만 ‘난장판 국회’라는 비판 속에 서로 상처만 남겼다.

이날 법사위 회의 중 정청래 위원장은 여당 간사로 내정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에게 “성함이 어떻게 되느냐”며 대뜸 질문했다. 유 의원도 지지 않고 “위원장 성함은 누구냐”고 물었고 정 위원장은 “저는 정청래 위원장”이라고 답했다. 이에 유 의원이 “저는 유상범 의원”이라고 말하는 이상한 장면이 연출됐다.


알고 걷는
가시밭길

이후에도 정 위원장이 유 의원을 향해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셔라”라고 질타하자 유 의원은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하지 않았겠냐”고 받아쳤다.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고등학교 때 공부 잘했던 걸 환갑이 넘어서 자랑하고 있냐”고 쏘아붙이면서 낯뜨거운 설전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과방위에선 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MBC 사장 출신인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에게 위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김 의원이 MBC와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사적 이해관계에 의해 과방위 활동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이 강하게 항의하며 퇴장했지만 15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도 발생했다.

7월은 이보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용산발 악재가 겹겹이 터지는 가운데 각종 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이 연이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21대 국회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상병 특검법이 7월 본회의 처리 대상 1순위에 올랐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KBS 라디오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다음 주(7월 첫 주) 정도 본회의에 상정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지만 재표결서 결국 통과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청문회도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4일 “(채 상병 등) 입법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성원을 확인한 만큼 김건희 특검법 청문회를 지체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2일부터 4일까지는 대정부질문이 이어진다. 민주당은 정치·외교·안보 분야서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고물가 시대에 따른 민생경제 위기에 초점을 맞춰 정부를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사회·문화 분야에서는 국회 교육위원장인 김영호 의원이 직접 질의자로 나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기간 격돌하는 의대 증원 갈등과 더불어 화성 화재 참사 피해 지원과 재발 방지대책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야당이 휘두르면 여당은 납작
줄줄이 특검에 울리는 경고등

8·9일에는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된다. 야유와 고성으로 얼룩지는 등 한바탕 진흙 싸움이 일어날까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극한으로 치닫던 21대 ‘혐오 국회’의 연장선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상황서 국민의힘이 뾰족한 수를 내놓지 않는 한 여론의 주도권을 되찾기 어려워 보인다. 수적으로 밀리는 것은 물론 분위기를 반전시킬 마땅한 카드도 없다. 전당대회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4파전 구도서 내부총질 기류가 흐르면서 오히려 긴장감이 맴도는 분위기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향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총선서 공약으로 제시했던 ‘대학생 천원 아침밥’ 정책과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을 초등학생의 예체능 학원비까지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채택했다.

최근 보여줬던 강경 투쟁 이미지 탈피를 노렸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단순히 일하는 국회를 넘어 민생에 체감이 될만한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 정 위원장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자충수를 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러는 ‘정청래 방지법’을 발의해야 한다며 논의에 착수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여의도 내 힘겨루기’에 치중한 탓에 민생은 뒷전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회 폭거’에 따른 조치라고 항변한다. ‘식물 여당’ ‘무력한 여당’ 프레임을 깨고 싶어도 민주당이 의석수로 눌러버리니 일을 하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반격의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상임위, 국회의장, 주요 일정 전부 ‘민주당이 휘두르면 국민의힘이 납작 엎드려라’라는 식”이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위기가 초래했다. 국민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도 상당히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대로 끝?
반전 카드

존재감을 과시하는 민주당은 앞으로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주요 상임위를 모두 가져갔지만, 나머지 7개를 국민의힘에 나눠줬으니 ‘국회 독식’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특검 정국을 이어갈 명분과 실리도 톡톡히 챙겼다.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단일대오를 강조해 왔다. 윤 대통령도 나서서 당의 화합을 도모했다. ‘원팀’ 타이틀마저 금이 간다면 식물 정당을 넘어 여권 분열로 이어질 것이란 불안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거대 야당의 집중 사격 속 가드가 풀리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부의장에 6선 주호영

여당 몫 국회부의장에 6선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최종 당선됐다.

4선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을 누르고 후보에 오른 주 의원은 “민주당 출신 의장·부의장의 독단과 독주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보다 선수가 낮은 5선인 점을 꼬집은 이들도 있었지만 주 의원은 “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2대 1로 상대하는 자리이기에 부의장의 선수가 높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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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