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니끄 논현’ 점거 두산건설 고무줄 계산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1.06 16:02:39
  • 호수 1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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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문 걸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보타니끄 논현’ 현장이 진흙탕 소송전에 휘말렸다. 시공사 두산건설이 발주처인 라미드그룹과 ‘공사비 절감’을 명분으로 맺은 ‘코스트앤피(Cost & Fee)’ 방식 계약이 불투명한 이윤 구조로 드러나면서다. 라미드그룹에 ‘절감’을 약속한 두산건설은 ‘200억원 증액 청구서’를 내밀었다.

두산건설은 2021년 8월 라미드그룹(라미드관광)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제안 내용은 “공사비 총액 439억원 내 절감 가능, 코스트앤피 방식 적용”이었다. 이 방식은 시공사가 투입한 실제 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이윤(Fee)을 붙이는 구조로, 이론상 원가 투명성이 높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분양 막고
입주자 볼모

두산은 견적 당시 ‘적산업체를 통한 단가 검증과 도면 기반 내역 산출’을 강조했으나, 이후 공사 도중 “공사비가 상한선을 초과했다”며 200억원 추가 청구에 나섰다. 발주처가 보기에 이는 ‘계약 정신을 정면으로 뒤엎은 기망 행위’였다.

라미드관광은 당시 GS건설과 동양건설 대신 두산건설을 택했다. 결정적 이유는 “공사비 절감” 제안이었다. 그러나 두산건설은 공사 진행 중 “코스트앤피 계산 결과 상한액을 넘는다”며 총 2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이는 전체 공사비의 42% 증가분으로,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사비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라미드관광 측은 “총액이 명시된 계약인데 증액을 주장한다면 그건 ‘절감형 공사’가 아니라 ‘무제한 청구형 계약’”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은 법정 다툼을 넘어 현장 점유 문제로 번졌다. 두산건설은 2021년 10월 PF대출 기관에 유치권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법적으로 유치권을 한번 포기하면 효력이 소멸되며, 이후 점유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두산건설은 공사비 소송과 동시에 라미드그룹 회장 개인재산에 가압류를 단행했다. 라미드그룹은 호텔 4곳, 골프장 6곳을 보유한 자산 4조원 규모의 종합 리조트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규모상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데 개인재산까지 묶은 건 ‘감정적 보복성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두산건설은 ‘보타니끄 논현’ 근린시설 일부의 출입을 봉쇄, 입주민과 발주자의 열쇠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치권 포기 후 점유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보타니끄 입주민 상당수는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분쟁으로 인해 문전박대를 당하는 상황이다. 

“200억 더 내놔”···계약 뒤 42% 추가 요구
절감 약속했지만···코스트앤피 구조적 허점

두산건설 측은 ‘보타니크 논현’과 관련해 “공사비를 수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당사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손실을 감내하며 책임을 다해 성실 준공을 완료했고, 수분양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상적인 계약을 한 수분양자 및 입주자분들에게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 시행사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당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미드가 주장하는 입주 방해는 사실과 다르다. 최초 전 세대 분양이 완료됐지만, 시행사에서 계약 과정의 오류로 인해 일부 세대의 분양 계약이 해지돼 미분양 세대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처분권한은 대주단에게 있어 시행사는 임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이 같은 계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시행사에서는 2세대를 무단 임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주단 또한 무단 임대는 명백한 위반사항으로 채무불이행사유가 발생될 예정으로 통보했고, 해당 세대는 정상적인 분양 세대가 아니기에 당사는 입주를 불허한 것으로, 정상적인 분양 세대들은 차질 없이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두산건설은 코스트앤피 계약방식에 대해 “다수의 사업을 운영하는 시행사에서 계약 조건을 모르고 계약했다는 발언이나, 상당 기간 협의를 진행하던 과정 중 돌연 기존 계약 내용을 무시한 일방적인 요구는 이미 수백억원의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책임 준공을 완료한 당사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 “통상적으로 발주처(시행사)에서 제시한 설계도면을 기반으로 공사비 산출이 진행되나, 해당 사업장은 계약 당시(21년 10월) 도면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에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약했고, 향후 도면 확정 시 공사비 산정방식을 계약 기준에 따라 상한도급공사비를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공사비 갈등
유치권 행사

이들은 “계약 조건에는 상한 도급 공사비 합의가 안될 경우, 기존의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발주처의 선택에 따라 계약해지도 가능하게 돼있다”며 “이후 두산건설은 1년여 동안 공사비 협의에 성실히 임했지만, 공사비가 오르자 돌연 PF기준 금액인 439억원이 상한이라고 엉뚱한 주장을 하며,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부정하고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당사는 부득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사비 갈등이 심해지면서 유치권 행사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유치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두산건설은 라미드관광이 공사 대금 증액 부분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주상복합 2가구와 오피스텔 17실의 현관 열쇠를 입주민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타니끄 논현은 아파트 29가구와 오피스텔 42실로 구성됐다.

라미드관광 측은 “두산건설이 처음부터 유치권을 행사해 열쇠를 주지 않아서 분양이든 임대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은 “해당 가구들은 애초에 미분양 물량이라 임대할 수 없는데 시행사가 임대를 놓으려고 해서 유치권을 행사한 것이고 지금은 상가를 제외하면 푼 상태”라며 “열쇠를 주지 않는 이유는 미분양 물량이기 때문이고, 분양 물량은 정상적으로 입주했다”고 반박했다.

사건의 발단은 공사비에서 시작됐다. 라미드그룹과 두산건설은 2021년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 439억원으로 견적을 주고받았는데, 그해 말 실제 계약에서는 코스트앤피 방식을 쓰기로 합의했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자 건설 현장에서도 이 방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유엔사 용지(더 파크사이드 서울) 등에서도 이 방법이 활용됐다.

절반 가까이
오른 청구서

문제는 지난해 공사를 마치고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두산건설이 라미드그룹에 공사비로 최초 견적보다 182억원(42%) 올라간 621억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라미드그룹은 당초 제시된 총액 한도를 초과한다며 이를 거부했고, 두산건설이 유치권 행사로 맞불을 놨다.

라미드그룹은 “코스트앤피로 계약서를 쓸 때 ‘도급 공사비에 상한가를 적용해 도급 계약 금액을 확정한다’고 명시했고, 이 상한액은 총액 공사비(439억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산건설은 “‘상한가’라는 단어는 최종 실시설계도를 납품받고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비용을 측정해 산정한 공사비를 뜻하는 것”이라며 “입찰 당시 견적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두산건설이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산한 공사비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상호 협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데 라미드관광은 이와 관련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시행사 측은 “책임 준공을 확약하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공사는 어떤 경우든 공사를 끝내도록 돼있었다”고 맞섰다.

최근 자재값이 폭등하고 인건비도 올라가자 공사비는 여러 건설 현장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3으로, 5년 전(99.31)과 비교해 32% 가까이 올랐다.
공사비 갈등이 잇따르자 검증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건수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19년 3건에서 2024년에는 36건까지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벌써 30건으로 지난해 검증 건수의 83.3%를 넘어섰다. 유치권 행사도 최근 서울 논현동뿐만 아니라 경기 군포, 광주광역시 등에서도 발생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코스트앤피 계약을 맺을 때 원가는 물론, 추가 이윤으로 인정할 세부 항목들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계약서에 열거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방법을 활용한 경험이 짧고 마땅한 표준계약서의 가이드라인도 없어 혼란이 크다.

유치권 포기 각서 내고도 불법 점유 논란
“회장 개인 재산 가압류” 감정적 압박까지

라미드그룹은 “공사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비용에 검증 절차 없이 맹목적으로 이윤을 붙였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절감 노력을 할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오히려 도덕적 해이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코스트앤피는 발주자가 검증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제한 청구’가 가능한 위험한 계약 구조”라며 “두산 사례는 계약의 불투명성과 대형 건설사 중심의 시장 권력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발주자 원가 감사 의무화와 유치권 남용 제재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두산건설은 투명한 원가 구조를 내세워 수주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그 투명성은 법정 공방으로 바뀌었다. 한국 건설산업은 오랜 기간 ‘브랜드 신뢰’와 ‘갑질 관행’ 사이에서 흔들려왔다. 이번 논란은 한 건의 민사소송을 넘어 ‘코스트앤피’라는 제도적 허점이 어떻게 대기업의 무기가 되는지 그 민낯을 드러낸다.

투명성 없는 절감 제안은 결국 또 다른 폭리의 시작일 뿐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상한가’라는 단어는 최종 실시설계도를 납품받고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비용을 측정해 산정한 공사비를 뜻한 것”이라며 “입찰 당시 견적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산한 공사비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상호 협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데 라미드그룹은 이와 관련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라미드관광 측은 “책임 준공을 확약하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공사는 어떤 경우든 공사를 끝내도록 돼있었다”고 맞섰다.

한편,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에 휩싸였던 보타니끄 논현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월, ‘보타니끄 논현’의 일부 계약자들은, 시행사인 라미드관광과 분양·홍보를 담당한 솔렉스마케팅이 ▲건물 입면 설계 ▲세대별 야외 테라스 제공 ▲지하 세대 창고 제공 등과 관련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절감형 공사”
함정 빠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약 5개월간의 조사와 심사를 거쳐 이달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직원 교육 자료 및 상담 자료는 위법 행위로 볼 수 없거나 위반 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는 경우여서 무혐의로 판단했으며, 블로그와 홈페이지 게시물은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위법 여부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심사 절차를 종료했다.

라미드관광 관계자는 “이번 판정으로 억울한 오해를 해소하게 돼 다행”이라며 “입주민들이 만족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강남 대표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스트앤피’ 불공정 사례

시공사가 실제 투입한 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이윤(Fee)을 붙여 청구하는 방식인 코스트앤피는 투명한 원가 정산을 위한 제도였지만, 검증 장치가 없는 경우 발주자가 공사비 통제력을 잃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해외에서는 회계감사기관의 실시간 검증 의무화로 악용 여지를 차단하지만, 국내에는 여전히 법적 관리체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9년 초 대우건설이 하도급 업체인 A 건설에게 지불해야 할 공사 대금을 수개월간 지급하지 않던 이유도 코스트앤피 계약 때문이었다.

해당 공사는 S-OIL이 발주한 울산 RUC&ODC(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 프로젝트로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 2년여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 7월 준공했다.

A 건설은 배관 및 기계 설치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의 하도급업체로, 같은 해 4월 공사를 완료했지만 총 공사 대금 304억원 중 42억원을 아직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건설 측은 “당초 받아야 할 금액은 66억원이었으나 대우건설 측이 삭감을 요구했다”면서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대금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삭감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대우건설 측이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룬 탓에 7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급여도 못 주고 있어 파산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당 공사에서 ‘코스트앤피’ 계약이므로 발주처인 에쓰오일 측이 공사 대금을 주지 않아 하도급 업체에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A 건설이 요구하는 공사비가 과도하다고 판단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에쓰오일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주장하고 있는 코스트앤피 방식은 발주처인 에쓰오일과 원청인 대우건설 간의 문제로, 표준하도급 계약을 맺은 대우건설과 A 건설 간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건설이 자사의 공사 대금 지급 의무를 에쓰오일 측에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만일 대우건설이 A 건설 측과 공사비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 중인 상황이라면 대우건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A 건설 측과 잔여 공사 대금을 이미 24억원이나 삭감한 42억원에 협의해놓고도 여전히 공사비가 과다하다며 A 건설에도 책임을 돌리고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

또 대우건설은 해당 공사를 통해 A 건설뿐 아니라 다수의 하도급 업체에게도 공사비를 미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기업 갑질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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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