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니끄 논현’ 점거 두산건설 고무줄 계산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1.06 16:02:39
  • 호수 1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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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문 걸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보타니끄 논현’ 현장이 진흙탕 소송전에 휘말렸다. 시공사 두산건설이 발주처인 라미드그룹과 ‘공사비 절감’을 명분으로 맺은 ‘코스트앤피(Cost & Fee)’ 방식 계약이 불투명한 이윤 구조로 드러나면서다. 라미드그룹에 ‘절감’을 약속한 두산건설은 ‘200억원 증액 청구서’를 내밀었다.

두산건설은 2021년 8월 라미드그룹(라미드관광)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제안 내용은 “공사비 총액 439억원 내 절감 가능, 코스트앤피 방식 적용”이었다. 이 방식은 시공사가 투입한 실제 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이윤(Fee)을 붙이는 구조로, 이론상 원가 투명성이 높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분양 막고
입주자 볼모

두산은 견적 당시 ‘적산업체를 통한 단가 검증과 도면 기반 내역 산출’을 강조했으나, 이후 공사 도중 “공사비가 상한선을 초과했다”며 200억원 추가 청구에 나섰다. 발주처가 보기에 이는 ‘계약 정신을 정면으로 뒤엎은 기망 행위’였다.

라미드관광은 당시 GS건설과 동양건설 대신 두산건설을 택했다. 결정적 이유는 “공사비 절감” 제안이었다. 그러나 두산건설은 공사 진행 중 “코스트앤피 계산 결과 상한액을 넘는다”며 총 2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이는 전체 공사비의 42% 증가분으로,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사비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라미드관광 측은 “총액이 명시된 계약인데 증액을 주장한다면 그건 ‘절감형 공사’가 아니라 ‘무제한 청구형 계약’”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은 법정 다툼을 넘어 현장 점유 문제로 번졌다. 두산건설은 2021년 10월 PF대출 기관에 유치권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법적으로 유치권을 한번 포기하면 효력이 소멸되며, 이후 점유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두산건설은 공사비 소송과 동시에 라미드그룹 회장 개인재산에 가압류를 단행했다. 라미드그룹은 호텔 4곳, 골프장 6곳을 보유한 자산 4조원 규모의 종합 리조트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규모상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데 개인재산까지 묶은 건 ‘감정적 보복성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두산건설은 ‘보타니끄 논현’ 근린시설 일부의 출입을 봉쇄, 입주민과 발주자의 열쇠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치권 포기 후 점유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보타니끄 입주민 상당수는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분쟁으로 인해 문전박대를 당하는 상황이다. 

“200억 더 내놔”···계약 뒤 42% 추가 요구
절감 약속했지만···코스트앤피 구조적 허점

두산건설 측은 ‘보타니크 논현’과 관련해 “공사비를 수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당사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손실을 감내하며 책임을 다해 성실 준공을 완료했고, 수분양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상적인 계약을 한 수분양자 및 입주자분들에게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 시행사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당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미드가 주장하는 입주 방해는 사실과 다르다. 최초 전 세대 분양이 완료됐지만, 시행사에서 계약 과정의 오류로 인해 일부 세대의 분양 계약이 해지돼 미분양 세대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처분권한은 대주단에게 있어 시행사는 임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이 같은 계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시행사에서는 2세대를 무단 임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주단 또한 무단 임대는 명백한 위반사항으로 채무불이행사유가 발생될 예정으로 통보했고, 해당 세대는 정상적인 분양 세대가 아니기에 당사는 입주를 불허한 것으로, 정상적인 분양 세대들은 차질 없이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두산건설은 코스트앤피 계약방식에 대해 “다수의 사업을 운영하는 시행사에서 계약 조건을 모르고 계약했다는 발언이나, 상당 기간 협의를 진행하던 과정 중 돌연 기존 계약 내용을 무시한 일방적인 요구는 이미 수백억원의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책임 준공을 완료한 당사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 “통상적으로 발주처(시행사)에서 제시한 설계도면을 기반으로 공사비 산출이 진행되나, 해당 사업장은 계약 당시(21년 10월) 도면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에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약했고, 향후 도면 확정 시 공사비 산정방식을 계약 기준에 따라 상한도급공사비를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공사비 갈등
유치권 행사

이들은 “계약 조건에는 상한 도급 공사비 합의가 안될 경우, 기존의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발주처의 선택에 따라 계약해지도 가능하게 돼있다”며 “이후 두산건설은 1년여 동안 공사비 협의에 성실히 임했지만, 공사비가 오르자 돌연 PF기준 금액인 439억원이 상한이라고 엉뚱한 주장을 하며,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부정하고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당사는 부득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사비 갈등이 심해지면서 유치권 행사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유치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두산건설은 라미드관광이 공사 대금 증액 부분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주상복합 2가구와 오피스텔 17실의 현관 열쇠를 입주민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타니끄 논현은 아파트 29가구와 오피스텔 42실로 구성됐다.

라미드관광 측은 “두산건설이 처음부터 유치권을 행사해 열쇠를 주지 않아서 분양이든 임대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은 “해당 가구들은 애초에 미분양 물량이라 임대할 수 없는데 시행사가 임대를 놓으려고 해서 유치권을 행사한 것이고 지금은 상가를 제외하면 푼 상태”라며 “열쇠를 주지 않는 이유는 미분양 물량이기 때문이고, 분양 물량은 정상적으로 입주했다”고 반박했다.

사건의 발단은 공사비에서 시작됐다. 라미드그룹과 두산건설은 2021년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 439억원으로 견적을 주고받았는데, 그해 말 실제 계약에서는 코스트앤피 방식을 쓰기로 합의했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자 건설 현장에서도 이 방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유엔사 용지(더 파크사이드 서울) 등에서도 이 방법이 활용됐다.

절반 가까이
오른 청구서

문제는 지난해 공사를 마치고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두산건설이 라미드그룹에 공사비로 최초 견적보다 182억원(42%) 올라간 621억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라미드그룹은 당초 제시된 총액 한도를 초과한다며 이를 거부했고, 두산건설이 유치권 행사로 맞불을 놨다.

라미드그룹은 “코스트앤피로 계약서를 쓸 때 ‘도급 공사비에 상한가를 적용해 도급 계약 금액을 확정한다’고 명시했고, 이 상한액은 총액 공사비(439억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산건설은 “‘상한가’라는 단어는 최종 실시설계도를 납품받고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비용을 측정해 산정한 공사비를 뜻하는 것”이라며 “입찰 당시 견적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두산건설이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산한 공사비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상호 협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데 라미드관광은 이와 관련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시행사 측은 “책임 준공을 확약하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공사는 어떤 경우든 공사를 끝내도록 돼있었다”고 맞섰다.

최근 자재값이 폭등하고 인건비도 올라가자 공사비는 여러 건설 현장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3으로, 5년 전(99.31)과 비교해 32% 가까이 올랐다.
공사비 갈등이 잇따르자 검증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건수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19년 3건에서 2024년에는 36건까지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벌써 30건으로 지난해 검증 건수의 83.3%를 넘어섰다. 유치권 행사도 최근 서울 논현동뿐만 아니라 경기 군포, 광주광역시 등에서도 발생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코스트앤피 계약을 맺을 때 원가는 물론, 추가 이윤으로 인정할 세부 항목들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계약서에 열거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방법을 활용한 경험이 짧고 마땅한 표준계약서의 가이드라인도 없어 혼란이 크다.

유치권 포기 각서 내고도 불법 점유 논란
“회장 개인 재산 가압류” 감정적 압박까지

라미드그룹은 “공사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비용에 검증 절차 없이 맹목적으로 이윤을 붙였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절감 노력을 할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오히려 도덕적 해이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코스트앤피는 발주자가 검증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제한 청구’가 가능한 위험한 계약 구조”라며 “두산 사례는 계약의 불투명성과 대형 건설사 중심의 시장 권력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발주자 원가 감사 의무화와 유치권 남용 제재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두산건설은 투명한 원가 구조를 내세워 수주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그 투명성은 법정 공방으로 바뀌었다. 한국 건설산업은 오랜 기간 ‘브랜드 신뢰’와 ‘갑질 관행’ 사이에서 흔들려왔다. 이번 논란은 한 건의 민사소송을 넘어 ‘코스트앤피’라는 제도적 허점이 어떻게 대기업의 무기가 되는지 그 민낯을 드러낸다.

투명성 없는 절감 제안은 결국 또 다른 폭리의 시작일 뿐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상한가’라는 단어는 최종 실시설계도를 납품받고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비용을 측정해 산정한 공사비를 뜻한 것”이라며 “입찰 당시 견적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산한 공사비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상호 협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데 라미드그룹은 이와 관련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라미드관광 측은 “책임 준공을 확약하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공사는 어떤 경우든 공사를 끝내도록 돼있었다”고 맞섰다.

한편,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에 휩싸였던 보타니끄 논현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월, ‘보타니끄 논현’의 일부 계약자들은, 시행사인 라미드관광과 분양·홍보를 담당한 솔렉스마케팅이 ▲건물 입면 설계 ▲세대별 야외 테라스 제공 ▲지하 세대 창고 제공 등과 관련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절감형 공사”
함정 빠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약 5개월간의 조사와 심사를 거쳐 이달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직원 교육 자료 및 상담 자료는 위법 행위로 볼 수 없거나 위반 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는 경우여서 무혐의로 판단했으며, 블로그와 홈페이지 게시물은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위법 여부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심사 절차를 종료했다.

라미드관광 관계자는 “이번 판정으로 억울한 오해를 해소하게 돼 다행”이라며 “입주민들이 만족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강남 대표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스트앤피’ 불공정 사례

시공사가 실제 투입한 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이윤(Fee)을 붙여 청구하는 방식인 코스트앤피는 투명한 원가 정산을 위한 제도였지만, 검증 장치가 없는 경우 발주자가 공사비 통제력을 잃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해외에서는 회계감사기관의 실시간 검증 의무화로 악용 여지를 차단하지만, 국내에는 여전히 법적 관리체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9년 초 대우건설이 하도급 업체인 A 건설에게 지불해야 할 공사 대금을 수개월간 지급하지 않던 이유도 코스트앤피 계약 때문이었다.

해당 공사는 S-OIL이 발주한 울산 RUC&ODC(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 프로젝트로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 2년여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 7월 준공했다.

A 건설은 배관 및 기계 설치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의 하도급업체로, 같은 해 4월 공사를 완료했지만 총 공사 대금 304억원 중 42억원을 아직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건설 측은 “당초 받아야 할 금액은 66억원이었으나 대우건설 측이 삭감을 요구했다”면서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대금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삭감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대우건설 측이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룬 탓에 7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급여도 못 주고 있어 파산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당 공사에서 ‘코스트앤피’ 계약이므로 발주처인 에쓰오일 측이 공사 대금을 주지 않아 하도급 업체에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A 건설이 요구하는 공사비가 과도하다고 판단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에쓰오일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주장하고 있는 코스트앤피 방식은 발주처인 에쓰오일과 원청인 대우건설 간의 문제로, 표준하도급 계약을 맺은 대우건설과 A 건설 간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건설이 자사의 공사 대금 지급 의무를 에쓰오일 측에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만일 대우건설이 A 건설 측과 공사비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 중인 상황이라면 대우건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A 건설 측과 잔여 공사 대금을 이미 24억원이나 삭감한 42억원에 협의해놓고도 여전히 공사비가 과다하다며 A 건설에도 책임을 돌리고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

또 대우건설은 해당 공사를 통해 A 건설뿐 아니라 다수의 하도급 업체에게도 공사비를 미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기업 갑질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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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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