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LH 사태 오버랩 내막

투기로 엎친 데…검풍 덮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형 사건 전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기 마련이다. 원인 규명을 위해 상황을 되짚다 보면 ‘시발점’이 된 사건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특정 사안이 거대한 후폭풍을 불러오기도 한다. 

정당의 목표는 정권 재창출이다. 정당의 행보는 4~5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 선거는 ‘승자독식’ 구조로 돼있다. 말 그대로 이기는 쪽이 모든 영광을 갖게 된다.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선거 등 선출직의 수가 줄어들수록 그 집중도는 더욱 커진다.

승승장구하다
내리 2번 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탄핵 정국 이후 선거에서 승승장구했다. 2017년 3월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된 후 보궐선거로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게 시작이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대선 기간 내내 나올 정도로 싱거운 싸움이었다. 

1년 뒤인 2018년 6월13일 열린 7회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압도했다. 총 8석의 광역시장 중 대구(자유한국당)를 제외한 7석을 싹쓸이했고, 총 9석의 도지사 중에서도 경북(자유한국당)과 제주(무소속)를 제외한 7석을 차지했다. 

21대 총선은 그야말로 민주당 잔치였다. 민주당은 180석(민주당 163석+더불어시민당 17석)을 확보하면서 ‘슈퍼여당’으로 거듭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개헌을 제외한 입법 활동에서 대부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103석(미래통합당 84석+미래한국당 19석)으로 개헌 저지선(100석)보다 3석 더 얻는 데 그쳤다. 지역별 의석 수를 보면 민주당의 승리는 더 압도적이다. 서울에서 41석(총 49석), 경기에서 51석(총 59석), 인천에서 11석(총 13석) 등 수도권에서 의석을 싹쓸이했다. 

파죽지세로 선거마다 이기던 민주당이 고꾸라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4월7일에 치러진 재보궐선거부터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의혹을 받아 사퇴하면서 다시 선거가 열린 것. 수도와 제2도시의 광역시장이 한꺼번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면서 양당 모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선거가 됐다.

선거 앞두고 터진 악재
서울·부산 압도적 패배

민주당은 ‘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 잘못으로 생긴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서울과 부산에 후보를 냈다. 결과는 서울과 부산 모두 참패. 서울시장은 오세훈 후보, 부산시장은 박형준 후보가 당선됐다. 1~2위간 격차가 20%p 이상 나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민주당은 보궐선거 한 달 뒤인 지난해 5월12일 패배 원인을 자체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이 외부 조사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서울시 유권자 대상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보고서다. 그 결과 민주당 지지층이 재보궐선거에서 지지를 철회한 이유로 조국·검찰개혁 사태와 부동산·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 젠더 갈등 등이 꼽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이른바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은 문재인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사안이다. 반면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보궐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불거졌다. 당시 20차례가 넘는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부동산 민심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LH 사태가 쐐기를 박은 것.


그 후폭풍은 대선까지 이어졌다. LH 사태로 드러난 ‘내로남불’이 대선 기간 내내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민주당은 대선에서 ‘정치신인’을 후보로 내세운 국민의힘에 0.7%p 차이로 졌다. 불과 24만표 차의 석패였지만 패자에게 가해진 타격은 어마어마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년 만에, 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정권을 내주자 민주당은 내홍에 빠졌다. 문제는 민주당의 최근 행보가 향후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6월1일 지방선거가 있고, 2년 뒤 22대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한 번 터지니
후폭풍 계속

대선에서 진 민주당으로선 지방의회와 중앙의회 권력을 내주게 되면 다시 정권을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지층과 반비례해 비토층 역시 견고해지고 있기 때문.

게다가 6월 지방선거는 차기 정부 출범 직후에 치러진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차기 정부에 일단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을 뚫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완전히 포기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위해 ‘오로지 직진 모드’에 돌입하면서 민심의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검찰, 경찰, 심지어 대법원까지 검수완박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2년 동안 이미 의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도 진행하지 않았던 검수완박 입법을 문 대통령의 임기가 20여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밀어붙이는 것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각이 많다. 문정부 관련 수사, 이재명 상임고문 관련 수사 등을 검수완박 입법을 통해 무마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민주당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라 여기고 있다. 출범 직후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문정부에 민주당은 입법으로 발을 맞췄다.

그 결과 경찰의 숙원이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진보진영의 숙원이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됐다. 

모두 반대해도
무조건 통과?

현재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만 수사할 수 있다.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마저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이어 172명 전원 발의로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문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법을 공포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속도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결사 반대에 나섰고 김오수 검찰총장은 직을 걸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법안의 위헌성까지 언급됐다. 


검찰 내부는 당연히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기인 2003년 이후 19년 만에 전국 평검사 회의가 열렸으며 서울·대전·대구 등 전국 6개 고검장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의 권한을 이어받을 경찰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반대 입장이 속속 나오는 중이다. 

심지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강경파에 밀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민주당은 ‘위장 탈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민주당이 왜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국민의힘이 검수완박법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대비해 양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사보임했다. 국회법상 여야 동수 3명씩 총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는 최장 90일까지 법안을 심사할 수 있다. 법안이 안건조정위에 회부되면 문 대통령 임기 내 처리는 물 건너 가는 셈이다.

안건조정위는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안건을 곧바로 처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6명 중 비교섭단체 몫으로 양 의원을 임명해 안건조정위 비율을 4대2로 만들어 처리하겠다는 ‘꼼수’를 계획하기에 이른다.

‘위장 탈당’ 카드까지 
입법 폭주에 지지층도?

양 의원이 현재는 무소속이지만 민주당에 적을 뒀던 만큼 여당의 손을 들어주리라고 판단한 것.


이 꼼수는 민주당의 예상과 달리 양 의원이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무너졌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20일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켰다. 무소속이 된 민 의원을 양 의원의 자리에 앉히려는 이른바 ‘위장 탈당’ 카드였다. 어떻게 해서든 안건조정위 회부를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용기를 냈다.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역할에 대비하려는 뜻”이라고 적었다. 양 의원은 민 의원의 탈당에 입장문을 내고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검수완박 입법은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박 의장은 미국‧캐나다 해외 순방 일정을 보류한 바 있다. 당시 검수완박 입법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먼저 수용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중재안 수용 의사를 밝혔다. 양당이 중재안을 모두 수용하기로 하면서 검수완박 법안은 임시회의를 거쳐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검수완박 입법 강행이 민주당 ‘폭망’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민주당의 다급한 행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부 지지층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지층을 잡으려다 민심을 잃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토끼 잡다
폭망의 시작?

부동산 문제는 문정부를 통째로 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문제로 민심이 돌아선 이후 민주당은 중요한 선거에서 이미 두 번 패했다. 문정부 내내 화두였던 검찰개혁이 향후 민주당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20여일, 지방선거는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1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