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법무부-검찰 반전의 줄타기

벼랑 끝 총장님, 장관님이 구세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무부와 검찰 수장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강하게 대립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당시 검찰총장)의 대립, 이른바 ‘추윤대전’이 극한까지 치달았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전쟁이라고 칭할 만큼 첨예하게 맞부딪힌 시기였다. 추윤대전은 추 전 장관이 취임한 지난해 1월부터 윤 후보가 퇴임한 올해 3월까지 1년 넘게 이어졌다. 

아군인가?

조국 전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한 추 전 장관은 임기 초부터 검찰인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검찰청법 제34조에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되,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정하고 있다.

추 전 장관과 윤 후보는 ‘의견 청취’ 부분에서 처음 맞부딪힌 이후 사사건건 대립했다. 

추·윤 대전은 추 전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이후 윤 후보가 퇴임하면서 휴전 상태에 접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추 전 장관과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된 윤 후보는 현재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서로를 언급하며 으르렁대는 중이다. 


반면 추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한 박범계 장관과 윤 후보에 이어 검찰총장이 된 김오수 총장은 비교적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총장은 문재인정부 주요 고위직 후보로 연이어 이름을 올린 끝에 검찰총장으로 낙점됐다.

당초부터 친정부 인사로 여겨진 만큼 박 장관과 호흡을 맞추는 데 있어서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1년 내내 싸웠던 추·윤
무난한 관계 유지 박·김

실제 지난 6월 취임 이후 5개월 동안 김 총장이 박 장관과 대립각을 세운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검찰인사, 주요 수사 지휘 등 굵직한 검찰 내 이슈에서도 김 총장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검찰총장까지 겸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 

최근에도 이 같은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선을 4개월 앞두고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에서 김 총장의 행보에 박 장관이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검찰청 감찰부는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통상 대변인들은 언론 대응을 위해 개인 휴대전화가 아닌 공용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윤 후보 재직 당시 권순정 전 대변인도 해당 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감찰부는 휴대전화 임의제출을 요구하면서 윤 후보 관련 의혹 조사를 명목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해당 휴대폰을 참관자 없이 포렌식한 뒤, 그 자료를 압수수색 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공수처의 ‘하청 감찰’ ‘주문 감찰’ 등의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법조계에서는 대검 감찰부의 휴대전화 압수를 두고 언론 감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김 총장이 대검 감찰부로부터 공용 휴대전화 압수의 필요성을 사전에 보고받고 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9일 해명을 요구하는 출입기자단과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김 총장 측이 대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승인은 안 했고 보고는 받았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김 총장은 출입기자단과 대치 끝에 자리를 뜨면서 “제가 여러분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유감을 표했고, 취재진은 “총장이 해명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 측은 “대검 전임 대변인들 공용 휴대전화 불법 포렌식은 명백한 선거개입 범죄고 관권선거”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대검은 공용 휴대전화를 사용한 전임 대변인들의 동의도 얻지 않았을 뿐 아니라 통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법원 영장도 발부받지 않고 휴대전화 사용자의 참관도 없이 불법 압수수색을 한 것이니 김오수 검찰총장의 대검은 법을 수호하는 기관이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공용폰 압색 “문제없다”
성남시 변호사 “봉사 차원”

실제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 압수 건을 두고 ‘윤 후보 죽이기’라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박 장관은 “대검 공용폰 압수는 문제가 없다”며 “선거개입 의사도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는)사유폰이 아니고 공용폰이다. 정보주체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며 “보관자의 임의제출에 의한 감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언론 감시 의혹에 대해서도 “(해당 휴대전화는)여러 차례 초기화돼서 특별한 자료가 있지 않다. 언론에 대한 감시라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며 “그런 취지로 당사자가 항변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김 총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성남시의 고문변호사로 일한 전력과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성남시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올해 5월7일까지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재직했다. 이 같은 이력이 알려지자 야권에서는 검찰이 대장동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총장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김 총장은 대검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고문료 월 30만원은 전액 법무법인 계좌에 입금돼 회계 처리됐으며, 성남시 공사대금 소송 사건은 법인에서 수임해 수행했다”고 해명했다. 박 장관은 해당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특별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며 “(김 총장)본인이 거주하던 자치단체에서 봉사 차원에서 고문 변호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적군인가?

현재 윤 후보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으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특히 윤 후보의 경우 가족과 측근도 검찰의 레이더망에 걸린 상태다. 여야의 대선후보가 모두 검찰과 얽혀 있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 

김 총장의 임기는 문재인정부와 차기 정부에 절묘하게 걸쳐져 있다. 문정부의 마지막을 함께하면서 차기 정부의 시작을 함께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양손에 후보 각각의 사건을 쥔 김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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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