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제로' 사라진 김오수 검찰총장 속사정

몰래 칼 가나…두문불출 ‘서초차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총장의 존재감은 정권 말이 다가올수록 빛을 발한다. 대통령의 임기 4~5년차에 터지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기 때문.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이제 8개월 남짓. 그럼에도 검찰총장이 보이질 않는다. 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 사라졌다.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 자리는 이른바 ‘독이 든 성배’다. 교체와 연장의 기로에 서 있는 정권의 행보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동안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들은 호흡기를 달아주거나 숨통을 끊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왔다. 

칼자루 쥔
마지막 총장

정권 말 낙점된 마지막 검찰총장은 그 끝이 좋았던 경우가 많지 않다. 김태정 전 총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당시 야권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선언해, DJ 집권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됐다. 하지만 옷 로비 사건으로 해임돼 재판까지 받았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전 총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유임된 후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다 그가 서거하자 사퇴했다. 김수남 전 총장도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지만 문정부에서 재신임 받지 못했다. 이렇듯 역대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은 누가 임명되든 잡음을 피할 수 없었다. 

역설적으로 정권 말에 이를수록 검찰총장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는 뜻도 된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직선제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전임 대통령들은 임기 4년차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대통령 측근을 중심으로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왔고 검찰 수사 여부에 따라 레임덕의 수위가 결정됐다. 임기 막바지가 되면 모든 관심은 차기 대선후보에 쏠린다. 대부분의 전임 대통령은 임기 말 몸담았던 정당을 탈당해 토막 난 지지율을 보면서 쓸쓸히 퇴장했다. 

임기가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경우 검찰총장의 고뇌는 더욱 깊어진다. 임명권자의 등에 칼을 꽂을지, 호위무사가 될지 등 검찰의 행보를 결정하는 일도 검찰총장 손에 달렸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오수 총장은 이 같은 공식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것치고는 존재감이 ‘0’에 가깝다. 언론 보도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까지 겸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그로서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6월 취임 후 잠행 지속
두 달 뚜렷한 행보 없어

실제로 최근 언론 보도에서 김 총장이 주인공(?)인 기사는 많지 않다. 지난달 2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하계휴가를 떠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총장은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문제를 뒤로 하고 나흘간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고 김홍영 검사의 부친을 만났다. 김 검사는 2016년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2016년 3~5월 택시와 회식자리 등에서 후배 검사였던 김 검사를 네 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무부는 형사처벌 없이 김 전 부장검사에게 해임 결정을 내렸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그를 폭행과 모욕‧강요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김준혁 판사)은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단체 대화방 등에서 괴로워한 점 등을 종합하면 폭행죄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고 위법성을 조각할 이유가 없어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김 총장은 김 검사의 부친과 만난 자리에서 위로의 말을 건네고 ‘국민중심 검찰추진단’을 통해 조직문화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업무수행 중 순직한 검찰 구성원들을 기억하고자 대검 내에 추모 시설을 설치하는 계획도 설명했다. 

총장 멈추니
수사도 멈춰

지난달 23일에는 전국 34개 지검·지청의 초대 인권보호관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 총장은 “인권보호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줄탁동시’라는 말처럼 시대의 흐름을 읽고 중요성에 걸맞은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줄탁동시는 제자의 역량을 알아차리고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스승의 예리한 기질을 비유한 말이다. 

지난 6월1일 취임 이후 박 장관과 인사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검찰 직제개편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대선 정국에 돌입한 정치권에서도 김 총장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예 ‘식물총장’이 된 것이냐는 지적도 있다. 

김 총장은 취임 전부터 ‘총장 패싱’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법무부는 김 총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고 인사 기준을 논의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 취임 전 인사위원회 개최에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 전 총장 때 첫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이 크게 약진한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검사는 검찰권 행사에 있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하복종 관계에 있다는 원칙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사동일체 원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구습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조직 내에선 여전히 검찰총장의 지배력이 막강하다. 

김 총장의 행보에 따라 수사 진행이 빨라질 수도 더뎌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검찰의 주요 현안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먼저 김 총장은 휴가에서 복귀한 이후에도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수사심의위 개최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30일 이 사건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배임 교사 등 일부 혐의는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통상 수사심의위는 소집이 결정된 뒤 1~2주 뒤에 열렸지만 백 전 장관의 수사심의위는 한 달이 넘도록 개최 시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사정을 고려해 수사심의위 개최 시기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김 총장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눈치 보기?
중립 유지?

윤 전 총장 가족·측근 의혹 사건도 수사가 멈춰있는 상태다. 김 총장은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을 일체 보고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수사팀이 윤 전 총장 관련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대검이나 검찰총장에 보고하지 말 것을 지시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 

김 총장은 이들 사건과 이해관계가 없어 지휘라인에서 배제될 이유가 없지만 법무부나 대검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박 장관도 “검찰총장이 전국 모든 수사를 일일이 지휘해야만 수사가 돌아가고 그렇지 않으면 수사가 멈춘다는 기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김 총장의 수사 지휘 배제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총장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 눈치 보기’ ‘정치적 중립 유지’ 등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김 총장이 수사 진행에 따라 정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권 말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왔던 검찰의 과거 모습을 답습하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 총장의 검찰총장 인선 배경이 그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은 문정부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인 인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문정부 요직마다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가 김 총장을 지명하면서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고 감사위원, 공정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권익위원장 등 후보에 거론됐다”며 “공직자 후보에 최다 노미네이션 됐는데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을 정도. 

수사심의위 개최 안 하고
윤석열 사건 보고 안 받고

당초 김 총장은 차기 검찰총장 1순위가 아니었다. 문정부의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혔던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그가 차기 검찰총장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하지만 이 고검장이 김 전 차관 사건으로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최종 후보에 들지 못하자 김 총장이 급부상했다. 김 총장은 다른 3명의 후보와 비교해 많은 표를 받지 못했음에도 박 장관의 제청을 받고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임명됐다. 

청와대는 17기(문무일)→23기(윤석열)→20기(김오수) 등 기수 역전을 감행하면서까지 김 총장을 검찰총장에 지명했다. 정권 말 마지막 검찰총장은 확실한 ‘내 편’으로 심어왔던 과거 사례처럼 김 총장이 정부의 행보와 발을 맞출 것이라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취임 전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때부터 ‘정권의 호위무사’ ‘방탄 총장’ 등의 수식어가 김 총장을 따라다녔다.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청와대를 겨냥한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빈번하게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 재임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대립, 즉 추·윤 갈등 과정에서 줄어든 검찰총장의 권한이 김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도 있다. 법무부 등에서 윤 전 총장을 겪으면서 이른바 학습효과가 생겼고, 이로 인해 검찰총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태생적 한계
앞으로도?

김 총장의 운신 폭이 당장 넓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대선 모드에 돌입했고, 후보 선출 과정에 몰두하고 있는 만큼 김 총장이 섣부른 행보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31일까지. 임기만 보장된다면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그는 검찰총장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김 총장은 숨어 있는 걸까, 숨죽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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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