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걷던 친정부 검사들의 운명

누가 되든 싹 다 물갈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막강하다. 승자독식의 구조의 대통령선거는 전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전쟁은 5년마다 반복된다. 역으로 말하면 어떤 권력도 5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친정부 인사’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고 아무리 높은 권세도 10년 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말을 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4~5년에 한 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임기 말에 가까워 올수록 이 말의 무게는 남달라진다.

5년마다
집권 전쟁

문재인정부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20여일 후면 차기 대선의 승자가 결정된다.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국민의 결정을 받는 것이다. 대선은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미래 권력에 대한 기대가 분출하는 장이다.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여당은 현 정부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이를 지속해야 한다는 선거전략을 내세운다. 반면 야당은 현 정부의 부정적인 부분을 앞세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여야 모두에게 현 정부의 5년은 선거전략의 배경이 되는 셈이다. 

문정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를 넘나드는데 정권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과반인 독특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임기 마지막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 개인 인기와 반비례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은 절반이 넘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정권교체’를 지지 이유로 꼽았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널을 뛸 때조차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비율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는 별개로 문정부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정부의 5년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검찰개혁’이다. 검찰은 문정부 임기 내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개혁 대상이라는 양면적인 상황에 놓인 채 5년 내내 다양한 사건에 휘말렸다.

문정부 들어 승승장구
논란에도 오히려 영전

검찰에 대한 관심은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윤 후보 모두 검찰과 관련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후보는 문정부에 이어 검찰개혁을, 윤 후보는 검찰 독립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내부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문정부 들어 ‘꽃길’을 걸은 검사가 부각되고 있다. 이른바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의 결과가 이들의 운명과 맞물려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 승자에 따라 꽃길이 가시밭길로 바뀔 수도 있고, 그대로 꽃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힌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그는 문정부 들어 말 그대로 로열 로드를 걸었다. 검찰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요직 중 3자리를 거쳤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순이다.


심지어 지난해 6월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된 피의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당초 검찰인사에서 승진이 누락되거나 좌천성 승진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결국 주요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자리로 가게 된 것.

이 고검장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무렵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칼 역할을 하면서 사사건건 대립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공개적으로 윤 후보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지지율 높은데
정권교체 열망

연루 의혹을 받은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결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일도 있었다. 

윤 후보에 이어 차기 검찰총장 0순위로 꼽혔던 이 고검장은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을 시작으로 서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4명으로 추린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관련 논란에도 이 고검장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 고검장이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지적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건이다.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공수처가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가 몇몇 기자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사찰’ 의혹까지 불거졌다. 공수처 논란의 면면에 이 고검장의 존재가 있는 것이다.

이 고검장과 함께 박은정 성남지청장도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힌다. 최근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두고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각되는 중이다. 성남FC 의혹 사건은 2015~2017년 네이버, 두산건설 등 6개 기업이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총 160여억원을 성남FC에 제공하고 민원을 해결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 후보였다.

피의자인데
고발당해도

2017~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바른미래당 등에서 이 후보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고발하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1월 이 사건을 담당하던 박하영 전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쓰고 사의를 밝히면서 재차 불거졌다.

박 전 검사는 경찰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지청장이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친정부 검사로 꼽히는 박 지청장이 여당 대선후보의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을 의도적으로 막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검사는 결국 지난 10일 검복을 벗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에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라고 지시했고, 결국 무혐의 처분한 경기남부 분당경찰서에서 다시 사건을 넘겨 받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2월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발탁된 박 지청장은 같은 해 말 윤 후보의 감찰·징계를 직속상관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밀어붙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후보의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한 감찰 중 법무부 감찰관실 파견 검사가 ‘박 지청장이 보고서 내용을 일부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 의혹으로 고발됐지만 검찰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지난해 6월 검찰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성남지청장으로 영전했다.

박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역시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다. 2020년 12월4일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이종근2’라는 이름의 참여자와 윤 후보 징계를 사전 논의하는 사진이 포착됐을 때 그 정체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윤-이 검찰 관련 정반대 공약
새 판 짜면 누가 살아남을까?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자 박 지청장의 남편인 이 지검장의 이름이 언급된 것.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임기 내내 대립각을 세운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역시 친정부 검사로 알려져 있다. 추 전 장관 시절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탁된 그는 당시 ‘윤석열 대항마’로 불리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이 윤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임 감찰관을 보냈다는 추측이 제기됐을 정도. 

최근에도 임 감찰관은 윤 후보와 ‘장외싸움’을 벌이고 있다. 공수처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된 윤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재정신청을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신청은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기소 여부 등을 대신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 후보 관련 4건의 사건 중 가장 먼저 결론이 나왔다. 이 사건은 2020년 윤 후보가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대검 감찰부에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담당하도록 지시해 검찰총장의 직권을 남용하고 감찰 행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해당 의혹을 두고 ‘한명숙 구하기’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임 감찰관은 공수처의 무혐의 결론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뜻을 보였다. 공수처의 결론으로 임 감찰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정부 검사가 한 전 총리를 구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선 이후
검 운명은?

차기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검찰은 새 판을 짤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 아래에서 친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이들이 계속해서 꽃길을 걸을지, 아니면 또 다른 친정부 검사가 나올지는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 대선은 이제 3주도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의 검사’ 한동훈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은 현 정부에서 가장 ‘가시밭길’을 걸은 검사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무렵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이었던 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사실상 직무 배제됐다.

2020년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된 이후 같은 해 6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났다.

또 4개월 뒤에는 법무연수원 진천본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 추가 좌천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검찰 인사 이후에는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의 일의 일부이니 담담하게 감당하겠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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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