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급반전' 윤석열 한동훈 승부수

설마설마했는데…묘수? 악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묘수일까, 악수일까. 대통령 당선인이 놓은 수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불러올 후폭풍은 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 분명한 사실은 대통령 당선인이 불리한 정치구도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점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 취임하기까지 2개월 동안 온갖 인사의 이름이 거론된다. 내각 인선을 위한 장관 후보자 지명에 관심이 쏠리기 때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후보자를 찾는 데 골몰한다. 

아무도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실력’을 내각 인선의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깜짝’ ‘파격’ 인사는 없다는 뜻도 드러냈다. 1차 내각 인선 발표 때에도 이 같은 기조가 지켜지는 듯했다. 다양성 부족 등의 지적이 나오긴 했지만 ‘실력주의’라는 기준으로 일정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지난 4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능력 있고 실력 있는 분들로 구성할 것”이라며 “도덕성을 겸비하고 실력과 능력으로 신뢰감을 구축하는 것이 제1, 2요건”이라고 내각 인선 방향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 윤 당선인의 2차 내각 발표는 충격의 도가니였다.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지명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요직에 중용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뛰어 넘는 인사였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인수위 기자회견에서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한 배경에 대해 “유창한 영어 실력과 다양한 국제 업무 경험을 갖고 있다”며 “제가 주문한 것은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 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 정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대 파격 인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선인이 직접 챙긴 인사
검찰 요직 예상 깨고 장관에

한 후보자는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윤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사시 37회에 합격한 후 2001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 연구관, 대검 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초대 공정거래조세 조사부장 등을 지냈다. 

SK 분식회계 사건, 대선 비자금 사건, 현대차 비리 사건, 외환은행 매각 사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등에서 윤 당선인과 호흡을 맞췄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을 때는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 검사를, 검찰총장 시절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다.

당시 최연소 검사장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 등을 지휘했다.

윤 당선인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풍랑의 중심에 섰듯, 한 후보자의 운명도 그와 흡사했다. 추 전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진행한 검찰 인사에서 한 후보자는 ‘추풍낙엽’처럼 휩쓸렸다. 2020년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 진천본원 연구위원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년 새 4번의 좌천 조치를 당한 셈이다. 


4번 좌천에도
자리 지켰는데

이 과정에서 한 후보자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해 공모 혐의를 받았다. 검찰의 휴대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재판 중이다. 숱한 논란에도 한 후보자는 “검찰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사퇴설 등을 일축했다.

3‧9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한 후보자가 요직으로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 6일 한 후보자가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강요미수 혐의로 고발된 한 후보자를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2020년 4월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MBC의 ‘검언유착’ 보도를 근거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 후보자의 공모 정황이 있다며 시작된 사건 수사가 2년 만에 최종 결론에 이른 것이다. 

수사팀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한 후보자를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전임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후 지휘부는 한 후보자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건 처리를 미뤄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한 후보자를 겨냥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려 했으나 검찰 안팎의 반대에 밀려 철회하기도 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서 한 후보자의 무혐의가 최종 확정되면서 그를 둘러싼 족쇄는 풀렸다. 그러자 한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싸고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윤 당선인이 어떤 식으로든 한 후보자를 요직에 배치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 윤 당선인은 대선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의(정권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이 안 된다는 얘기는 독립운동가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발탁은 당초 전망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후보자가 인수위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그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예측한 언론이 거의 없었을 정도. 윤 당선인의 측근조차 알지 못했다는 말도 들린다. 또 윤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인선만큼은 직접 챙겼다는 말도 있다.

한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고 오직 법과 상식에 따라서 정의가 바로 서는 법치국가를 바라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공직생활하는 동안 강자의 불법에 더 엄정하려고 노력했듯이 용기와 헌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 당선인과 이어온 친분으로 검찰의 중립성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시선에 대해서도 “제가 일해온 과정을 보면 인연에 기대거나 맹종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어디서 뭘 하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이 얼마나 국민에게 해악이 큰지 실감했다”며 “장관에 취임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검찰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수사지휘권
행사 안 해”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선제일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면서 수사 부서로 이동하리라 예상됐던 한 후보자를 임명직에 지명한 윤 당선인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자신의 SNS에 “칼을 거두고 펜을 쥐어줬다”고 한 후보자 발탁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아마 한 검사장은 검찰에 남아 못다 이룬 검사로서의 꿈을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라며 “검사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은 중앙지검장, 아니 검찰총장의 꿈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윤 당선인은 한 검사장에게 펜을 맡겼다”며 “지난 20년간 검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와의 전쟁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선진화된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설계자가 되기를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윤 당선인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시도에 ‘강대강’ 맞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검수완박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윤 당선인 취임 전에 검수완박 입법을 완료해 검찰의 힘을 완전히 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검수완박 입법이 진행될 경우 검찰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도 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검찰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재인 대통령에 면담을 요청하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사장은 물론 평검사 사이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검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민주당 검수완박 당론 맞수?
지명 철회 요구 검증 예고

하지만 172석의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입법 시도를 밀어붙이면 검찰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이를 저지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은 그런 상황을 막고자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한 후보자 발탁을 두고 정치권 특히 민주당의 반응은 격렬하다. 일부에서는 ‘경악’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측근을 내세워 검찰 권력을 사유화하고 서슬 퍼런 검찰공화국을 만든다는 의도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라며 “통합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정치보복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의 승부수는 한 후보자의 청문회 과정과 취임 직후 진행될 6‧1 지방선거에서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을 예고하면서 청문회는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각 인선 자체가 한 후보자 지명에 전부 먹혀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여기서 한 후보자가 민주당의 송곳 검증을 이겨낸다면 윤 당선인의 승부수는 ‘묘수’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검증 과정에서 한 후보자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만한 사안이 터진다면 윤 당선인의 승부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한 후보자를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 국정 동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결과 따라
국정 영향

현재 한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단을 꾸리고 인사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청문회 준비단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꾸려졌다. 준비단장은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주영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맡는다. 주 실장은 한 후보자와 연수원 동기로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2019년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공보 담당을 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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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