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도 못 가는 회사 골프장,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7.17 11:42:29
  • 호수 1540호
  • 댓글 1개

70대 이상 입회 불가
그럼 76세 오너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사조그룹의 비상장계열사인 ‘캐슬렉스 서울’ 골프장이 신규 회원에 연령 제한을 걸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70세 이상 고령자를 받지 않겠다는 회칙으로 인해 일각에선 ‘올해 76세인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도 가입이 어렵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캐슬렉스 서울(이하, 캐슬렉스)이 연령 차별 논란에 휩싸이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권고를 내리며 사업장을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골프장으로 규정했다. 이에 해당 캐슬렉스 측은 “인권위의 권고와 현실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노시니어존?

지난 5월 하남시 감이동에 위치한 캐슬렉스에서 회원권을 구매하려던 A씨는 클럽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70세 이상이면 입회가 불가능하다는 회칙 때문이었다. 이에 A씨는 인권위에 부당한 연령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진정을 넣었다.

그러자 인권위는 캐슬렉스가 70세 이상 회원 입회가 불가능하도록 제한한 행위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관련 회칙을 개정하는 등 시정하라는 권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캐슬렉스는 1986년 동서울CC란 이름으로 개장했다가 2002년 사조그룹이 인수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행정구역상 하남시에 속하지만, 서울 송파구 마천동과 맞닿아 있다.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고 이용 금액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회원 입회 문의가 많은 곳이다.


회원권 금액도 종류에 따라 7000만원대에서 1억원 초반대까지 다양하다. 1억1000만원대 회원권의 경우 배우자까지 회원 대우를 받는다.

다만 홀별로 굴곡이 심한 곳이 많아서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운영사 측이 관련 회칙을 만든 이유는 안전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골프장에 급경사지가 많아 고령자의 안전사고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2024년 초 사측이 안건을 올리고 운영위원회 의결을 통해 70세 이상 고령자의 입회를 제한하는 회칙을 만들었다. 이른바, ‘노시니어존’을 만든 사조그룹 측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저희가 입장을 전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70세 이상 신규 회원은 안 되지만, 기존 캐슬렉스 회원 중 상당수가 70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도 형평성 논란을 가중시켰다. 2024년 11월 기준 회원권 보유자는 1901명인데 49.4%에 해당하는 940명이 70세를 넘겼다. 관련 회칙이 만들어진 후에도 70세 이상인 기존 회원들은 자격을 유지 중이다.

이 때문에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70세 이상 이용자의 사고 비율이 13.6%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연령과 사고의 인과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에 의거해 스포츠시설 이용에서 노인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노시니어존 현상과 연관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규정했다.

“안전 위해 회칙 신설”
차별에 인권위 나서

캐슬렉스 측은 “노시니어존 골프장이라는 표현은 말도 안 된다”며 “안전을 위해서 회칙을 신설한 것일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권고문에서 근거로 든 사고는 2022~2024년에 국한된 사례들인 데다가 실제 보험 처리하지 않은 사고들도 많다”며 “비회원 고령자의 경우 사용 빈도가 낮지만, 회원의 경우 자주 우리 클럽을 이용하시다 보니 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가 연령 제한 대신 대안으로 제시한 보험 가입 강화 등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인권위는 “사고 발생 연관성이 높은 연령대 회원에 대한 보험 가입을 강화하고 그 비용을 회원과 함께 부담하는 방안” 등을 안전사고 예방 대책으로 권고했다.

캐슬렉스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문을 받은 직후 보험사에 문의한 결과 이용자들과 보험료를 함께 부담하는 상품 자체가 없었고, 체육시설업에 대한 보험 체계 자체를 바꿔야 했다”며 “안전을 위한 추가 보험료 부담은 얼마든지 할 용의가 있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캐슬렉스 측은 연령 제한의 이유로 든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계자는 “문제 해결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인권위에서 권고한 보험 확대 등은 당장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회칙 개정에 앞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확한 시기는 현재로서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캐슬렉스가 지난해 순손실을 입은 이유에는 노시니어존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사조씨푸드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계열사인 캐슬렉스가 지난해 8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캐슬렉스는 사조그룹의 비상장계열사로 골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에 18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과 96타석 규모의 골프연습장인 캐슬렉스 골프클럽을 운영 중이다. 사조산업이 79.5%, 사조씨푸드 20%,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이 0.5%씩 각각 이 회사의 지분을 들고 있다.

캐슬렉스는 주지홍 사조산업 부회장 개인회사인 캐슬렉스칭따오 합병에 동원된 곳이다. 캐슬렉스칭따오는 지난 2007년 설립됐다. 지분은 주지홍 사조산업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지분 95%를 보유한 캐슬렉스 제주가 100%를 갖고 있었다.

사조 캐슬렉스 신규 회원 연령 제한
막대한 손실 원인? 배경 두고 논란

하지만 2014년 당기순손실 47억원을 기록하고, 자본총계도 마이너스(-) 137억원에 달하는 상황에 처하자 캐슬렉스가 이듬해 지분을 모두 인수한 뒤 흡수합병했다.

캐슬렉스는 2021년에는 캐슬렉스 제주 인수도 시도했다. 당시 캐슬렉스 제주는 장기간의 경영 악화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다. 2019년 말 총자본이 마이너스(-) 206억원이었다. 캐슬렉스가 캐슬렉스 제주의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 합병을 두고 사조산업 주주들은 반발했다. 주지홍 부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합병이라는 주장이었다. 캐슬렉스가 캐슬렉스 제주를 인수하면 주 부회장은 합병 비율에 따라 캐슬렉스 지분을 12% 이상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주 부회장은 개인회사의 부실을 계열사에 떠넘기면서 기업가치가 보다 나은 캐슬렉스의 지분까지 얻는 셈이었다. 소액주주들은 또 사조산업이 의도적으로 부동산 등 자산 재평가를 수십 년째 미루는 방식으로 주가를 낮게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 회장의 지분(14.24%)을 비롯한 사조산업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사조산업 주가가 낮을수록 경영권 지분 확보에 낮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이사진 퇴직까지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소액주주 측은 “캐슬랙스 제주는 사조그룹 상장사들로부터 수백억 원의 부당대여금을 받아 부실을 내면서도 승계를 위한 계열사 지분 매입에 이 자금들을 활용했다”며 “사조대림은 캐슬렉스 제주에 지원한 대여금 중 237억원을 손실충당금으로 처리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대안 마련”

이 갈등은 소액주주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021년 3월 사조산업은 캐슬렉스와 캐슬렉스 제주의 합병을 철회했다. 당시 사조산업은 “캐슬렉스는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성 개선을 통한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목적으로 캐슬렉스 제주와의 합병 절차를 진행했다”면서도 “그러나 양사 간 합병 절차 진행 과정에서 회사의 내부 사정과 경영 판단의 사유로 합병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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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