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내란죄-이재명 운명의 삼각 변수

세 가지 사건 얽히고설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비상계엄 여파에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암울한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건서 파생된 변수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시계 제로(0)’ 상태로 만들고 있다. <일요시사>가 현재 상황서 가능성이 제기된 ‘경우의 수’를 살펴봤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국민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시작된 사태의 여파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변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고 있다. 실타래가 엉키듯 상황이 꼬이면서 일상 회복은 멀어지는 모양새다. 

꼬리를 문
정국 상황

현재 우리나라는 세 가지 큰 변수 위에 놓여 있다. 윤 대통령 탄핵, 내란죄 수사,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이다. 탄핵과 내란죄 수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고 이 대표의 재판은 그전부터 진행돼왔다. 세 가지 변수는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있다. 하나의 변수가 또 다른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식이다.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국회에 군인이 들이닥쳤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윤 대통령이 최종 해제하면서 상황은 6시간 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6시간이 남긴 후폭풍은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야권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달 4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1주일 간격으로 2번의 표결 끝에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국민의힘서 일부 이탈표가 나오면서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200표)를 넘겼다. 탄핵소추의결서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다. 헌재는 즉시 심리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도 속도가 붙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경쟁을 벌이듯 수사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김 전 장관 외에도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직권남용 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세 차례에 걸쳐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계엄 여파로 꼬이고 꼬여
대통령 직무·수사 연계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밖에 없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중범죄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 이후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다른 경우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이후 수사를 주장하고 있으나 헌재나 수사기관 모두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

헌재 재판관도 일부 채워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6인 체제로 운영되던 헌재에 2명의 재판관이 보충되면서 8인 체제가 됐다. ‘완전체’는 아니지만 6인 체제의 결론이라는 부담에서는 벗어난 상태다. 헌재는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에 투입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오는 4월 중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오는 4월18일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

최근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는 문제로 정국이 반으로 쪼개진 상황을 또다시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63일), 박근혜 전 대통령(91일) 사례에 비춰 2~3월에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법적 기한은 180일 이내다. 

이 대표의 재판은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 대표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힌다. 이 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라 2년 남짓 남은 대선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서 하나라도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미는 야권
버티는 여

이 대표는 현재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서 맡은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이 있고 수원지법은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19일 검찰이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재판이 늘었다. 

여기에 검찰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2개 더 진행하고 있다. 성남지청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호텔과 관련해 성남시의 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사업비 2000억원 규모로 추진된 이 호텔 개발사업에 용도변경 등 특혜성 지원을 지속하면서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의 ‘쪼개기 후원’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지난해 8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불법 대북 송금 혐의 재판서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전 부지사 부탁으로 ‘이재명 캠프’에 1억5000만원 정도를 쪼개기 (방식으로)후원했다”고 증언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이 2개 사건을 모두 기소하면 이 대표는 총 7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서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3년여 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지난해 11월 일부 재판의 1심 결과가 나오면서 사법 리스크는 이 대표의 목을 조이고 있다. 두 개의 재판서 ‘1승1패’를 기록했으나 이 대표에게 1패는 곧 ‘끝’을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2021년 대선후보 시절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초 벌금형이 예상됐던 터라 정치권의 촉각은 당선무효형에 이르는 액수가 나올 것인지에 쏠렸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직을 잃는다. 

다시 돌아온
사법부 시간

재판부는 “선거 과정서 유권자에게 허위 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향후 재판서 1심 형량이 유지되면 이 대표는 의원적을 잃고 확정된 시점부터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또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서 보전받은 대선 선거 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위증교사 혐의는 1심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로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거짓 증언을 했다고 자백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증언이 일부 위증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씨의 일부 증언에 대해서는 “김씨의 기억에 반하는 증언에 해당된다”며 유죄로 봤다. 일각에서는 항소심 재판서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 입장에는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이 대표 재판은 비상계엄 사태와 꽉 맞물려 있다. 헌재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인용하면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때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조기 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재판 지연’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상황은 ‘사법부의 시간’으로 흐르고 있다. 

재판관 2명 보충 ‘8인 체제’
‘완전체’ 아녀도 논란 줄 듯

여당인 국민의힘은 헌재 판결 전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권은 헌재가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내란죄 수사의 경우 탄핵안이 인용되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통령의 권한이 없어지기에 수사기관이 부담을 덜 가능성이 크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혼란 상황이 가중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문제는 그 과정서 발생할 수많은 갈등 상황이다. 이미 헌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외에도 9건의 사건을 심리 중이다. 여기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심판 사건도 포함돼있다.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게 되면 당장 장관 등 공석을 채워야 한다. 이 과정서 야권과 사사건건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이미 한 차례 국회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이미 국정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 직무 복귀가 이뤄진다고 해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내란죄 수사는 표류할 가능성이 생긴다. 검찰, 경찰, 공수처 등은 윤 대통령의 내란,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수사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도 여전히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내란 혐의 수사권은 실질적으로 경찰에만 있지만, 공수처 등은 직권남용 혐의와 엮어 함께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4월 전 선고
어떤 영향?

결국 실타래는 헌재서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어떻게 결론 내리는지에 따라 향후 변수가 전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헌재 재판관 2명이 임명되면서 ‘탄핵 심판 사건은 재판관 7명 이상이 참석하고 그중 6명이 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도 8명이 결론내렸다. 변수가 상수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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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