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예의주시' 테라·루나 사태 전말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23 12:17:19
  • 호수 13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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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넣었는데 지금은 28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한국판 일론 머스크’가 ‘공공의 적’이 됐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CEO)를 향한 말이다. 그가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테라USD(UST)와 자매 코인인 루나(LUNA)가 지난 6일부터 13일 오후 6시까지 99.9% 폭락했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과 함께 테라·루나 코인 사태를 1호 수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테라폼랩스 대표인 권도형은 1991년생으로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각각 3개월 인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그는 2018년에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창업해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를 발행했다.

이후 테라와 루나 실적이 올라가자 그는 2019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선정됐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리더십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았으며, 대중들은 그를 두고 ‘천재 개발자’라고 불렀다. 그가 칭송받았던 것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다. 4년 만에 그의 명성은 루나와 함께 곤두박질쳤다.

천재 개발자
칭송받다가…

루나는 국산 가상자산 중 드물게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었다. 가상자산 가격정보 누리집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달 50조원을 돌파했던 루나 시가총액은 지난 6일까지 10만원 수준을 유지했다.

10만원 선을 계속 유지하던 루나는 지난 7일 오전부터 하락해 9일 오후에는 7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10일에는 3만3000원, 지난 11일에는 1164원으로 급락했다. 지난 13일에는 루나 시세가 약 1원으로 99.999% 이상 하락했다.


지난 19일 기준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지난 20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루나 거래를 종료했다. 코인원과 코빗도 루나의 입출금을 중단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루나는 곤두박질친 것이 아니다. 하늘을 날다가 땅굴을 파고 내려갔다고 말해야 정확하다. 루나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인생이 망했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루나 사태로 인한 피해자가 너무 많다는 것.

루나를 5억 이상 매수했다고 한 누리꾼의 남은 보유 자산은 약 280만원대라고 밝혔다.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피해를 공개하고 있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 피해를 본 투자자는 약 20만명 이상, 국내 4대 거래소의 루나 보유 투자자는 17만명이다. 

루나의 폭락은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우선 테라는 1테라에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이다. 여기서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가 안정적이란 것을 뜻한다. 즉 스테이블 코인은 코인의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돼 코인의 불안정한 가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루나는 테라 블록체인의 블록을 검증하는 검증인이나 어떤 예치자에게 보상을 주는 용도로 사용됐다. 또 생태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대안이 올라왔을 때, 투표를 하는 용도로도 루나가 사용됐다. 중요한 건 루나가 이런 용도로 사용되는 것보다 테라의 1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쓰였다는 것이다.

‘10만원서 1원으로 ’99.999% 이상 하락 
극단적인 암시·마포대교 검색량 급증


예를 들어 테라의 가치가 1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테라 네트워크가 시중에 1달러 이상의 테라를 풀고 1달러어치의 루나를 차익 거래자에게 푸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차익 거래자는 1달러 가치의 루나 토큰을 시장에서 매입해 시스템에 넘기고, 시스템은 1달러보다 비싼 테라를 건네서 차익 거래자들이 테라의 가격이 올라간 만큼 그 차익을 얻는다.

이렇게 해서 1달러 밑으로 내려갔던 테라가 금방 돌아오면 회복이 된다. 그러나 시세 하락이 심화되면, 시스템은 손해를 본 상태로 갖고 있었던 루나를 고갈시켜야 한다. 그리고 루나가 바닥나게 되면 1달러가 맞춰질 때까지 루나를 새롭게 계속 발행한다.

이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면 루나가 무한 발생하며, 루나 가치가 폭락한다. 그렇게 1달러 테라도 같이 심하게 깨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루나 사태가 벌어진 것.

피해자들은 테라 코인이 안정적인 스테이블 코인이기 때문에 투자를 많이 했고 피해도 막심하다.

강성후 KDA 회장은 “전문 법무법인 및 피해자 모임 등과 함께 금융 및 사법당국의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 나갈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 자산 법이 이른 시일 내에 심사에 착수하고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및 여야 정치권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를 진작 예견한 듯 테라폼랩스는 비트코인 35억달러, 한화로 약 4조5000억원을 샀다. 테라·루나 코인의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질 때 가격 방어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루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방어막 역할을 해야 할 비트코인이 쓰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6일 발행 업체가 세운 재단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8일 먼저 5만2189개를 팔았고, 지난 12일에도 가격을 지키기 위해 3만 3206개를 매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남은 가상화폐는 피해자 보상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권 대표가 지난 14일 “비트코인 사용 명세서를 공개하겠다”고 말한 지 이틀 만이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비트코인 35억달러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제미니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적립금이 어떻게 됐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개인 간 거래 계좌는 추적할 수 있지만, 거래소로 들어가 다른 코인과 뒤섞였으면 추적할 수 없어진다.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일주일과 테라·루나 시가총액 450억달러 한화 약 57조8385억원이 증발했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지난 19일 최근 테라·루나 코인 폭락의 위법성 논란을 강조하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KDA는 “최근 테라·루나 코인 폭락으로 인해 국내에서만 700억개의 코인을 가진 28만여명의 투자자가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금융 및 사법당국에서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조속히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1500명이 넘는 국내 피해자는 조만간 권 대표와 신 공동 창업자에 대한 고발장과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엘비케이앤파트너스도 권 대표에 관한 재산가압류 신청, 사기 혐의 및 유사 수신법 위반 등으로 고소를 준비 중이다.

김태림 법무법인 비전 변호사는 “테라폼랩스 측이 다단계 금융 사기인 폰지 사기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개선의 과정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면, 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법 위반(사기)으로 처벌될 수 있다. 앵커 프로토콜의 경우도 연 20% 수익을 약정해 투자자를 모집했다면 경우에 따라 유사 수신 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피해자
1500명 넘어

허기원 법무법인(유한) 민의 변호사도 “자본시장법과 같이 디지털 자산의 불공정 거래행위 등을 규제하는 법률이 없어 앞으로 유사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불공정 거래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권 대표를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암호화폐를 비롯한 법정 화폐는 물론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으로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관련 법률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금융회사들이 대형 금융사고를 일으켰을 때 관련자들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것처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형법 제347조에는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권 대표가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형법상 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테라폼랩스가 연 20%의 이자 지급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폰지 사기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라폼랩스의 자금 모집 행위를 유사 수신 행위로 판단할 땐 유사수신행위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제2조 유사 수신행위는 ‘다른 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많은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한 뒤 출자금을 받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

“루나 무제한 발행은 기망행위”
금융증권범죄합수단 1호 사건

코인 커뮤니티 코인판(Coinpan) 루나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진심으로 오늘 밤이 제 마지막 밤일 것 같습니다”라는 게시물에는 “전 재산이 가루가 된 것을 종일 눈으로 확인했다. 볼 때마다 머리가 멍해지고 심장이 아프고 식은땀이 난다.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난다. 제 돈만 들어간게 아니다. 힘들게 일하신 어머니 돈이 들어갔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더는 자신이 없다”고 글을 남겼다.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돈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모으자” “다시 열심히 일하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위로의 말은 못 하겠다. 당장은 죽을 듯 힘들어도 조금씩 힘을 내자” “정확하게 나랑 같은 감정이다. 그래도 우리 자살은 하지 말자”고 위로를 했다.

이처럼 루나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이 늘어났고 ‘마포대교’ 검색량도 많아졌다. 경찰은 루나 사태가 벌어진 후 마포대교 인근 순찰을 강화하기도 했다. 네이버에서 평소 해당 키워드 검색량은 300건을 유지하다가 루나 사태 이후인 지난 10일과 12일 각각 570건과 760건으로 급증했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뒤 즉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켜 테라·루나 사건 관련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은 이튿날 검사 7명과 검찰 직원 29명 등을 포함해 총 48명으로 구성된 합수단을 출범시켰다.

합수단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직접 수사를 진행한다.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에 테라와 루나를 설계하고 발행한 권 대표 등 공동 창업자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출범한 합수단
직접 수사 진행

LKB는 “피고소인들이 공모해 테라·루나 코인을 설계·발행해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알고리즘상 오류 및 하자에 관해 제대로 알리지 않은 행위 및 백서 등을 통해 알린 것과 달리 루나 코인의 발행량을 무제한으로 확대한 행위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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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