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폭로한 내부자들 정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07 10:37:21
  • 호수 12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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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 독불장군? ‘누구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공무원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다수의 공무원들이 내부고발자를 자처했다. 상당한 논란이 있었지만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번 정부 내부고발자에는 어떤 인사들이 있었을까. 
 

공무원들의 잇단 폭로가 청와대를 뒤흔들고 있다. 이를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상명하복’ 문화에 길들여진 공무원 사회서 ‘소신 있는 공무원’이 생겨나고 있다는 반응이다. 다른 시각에선 공무원들의 ‘조직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 사회에선 최순실 사건 때 연루된 늘공(늘 공무원)들이 줄줄이 구속된 상황을 교훈으로 소신 공무원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도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 폭로에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신재민

신재민 전 사무관은 유튜브를 통해 ‘기획재정부가 청와대의 지시로 박근혜정부 때 선임된 KT&G 사장을 교체하려 했다’ ‘청와대가 4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할 것을 지시했다’ 등을 주장해 파문을 일고 있다. 정부는 이런 신 전 사무관을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2일 “저 말고 다른 공무원이 절망하고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기자회견서 “제가 고시를 4년 준비했고 4년 일하고 나오게 됐다”며 “KT&G 사건을 보고 났을 때의 막막함과 국채 사건을 보고 났을 때의 절망감을 (돌이켜보면)다시는 다른 공무원이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11월14일 국고채 1조원 조기상환(바이백) 취소와 관련해 “정부가 한다고 하고 안 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한 달 전에 한다고 해놓고 하루 전 취소하면 기업 등에서 누구 한 명은 고통받는다. 납득 못할 의사결정을 거쳐서 취소한 것만으로도 죄송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재부서 자신에 대해 당시 일을 잘 모른다고 반박하는 것에 대해 “국채 사건의 담당자가 바로 저였고,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보고를 4번 들어갔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기재부서 현재 근무하는 직원 가운데 사건의 전말을 완벽히 아는 사람은 3명뿐”이라며 “제가 사실관계를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부총리 보고 현장서 청와대 관계자가 당시 국고국장, 국고과장과 통화하는 것을 지켜봤고 그 지시에 따라 국채 발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 인사가 누군지 특정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차영환 당시 비서관”이라고 답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공무원 줄줄이 구속 
상명하복서 달라진 공무원 사회 반영?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G와 관련한 동향 보고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행위, 적자 국채 추가발행에 대한 정부 내 의사 결정 과정이나 청와대와의 협의 등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행위를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취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 전 사무관의 행위가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외부에 무단으로 유출하거나 기재부와 청와대의 내부 의사결정과정에 관해 스스로 판단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을 여과 없이 유출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형법 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51조에 따르면 공무원 신분으로 취득한 공공기록물을 무단 유출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앞서 지난달 29일 유튜브와 고려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린 글을 통해 ▲공무원을 그만둔 이유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한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올해 34세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2014년부터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기재부서 외국인 채권 투자 관리, 국고금 관리 총괄, 국유재산관리 총관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지난해 7월 퇴직 후 입시학원 메가스터디와 공무원 강의의 강사 계약을 맺었다. 

김태우

청와대 특별감찰반서 근무하다 비위 의혹으로 검찰에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이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2017년 9월 주러시아 대사로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우윤근 전 의원(현 주러 대사)이 채용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내용을 작성했다가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산하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특정 카페 매장의 커피 추출 기계와 원두 등에 대한 공급권을 같은 당 재선 출신 인사에게 운영하는 업체에 몰아줬다고도 말했다. 

이 외에도 김 수사관은 자유한국당을 통해 청와대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이라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폭로했다. 반면 환경부는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의 요청으로 제공됐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김 수사관의 폭로와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을 출석시켰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12년 만에 국회에 출석한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한 자유한국당의 ‘최후의 한 방’은 없었던 셈.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한국당의 반대로 김용균법 처리에 난항을 겪자 조국 수석에게 운영위 전체회의 출석을 지시한 바 있다.

이날 조 수석은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로 현안질의에 임했다. 현안보고서 그는 “이번 사태 핵심은 김태우 수사관의 비위 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 사태 핵심은 김태우 행정요원이 징계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처리를 왜곡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자신의 비리 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날선 질문에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응수했다. 청와대의 민간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제가 정말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즉시 저는 파면돼야 한다”며 강경한 어조로 답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께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하신 일이 수백, 수천명의 국정원 요원을 철수시킨 것”이라며 “열 몇 명의 행정요원으로 민간인을 사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김 수사관의 비위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돼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가 해임을 요청하기로 했다. 

김 수사관은 총 5가지 징계사유를 받고 있다.

특감반원으로 일하던 당시 감찰한 내용을 언론에 제보해 공무상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와 지인인 건설업자 최모씨의 뇌물공여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 등을 두고 검찰과 김 수사관 측이 법리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공무상비밀유지 의무위반 혐의는 청와대 고발이 이뤄져 수원지검서 수사 중이다. 또 최씨를 통해 청와대 특감반원 파견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의 비위 첩보를 생산한 뒤 이를 토대로 과기정통부 감사관실 사무관 채용에 부당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스모킹건 없이 진실공방만?
공직사회 기강해이 지적도

최씨를 비롯한 사업가들과 정보 제공자들로부터 총 12회에 걸쳐 골프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징계위가 살펴볼 예정이다. 의혹이 모두 사실로 확인되면 대검 감찰본부가 요청한 대로 김 수사관에게 해임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국금지 상태인 김 수사관은 전날 직위해제 통보를 받고 업무서 전면 배제된 상태다. 김 수사관은 2002년 검찰 7급 공채로 검찰수사관으로 채용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범죄정보과서 근무했다. 검찰 근무 땐 삼성 특검 등 대형 사건서 계좌 추적 등을 주로 담당했다.

여명숙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017년 10월31일 열린 국회 교문위 종합감사에 출석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그의 친척·지인들이 속한 게임 언론사, 문체부 게임과와 그의 고향 후배를 자처하는 김모 교수 등이 게임판을 농단하는 4대 기둥”이라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2011년부터 시행된 게임물 자체등급분류제와 유료 아이템 결제한도, 확률형 아이템 등의 문제가 이들과 연관돼있다고 지적했다.


자체등급분류제는 모바일게임 활성화를 위해 구글과 애플 등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게임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2017년부터는 자체 심의 대상이 청소년이용불가 게임과 아케이드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으로 확대됐다.

당시 여 위원장 발언 이후 당사자들이 즉각 반박하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린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는 것이다. 전 수석은 교문위원들에게 “여 위원장 발언은 모두 허위”라며 “사실무근인 음해와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국감을 혼란시킨 당사자에 대해 모든 민형사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여 전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개수작(개념수호작전) 티브이’를 개설했다. 지난달 14일 올린 개수작 티브이 1화서 “어쩌다 공직자 생활을 하게 되면서 세금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개념을 왜곡하고 잘못된 정책을 방치해서 보통 사람들의 기회와 삶을 박탈한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며 “앞으로 저의 경험을 토대로 재미는 별로 없지만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전하겠다”고 말했다.

여 전 위원장은 인지과학 및 가상현실 철학 분야 전문가로 게임물관리위원회 제2대 위원장이다. 이화여자대학교서 철학 박사 학위를 획득한 후 스탠포드 대학 언어정보연구소(CSLI)서 박사후과정(Post Doc)을 거쳤다. 이후 서울대학교 융합기술원과 KAIST 전산학과 등에서 인문기술융합 분야의 강의와 연구활동을 했다. 

또 2011년부터 포항공과대학교 창의IT융합공학과서 후학을 양성했다. 게임과 관련해 활발한 학술-연구 활동을 하였고 네델란드 위트레흐트대학과 공동 기획한 ‘게임잼코리아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기능성 게임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보유했다.

여 전 위원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출석해 직설적인 발언으로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2016년 4월 미래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취임했다가 5월 사임했다. 이 배경에 대해 여 전 위원장은 청문회 증인으로 나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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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