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소년 지키기’ 교육부 이중행보 

장관이 격려까지 했는데 손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아이들의 신호를 파악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습니다’라는 취지로 시작한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다 들어줄 개’는 365일, 24시간 아이들의 고민에 대한 즉각적인 상담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 다 들어줄개 간담회서 발언하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 ⓒ교육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국제 비교에 쓰이는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을 보면 2018년 기준 OECD 평균은 11.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4.6명에 달한다. OECD 평균과 비교해 2배 이상 높고, 2위인 리투아니아(22.2명)보다도 2.4명 많은 수치다. 

극단적 선택
내몰린 10대

문재인정부는 2018년 1월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자살과 교통사고, 산재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자살에 관해서는 2022년까지 자살률을 10만명당 17명으로 낮추고 연간 자살자 수를 1만명 이내로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살률은 되레 늘었다. 자살예방 대책을 무수히 쏟아내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자살률이다. 당장 세밑에도 10대 소년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등졌다. 지난해 12월28일 광주 남구의 한 보육원에서 지내던 고등학생 A군이 광주 남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다.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버림받고 평생 보육원에서 지낸 A군은 열여덟 해의 짧은 생을 쓸쓸하게 마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지난해 8월과 10월 보육원 등에서 심적 괴로움을 호소하며 자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시민단체는 소년의 죽음을 두고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젠 어지간한 자살 소식에는 국민들의 반향도 없는 편이다. A군처럼 채 피기도 전에 세상을 등지는 아이들의 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미 8여년 전부터 우리나라 청소년(9~24세)의 사망 원인 1위는 ‘극단적 선택’으로 고정됐다. 2018년 자살로 세상을 떠난 청소년은 10만명당 9.1명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및 조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실은 더욱 적나라하다. 

2018년 자살 위험 학생은 2만3324명으로 나타났다. 2015년과 비교했을 때 불과 3년 만에 270%나 증가했다. 2015년 8613명, 2016년 9624명, 2017년 1만8732명, 2018년 2만3324명 등이다. 교육당국은 매년 4월 초등학생 1·4학년과 중고생 1학년을 대상으로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8년 수치는 전체 검사 대상 학생 중 1.3%에 이른다.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예방 대책이 마련됐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 소속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다 들어줄 개’도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카카오톡·SNS 등을 통한 모바일 상담 서비스는 365일, 24시간 내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다 들어줄 개라는 사업명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게’라는 뜻을 내포한다. 

청소년 자살예방 대책으로 시작
모바일 통한 즉각적인 대응 호평

2017년 12월 교육부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청소년 자살예방 종합상담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8년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에서 기틀을 잡은 다 들어줄 개 사업은 같은 해 5월 전문상담원 발대식을 진행하면서 본격화됐다. 대전과 세종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한 후 2018년 9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됐다. 

2019년 3월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2016년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18년 설립된 전문기관이다. 교육현장 중심의 정책 수립과 사업 시행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는 크게 선임상담원, 전문상담원, 운영본부로 구성된다. 집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재택상담원과 자원봉사 상담원 등 전문상담원이 모바일을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을 듣는다. 이 과정에서 상담 청소년의 자살시도 등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이 벌어질 경우 선임상담원이 개입한다. 
 

▲ ⓒ국회 교육위원회 게시판

선임상담원은 재택상담원, 자원봉사 상담원에 대한 교육과 관리,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등 센터 내에서 일종의 지휘본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모바일로 진행되는 상담이기에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뛰어난 만큼, 고민 내용 또한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선임상담원의 역량에 따라 상담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선임상담원은 3교대로, 재택상담원은 6교대로 운영된다. 현재 센터에서 일하는 선임상담원은 6명, 재택상담원은 23명, 자원봉사 상담원은 150명 이상이다. 내담자와 상담원의 관계만큼이나 상담원 간의 실시간 협업이 중요하다. 

다 들어줄 개 사업 초기에는 모바일 상담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했다고 한다. 상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다 들어줄 개 사업은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코로나19의 창궐로 사회 패러다임이 비대면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모바일 상담이 주목받고 있다. 

365일·24시간
3교대 대응

지난해 9월30일 기준 다 들어줄 개 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은 75만명에 달한다. 월 평균 약 3만명가량이 다 들어줄 개의 문을 두드렸다. 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들은 만족도 조사에서 90% 이상이 ‘만족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남겼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등 다 들어줄 개 사업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게시판에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 8일에 이르기까지 20여건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들은 대부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상담원들로,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백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지난해 12월23일경 선임상담원 5명과 재택상담원 등에게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2월 이후 더 이상 센터에서 일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들의 계약기간은 지난해 12월31일을 끝으로 이미 종료됐다.

선임상담원들에 따르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이들에게 1~2월 두 달간 임시직으로 일할 것인지에 대해 의사를 물었다. 
 

▲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

재계약을 기대하고 있던 상담원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특히 선임상담원들은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부터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까지 3년여 동안 다 들어줄 개 사업에 헌신해 온 터라 그 충격이 더 컸다. 이들은 다 들어줄 개 사업의 준비부터 안정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해왔다.

센터장을 비롯한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대부분의 직원들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의 결정에 반대하는 이유다. 

선임 상담원들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고용 상태가 계속 불안정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한림대 소속이었던 선임상담원들은 2019년 3월 한국교육환경보호원으로 한 차례 소속이 바뀌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선임상담원들의 고용 형태는 단기계약직으로, 당시 계약기간은 2019년 3월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였다. 


1주 남기고
2월까지만

2020년 1~2월 두 달간은 임시계약직으로 근무했다. 2020년 3월1일부터 15일까지 또다시 임시계약 방식으로 고용됐다. 이 기간 동안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상담원들을 공개 채용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던 선임상담원들이 공개채용에 지원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다시 채용됐다.

이 과정에서 선임상담원 1명이 불합격했다가 다시 합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입 선임상담원이 과중한 업무를 견디다 못해 그만뒀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의 계약기간은 2020년 12월31일까지였다. 2019년 3월부터 2021년 1월에 이르기까지 10개월, 2개월, 15일, 10개월, 2개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단기계약이 이뤄졌다. 

그리고 2021년 2월이 되면 이들의 합산 계약기간이 2년에 이른다는 이유를 들어 센터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한 선임상담원은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다 들어줄 개 사업에 대한 애정으로 버텨왔다.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고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이런 통보를 받게 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작성자는 “문자로 자해와 자살에 대한 상담을 하는 것은 대면상담보다 더 많은 감별 노력, 그리고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자살 직전의 학생들은 신고를 하고 경찰과 연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서 그런 부분들을 배우고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특성을 가진 곳에서 2년마다 새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적응할만하면 인력이 바뀌어 매번 많은 실패와 실수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국가적인 낭비가 될 수 있다. 이 땅의 청소년들의 보호를 위해, 국가적인 비용의 낭비를 막기 위해, 그리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상담원들의 고용 안정을 살펴봐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법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 기획정책팀 관계자는 “2019년 3월 ‘기간에 정함이 있는 근로자’로 상담원들을 채용했기 때문에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약기간이 2년을 넘을 수 없다는 내용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선임상담원 6명 중 5명 곧 나가야
“상담 업무에 대한 이해도 떨어져”

상담원들의 계약기간이 10개월, 2개월 등으로 나뉜 것에 대해서는 “회계연도와 사업기간에 따라 계약을 갱신했을 뿐 쪼개기 계약이라는 것은 그들(상담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원의 불확실성 등 기간제 근로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기간제 근로자를 활용하려다 보니 법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고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만일 기간제 근로자로 2년을 초과해 고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소위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상담원들을 2년 이상 고용하기 위해서는 고용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 다 들어줄개 간담회 갖는 교육부 ⓒ교육부

교육부는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상담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상담원들의 고용 형태 변화에는 난색을 보였다. 다 들어줄 개 사업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서 민간 위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담원 고용 등의 문제는 해당 기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2019년 5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를 찾았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당시 유 장관은 가정의 달을 맞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 방문해 관계자와 자원봉사 상담원들은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유 장관은 “모바일 기반 상담체계 운영으로 청소년과 학생들이 편하고 쉽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음으로써, 청소년과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3월에 계약서를 쓰면서 계약기간을 다 명시했는데, 이제 와서(상담원들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통이 부족했다는 판단 하에 설명회 등의 자리를 만들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후임 상담원 채용에 있어서는 “빠르면 1월 안에 채용을 완료해, 2월에는 인수인계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법대로 처리”
“개입 못 한다”

선임상담원들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교육부와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탁상공론만으로는 아이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상담원의 빈번한 교체는 내담자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번 일로 인해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상담원들이 아니라 아이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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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