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소년 지키기’ 교육부 이중행보 

장관이 격려까지 했는데 손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아이들의 신호를 파악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습니다’라는 취지로 시작한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다 들어줄 개’는 365일, 24시간 아이들의 고민에 대한 즉각적인 상담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 다 들어줄개 간담회서 발언하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 ⓒ교육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국제 비교에 쓰이는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을 보면 2018년 기준 OECD 평균은 11.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4.6명에 달한다. OECD 평균과 비교해 2배 이상 높고, 2위인 리투아니아(22.2명)보다도 2.4명 많은 수치다. 

극단적 선택
내몰린 10대

문재인정부는 2018년 1월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자살과 교통사고, 산재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자살에 관해서는 2022년까지 자살률을 10만명당 17명으로 낮추고 연간 자살자 수를 1만명 이내로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살률은 되레 늘었다. 자살예방 대책을 무수히 쏟아내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자살률이다. 당장 세밑에도 10대 소년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등졌다. 지난해 12월28일 광주 남구의 한 보육원에서 지내던 고등학생 A군이 광주 남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다.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버림받고 평생 보육원에서 지낸 A군은 열여덟 해의 짧은 생을 쓸쓸하게 마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지난해 8월과 10월 보육원 등에서 심적 괴로움을 호소하며 자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시민단체는 소년의 죽음을 두고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젠 어지간한 자살 소식에는 국민들의 반향도 없는 편이다. A군처럼 채 피기도 전에 세상을 등지는 아이들의 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미 8여년 전부터 우리나라 청소년(9~24세)의 사망 원인 1위는 ‘극단적 선택’으로 고정됐다. 2018년 자살로 세상을 떠난 청소년은 10만명당 9.1명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및 조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실은 더욱 적나라하다. 

2018년 자살 위험 학생은 2만3324명으로 나타났다. 2015년과 비교했을 때 불과 3년 만에 270%나 증가했다. 2015년 8613명, 2016년 9624명, 2017년 1만8732명, 2018년 2만3324명 등이다. 교육당국은 매년 4월 초등학생 1·4학년과 중고생 1학년을 대상으로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8년 수치는 전체 검사 대상 학생 중 1.3%에 이른다.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예방 대책이 마련됐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 소속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다 들어줄 개’도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카카오톡·SNS 등을 통한 모바일 상담 서비스는 365일, 24시간 내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다 들어줄 개라는 사업명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게’라는 뜻을 내포한다. 

청소년 자살예방 대책으로 시작
모바일 통한 즉각적인 대응 호평

2017년 12월 교육부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청소년 자살예방 종합상담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8년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에서 기틀을 잡은 다 들어줄 개 사업은 같은 해 5월 전문상담원 발대식을 진행하면서 본격화됐다. 대전과 세종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한 후 2018년 9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됐다. 

2019년 3월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2016년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18년 설립된 전문기관이다. 교육현장 중심의 정책 수립과 사업 시행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는 크게 선임상담원, 전문상담원, 운영본부로 구성된다. 집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재택상담원과 자원봉사 상담원 등 전문상담원이 모바일을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을 듣는다. 이 과정에서 상담 청소년의 자살시도 등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이 벌어질 경우 선임상담원이 개입한다. 
 

▲ ⓒ국회 교육위원회 게시판

선임상담원은 재택상담원, 자원봉사 상담원에 대한 교육과 관리,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등 센터 내에서 일종의 지휘본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모바일로 진행되는 상담이기에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뛰어난 만큼, 고민 내용 또한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선임상담원의 역량에 따라 상담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선임상담원은 3교대로, 재택상담원은 6교대로 운영된다. 현재 센터에서 일하는 선임상담원은 6명, 재택상담원은 23명, 자원봉사 상담원은 150명 이상이다. 내담자와 상담원의 관계만큼이나 상담원 간의 실시간 협업이 중요하다. 

다 들어줄 개 사업 초기에는 모바일 상담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했다고 한다. 상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다 들어줄 개 사업은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코로나19의 창궐로 사회 패러다임이 비대면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모바일 상담이 주목받고 있다. 

365일·24시간
3교대 대응

지난해 9월30일 기준 다 들어줄 개 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은 75만명에 달한다. 월 평균 약 3만명가량이 다 들어줄 개의 문을 두드렸다. 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들은 만족도 조사에서 90% 이상이 ‘만족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남겼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등 다 들어줄 개 사업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게시판에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 8일에 이르기까지 20여건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들은 대부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상담원들로,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백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지난해 12월23일경 선임상담원 5명과 재택상담원 등에게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2월 이후 더 이상 센터에서 일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들의 계약기간은 지난해 12월31일을 끝으로 이미 종료됐다.

선임상담원들에 따르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이들에게 1~2월 두 달간 임시직으로 일할 것인지에 대해 의사를 물었다. 
 

▲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

재계약을 기대하고 있던 상담원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특히 선임상담원들은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부터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까지 3년여 동안 다 들어줄 개 사업에 헌신해 온 터라 그 충격이 더 컸다. 이들은 다 들어줄 개 사업의 준비부터 안정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해왔다.

센터장을 비롯한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대부분의 직원들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의 결정에 반대하는 이유다. 

선임 상담원들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고용 상태가 계속 불안정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한림대 소속이었던 선임상담원들은 2019년 3월 한국교육환경보호원으로 한 차례 소속이 바뀌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선임상담원들의 고용 형태는 단기계약직으로, 당시 계약기간은 2019년 3월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였다. 


1주 남기고
2월까지만

2020년 1~2월 두 달간은 임시계약직으로 근무했다. 2020년 3월1일부터 15일까지 또다시 임시계약 방식으로 고용됐다. 이 기간 동안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상담원들을 공개 채용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던 선임상담원들이 공개채용에 지원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다시 채용됐다.

이 과정에서 선임상담원 1명이 불합격했다가 다시 합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입 선임상담원이 과중한 업무를 견디다 못해 그만뒀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의 계약기간은 2020년 12월31일까지였다. 2019년 3월부터 2021년 1월에 이르기까지 10개월, 2개월, 15일, 10개월, 2개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단기계약이 이뤄졌다. 

그리고 2021년 2월이 되면 이들의 합산 계약기간이 2년에 이른다는 이유를 들어 센터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한 선임상담원은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다 들어줄 개 사업에 대한 애정으로 버텨왔다.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고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이런 통보를 받게 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작성자는 “문자로 자해와 자살에 대한 상담을 하는 것은 대면상담보다 더 많은 감별 노력, 그리고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자살 직전의 학생들은 신고를 하고 경찰과 연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서 그런 부분들을 배우고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특성을 가진 곳에서 2년마다 새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적응할만하면 인력이 바뀌어 매번 많은 실패와 실수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국가적인 낭비가 될 수 있다. 이 땅의 청소년들의 보호를 위해, 국가적인 비용의 낭비를 막기 위해, 그리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상담원들의 고용 안정을 살펴봐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법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 기획정책팀 관계자는 “2019년 3월 ‘기간에 정함이 있는 근로자’로 상담원들을 채용했기 때문에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약기간이 2년을 넘을 수 없다는 내용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선임상담원 6명 중 5명 곧 나가야
“상담 업무에 대한 이해도 떨어져”

상담원들의 계약기간이 10개월, 2개월 등으로 나뉜 것에 대해서는 “회계연도와 사업기간에 따라 계약을 갱신했을 뿐 쪼개기 계약이라는 것은 그들(상담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원의 불확실성 등 기간제 근로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기간제 근로자를 활용하려다 보니 법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고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만일 기간제 근로자로 2년을 초과해 고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소위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상담원들을 2년 이상 고용하기 위해서는 고용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 다 들어줄개 간담회 갖는 교육부 ⓒ교육부

교육부는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상담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상담원들의 고용 형태 변화에는 난색을 보였다. 다 들어줄 개 사업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서 민간 위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담원 고용 등의 문제는 해당 기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2019년 5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를 찾았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당시 유 장관은 가정의 달을 맞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 방문해 관계자와 자원봉사 상담원들은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유 장관은 “모바일 기반 상담체계 운영으로 청소년과 학생들이 편하고 쉽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음으로써, 청소년과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3월에 계약서를 쓰면서 계약기간을 다 명시했는데, 이제 와서(상담원들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통이 부족했다는 판단 하에 설명회 등의 자리를 만들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후임 상담원 채용에 있어서는 “빠르면 1월 안에 채용을 완료해, 2월에는 인수인계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법대로 처리”
“개입 못 한다”

선임상담원들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교육부와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탁상공론만으로는 아이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상담원의 빈번한 교체는 내담자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번 일로 인해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상담원들이 아니라 아이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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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