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격 초읽기? 가자 지구 재건 계획설도

‘난공불락’ 포르도 핵시설 표적
‘협상에서 강경’ 변곡점 맞나?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심 핵시설을 겨냥한 군사 공격 계획을 승인했으나, 최종 실행 명령은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사실상 용인하고 협상 대신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강경 기조로 급선회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군사 개입 카드까지 꺼내 들며 이란을 극한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각) 외교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고위 보좌관들에게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지 지켜보기 위해 실제 공격 실행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탈리아 명문 축구팀 유벤투스 선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동참할지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시한 도래 1초 전에 최종 결정을 하고 싶다”면서 “왜냐하면 상황은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미국이 구상 중인 공격 계획의 핵심 표적은 이란의 포르도(Fordow) 핵시설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악지대 지하 80~100m 깊숙한 곳에 콘크리트로 요새화된 이 시설은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단행한 대규모 공습에서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난공불락’으로 꼽힌다.


<WSJ>은 이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미국의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MOP’를 지목했다. 무게 13t, 지하 60m까지 관통할 수 있는 이 초강력 무기는 현재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 및 투하가 가능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은 이미 중동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전력을 증강 배치했다.

F-35, F-22 등 첨단 스텔스 전투기는 물론, 니미츠 항공모함 전단과 공중 급유기 30여대가 추가로 배치됐다. 중동 내 미군 기지들도 고도의 경계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이는 언제든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게 될 경우, 즉각 공격을 실행할 준비가 완료됐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공격 계획 승인은 그가 대이란 정책 기조를 협상에서 ‘군사적 압박’으로 완전히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임기 초반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이란 공격을 만류하며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뒀다. 지난 11월 당선 직후 스티브 위트코프를 중동 특사로 임명하고,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전쟁을 원치 않는다. 협상을 원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해를 넘긴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정 노력은 계속됐다. 지난 4월에는 오만에서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고, 5월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서면 제안까지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이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3일 이란 핵 개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전격적인 공습에 나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훌륭하게 해냈다”며 이스라엘을 두둔했고, 오히려 이란이 협상 기회를 놓쳤다고 비난했다.

그는 캐나다 G7 정상회의 도중 귀국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으며, 하메네이를 겨냥해선 “그가 숨어있는 곳을 정확히 알지만 아직은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노골적인 위협까지 가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선회가 이란의 지지부진한 협상 태도에 대한 불만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이란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이란에 60일간 시한부 협상을 제안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종용했다. 그러나 이란은 끝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을 선제 타격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미국이 이란과 시한부 협상을 맺은 지 61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란이 데드라인을 넘겨 합의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공습을 더 이상 만류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충분히 나올 법한 대목이다.

2015년 오바마정부 시절 맺은 이란 핵합의(JCPOA)가 결국 이란에 핵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고 비판하며 2018년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더 이상의 시간 끌기는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선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해침)’의 기회로 삼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껄끄러운 군사적 충돌의 부담을 이스라엘이 상당 부분 짊어진 상황에서, 미국이 직접 ‘마지막 카드’인 군사 공격 가능성을 내비치며 이란을 굴복시키겠다는 셈법이 깔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군사 개입 결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누구도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군사 공격 계획을 승인해 놓은 채 실행 시점을 저울질하며, 이란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하메네이는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이란 국민은 항복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 용납 못할 발언으로 이란 국민에게 굴복을 요구했다”며 “이란 국민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대외적으로는 이 같은 확고한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이란 측은 협상 관련, 외국의 파트너 국가들과 접촉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과의 휴전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회담을 수용할 것이라는 의사도 내비쳤다.


<WSJ>도 지난 16일(현지시각) 이란이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핵 협상에 복귀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아랍권 당국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이란 공격의 이면에는 이란의 핵 억제보단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 지구를 손에 넣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가자 지구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현재 팔레스타인의 수니파 이슬람주의 단체인 하마스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2월4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자 지구 장기 재건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가질 것이다(We don’t have to buy Gaza; there’s nothing to buy)”라고 발언했다.

그는 ‘소유(own)’이라는 단어와 함께 미국이 가자 지구를 개발 및 운영하겠다면서도 ‘미국 체납료나 세금 형식으로의 구매가 아닌 전쟁 이후의 인도받는 형태’의 형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일자 보좌관 및 대변인들은 “미국이 일시적 재건을 주도할 뿐, 영구적인 점령이나 구매는 아니다”라면서 “미군 투입은 고려 대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민간 주도 재건”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시 이집트 및 요르단 등의 인근 국가들에선 “강제 이주나 영구 이전 등은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다. 유엔 및 다수의 국제사회에선 “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권리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강력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사실 트럼프의 영토 확장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그는 그린란드와 파나마를 비롯한 타 국가들의 영토를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국제사회의 뭇매를 맞았던 바 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에 네오디뮴 등 반도체,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희토류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당선인 자격이었던 그는 지난 1월7일, ‘그린란드를 장악하기 위해 군사력이나 경제적 압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보장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해당 발언은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져 ‘무력 침탈’ 논란으로 번졌다.

집권 1기였던 지난 2019년에도 일방적인 그린란드 매입설을 꺼냈던 바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