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트럼프 취임식 직관기’

MAGA 시대를 마중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다시’ 트럼프 시대가 도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뒤 1기 때보다 더 강한 행보를 공언했다. ‘Make America Great Again(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세계 질서 재편에 나섰다. <일요시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을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8년 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포부와 함께 미국 우선주의를 부르짖으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의 당선을 예측하지 않았지만 당선 이후 행보는 더더욱 예상 밖이었다.

4년 만
재집권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우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했다. 미국에 무역 흑자를 기록한 나라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지도자가 관례, 관행처럼 따르던 선을 서슴없이 넘나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행과 불도저 같은 추진력은 지지 세력과 반지지 세력 모두를 자극했다.

재선에 도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밀려 낙선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성추문 의혹으로 기소되는 등 송사에 휘말렸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한 선거를 ‘부정선거’로 단정 짓고 ‘STOP THE STEAL’을 외치며 국회의사당을 점거, 폭동을 일으켰다.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크게 이겼다.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전국 득표율에서도 상대 후보를 200만표 차로 따돌렸다. 상·하원 의석수도 공화당이 우세한 상황이라 의회 권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은 4년 만에 세계 패권국의 수장으로 다시 올라선 그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이날 취임식은 원래 국회의사당 앞 야외 무대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한파로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회의사당 중앙홀로 장소가 바뀌었다.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600여명, 인근 체육관 ‘캐피털 원 아레나’에 2만여명이 실내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의사당서 취임식을 진행한 이후 캐피털 원 아레나로 이동해 즉흥 연설을 펼쳤다. 지지자들 앞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사용한 펜을 던져주는 ‘쇼맨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캐피털 원 아레나 메인 좌석서 취임식을 지켜본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우아하고 장엄했다. 생동감 넘치는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의 공식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김회창 박사(미국 공화당 필승 한인팀 총회장), 박문희 예당미디어 대표, 임주영 중국 목포그룹 대표 등이 함께했다.

유 원장은 지난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 현역 의원 자격으로 참석했던 바 있다. 당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 당선된 뒤 4년 뒤 재임에 성공했다. 유 원장은 그 시기를 “(자신의)정치적 변곡점”이라고 언급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이다.

공화당 하원의원 직접 초청으로 참석
국내 참석자 중 가장 가까운 메인 좌석

전두환정권의 정치 탄압을 피해 1982년 미국으로 망명한 김 전 대통령은 3년 만인 1985년 2월 총선을 사흘 앞두고 귀국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으로 갔던 유 원장은 워싱턴 D.C.가 아닌 LA로 날아가 김 전 대통령을 만났고, 1985년 1월19일 귀국 기자회견에 배석했다.

그로부터 꼭 40년 만에 유 원장은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다시 미국을 찾았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식은 경제 침체와 정치 불안정성이라는 이중고를 겪던 미국의 새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은 기존의 외교·경제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현장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40년을 사이에 뒀지만 두 대통령의 취임식은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레이건정부 때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했고 트럼프정부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일 현장의 열기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갑작스러운 한파에도 수십만 명의 미국 국민은 행사장인 캐피털 원 아레나에 입장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등 열정을 보였다. 취임식 전날인 지난달 19일 열린 전야제 ‘MAGA 승리(VICTORY)의 랠리’ 역시 대규모 집회를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야제에 참석해 1시간 동안 즉흥 연설을 선보였다.

유 원장은 “1973년 서울 여의도 집회 당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연설을 연상케 할 정도로 대단했다”고 감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명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아들과 함께 깜짝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머스크에게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기는 등 신임을 보내고 있다.

유 원장은 “이틀에 걸쳐 진행된 전야제와 취임식 행사는 미국 국민에게 강한 지지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정치 이벤트를 넘어 미국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논의의 장이 됐다고 말하고 싶다. 2기 트럼프 정부에 대한 미국 국민의 기대감이 느껴졌고 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100여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성별과 인종 등을 고려한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는 행정명령도 포함됐다. 그는 “오늘부로 미국에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고 공언했다. ‘PC(정치적 올바름)’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등 민주당 정부의 정책을 180도 뒤집었다.

40년 전엔
현역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등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통상 전쟁의 막을 열었다. 덴마크의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등을 언급하면서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국주의로의 회귀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유 원장은 2기 트럼프정부에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여러 측면서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미국의 경제 회복과 성장에 대한 강력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1기 정부 때 경제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정책 역시 트럼프 대통령만의 방식대로 풀어갈 가능성이 크다. 취임식서 본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그걸 추진할 힘을 가진 인물로 봤다. 실제 보기 전까지는 사업가 마인드로 정치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연설을 들어보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대단했다”고 평했다.

또 “27세 최연소 대변인을 백악관의 얼굴로 내세우는 등 정부를 조각하는 과정도 이전보다 자신감이 붙었다고 생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중 ‘함께 일한다면 이룰 수 없는 꿈은 없다(If work together, No dream cannot achieve)’는 구절이 인상 깊었는데, 취임식 과정서 주변 사람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가 환기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야제와 취임식 당일 가족은 물론 각료, 주변 인사들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유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막내아들인 배런 트럼프를 소개할 때 가장 큰 환호성이 터졌다”고 현장 상황을 언급했다. 배런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 사이에 낳은 아들이다.


유 원장은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해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원칙 아래 동맹국과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2기 트럼프정부 출범과 공화당의 재집권은 미국과 한국 모두에 긍정적인 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상황
우려 드러내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데, 이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중심축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 원장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일본, 기타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은 아태 지역서의 미국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인 4년 동안 이 같은 방향으로 정책이 유지된다면 한국과 미국의 관계도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한국 상황이다. 4선(11~14대) 국회의원이자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유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미국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개탄스러움을 표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맡고 있는 유 원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련의 정치 상황에 대해 국가 원로로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유 원장은 현재 한국의 상황을 ‘무정부 상태’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된 상태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대에도 올라있다. 국무총리도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됐다. 경제부총리로까지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이 넘어가 있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이다.


유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은 한국에 전략적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 갈등이 역으로 한국에는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무역 기회를 창출할 방향으로 상황을 끌고갈 수 있다. 현재의 기회를 잘 활용해 국제 사회서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하루라도 빨리 정치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실망감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협치를 통해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물론 국민도 반으로 쪼개져 대화와 협력이 사라진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되,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우아하고 장엄한, 생동감 넘쳐”
‘미국 우선주의’ 앞세워 드라이브

유 원장은 ‘이미 많이 늦은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이 제일 빠르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역할이 어려울 경우에는 시민사회단체, 정당, 기업 등이 다각도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이후 오랜 시간 ‘스포츠맨’으로 살아온 그는 스포츠 외교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과정서 유 원장은 이동섭 국기원장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2021년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태권도 명예 9단증을 수여하고 태권도복을 증정한 인연이 있다. 이 원장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해 그레이스 멩 뉴욕주 하원의원과 마르크 베세이 텍사스주 하원의원에게 명예 7단증을 수여하는 등 ‘태권도 외교’를 펼쳤다.

유 원장은 “스포츠는 모든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다. 스포츠 외교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나도 이 원장으로부터 명예 7단증을 받았다. 이번에 다른 일정 때문에 이 원장과 일정을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전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서 차기 지도자의 덕목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유 원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의 지도자는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안보와 경제 분야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을 강조했다.

개헌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유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서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개헌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 높은 확률로 감옥에 가거나 죽는 결말에 이르렀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1987년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바꿔야 한다. 헌법재판소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탄핵안이 기각되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개헌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 장치가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유 원장은 “지난달 17일부터 25일까지 9일 동안 체류하면서 미국의 다양한 정치인, 전문가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의 시각서 바라본 한미 관계와 미래,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한 시간이다. 동북아시아의 복잡한 정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교 전략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각적인 접근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87년 체제
종말 고해

그러면서 “한국은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나라다. 주요 7개국 모임으로 불리는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20년 동안 정치인으로, 또 스포츠인으로, 야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느낀 것은 결국 국민에게 달렸다는 점이다. 미국 국민이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권에 불러낸 것처럼 한국 국민도 행동을 통해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최근 2030세대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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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생각보다 이르게 정권교체의 기회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친명·비명 갈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한 달간 통합 행보를 보이나 싶더니 또다시 서로를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최종 변론기일이 마무리된 후 모든 시선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쏠렸다. 통상적으로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이번 주 내로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선고기일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14일이 유력하다. 세 개의 변수 결론은 하나 현 상황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새로운 재판관이 합류하면 탄핵 심판 심리 과정서 나온 증거 기록과 증언 등을 살피는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2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 재판관이 임명돼도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 선고에 참여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남은 재판관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은 논의할 필요도 없는 즉시 하면 되는 일”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을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이 급물살을 타거나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이지 않을 경우에도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재판관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2월3일 내란의 밤을 모든 사람이 봐왔고 탄핵 심판 과정서 윤 대통령의 거짓말을 다 확인한 사람들이 온 국민인데 어떻게 탄핵 심판서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를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 역시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의원은 “기각 가능성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증인들이 넘치고, 헌재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기록, 증거들은 더 많다. 수사 기록이 모두 확보돼 사실관계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 입장서도 탄핵 인용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헌법재판에 임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 대선은 60일 이내인 5월13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야권은 조기 대선과 내달 2일 예정된 상반기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하는 만큼 5월은 곳곳서 격돌이 예상되는 시기다. 운명 가를 일주일 이번 주 결정 유력 마은혁 임명 최대 관건…여야 촉각 오는 13일은 상반기 재보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따라서 헌재가 이보다 이른 시점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조기 대선과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203조 5항에 따르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전일까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경우 그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선거일에 동시에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같이 밝히며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경우 그에 따라 절감되는 세금만 367억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자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굳히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에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1순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대선 양자 가상 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50.0%,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1.6%를 기록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역시 이 대표가 46.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8.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9% ▲홍준표 대구시장이 6.8% ▲오세훈 서울시장 5.1%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1%로 집계됐다. 이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 1.7% ▲김동연 전 국무총리 1.4%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가 1.3%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0%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숙원이었던 계파 갈등 봉합에 힘을 쏟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 내에서 후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 이 대표의 독무대가 될 경우 1극 체제 비판은 불가피하다. 이런 프레임을 깨트리고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행보는 필수라는 해석이다. 스스로 당긴 갈등의 불씨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2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악수하고 “더 큰 민주당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비 이재명계)의 쓴소리와 친명(친 이재명)계의 이견이 부딪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가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 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 통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서 계파 갈등이 몰고 온 후폭풍을 몸소 경험했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총리와 이 대표 간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고 결국 사법 리스크를 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선 경선 당시 불거진 이른바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 전 총리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명-낙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선서 패배한 이후 본격적으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계파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이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조기 대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비명계와의 화합에 공을 들였지만 2년 묵은 앙금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비명계는 계속해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로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서 열린 비명계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랩·사의재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란 종식은 대한민국의 틀이 어디서 새로 서서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며 “그 첫걸음이 7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답할 때”라고 압박했다. 김 지사도 “탄핵과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내전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의 나라가 필요하다”며 ‘경제 대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무너진 공든 탑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던 김두관 전 의원도 같은 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경선이 시작되면 이 대표의 시계만 돌아가고 나머지 후보는 비전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곧바로 이 후보 추대 잔치 들러리를 서야 할 판”이라며 “어대명 경선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 원로를 비롯한 여당 대권주자 역시 저마다 개헌을 띄우고 있어 양옆으로 이 대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가장 날 선 목소리를 내는 김 전 의원은 “검찰은 항소심서 이재명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오길 바라지만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본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명백히 현존하는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당원과 국민에게 사법 리스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플랜B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께서 임기 2년을 단축하는 3년짜리 대통령은 정말 못하겠다면 사법 리스크를 다 털고 법원 재판 다 받고 개헌 이후 4년 중임제 대선에 출마하길 권한다”며 “그렇게 하면 대통령을 8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방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자 통합 행보를 보이던 이 대표가 불과 2주 만에 다시 각을 세웠다. 2023년 친·비명 갈등의 뇌관이었던 체포동의안 사태를 놓고 이 대표가 “당내 일부와 (검찰이)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한 게 화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예상했었다”며 “2023년 그때쯤 정부와 대통령, 여당 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을 잡아 넣는다’라는 작전을 짰던 것이고, 어쨌든 대한민국 한 개 지방 검찰청 규모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서 저를 전방위로 털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22일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개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야권서만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의원은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다섯 명이었다. 이 “체포동의안 검-비명 짜고 쳤다” “지금까지 쇼였나” 통합 행보에 찬물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체포동의안 2차)표결을 했는데 가결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서 벌인 일이나 당에서 움직이면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면서도 연관성과 타이밍을 예시로 들었다. 아울러 가결파 의원들을 겨냥한 듯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적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저마다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냐”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원은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고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 역시 SNS를 통해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것 또한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검찰과 비명 의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김동현 판사의 공모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검찰과 민주당 의원들이 짰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을 내뱉는 이 대표의 상식을 파괴하는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고 직격했다. 또다시 벌어진 간극에 한 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이 시점서 이 대표가 저런 발언을 한 이유는 대표 본인만 알 것”이라면서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제발이 저려서 발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껏 쌓아둔 통합 행보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친·비명은 서로를 향해 다시 날을 세우며 경계 태세에 나섰다. 돌고 도는 계파 갈등 민주당 소식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이 으르렁거려도 막상 조기 대선이 열리면 합심해 지지율을 견인하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의견을 밝혔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이벤트를 앞두고 진영 논리에 갇히는 건 오히려 상대방을 도와주는 꼴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열리면 60일이란 시간 동안 민주당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과 혐오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을 되풀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면 이것대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