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2+2 통상협의’ 무산⋯한미 외교, 최악 시나리오로 치닫나

최근 한미 통상외교가 심상치 않다. 오는 8월1일부터 발효되는 미국의 25% 상호관세 조치를 앞두고 워싱턴DC에서 25일 개최될 예정이던 ‘2+2 통상협의’가 돌연 무산되면서, 이재명정부의 통상 전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 장관의 “긴급 일정”을 무산 이유로 밝혔지만, 실상은 미국의 냉담한 반응과 전략 부재가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고위급 연쇄 회동 무산…협상 진정성 의심받는 한국 정부

이번 2+2 협의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김정관 산업부 장관 등 범정부 차원의 ‘총출동 외교전’이었다.

그러나 출발 직전, 베센트 재무 장관이 일방적으로 협의를 취소했고, 구 부총리는 결국 방미 자체를 접었다. 문제는 이것이 ‘우연한 일정 변경’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앞서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면담에 실패한 바 있다. 위 실장이 직접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이 두 번째 무산이다. 양국 간 신뢰와 전략 채널 모두 흔들리고 있는 신호다.


워싱턴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한국 측이 전방위로, 마치 떼를 지어 워싱턴을 방문하지만 실제 협상 내용은 빈껍데기 수준”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 미국 고위 관계자는 “만남 자체가 무의미하다. 성과도 전략도 없는데 왜 시간을 쓰느냐”는 말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5500억달러 투자… 한국은 ‘펀드 설립 논의’

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한국이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투자 펀드 설립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고, 보잉 항공기·농산물 구매 등 대규모 ‘패키지 딜’을 체결하며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 것과 비교해 초라한 수준이다.

미국 측은 한국에도 유사한 수준의 투자 약속을 원하고 있다.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8월1일부터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대미 수출을 기반으로 한 한국 산업 전반에 ‘충격파’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은 트럼프 1기 시절, 한국과 첫 관세협상을 성공시킨 바 있다”며 “이번에도 조기에 타결을 원했지만, 한국의 준비 부족과 메시지 혼선이 협상 동력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전략 부재 VS 인적 한계… 김현종 ‘구원투수’ 거론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이재명정부의 통상라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구윤철·여한구 라인은 ‘정책 기조는 있으나 전략은 없고’, 산업부 라인은 ‘행정력은 있지만 협상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틈을 메울 수 있는 ‘구원투수’로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다시 거론된다.

김 전 차장은 노무현·문재인정부 시절 FTA, WTO, 한미 통상갈등 등 굵직한 통상 협상을 주도하며 ‘미국통’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관세협상을 실무 주도했고, 상대 진영과의 직접 대화에서 ‘전술적 양보와 전략적 목표’를 함께 가져간 대표 인물이다.

한 전직 통상 관료는 “지금처럼 핵심 라인과 정상 간 접점이 없고, 미국과의 감정까지 겹친 상황에선 ‘말이 통하는 사람’이 나서야 한다”며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면 김 전 차장 같은 실무 통상가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 시간은 ‘일주일’… 정상회담도 요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25일~29일 스코틀랜드 방문을 앞두고 모든 일정이 꼬인 상황이다. 베센트 장관은 대통령 동행 가능성이 유력해, 사실상 7월 내 협상 재개는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루비오 국무 장관, 베센트 재무 장관, 그리어 USTR 대표, 러트닉 상무 장관 등 대부분의 고위 인사들이 한국 대표단과의 만남에 소극적이거나, 명시적으로 ‘선긋기’에 나선 점도 부담이다.

정상회담은 더더욱 요원하다. 이정부 들어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 창구는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으며, 국무 장관이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접촉도 차단되고 있다.

“만남보다 메시지”… 통상 라인의 절박한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이제 중요한 건 ‘누가 가느냐’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라고 강조한다. 한국이 전방위 출장 외교로 보여줄 수 있는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실질적 전략과 성과 중심의 협상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통상 라인의 개편과 함께,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고위급 인사,예컨대 김현종 전 차장과 같은 실무 협상가의 등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대로 가면 8월1일부터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은 25% 관세 장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워싱턴은 지금, 한국의 진정성 있는 전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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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최근 행적이 확인됐다. 지난해 탈옥에 성공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박씨와 함께 탈옥에 성공했던 인물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올해 초까지 말레이시아로 여러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최근 필리핀 카비테 부근 한 시골 마을로 주거지를 옮겼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초부터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탈옥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교·수사당국은 현지 담당자가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소극 행정’으로 대처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꼴이다. 1년이 지난 현재, 박씨는 필리핀 서부 지역 한 시골 마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못 잡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필리핀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올해 초까지 총 세 차례 이상 말레이시아 사바주로 밀항을 시도했다. 이들이 밀항을 시도한 곳은 필리핀 남서부 잠비앙가와 민다나오 다바오 시티다. 잠비앙가의 경우 여행경보 4단계인 흑색 경보(여행금지) 발령 지역이다.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없이 흑색 경보 지역을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잠비앙가는 우리나라 국민이 여행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박씨와 송모씨 등 ‘탈옥 멤버’들은 다바오 시티에서 두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잠비앙가로 이동했다. 잠비앙가에서 술루 제도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술루 제도로 이동하던 박씨 일당들은 필리핀 반군에 억류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씨가 밀항을 시도한 잠비앙가를 비롯해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는 이슬람 반군들이 주둔해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민다나오 마긴다나오델수르주의 파갈룽간시에서 필리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두 지휘관과 수하 병력이 총기와 흉기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1970년대부터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벌여온 MILF는 2014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정부가 민다나오섬에 설치한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과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BARMM)’ 구성에 참여했다. 잠비앙가·민다나오서 ‘뒷돈 도주’ 시도 이슬람 반군에 억류 후 풀려나 마닐라로 MILF는 2019년 9월부터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기 반납을 시작했지만, 무장 해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전히 총기를 보유한 MILF 병력은 수천 명 이상이다. 박씨는 반군들에게 마약 및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돈 수천만원을 뇌물로 전달한 이후 풀려났다. 지난 5월 초 박씨는 송씨와 헤어진 후 필리핀 루손섬 카비테주 카비테 시티로 이동했다. 지난달 말에는 카비테 시티 외곽 한 시골 마을에 자신의 현지 부인인 A씨까지 불러 정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간 마닐라 타기그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거주했다. 현지인들은 보니파시오를 BGC 또는 글로벌 시티로 부른다.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불릴 만큼 고층 빌딩, 고급 주거지, 쇼핑 거리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파시오의 경우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만~15만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에 위치한 원룸 형식의 콘도 월세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도 관련 첩보를 파악해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중이다. 아직 정확한 집 주소나 확실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 왔다. 수억 비트코인에 차명 주택 부동산 소유 현지 부인이 조력해 “지속적 현금 조달” 특히,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게 “박씨가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하고 있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했다. 국내 정보기관은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23년 12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교정당국에 박씨의 탈옥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박씨가 탈옥한 것을 두고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외교부와 경찰, 법무부 국제형사과 등이 일부 파견을 가 현지에서 한국 범죄자들을 관리하는데, 공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범죄자와 면담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저 공문만 보내는 것으로는 범죄자들의 탈옥을 막을 수 없다.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잡나 박씨는 A씨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교도소의 취약점을 파악해 탈옥을 계획했다. 사전에 철저히 ‘탈옥 계획’을 구상하고 보안이 허술한 교도소에 잡혔단 뜻이다. 말레이시아로의 밀항 준비도 A씨가 현금 조달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박씨가 교도소에서부터 환전한 수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관리해 왔다. 박씨와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한 제보자는 “환전한 비트코인 외에도 A씨가 박씨의 차명 소유 자택 부동산 등 수십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