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모스 탄(Morse Tan·한국 이름 단현명) 전 미국 국제형사법 대사의 존재감이 여전히 서울 한남동에 남아 있다. 극우 음모론자 중 한 명으로 치부하기에는 배경도, 인맥도 심상치 않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그가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앞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계 미국인인 모스 탄 전 대사는 미국 리버티 대학교 법학대학 교수다. 지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로 임명됐으며 미국 민간단체인 ‘국제선거감시단’에서 활동 중이다.
커진 목소리
탄 전 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 한 소녀를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에 연루돼 소년원에 수감됐고, 그 때문에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탄 전 대사를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 현재 수사 중에 있다.
떠오르는 ‘신흥 보수 전사’로 이름을 알린 탄 전 대사는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극우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CCP Out(중국 공산당 물러가라)’ ‘Stop the Steal(부정선거 중단)’ 등을 외치며 결집했다.
이후 탄 전 대사는 각종 극우 단체 집회에서 단상에 올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통해 부정선거 증거를 모으려 했다” “(총선 등) 선거 조작의 위험성을 미리 봤다” 같은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하루는 서울대학교에서 강연하기로 예정됐다가 서울대 측에서 “외부 단체의 행사로 교육과 연구 등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 예상된다”며 대관 취소를 통보해 극우 세력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6일 윤 전 대통령과 탄 전 대사의 접견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박주현 변호사는 이튿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모스 탄 대사 영어 편지 원문과 번역본’을 윤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와 함께 게시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탄 전 대사를 접견하기로 했으나 내란 특검이 가족·변호인 이외에는 접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대신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소속 김계리 변호사가 탄 전 대사의 편지를 들고 윤 전 대통령을 접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땅 밟은 모스 탄 곧바로 구치소행
결국 접견 불발 후 윤이 쓴 답신 보니…
윤 전 대통령의 답신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서울구치소 앞에서 대독했다.
편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오늘 이곳 서울구치소까지 찾아오시기로 한 것에 감사하고 갑작스러운 특검의 접견 금지 결정으로 만나지 못해 아쉽다”며 “어제 교정당국과 이미 접견 약속을 잡았는데도 저와 탄 전 대사의 만남을 막으려고 전격적인 접견 금지 결정을 내린 것은 악의적이고 어리석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리즘은 거대한 기득권 카르텔을 구축해 국가도, 주권도, 자유도 거기에 매몰되고 이제는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지금 탄 전 대사와 미국 정부는 세상의 정의를 왜곡하는 세력, 그리고 그들이 구축한 시스템과 대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국정 표어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이고 지난 겨울 저의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 운동의 가치는 ‘자유 수호, 주권 회복’이었다”며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탄 전 대사와 그 동지들의 신념과 철학을 공유해 응원한다”고 강조했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접촉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손을 잡아야 ‘트럼프’라는 퍼즐 조각이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재명정부와 트럼프정부 간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지금 윤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지지 세력 결집을, 탄 전 대사는 인맥을 과시하며 ‘극우 전사’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탄 전 대사를 푸대접하는 모습이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국민의힘 이준우 대변인은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탄 전 대사가 미국에 돌아갔을 때를 생각해보라. ‘한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한국 정부 측 관계자가 나에게 어떤 말을 했다’ 이런 것들을 전부 다 보고할 것”이라며 “그런데 (서울대에서) 예정된 강연도 못하게 했다는 것은 미국에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팔아 득 보는 윈윈 관계?
‘벼랑 끝’ 극우 마지막 동아줄
탄 전 대사가 고든 창 변호사, 미셸 스틸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과 더불어 주한미국대사 후보자로 검토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한미 관계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국립외교원 제36대 원장이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지난 17일,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주한미국대사를 저분들 중의 한 명을 선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꼭 대비책을 서두르셔야 된다”고 요구했다. 이에 조 후보는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모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극우는 계속해서 좌절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구속이 이어지자 트럼프정부 출신인 탄 전 대사를 마지막 희망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끈을 동아줄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외교 정세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도 “국민들은 미국 동맹을 강조하지만 막상 미국 정세나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극우) 지지자를 향해 트럼프와 모스 탄이 연결됐다는 정보 비대칭성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현 정부를 부정선거와 엮어 미국과 연대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극우 세력에 있어 탄 전 대사는 음모론을 퍼트릴 수 있는 최고의 스피커다. 좋은 위치, 좋은 배경을 갖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온갖 의혹을 터뜨린 채 탄 전 대사는 지난 19일 다시 출국 길에 올랐다. 정권교체와 관세 전쟁이라는 절묘한 타이밍에서 ‘트럼프’라는 막강한 카드를 꺼낸 만큼 한미 관계에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의 관세 협의 등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 상태다. 여 본부장은 워싱턴DC에서 미국 주요 정부 인사들과 한미 간 관세협상을 실시할 예정이다.
쥐고 흔들기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미 관계에 대해 “트럼프정부 1기는 무기 전쟁, 2기는 관세 전쟁 등 비슷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에 투자를 더 많이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며 “작년에 대미 투자 1위 국가가 대한민국이었다. 냉철하게 보자면 이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만을 상대하는 것뿐만이 아닌 미국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두는 공화당 주지사 등과 연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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