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이 협상서 배제되면서 ‘당사국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를 위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매우 빨리(very soon)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종전을 위한 대화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관여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채 미국과 러시아 간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는 이번주 사우디아라비아서 우크라이나 종전 관련 협상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했으나 여기에 우크라이나는 제외됐다.
이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서 “우크라이나에 관한 미국과 러시아 간의 어떤 결정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이번 협상 과정서 자국의 영토 및 안보 문제를 둘러싼 결정이 제3자의 손에 넘어가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미군 주둔을 대가로 희토류 지분 절반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일방적인 조건만으로 압박할 경우, 유럽의 반발까지 더해져 실질적인 종전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관측이다. 당초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 등 나토 확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유럽 국가들 역시 미국이 일방적으로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개시한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과 90분간 통화하면서 유럽 지도자들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국 패싱’ 논란이 확산되자,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각) CBS 인터뷰서 “진짜 협상에 도달하면 우크라이나, 유럽이 개입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현재 진행된 것은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통화가 있었다는 것이고, 양측이 이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급속히 전개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논의에서 유럽 국가들이 사실상 배제됐다는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키스 켈로그 미국 특사는 지난 15일 뮌헨 안보회의서 ‘미국이 마련한 종전 협상 테이블에 유럽도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는 “(종전 협상장이)대규모 토론장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유럽은)협상 테이블 배석 여부를 불평할 게 아니라 구체적 제안과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다급한 유럽은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주요국 정상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의에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정상,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트럼프정부에 대한 대응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파병안을 포함한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사우디서 진행되는 고위급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일정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의 회담은 이르면 이달 말 개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이 역시 이번 회담서 일정 부분의 진전이 있어야 실현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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