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장기전 국면? 트럼프 “노 프라블럼”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이란은 호르무즈 봉쇄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종료 시점을 4~5주로 언급하면서도 “필요하다면 그 이상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혀 중동 정세가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추가 참전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차단 위협까지 겹치며 전선이 급속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 연설에서 “처음에는 4~5주 정도를 예상했지만, 상황에 따라 훨씬 더 길게 이어갈 역량도 갖추고 있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무엇이든 우리는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4주 내지 5주간 할 생각이었다”고 언급했던 그가 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더라도 감당할 수 있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목표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라크전과 같은 끝없는 전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특정 기간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년씩 이어지는 소모전을 할 생각은 없지만, 목표 달성 전에 섣불리 발을 빼지도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동시에 미 중부사령부에 추가 병력과 보급물자가 투입되고 있다고 밝혀 중·장기전 대비 태세를 시사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상군 투입 발언이다. 그는 이날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다른 대통령들은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나는 지상군에 관한 ‘울렁증’(yips)은 없다”며 “아마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필요하다면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군 투입은 군사시설 파괴나 요인 제거를 넘어 영토 장악, 정권교체, 지하 핵시설 접수까지 전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정이다.

앞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막대한 인명 손실을 경험한 미국으로선 여론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 수치가 낮든 그렇지 않든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강변했다.

미군은 현재까지 전투기 수백대, 2개 항공모함 전단을 중심으로 수만발의 폭탄을 투하하고 1000곳 이상의 표적을 타격해 이틀 만에 ‘국지적 공중 우세’를 확립했다고 발표했다.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에 이어 B-1 전폭기까지 가세해 이란의 지휘통제 인프라, 해군 전력, 탄도미사일 기지, 정보시설을 집중 타격했다는 게 미국 측의 주장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틀 전만 해도 이란 정권은 오만만에 11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오늘 그들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 함정 10척을 침몰시켰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 장관은 이날 연방의회에서 “그들(이란)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도 “미군의 가장 강력한 타격은 아직 오지 않았다. 다음 단계는 지금보다 이란에 훨씬 더 가혹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 수세에 몰린 이란은 전략적 요충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보좌관인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해협은 폐쇄됐다. 통과하려는 자가 있다면 혁명수비대 해군과 정규군의 영웅들이 그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며 “그들이 궁지에 몰렸다는 압박을 느낄 때까지 이 지역에서 석유 수출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선박 통항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유조선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바레인 항구에 정박 중이던 미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러티브’호가 공격받아 작업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이란의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전쟁의 불길은 이란 영토 밖으로도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과 드론을 발사하며 사실상 참전했고, 이스라엘은 수도 베이루트를 포함한 레바논 곳곳에 보복 공습을 퍼부었다.

레바논 정부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습으로 52명이 사망하고 15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란의 보복 공격은 미군이 주둔한 걸프만 국가들에도 직접적 피해를 주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부는 현재까지 800회에 달하는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탄도미사일 174발 중 161발은 요격했지만 드론 일부는 두바이 등 도시에 떨어져 피해를 냈다.

카타르에서도 이란 탄도미사일 7발과 무인기 5대가 격추됐고, 수도 도하에서는 연이어 폭발음이 울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에 있는 정유시설도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타격을 받아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앞서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사무총장은 전날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이란의 ‘배신적 공격’을 규탄했다. 이들은 군사 대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해, 전쟁이 다자간 충돌로 확대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란 지도부가 전열을 재정비해 결사항전의 길로 갈지, 아니면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 앞에 협상 테이블로 나올지가 이번 전쟁의 향배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