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1.15 13:45
어느 부부가 회사 동료를 감금한 상태에서 낮에는 아이를 돌보게 하고, 밤에는 성매매를 시켜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는 기사가 사회면을 장식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의 전형적 사례다. 가스라이팅은 학대자가 피학대자를 통제하면서 피학대자의 판단력과 현실감을 잃게 하고, 이를 통해 학대자가 피학대자를 착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Webster사전에 따르면, 가스라이팅은 자신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의문시하도록 만드는 심리적 조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가스라이팅은 최근 들어 아주 귀에 익은 외래어로 인식되고 있으며, 가스라이팅을 주제로 하는 소설·영화·드라마 등이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다. 대중적 관심은 우리를 두렵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스라이팅에 대한 인식을 높여 건강하지 못하고 위협적인 관계를 피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학술적으로도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가스라이팅이란 단어가 익숙하다는 건 그만큼 빈번한 사회현상으로 비춰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Webster사전은 가스라이팅을 ‘2022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가스등(Gaslight)’에서 유래된 ‘가스라이팅’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가스등을 밝힘’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높은 확률로 소위 ‘전문가’ 집단의 사이코패스 진단 여부가 따라붙는다. 강력범죄자를 거의 예외 없이 사이코패스로 몰아가는 일부 자칭 전문가들과 이에 편승한 사회적 분위기는 기이하다고 할 정도다. 사이코패스를 언급하려면 사이코패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인지해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자신의 본성을 언제 드러낼지 알 수 없다. 우리 주변에는 모습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사이코패스가 존재하며, 그들은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착취하기 위해 ‘우리’라는 방호복·위장복 속에서 숨어 틈새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은 그들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다. 누구든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그냥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단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라는 말 자체는 기본적으로 대중을 두렵게 만들지만, 때로는 대중을 현혹시키거나 한발 더 나아가 매료시키는 등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범죄 관련 정보 대부분을 미디어에 의존하는 특성상, 일부 사람은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범죄 가문을 이끌었던 연쇄살인마 Charlse Manson이나 영화 <양들의 침묵> 속 가공의 인물 Hannibal
미국 형사사법연구원은 연쇄살인에 대한 10가지 통념을 사실 자료와 통계 등을 이용해 설명한 적 있다. 이들은 연쇄살인이 마치 유행병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미국 전체 살인 중 연쇄살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쇄살인범은 외관이나 생활유형이 평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잘못된 통념이고, 연쇄살인범과 비폭력적인 사람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쇄살인범은 일반적으로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인식과 달리, 대다수는 정신이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옳고 그름을 알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살해 욕구를 통제할 수 있다. 다만 통제를 선택하지 않으며, 미치광이보다 더 잔인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 연쇄살인범은 반사회적 인성장애자, 소시오패스인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양심이 있으나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함으로써 죄책감을 부인하거나 중화할 수 있다. 사실 연쇄살인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은 청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려진 선정적이고 과장된 측면에 영향을 받은 면이 존재한다. 사회적으로 구성된 ‘유명인 괴물(celebrity monster)’에 대한 실체보다 더 크게 그려진 언론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대중은 그렇게 통념을
최근 범죄학 분야에 종사자들 사이에서 “피해자 혹은 생존자, 어느 용어가 더 적합한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용도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라는 용어는 전형적으로 최근 성폭력을 겪은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며, 추가적으로는 범죄를 논의할 때 또는 형사사법제도 참고할 때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반면 ‘생존자’라는 용어는 범죄 피해로부터의 회복 과정을 거쳤거나 회복 중인 사람을 나타내고, 추가적으로는 성폭력의 장.단기 영향을 논할 때 주로 쓰인다. 즉, 피해자는 범죄 희생자에 대한 해악이나 손상으로 규정되고, 생존자는 그 이후 그들의 삶으로 규정될 수 있다. 최근 추세는 피해자보다는 생존자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그럼에도 여전히 피해자라는 용어가 통용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형사사법제도 내에서 범죄의 대상이 된 사람을 기술하는 동시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정한 권리를 제공받는 지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관과 검사는 범죄가 그 사람에게 발생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반대로 생존자라는 용어는 ‘가해자’의 존재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나 함축이 없다는 우려
관계 폭력은 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 권력과 통제를 확고히 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되는 학대 행위의 한 형태다. 흔히 ‘잘못된 만남과 일방적 헤어짐과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잘못된 폭력’쯤으로 해석한다. 관계 폭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빈번하고 그 강도가 격렬해지는 경향이 있다. 교제나 연애 단계에서 이미 학대적 성향이 표출된 상태였다면, 동거·약혼·결혼 등으로 단계가 진행될수록 학대자의 학대 강도가 더 심해지곤 한다. 관계 폭력은 진행 중인 관계의 상황은 물론이고, 관계가 깨어질 때 일어나기도 하며, 피해자가 가해자를 전혀 알지 못하거나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관계에서도 일어난다. 물리적·감정적인 동시에 언어적 학대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학대는 상대를 해치는 것을 목표로 행해지는 행위다. 당연히 거의 모든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고,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물리적 폭력을 말할 필요도 없으며, 감정적·정신적·언어적 학대와 상대방 의사와 상관없는 성적 학대, 금전이나 소유물의 통제와 같은 재정적 학대, 소문을 퍼뜨리거나 감시·격리·소외시키는 사회적 학대를 포함한다. 결국 관계 폭력은 상대가 원치 않음에도 관계를 유지하고
‘스토킹(Stalking)’이라는 외국어처럼 우리 귀와 눈에 익숙한 말과 글도 없을 것 같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과 방송의 뉴스거리가 되고 있어서다. 스토킹이란 원래 맹수와 같은 육식동물들이 먹잇감을 따라다닌다는 뜻에서 출발한 용어다. ‘은밀히 다가서다’ ‘몰래 추적하다’에서 파생됐고, 타인으로 하여금 위협을 느끼게 할 정도로 남을 쫓아다니는 행위를 의미한다. 관련된 법률인 ‘스토킹 처벌법’에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접근하고 진로를 막거나, 동선, 주거지 근처에서 기다리거나, 우편이나 정보통신망을 통해 글이나 영상을 보내는 행위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해서 피해자의 불안감을 일으키면 스토킹 범죄로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토커(스토킹을 하는 사람)’의 특성을 드러내는 사람은 대체로 타인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잘못된 믿음이나, 자신이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표현으로 남녀관계에서의 일방적 접근이나 집착이 얼마간 용인되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상대가 싫어하는데도 열 번 찍으면 그게 바로 스토킹 범죄가 된다. 스토킹 범죄를 규정함에 있어서 중요한 핵심 전제가
연쇄살인, 연속살인, 다중살인은 복수의 인명을 살해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가정환경이 연쇄살인범, 다중살인범 문제의 인과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학대적인 환경이 연쇄살인범, 소외와 같은 방치된 환경이 다중살인범을 만들곤 한다. 구체적으로, 방치는 언제나 일종의 트라우마나 학대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즉 방치가 해당 아동에게 공격성을 심어준 학대적인 행위와 함께 일어나지 않는 한 순수한 방치만으로는 연쇄살인범을 낳지 않는다. 심지어 학대가 다중살인범의 아동기에 일어나도 그것은 방치 이후에 일어나며, 보통 연쇄살인범의 경우만큼 심하지 않다고 한다. 결국 인과관계나 요소라는 견지에서 보면, 학대적인 환경이 연쇄살인범을 만들어내고, 방치된 환경이 다중살인범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연쇄살인과 다중살인이 양극단의 대조적인 위치에 있다면, 연속살인은 그 중간 어디쯤 자리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유형화는 단언적·범주적이라기보다는 연속체다. 이런 비교는 그들의 아동기 조건들의 대조적 특성에 기초한 것이다. 세 유형 모두 그 시작은 청소년기 이후라고 할 수 있고, 그들의 동기는 대중이나 특정 집단의 사람을 표적으로 한다. 다중살인범은 마치
다중살인은 수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한다.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청사를 폭파해 168명의 목숨을 앗아간 Timothy McVeigh와 Terry Lynn Nichols, 버지니아공대 조승희 총기난사, 텍사스의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던 총기난사, 경남 의령군에서 벌어진 우범곤 순경 총기난사 다중살인 사건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다중살인은 통상적으로 한 곳에서 다수의 사람을 살해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다중살인은 비록 살인범이 느슨하게 관련된 물리적 지점을 옮기더라도 하나의 기본 위치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여기에 최소한 4명의 사망자가 있고, 사건이 정해진 짧은 기간의 틀 안에서 발생한다는 조건이 추가된다. 다중살인범은 통상적으로 한 군데서 살인을 저지르며, 단독 또는 집단으로 살인이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본인 가족을 살해하는 살인범도 또한 다중살인범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 다중살인범의 유형은 ▲질투·보복·충성심에서 온 가족을 살해하는 가정의 우두머리는 일종의 가족 절멸자(family annihilator) ▲주의와 관심을 끌기 위해 사회에 분노를 표출하는 다중살인범은 의사 특공대(pseudocommando) ▲살인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전에 도주
스토킹 범죄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관계 폭력’이 난무하면서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의 강화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경찰은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체감안전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이 제공하는 신변보호는 방식은 ▲피해자를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하고 스마트워치 지급 ▲피해자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접근금지 등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긴급응급조치 ▲영장 청구 등에 국한된다. 하지만 이 방법들이 명확한 해답을 주는 건 아니다.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더라도 착용자가 긴급상황 시 긴장하고 겁먹은 나머지 작동 자체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스마트워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착용자가 기기를 작동시키더라도 착용자 가까이 접근한 용의자보다 경찰이 현장에 먼저 도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실상 ‘골든타임’을 놓치게 돼 피해를 막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신고하고 3분 만에 경찰이 도착했지만, 그사이 가해자가 피해자를 해친 사례도 있다. 접근금지도 마찬가지다. 접근하지 말라고 아무리 명령이나 조처를 해도 그 명령이나 조처를 지키는지 감시와 감독이 어려워 피해자
방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조금 멀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대구 지하철 방화와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 방화, 가까이는 강릉 산불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화 범죄가 이어져온 실정이다. 전통적으로 강력범의 경우 20~30대에 범죄성이 정점으로 부각되는 데 비해, 대다수 방화범은 40~50대다. 지난 5년간 방화범의 53%가 40~50대였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심지어 60대 이상의 방화범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상당수 방화범은 술에 취한 상태였고, 방화 이유는 대부분 ‘화를 참지 못해’ 불을 질렀다. 실제로 통계상에서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발생한 살인·강도 범행은 28-30% 정도였으나, 방화 범죄의 주취자 비율은 매년 40%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방화가 무서운 것은 일종의 다중살인이 될 수도 있는 동시에 엄청난 규모의 재산상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방화를 살인·강도·강간 등과 함께 강력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역시 FBI 범죄통계에서 강력범죄와 유사한 개념인 ‘지표범죄(Index Crime)로 분류하는 이유다. 방화가 중요한 형사정책의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는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온 나라가 슬픔과 분노가 들끓었고, 참사의 책임소재를 놓고 들썩인다. 수많은 희생이 있었기에 당연히 그 책임소재를 명확히 따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나기 피하기 식의 분풀이나 화풀이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문제의 근본 원인이 규명돼야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사람들은 경찰의 안이한 판단과 무책임을 질타한다. 경찰은 주최나 주관이 없어서였다고 주장한다. 가장 근원적인 원인을 찾는다면 경찰은 물론이고, 정부와 국가,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팽배한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안전에 충분히 민감했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참사였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이제라도 ‘안전인지 감수성(Safety Awareness/Sensitivity)’에 민감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글자만큼 그렇게 자기-설명적이지는 않은 안전인지 감수성이란 낯선 용어는 무엇을 뜻할까. 대중은 ‘인지(Awareness)’라고 하면 일시적인 캠페인이나 간헐적인 사회운동이나 활동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안전인지 감수성은 통
그간 범죄는 하류계층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다. 적어도 공식적인 범죄 통계로는 그렇다. 미국 FBI의 공식 범죄 통계인 ‘UCR(Uniform Crime Reports)’을 비롯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공식 범죄 통계는 하류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범죄를 범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전통 범죄학은 하류계층의 노상 범죄, 재산범죄, 또는 ‘낯선 사람(stranger)’에 의한 범죄에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범죄가 하류계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상류 계층도 다양한 범죄를 범하고 있으며, 그들의 범죄로 인한 피해는 하류계층 범죄 피해보다 심각할 때가 많다. 중상류층, 소위 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의 범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가진 자가 만든 법을 중심으로 하는 사법체계에 기인하거나 그들의 범죄 특성 때문이라는 게 ‘비판범죄학’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최근 비판 범죄학계를 중심으로 사회적 엘리트들과 기업의 범죄에 경각심을 울리기 시작했다. 전통 범죄학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가진 자의 범죄가 하류계층 범죄자와 이들에 의한 전통적 노상 범죄보다 빈도와 피해 규모 면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FBI에 따르면 실제로 노상 범죄의
경찰과 검찰에 접수된 ‘보복범죄’ 건수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보복범죄는 자신이나 가족이 범죄나 사고로 입은 신체적·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보복을 가해자에게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복범죄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 범죄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나 제보자 등의 신고를 위축시킨다. 이는 곧 형사사법기관의 작동과 기능을 위협해 존재 이유조차 흔들리게 하며, 사법기관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조장하게 한다. 보복범죄는 범죄에 대한 최초 신고를 이유로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범죄조직 간 충돌 등 다양한 관계와 형태와 동기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는 어떤 것이나 무언가에 앙심을 품고 그것을 보복하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사회적 문제이자, 관심사가 되고 있는 형태의 보복범죄는 일종의 ‘관계 폭력(Relationship violence)’에 가깝다. 헤어지기를 원하는 상대에 대한 헤어지기 싫어하는 가해자의 일방적 보복 행위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보복과 복수 범죄를 혼용하듯, 미국에서도 ‘Retaliatory’ 범죄와 ‘Revenge’ 범죄라는 용어를 상호교환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복수나 보복은 범죄와 폭력에 대한
얼마 전 ‘8살 나영이’를 성폭행한 조두순의 출소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최근엔 11명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으로 수형생활을 해온 김근식의 출소로 또 다시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일고 있다. 범죄자, 특히 성범죄자, 그것도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제도의 시작은 미국 연방 법률, 즉 법집행기관으로 하여금 등록된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도록 하는 연방 법률인 ‘메간법(Megan’s Law)‘이다. 미국 뉴저지의 7살 소년 메간이 길 건너 동네에 거주하던 성범죄 전과범에 의해 납치·강간·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만약 성범죄 전과가 많은 자가 동네 주민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사전에 주의하고 조심했다면 메간에게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판단에서 시작됐다. 연방 메간법은 등록된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 소위 ‘지역사회 고지’에 관한 것이라면, 주 단위의 메간법은 성범죄자 등록과 지역사회 고지 두 가지 모두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제도가 기대하는 것은 범죄자에게는 자신의 신상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심리적 억제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과 동물에 대한 학대는 피해자가 생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피해를 받는 대상은 고통을 느끼고, 경험하고,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오랫동안 동물에 대한 폭력성이 아동, 노인에 대한 폭력과 무관한 것으로 간주됐지만, 최근에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타인에게도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흉악범 상당수가 과거 동물에 해를 가했다고 보고된 사례와 일맥상통한다. 동물 학대와 사람에 대한 폭력의 연계에 대해, 범죄심리학자들은 학대나 기타 폭력을 목격한 사람이 폭력에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동물 학대는 생명 존중을 파괴하고, 동물 학대를 목격한 아이일수록 학대자가 될 수 있는 위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복지 전문가, 교육자, 정신건강 전문가 등은 동물에 대한 학대와 잔인성이 장래 폭력 행위에 대한 하나의 경고신호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 학대를 중요한 형태의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아동의 동물에 대한 공격적, 가학적 행위가 성인이 된 이후 폭력적인 성향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수의 연쇄살인범이 어린 시절 동물을 학대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 연
범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알기 쉽다. 당연히 범죄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사람이라고 이해하게 된다. 물론 절대 다수의 범죄는 가해자도 그 피해자도 사람이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면 가해자도 피해자도 사람이 아닐 수 있다. 전통적 범죄, 특히 대인 범죄는 절대적으로 가해자도 피해자도 자연인이겠지만 사실은 자연인 외에도 기업 또는 법인(corporation)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으며, 심지어 살아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죽은 사람도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최근 동물애호가들이 늘면서 애완동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됐고, 범죄 피해자로서의 반려동물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추세를 반영하듯, 범죄학에서도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학대는 물론이고, 자연환경의 훼손과 같은 반사회적 행위들을 관심의 초점으로 하는 ‘환경 범죄학’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반대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서 자연인이 아닌 법인 또는 기업의 범죄행위인 기업범죄(Corporate crime)나, 이를 확장해 화이트칼라 범죄(White color crime) 또는 엘리트범죄(Elite crime)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에서는 소위
경찰의 지나친 총기 사용은 지난 몇 년 미국 사회의 논쟁거리였다. 이런 가운데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찰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다. 시민들은 급기야 ‘경찰 예산 지원 중단(Defund the police)’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찰을 폐지하라(Abolish the police)”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 사회의 현실에는 인종차별이라는 사회문제가 저변에 깔려있다. 그럼에도 미국 경찰의 지나친 총기 사용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일단 미국과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미국의 경우 다인종·다문화·다언어 형태를 띠는 복합사회(plural society)로서 인종차별의 논란이 여전하고, 총기 소지와 휴대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반면 한국은 단일사회의 특성이 강하고 총기 규제가 어쩌면 가장 엄격하다. 미국과 한국은 총기나 무력 사용은 물론이고 경찰권이 대표하는 국가권력, 공권력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매우 대조적이다. 미국이 무력의 지나친 사용으로 비난을 받지만, 한국은 경찰관에 대한 주취 폭력 등으로 경찰권의 약화를 우려하는 실정이다. 사실 경찰의 무력 사용은 정당한 경찰권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라는 학술용어처럼 사실은 피해자가 없는 범죄는 있을 수 없는데도 피해자 없는 범죄라고 하는 것은 전통적 범죄 피해자와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에서 붙여진 용어일 뿐이다. 전통적 범죄는 특정한 가해자가 특정한 피해자에게 특정한 동기에서 가하는 범죄인 반면, 피해자 없는 범죄는 마약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일인이거나, 환경 범죄나 기업 범죄처럼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 경우다. ‘묻지마 범죄’도 전통 범죄와 구별하기 위한 의도에서 언론이 작명한 신조어다. 전통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속에서 분명한 동기를 가지고 행해지지만, 묻지마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도 없고, 따라서 특정한 동기도 없다는 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도 동기도 묻지도 따질 수도 없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특별한 특정한 동기가 없다는 점에서 ‘동기 없는 범죄(Motiveless crime)’, 혹은 증오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증오범죄(Hate crimes)’로 분류하기도 하며, 전형적인 동기가 아닌 이상한 동기의 범죄라는 점에서 ‘이상 동기 범죄’로 표현하기도 한다. 왜 극히 일부이지만 사람들은 자
‘앰버 경보’는 어린이가 납치된 것으로 추정돼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납치 용의자와 피랍 어린이와 관련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시스템이다. 정보, 시기, 절차 등에 따라 발령하는 경보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목적은 한결같다. 경보를 다수 국민과 공유해 시민들의 제보와 감시를 극대화해 어린이를 구하고 납치범을 검거할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경찰은 시민의 협조와 참여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과거 탈옥수 신창원 사건이 그랬듯이 시민의 신고를 토대로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봐왔지 않은가. 앰버 경보 제도를 도입해야 할 정도로 시민의 관심, 협조, 참여가 필요한 것은 납치, 유괴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후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에 살해되는 경향이 높아 시간을 다퉈 해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 국민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앰버 경보의 영어 표기인 ‘AMBER’는 두 가지를 함축하고 있다. 하나는 AMBER가 1996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시에서 납치돼 살해된 ‘Amber Hagerman’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앰버의 아버지가 어린이 납치에 대한 심포지엄에 참가해 어린이 납치, 유괴, 실종 사건이 경찰의 보다 신속하고 적
지금으로부터 46년 전 미국의 ‘경찰재단(The Police Foundation)’은 경찰관을 위한 고등교육에 관한 국가 자문위원회(The National Advisory Commission on Higher Education for Police Officers)를 구성해 50개주 고등교육 책임자, 형사사법 기획기관, 100개 이상의 경찰교육 관련 조직과 단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결론은 ①경찰교육이라고 일반 인문학 교육과 달라서는 안되며 ②경찰교육은 직무와 관련돼야 하며 ③경찰교육이 현대사회의 복잡하고 변화하는 요구와 필요에 대응하는 경찰직업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학계를 중심으로 경찰관에 대한 고등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이나 권한의 오·남용으로 인한 경찰의 잔인성, 폭력성이 이들에 대한 고등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고등교육이 경찰의 자질 향상과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직업윤리를 강화시켜 줄 것이라 믿는 것이다. 실제로 학계에선 경찰관에게 고등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기도 한다. 대학교육을 받은 경찰관일수록 무력 사용 개연성이 더 낮고, 결과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