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사람마다 범죄 취약성이 다른 이유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3.12.15 11:36:02
  • 호수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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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그것도 한 번만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반복적으로 피해자가 되는 반면, 누구는 평생 단 한 번도 범죄 피해를 경험하지 않는다면 대체 무슨 이유에서 그럴까? 

사람마다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개연성이 다른 이유는 다양할 수 있으나 피해자학에서는 범죄 위험성에의 노출과 노출 시 자기 보호와 방어능력의 차이에서 찾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를 범죄 취약성(Vulnerability)이라고 한다.

범행의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많은 범죄자 또는 잠재적 범죄자와 근접(Proximity to Crime/Criminals)하거나,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시간과 장소에 많이 노출되면 범죄에 희생될 확률,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어떤 사람은 많이 노출(Exposure)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학에서는 대체로 개인의 생활양식(Lifestyle)과 일상 활동(Routine activity)에 따라 범죄 위험성에의 노출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마치 미세먼지나 황사가 덮칠 때 각자의 일상적 활동이나 생활 유형에 따라 노출되는 빈도와 정도가 달라지는 것과 같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하면 누구는 외출을 하지 않거나 노출되지 않고 생활을 하고, 어쩔 수 없이 노출돼야 하면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강구한다. 

반면에 누구는 자신의 일상 활동과 생활양식으로 인해 노출될 수밖에 없고, 노출됐을 때도 자신을 미세먼지나 황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없게 된다. 이런 차이가 개인의 황사나 미세먼지 피해자가 될 개연성, 위험성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범죄도 마찬가지다. 범죄 위험성에 노출된 상황은 범죄 피해자가 될 위험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 사람을 범죄로부터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범죄에 대한 노출의 개인적 차이를 만드는 일상 활동과 생활양식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무관하지 않다. 

‘이태원 빨간 모자’ ‘마포 발발이’ 등 연쇄 범죄자가 범행 표적으로 삼았던 대다수 피해자는 새벽 시간에 혼자 퇴근해 CCTV나 가로등이 없어서 감시가 잘 되지 않는 뒷골목의 다세대주택에 혼자 거주하는 여성들이었다. 피해 여성들이 피해자로 선택된 것은 바로 그들이 위험에 많이 노출되고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나 수단이 취약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위험한 범죄자가 많고, 범죄가 다발하는 지역(Hot spot)과 그런 사람들의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 다발 시간(Hot time)에 스스로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범죄에 노출되고 취약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개인의 일상 활동과 생활양식 때문이며, 개인의 피해자화(Victimization)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생활양식과 일상 활동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시에 출·퇴근하고, 골목길 근처 다세대주택이 아닌 안전한 지역의 안전한 주거시설서 가족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다. 범죄에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성을 극복하도록 만들어야 하지만, 이는 어쩌면 거시적인 접근일 것이다.

미시적인 접근으로는 취약성으로 인한 안전의 격차를 경찰의 맞춤 치안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소위 말하는 ‘안전 격차(Safety Divide)’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자원의 한계 속에서 경찰 운용의 효율화를 기하는 동시에 치안·안전 격차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위험한 시간·장소·사람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경찰 활동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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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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