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밍업 끝낸’ 이재명 한가위 플랜

신발끈 묶었는데…손발 안 맞는 3인4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2·3 내란 사태로 전 정부가 물러선 뒤 지금까지 한국 정치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재명정부에 있어 이번 추석은 국정 운영 정상화에 앞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아직 여야 협치가 까마득한 가운데 정부는 검찰개혁, 부처 개편, 민생·경제를 아우르는 과제를 떠안았다.

검찰개혁이 급물살을 탔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 검찰개혁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숙원이다. 민주당이 띄우고 이재명정부가 이를 받으면서 이번에야말로 개혁이 완수될 지 이목이 쏠린다.

제자리
빙빙∼

지난 22일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전체회의서 범여권의 주도로 통과했다. 그동안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개혁은 타이밍’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이던 시절 정치·사법 분야를 정책 순위 2번으로 지정했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수사·기소 분리 및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를 비롯해 ▲검사 징계 파면 및 온라인 재판 제도 도입 ▲대법관 정원 확대 등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실질적 보장 ▲국민참여재판 및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국민의 사법 서비스 접근성 제고 등 폭 넓은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는 본격적으로 검찰개혁 채비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을 정부가 주도하되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아주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전문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를 “검찰의 최대 피해자”라고 칭하면서도 “개혁 과정에서 여야·피해자·검찰 의견도 다 들어서 논쟁을 통해 문제를 다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석하고 제도도 만들고 공간을 구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며 “그래도 1년 안에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 기소의 분리 중요성도 거듭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 사고를 엄청나게 쳐서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는데 검찰에서 내부 분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수사하는 검사와 기소하는 검사의 칸을 치는 것이 최초 논의 아닌가. (그런데) 요즘 검사는 사건 수사에 손도 대지 않게 됐다. 하다 보니 거기까지 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구체적으로 수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도록, 엉뚱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죄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 떵떵 치게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아주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적절한 시점이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례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뭐가 논의됐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또는 법안이 추진 중이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의견 낼 상황이 있으면 내는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검찰개혁’ 기어 잡고 정부여당 진땀
“추석 연휴에 검찰청 폐지” 가능성은?

다만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검찰개혁 법안은 원칙적으로 지지하나 경찰의 불송치 전횡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 피해자 권익 침해가 우려된다며 정기국회에서 숙의를 거쳐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민주당이 추석 전을 검찰개혁 적기로 못을 박은 만큼 빠르게 처리해야 하지만 섣불리 조직을 해체하기에는 정부로서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검찰개혁 입법청문회가 열렸지만 ‘추나(추미애-나경원) 대전’에 묻히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끝났다.

검찰개혁이 더뎌질 기미가 보이자 민주당 지지층도 들끓기 시작했다.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을 주장하는 당과 신중한 개혁에 무게를 실은 정부가 충돌하면서 ‘엇박자’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추석 전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던 정 대표의 발언은 “검찰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우선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검찰개혁 시기가 추석 이후에도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강성 지지층의 원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 외에도 곳곳에서 부처 개편안 소식이 들려온다. 이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정부 개편안 청사진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추석 이후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전체 회의를 통과하면서 현행 19부 3처 20청의 정부 조직은 19부 6처 19청 6위원회로 변경됐다.

대선 정국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은 입 모아 당시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이던 때부터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를 눈여겨봤다고 귀띔했다. 예년도 예산을 짜는 기재부가 돈줄을 쥐고 각 부처를 군림하는 등 권력이 비대하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예고한 대로 이정부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재경부)로 분리하는 등 대대적인 손질에 들어섰다. 먼저 기재부의 명칭은 2008년 사용했던 재정경제부로 환원되며 가장 중요한 예산 기능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기획예산처’로 이관된다.

쪼개고
붙이고

국무위원격인 기획예산처장은 예산 편성을 비롯한 재정 정책과 관리와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기후환경에너지부 설치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및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여성가족부 명칭 변경 및 개편 ▲과학기술부총리 부활 등의 내용이 정부 조직 개편안에 포함됐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행정조직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이라고 수위 높게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빠르고 효율적인 개편”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150일, 약 5개월이 지나서야 정부 개편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권력 집중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합의 없는 졸속 개편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경제 부처 조직 개편안이 공개되던 당시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감독기구를 재경부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고 반발해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운을 띄운 이상 정부는 안정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정부 관계자와의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난제에 맞닥뜨렸다.

민심과 가장 맞닿은 경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권에서는 추석 이후의 지지율 변동을 주목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취임 100일이 겨우 지났지만 국민의 기대 속 출범한 만큼 해당 지지율을 이정부의 성공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추석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부터 발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금액 6조177억원의 88.1%(5조2991억원)가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꼬투리
잡아야…

업종별로는 음식점이 40.3%로 가장 높았으며 ▲마트·식료품 15.9% ▲편의점 9.5% ▲병원·약국 9.1% 등으로 나타났다. 1차 소비쿠폰으로 숨통을 튼 소상공인도 2차 소비쿠폰 지급 시기와 연휴가 맞물린 추석 대목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도 지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서울 가락시장과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아 농축산물 공급 상황과 가격 점검에 나섰으며, 행정안전부는 내달 9일까지 추석 물가 안정 관리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석 대목으로 지지율 상승을 노릴 수 있지만 장기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쟁과 민생을 분리하겠다는 합의 하에 꾸려진 여야 민생경제협의체가 몇 주째 공회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협의체는 지난 8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난 자리서 구성됐다. 이날 여야 대표가 처음으로 악수를 하는 등 모처럼 훈풍이 부나 싶었지만 채 하루도 가지 못하면서 협의체 역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 19일 첫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 측이 이를 미루면서 무기한 순연됐다.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자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추석 이후 국정감사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된 만큼 앞으로도 여야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민생경제협의체 가동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의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모든 선택이 정부의 몫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꼬집으며 발목 잡기에 나섰다. 이는 정부여당과 마찬가지로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이슈 선점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조직 개편안을 놓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부처의 통폐합을 쉽게 생각할 뿐 더러 세종 이전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 정국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다.

부처 개편으로 전 정부 갈아엎고
소비쿠폰으로 추석 대목 노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조직의 유기적 기능은 살피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쪼개고 붙이는 식의 조직 개편은 결과적으로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가 크다”며 “조선시대에도 당파가 있었고 군사정권 시절에도 야당이 있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야당을 말살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유를 없애고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박멸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야당에서는 “여당이 모든 결정을 너무 성급하게 처리하는 게 아니냐”는 하나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15일에 발의됐고 17일에 행안위에 상정됐는데, 오는 25일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야당을 배제한 일방적 처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수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휘몰아치듯 일처리를 한다”며 “오직 이 대통령 한 명을 위해 당을 불사르고 있다. 그런 정당이랑 협치를 논하자니 이쪽(국민의힘)도 얼굴을 마주보기가 영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내 사기가 많이 꺾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다같이 궤멸하자는 소리 밖에 더 되겠나? 보는 눈(지지층)이 있으니 뭐라도 한마디씩 보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국민의힘은 최근 민주당이 주장한 배임죄 폐지를 ‘이재명 구하기’라고 규정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해 배임죄 폐지를 결단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을 하나로 묶어 표적으로 삼는 등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과 대장동·백현동 비리, 성남 FC 사건 등 배임죄로 재판을 받았던 이 대통령의 면소 판결을 받으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상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는데, 배임죄 폐지는 충실 의무를 면제해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상법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뒤엎는 자기모순”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처럼 여야가 내란 프레임을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추석 이후 정국이 국정감사 모드로 돌입하면 오히려 민주당이 반발 양보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 국정감사가 ‘민주당발 전 정부 청산’ 난타전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취지에 맞게 감사를 중점으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어쩌면
폭풍전야?

최근 민주당 내에서 ‘책임 있는 여권의 모습’을 부각해야 한다는 기류가 퍼지면서 무분별한 증인 세우기 관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 위주로 증인 채택을 하되 민생, 내란 청산 등 다방면에서 송곳 질문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기조는 민생경제, 청산, 개혁, 국민주권”이라며 “국민주권 국감은 국감을 통해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효능감과 성과를 도출하는 그런 내용으로 국정감사를 임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첫 추석 선물, 무엇이 담겼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추석을 맞아 국민통합과 민생 회복을 기원하며 사회 각계각층에 추석 선물을 전달했다.

선물은 이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탁상시계와 8도(道) 수산물, 쌀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시계는 ‘대통령의 1시간은 온 국민의 5200만 시간과 같다’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선물 제공 대상은 각계 주요 인사는 물론 호국영웅과 재난·재해 피해 유족, 사회적 배려 계층 등이다.

대통령실은 “특히 올해는 노동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다 안타깝게 생을 마친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에게도 선물을 전달한다”며 “국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정부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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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