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종교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다시 한번 극단적 선택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극단적 선택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 비단 우리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만 해도 2019년 4만7000명 이상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전체 사망 원인 중 10번째였다고 한다. 특히 10~34세 사이의 청장년층에서는 2번째 사망 원인이었고, 35~44세 장년층에서는 4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이었다.
비록 극단적 선택을 예측하는 건 쉽지 않지만, 사회적·문화적·환경적 위험요소를 해소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안타까운 건 잘못된 통념과 오해가 극단적 선택에 관한 사람들의 신념과 태도를 형성하게 하고, 이 신념과 태도가 도움을 구하는 데 주요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몇몇 사람은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높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오히려 그 사람의 극단적 선택을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이와는 반대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사람과 묻고 이야기하는 것은 불안을 낮추고, 소통을 열고, 충동적 행동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 다른 통념은 흔히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는 사람은 그냥 관심을 추구할 뿐이지,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 3명 중 2명 정도는 실행에 옮기기 전에 극단적 선택 의도를 말했었다고 하며, 이는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단순히 관심을 끌고자 ‘울고 있는 늑대(crying wolf)’가 된 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은 어떻게든 실행에 옮기기 때문에 예방이 힘들다는 통념도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극단적 선택은 예측할 수 없어도 예방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심리적 부검 등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고, 관련 자료를 과학적으로 수집하고 구축한다면 극단적 선택 예측도 상당 수준까지 가능하리라 기대되고 있다.
심리적 부검 등을 통해 관련 정보가 광범위하게 구축되면 극단적 선택의 동기·원인·위험요소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극단적 선택에 취약하거나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고, 예방 효과는 커질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죽고 싶은 게 아니라 고통과 역경이 멈추길 바랄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극단적 선택은 환영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비난만 할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을 지독할 정도로 이기적이고, 연약하거나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남겨진 가족 등을 버리고 책임을 회피했다는 인식에서 파생된 통념일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상당한 감정적 고통을 겪지만, 극단적 선택을 합리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이들이 자신의 상황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거나 다른 견해를 고려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극단적 선택의 가장 큰 원인은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정신적 문제라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극단적 선택은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이 일어난다는 통념은 어떤가? 거의 모든 극단적 선택에는 사전 경고 신호가 있다. 예를 들면 죽고 싶다면서 죽음과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거나, 사회적 접촉을 단절하고 혼자 남기를 원하거나, 약물과 음주에 의존하거나, 자기 물건을 나눠주거나,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작별 인사를 하거나, 아주 불안해하는 등 경고 신호들이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은 정신력이 약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은 정신력이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심리적 고통 속에 있고, 뇌에 화학적 불균형이 발견되기도 한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생존한 몇몇 사람이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것만 봐도 그들이 결코 약해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