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언론·SNS, 폭력 범죄의 공범인가?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3.10.27 14:34:05
  • 호수 1451호
  • 댓글 0개

얼마 전 ‘살인’이나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다수의 글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우리 사회를 불안에 떨게 했다. 당시 글을 게시한 사람들 대다수가 청소년이었다는 점과 그들의 활동 무대가 주로 SNS였다는 점이 부각됐다.

해당 사건은 비단 국내로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수년 전 미국에서는 10살이 채 되지 않았던 두 어린이가 친구를 숲속으로 유인해 흉기로 19회나 찌른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된 적 있다. 그 이유를 묻자 이들은 ‘인터넷 밈(Meme)’인 ‘슬렌더맨(Slenderman, 가공의 호러 캐릭터)’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들 말대로라면 인터넷이 범행을 교사한 공범이라고 봐야 할까? 그들의 온라인 활동이 살인 미수의 범행을 하도록 현실과 허구의 구분을 흐리게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한가?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언론폭력에 노출된 환경이 소비자의 폭력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 심리학회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폭력적 비디오 게임 노출과 현실 세계 폭력 행동의 잠재적 관계의 존재를 재검토했다.

검토 결과 폭력적 비디오 게임은 공격 행위의 증대, 복합 공격성 점수의 증가, 공격적 인지의 증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폭력적 비디오 게임 이용과 비행이나 범죄 행위와의 잠재적 관계를 검증할 충분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지금까지는 절대 다수의 연구가 폭력적 언론 노출이 장·단기적으로 공격적 행위의 가능성을 높이고, 적대적 인식과 태도를 증가시키며 폭력적 콘텐트에 둔감하게 만든다고 결론 내리고는 있지만, 언론과 폭력 범죄의 직접적이고 인과적인 관계는 아직도 불가해한 영역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충분한 연구도 확실한 증거도 부족하지만, 어떤 유형의 인터넷 활용과 증대된 공격적 행위가 연결돼있다는 문헌은 존재하지 않는다.

온라인 노출의 ‘질(quality)’이 한 요인이 될 수도 있는데, 중대범죄를 범한 청소년이 폭력적 온라인 콘텐트를 봤을 개연성이 훨씬 더 높았고, 극단적 선택에 대한 언론 보도가 ‘모방 자살(copycat suicide)’에 대한 전염성으로 작용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일부 다중 살상도 직전의 다른 폭력 행동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지금처럼 폭력적 보도의 범람이 모방 폭력에 대한 전반적인 노출과 잠재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노출되는 보도의 폭력성 정도, 즉 질적인 문제뿐 아니라 노출의 양, 즉 노출 시간도 기여 요소가 된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언론의 물리적 공격성 묘사를 통한 노출과 실제 폭력 행위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대체로 성인층에서는 “그렇다”고 답할 개연성이 더 높을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서 언론폭력 묘사에 노출되지만, 절대 다수가 결코 폭력적이지 않다는 점은 이를 반증한다.

결국, 언론의 폭력 묘사가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 폭력적·범죄적 성향이나 기질을 가진 사람이 언론 폭력에 노출됐을 경우, 실제 폭력 행위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폭력적 언론 보도의 영향은 미묘하며, 누적적이고, 간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동기 트라우마와 폭력적 경험과 같은 다른 요인을 가진 사람이 언론폭력에 다수 노출될 경우, 그 영향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으며 1회 흡연으로 폐암에 걸리지는 않는 것처럼 그 영향은 누적된 집합적 결과라는 것이다.


언론의 과도한 폭력 묘사와 실제 폭력 행위의 연관성을 들여다보는 데는 그만한 이론적 근거가 있다. 언론폭력 과다 노출의 상관관계로 가장 잘 알려진 ‘잔인한 세계’ 증후군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잔인하고 위험한 세상, 세계’라는 인상을 구축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이런 사람들은 폭력의 피해자가 될 위험성을 과대평가해 자신이 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고 한다. 또 다른 주장은 지나친 언론폭력 노출은 시청자로 하여금 폭력에 둔감하게 만들어 실제 폭력에 심리적으로, 감정적으로 감각이 무뎌지고, 공감적이지 않게 돼 스스로 폭력에 가담하기가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