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국민의힘 장외투쟁, 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29 17:03:03
  • 호수 1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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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가리지 않고 주도권 알박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색 짙은 권력기관 개편을 시도하면서 주도권 뿌리 내리기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또 강경 보수 세력과 함께 장외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장외투쟁에서 거친 언사가 쏟아지는 사이 중도층은 점점 더 국민의힘과 멀어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법안들엔 “국가의 통치 체계 전반을 뒤바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법안은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당시엔 “30명까지 증원한다”는 취지가 담겨있었고, 최근엔 연간 4명씩 3년 동안 12명을 늘려 총 26명으로 늘리는 것으로 정리됐다.

거여 민주당
뿌리 내리기

대법관 14명 중 재판 업무를 전담하는 대법관은 12명이다.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사건에만 참여한다. 지난 2023년 기준 상고심 접수 건수는 1만2150건이다. 연간 1만여건이 넘는 상고심 사건을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심리하고 있는 셈이다.

전원합의체 사건 외엔 대법관 4명으로 각각 구성된 소부에서 심리한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밀려드는 상고심 수에 대비해 상고 이유가 ▲헌법·법률 위반 ▲중대한 법령 위반 등에 해당되지 않는 사건은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곧바로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사건 수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 부활 ▲상고법원 설치 등 대안이 제시돼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동안 민주당의 대법관 증원을 반대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월 대법관 증원법이 국회 법사소위를 통과한 직후부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어 지난 22일엔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같은 날 국회 법사위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 계획서 채택을 주도했다.

조 대법원장과 민주당은 지난 5월 이후 갈등하고 있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 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회부 9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민주당 등은 “9일 만에 어떻게 사건 기록 6만여쪽을 검토할 수 있느냐”면서 크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대법관 증원을 서둘렀다.

검찰청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공소청을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민주당의 오랜 비원인 검찰개혁 구상이 헌정사상 가장 강경하게 반영된 법안이다. 여기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명분을 보탰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등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면서 일 단위로 계산하는 관행과 달리 윤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했다.

그러자 “즉시항고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심 전 총장은 끝내 제기하지 않았다. 심 전 총장은 원로 보수 정치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더 구설에 올랐다. 심 전 총장의 당시 대응은 민주당의 검찰 해체 논리에 현실적인 근거를 제공했다.


보수색 짙은 기관 장악
“도대체 막을 방법이…”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방안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2008년 재정경제부와 통합돼 사라졌다가 18년 만에 부활한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에 대해선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모피아(구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돼 ▲예산 편성 ▲재정 정책·관리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재정경제부는 ▲경제 정책 총괄·조정 ▲세제 ▲국고 업무 등을 담당한다. ‘기획’과 ‘재정’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의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부처에 개입한다”는 비판도 오랫동안 나돌았다. 기획예산처의 예산 편성 기능도 지금까지와 달리 영향력을 약화할 새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위원회는 18년 만에 해체될 예정이다. 금융감독 기능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는 18년 만에 부활한다. 국내 금융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된 채 금융감독 기능만 전담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해체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바뀔 예정이다. 이에 대해선 “현 정부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갈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기존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 승계를 차단하는 부칙이 규정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자동으로 임기 종료를 맞이해 해임될 수밖에 없다.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에 이관해 탄생하는 부처다. 기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된다. 이에 대해서도 “규제 부서의 규모를 지나치게 키울 우려가 있고, 에너지 정책이 이원화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후환경에너지부엔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 관련 에너지 정책이 이관되고, 종전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통상부에 남기 때문이다.

이 중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방안은 관할 상임위 국회 정무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기 때문에 추후 패스트트랙(안건 신속 처리 제도)에 태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안은 ▲사법부 ▲검찰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보수 성향이 짙은 국가 핵심 권력기관에 집중돼있다. 이 중 사법부·검찰은 민주당과 악연이 있다. 민주당은 현재 정권·절대 다수 의석·40~50대 유권자의 열성 지지를 권력의 축으로 두고 있으며,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2연속 압승을 거뒀다.

뻔하디 뻔한
이 끌어내기

하지만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세대의 가치관은 돌고 돈다”는 주기·세대마다 다른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30 남성과 마찰을 빚은 지 오래다. 이들은 약 20년 후 주축 세력이 된다. 민주당으로선 3개의 축을 토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지금 국가의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은 그 주도권을 뿌리 내리려는 ‘알박기’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민주당은 총 171석을 보유하고 있고,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의 의석을 합치면 총 190석이기 때문에 불과 107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은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윤 전 대통령과 제대로 절연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신당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와 장외집회를 동시에 진행해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에 대응하려고 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법안 1개당 최소 24시간을 소요시킨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을 총동원해 최대한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5의 찬성으로 강제 종결시킬 수 있다. 범여권 의원이 모두 모여 법안마다 시간 지연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필리버스터 효과도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아울러 필리버스터는 1960년대에 불과 2회 진행됐던 것과 달리, 지난 2016년 이후 총 11회가 진행됐다. 지나치게 자주 활용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1일 야당 탄압·독재 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장외집회에 몰두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의 표심을 다져야 하는 현 상황에서 장외집회는 필연적으로 강경 보수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구 집회 현장엔 윤 전 대통령 석방 요구와 부정선거론 등 강경 보수들이 선호하는 논점을 적은 깃발이 휘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연단에서 “저는 이재명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며 “12개 혐의를 받아 5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재판만 속개된다면 당선 무효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수의 참석자들은 김 최고위원의 주장에 호응해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라”는 구호를 외쳤다.

장외투쟁?
장외투정?

당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김 최고위원보다 더 과격한 주장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강경하게 비판했다. 이날 장 대표는 정 대표를 향해 “여당 대표라는 정청래는 음흉한 표정으로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며 “정청래는 반헌법적 정치 테러 집단 수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이재명 1명을 위한 나라가 됐다”며 “이재명이 국민·헌법 위에 군림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인민 독재로 달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처럼 “멈춰 있는 이재명의 재판 5개가 빨리 다시 시작되도록 해서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시위가 국민적 관심을 얻어 변혁을 이끄는 큰 무대가 되려면, 관점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일부 강경 보수 세력 등 중도층에게 거부감을 주는 세력과 단절하지 못해 거부감을 주고 있다.

특히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대규모 장외투쟁은 필연적으로 과격한 언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서울 도봉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해당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장외집회에서 극단 세력과 함께 어우러지면 같은 세력처럼 보이는 나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도권 민심과 서울 도봉갑에선 당원과 유권자 모두 장외투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중도층에서 거의 힘을 못 쓰고 맥이 다 빠져 있다”며 “장외투쟁은 중도층 지지율을 올리는 데 거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는 등 강경 발언에 대해서도 “중도층에겐 호소력 있는 메시지가 아니”라며 “이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끌어내리겠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안 맞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정기국회 시작 후 한 달도 안 돼 국회 밖으로 도망갔다”며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은 장외투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악의 최약체 지도부라서 땡큐”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의 이날 장외집회엔 약 5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겐 암묵적으로 “웬만하면 참석하라”는 요구와 당원 동원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층에겐 비호감이 쌓일 가능성이 많은 대응에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 파악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8일 <일요시사>와 만나 “보수는 이제 소수 진영”이라며 “이젠 새로움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의석 107석을 가지고 개헌만 간신히 저지하는 소수 정당으로서 구태의연한 투쟁 방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점점 멀어지는 중도층
할 일은 ‘과거 복기하기’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알려진 불법 대선자금 전달 사건 당시 박근혜 대표가 주도해 당사를 매각한 후 여의도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이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도 일부 타격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선거캠프가 받은 불법 선거자금이 이회창 캠프가 받은 자금의 1/10이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 전 대선후보 측은 824억원을 받았고, 노 전 대통령 측은 114억원을 받았다.

1/10을 넘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이는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소추로까지 연결됐다.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나름의 쇄신하려는 노력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박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의 출현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강경 보수층과 중도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의견을 바꾸고 있다. 장외집회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세운다고 해서 장 대표가 중도층을 포기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의 ‘용꿈’을 좌우할 첫 시험대가 될 지방선거가 불과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민주당이 국가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권력기관 개편에 몰두하는 틈을 노려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가 통치 권력의 틀을 확고하게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다수의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당시 다수의 탄핵소추를 했던 특유의 ‘밀어붙이기’ 관성을 버리지 않았다. 특유의 동어 반복도 여전하다.

이는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민주당이 요즘 아무 때나 ‘내란’을 갖다붙이면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 당시 ‘적폐 청산’이란 말로 먹고 살려고 했던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헌정 사상 정권교체는 대체로 주어진 힘을 절제해 사용하지 않는 흐름 끝에 진행됐다.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에 몰두하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과 ‘내로남불’ 논란이 불거진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대로
3년 더?

당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후보 옹립과 민주당에 적대적인 2030세대 남성과 노년층을 묶어 대항하는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자멸과 지지층이 분열한 끝에 지난 6월, 정권을 내줬다. 국민의힘과 장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장외집회에서 거친 언사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성공 사례를 복기하는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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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