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토지신탁 박종철 대표, 김건희 일가 낙하산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2.26 16:36:08
  • 호수 1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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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순 양평 개발 사업 담당자의 화려한 복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서진 기자 = 김건희 특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수사의 축을 흔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대한토지신탁 박종철 대표가 김건희 여사 일가와 연관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낙하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종철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본부장 퇴직
대표로 복귀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 여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2021년 후보 검증 과정에서 ‘양평 공흥지구 개발 사업은 대한토지신탁이 직접 시행해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종철 대한토지신탁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해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2023년은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체인 대한토지신탁 수장 자리가 모두 교체된 시기다. 이른바 ‘김용현 사단’으로 분류되는 정재관 전 국방부 국회 협력단장이 2023년 1월2일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같은 해 5월2일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담당자였던 박종철은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한 것이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정재관 이사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동기인 육사 38기로 임관했다. 한미연합사 지구사 민군작전처장, 합동참모본부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을 거쳐 2023년 1월부터 운용자산 20조가 넘는 군인공제회를 이끌고 있다.

윤 장모 최은순 관련 공흥지구 사업 핵심 담당
김용현 입김 작용? 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업계에 따르면 정 이사장이 취임할 때부터 공제회 내부에서는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군 관련 퇴직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요직으로 꼽히는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통상 예비역 소장 또는 중장이 선임된다.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이례적으로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자격 기준에는 일반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임원 자격 결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자, 신탁 및 건설 관련 분야 10년 이상 근무 경력자,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덕목을 갖춘 자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군인공제회 이사회 채용 추천이다. 이 전형을 거쳐 선발된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채용 추천을 받는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마지막으로 국방부 승인이 남았는데, 군인공제회는 국방부 산하 기업으로, 자회사 대표이사 선임 시 국방부의 취업 추천 지침에 따라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 선임된 후보자를 대한토지신탁의 주주총회(또는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를 선임하도록 정관에 명시된 경우 이사회)에서 최종 선임한다.

또 기존 대표이사의 연임은 군인공제회 이사회 결정으로 이뤄지며, 통상 1년 단위로 최대 3회까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 선임 과정은 군인공제회의 주도 아래 공개 채용, 이사회 추천, 국방부 승인, 주주총회/이사회 결의의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잘나가던
전임 자르고

박종철 대표는 전임 이훈복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난 지 2개월 만에 선임된 인물이다. 대한토지신탁은 2019년 초 이 전 대표가 취임한 이래 재무 건전성 개선, 수익성 제고 등 성과를 올렸다. 이 전 대표는 30년간 대우건설에 몸담으며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취임 전(2018년) 247억원에 머물렀던 회사의 당기순이익을 2021년 522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동시에 영업이익은 69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업계에선 이 전 대표가 회사의 체질 개선과 실적 성장을 이끌었지만, 군인공제회의 이사장이 바뀌며 임기 연장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한다.

정 이사장은 윤 전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중도 퇴임한 전임자의 뒤를 이어받은 인물이다. 앞서 지난 2022년 7월 김유근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새 정부가 출범하고 새로운 군 수뇌부가 갖춰졌다”며 “상황이 변했는데 3년 임기를 채우려는 건 욕심이고 바른 선택이 아니”라면서 중도 퇴임 의사를 밝혔고, 이듬해 1월 정 이사장이 취임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2월까지였던 김 전 이사장의 임기를 채운 뒤 연임 중이다. 군인공제회법에 따라 이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해 정 이사장의 임기는 2027년 2월 만료된다.

정 이사장은 12·3 계엄 및 내란 사태 이후 퇴임할 것이 기정사실화됐다가 대선 이후 국방부 장관으로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부임하면서 남은 임기를 완수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과 맺은 과거 인연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정 이사장은 김용현 라인의 실세로 윤석열정부에서 자본시장을 호령했다. 김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사태 주도자로 지목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특검 수사의 핵심 인물로 전락하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이런 맥락에서 정 이사장의 퇴임도 군인공제회 안팎에서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

군공 관계자도 “정재관 이사장은 대선 직후 일찌감치 거취를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2월까지였던 김 전 이사장의 임기를 채운 뒤 연임 중이다. 군인공제회법에 따라 이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해 정 이사장의 임기는 2027년 2월 만료된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공제회 이사장들이 임기 중 ‘100% 자의로’ 사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스로 사임하더라도, 끝까지 버티다가 사실상 타의에 의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과거 안규백 장관과 쌓아온 인연은 이번 잔여 임기 수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인은 계엄 사태 전면에 나서지 않았으니 상대적으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이 임기를 계속 이어간다면 2027년 2월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다만 군인공제회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계엄 사태로 군 개혁이 요구되는데 김용현 사단들이 계속 득세한다면 고위인사들의 정치권 줄대기도 끊어지지 않을 거란 걱정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이사장이 어떤 라인을 타고 부임하면 해당 인사 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이 줄줄이 주요 보직에 배치된다”며 “공제회는 회원들의 복리후생과 연금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점점 수익률이 떨어지고 부실한 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정치적 외풍을 계속 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공흥지구 업무는 잘 기억나지 않고, 지금 하는 일도 그때와 비슷하다”며 낙하산 의혹에 대해 모호하게 답했다.

이어 대한토지신탁 측은 “2014년 당시 담당자가 없어 수소문을 해야해 곧바로 답변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들리는 소문을 통하면 실제 담당 업무한 사람은 따로 있고, (박종철 대표가 당사자라고) 와전이 많이 된 것 같다”며 “(박종철 대표가) 이쪽 업계에서 뼈대가 굵은 분이시다 보니 분야 전문가답게 일도 잘하신다. 청탁이나 수혜는 아닌 것 같다. 이전 이윤복 대표의 임기가 제대로 끝나고 오신 거기 때문에 대표직이 우연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어 “수소문해 봤지만 공흥지구 건은 본인이 입사하기도 전의 옛날 문건이라 확인이 어렵다. 당시 사업1본부 담당이었는지도 확인 불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편,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윤 전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씨와 김진우씨에 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면서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에 참여했던 대한토지신탁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달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혐의로 소환돼 조사받은 바 있다.

특검은 지난 24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과 김 전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 오빠 김진우씨 등을 기소했다. 김 전 여사 일가가 사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양평군을 상대로 로비했고 개발 부담금 감면 등 특혜를 받았다는 수사 결과다.

특검은 “전 양평군수인 김선교 의원과 최은순씨, 김진우씨, 전 양평군 주민지원과장 A씨, 현 양평군 공무원 B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의혹은 김 전 여사 일가 기업인 ESI&D가 2011~2016년 양평군 공흥리 일대 개발사업을 하면서 양평군으로부터 개발 부담금을 면제받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김 의원은 양평 공흥지구 사업을 진행하면서 최씨와 김 전 여사 등의 청탁을 받고 개발부담금 감면을 지시해 약 22억원 상당의 손해를 양평군청에 끼쳤다는 혐의를 받았다. 특검은 최씨와 김 전 여사가 이 과정에서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 지역 신문 기자 A씨에게 2억43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두 사람에게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A씨는 도시개발사업 관련 양평군에 청탁 및 알선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김 전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는 김상민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증거인 이우환 화백 그림을 자신의 장모 주거지에 숨긴 혐의(증거은닉)도 적용됐다.

서류상 ‘시행사’는 민간업체인 ESI&D였지만, 실제 현장에서 누가 사업을 주도했는지에 대해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2014년 체결된 토지신탁계약 이후 대한토지신탁이 공사, 자금 관리, 시공사 선정 등 실질적 집행 권한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림자 시행사’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2014년 5월 27일, ESI&D와 대한토지신탁은 공흥지구 부지를 기반으로 분양형 토지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겉으로는 ‘신탁대행 업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계약서에는 공사 도급 계약, 공사비 지급 방식, 공사 금액, 일정 등 핵심 의사결정 사항을 대한토지신탁과 “사전 협의”하도록 명시돼 있었다.

단순 관리 영역을 넘어 사업 핵심 권한 일부가 신탁사로 이전된 구조였다. 토지신탁업의 본래 기능은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자금·공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지만, 공흥지구의 경우 토지 소유자와 시행사가 아닌 신탁사가 실제 사업 실행 주체인지 여부로 논란이 발생한 지점이다.

인허가는 ESI&D···실행은 토지신탁
‘김건희 오빠’ 역할 떠넘긴 구조

초기 구역 지정·인허가 절차는 모두 ESI&D가 주도했다. 양평군 도시계획 문서에서도 사업시행자로 ESI&D가 기재돼있다. 그러나 인허가 후반부에 접어든 2014년, 사업의 실질 운영은 신탁 계약 체결과 함께 대한토지신탁이 인수했다.

시공사 선정, 공사 착수, 개발비 집행 등 사업 실행 파트는 신탁사가 전면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류상 시행사는 ESI&D, 실제 시행사는 대한토지신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대한토지신탁 측은 “토지신탁은 시행 사업 자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탁자가 맡긴 업무를 처리할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생했다”
날개 달아줘

사업이 난항을 겪으며 사업시행자와 신탁사 사이에 미묘한 책임 공백이 발생했다. ESI&D는 “신탁사가 공사·분양·자금 관리를 맡아 실질적 시행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고 대한토지신탁은 “우리는 시행사가 아니고, 인허가·기본설계·사업 기획은 모두 ESI&D의 역할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해당 구조가 의도적으로 설계된 ‘경계 영역’이라는 점이다. 시행사는 인허가 책임만 갖고, 신탁사는 공사 실무를 담당해 각자가 민원·비용·법적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였다. 사업이 지연되고 정치적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그 ‘회색지대’가 오히려 사업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시정비·신탁업계 전문가들은 공흥지구 구조를 ‘이중 시행 이관’의 전형으로 평가한다. 문제 발생 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여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한 신탁업 전문 변호사는 “토지신탁은 본질적으로 안정적 사업 관리 모델이지만, 시행자·위탁자와의 역할 경계가 지나치게 모호하게 설정되면 법적 분쟁은 피할 수 없다”며 “공흥지구는 그 위험이 현실화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문제 생기면
누구 책임?

양평 공흥지구에서 대한토지신탁은 토지를 맡아 관리·대행하고, 공사·시공사 선정·자금 집행 등 실행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개입한 주체였다. 형식적으로는 시행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업 진척에 필요한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이 신탁사를 거쳐 이뤄진 점에서 실질적 영향력은 시행사에 준한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반대로, 초기 인허가 구조를 모두 ESI&D가 주도한 점에서 법적 시행 책임은 여전히 ESI&D에 있다는 반론 역시 존재한다. 결국 공흥지구 논란의 본질은 “누가 시행사였느냐”가 아니라 “누가 실제 사업을 굴렸고, 그 권한과 책임을 얼마나 투명하게 행사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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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도박왕’ 한창훈 2000억 증발 미스터리

[단독] ‘2조 도박왕’ 한창훈 2000억 증발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을 거점으로 2조원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한창훈의 아버지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범죄수익 약 70억원을 숨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재산은 전액 몰수됐다. 반면 조직의 자금 흐름을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해외에 머물고 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불법도박 사이트 수익으로 부산 소재 시가 약 45억원 상당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하고, 약 25억원을 금융 상품에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 단계서 부동산과 금융재산을 동결한 뒤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형은 확정됐다. 약 70억원 상당의 재산도 국고로 귀속됐다. ‘꽃계열’ 23개 사이트 한창훈은 이른바 ‘꽃계열’ 도박 사이트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개나리·연꽃 등 꽃 이름을 붙인 여러 불법도박 사이트가 하나의 운영망 아래 움직였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수사기관이 파악한 사이트만 23개다. 한창훈은 2014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필리핀 등을 거점으로 이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국내 이용자들로부터 약 2조원 규모의 도박 자금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약 2조800억원대까지 거론됐다. 검찰이 파악한 범죄수익 규모만 약 2000억 원이다. <일요시사>가 앞서 확보한 조직원 진술과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꽃계열은 단순히 해외 사무실 몇 곳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운영 책임자와 관리자, 회원 모집책, 충전·환전 담당, 대포통장 관리자 등이 나뉘어 있었고 수십명의 조직원이 회원 응대부터 입·출금, 환전과 정산을 분담하는 형태였다. 국내 이용자가 계좌에 돈을 넣으면 충전팀이 사이버머니를 지급하고, 환전을 요청하면 다시 차명계좌 등을 거쳐 돈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텔레그램 단체방 등을 이용해 회원 모집과 충전·환전, 대포통장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원 A씨는 자신이 관리한 사이트만 20개가 넘었다고 진술했다. 개인 사이트 하나의 회원만 1000명 수준이었고 하루 베팅금액은 수억원, 월 수익은 수십억원에 달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문제는 이렇게 모인 돈이었다. 이용자들의 도박 자금은 수백개의 대포통장과 가상계좌 등으로 흩어진 뒤 다시 현금으로 빠져나왔다. 전국 ATM을 돌며 돈을 뽑아 전달하는 현금 인출책도 존재했다. 도박 사이트에서 나온 돈이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현금으로 바꾼 뒤 다시 정상적인 재산처럼 보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부동산과 슈퍼카, 고가 시계, 미술품, 법인 등이었다. 대부업·인방·엔터업계까지 자금 담당 류명석 세부 도피 한창훈 조직이 벌어들인 돈의 규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도 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거실에 5만원권 현금 다발이 산처럼 쌓여 있는 사진이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김보성 전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은 현금 다발의 가로·세로·높이를 계산했을 때 500억원을 훨씬 넘어가는 규모였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건 주임검사였던 이홍석 검사도 처음 사진을 접했을 당시 조작된 사진을 의심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서 확인된 고급 부동산은 약 470억원 상당에 달했다. 부가티 시론과 페라리 등 약 50억원 상당의 슈퍼카도 등장했다. 부가티 시론 한 대만 당시 시가가 약 45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훈이 약 140억원을 들여 타이어 회사를 인수한 것도 범죄수익을 정상적인 사업 자금으로 바꾸기 위한 세탁 과정이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년여 동안 450개가 넘는 계좌를 추적했고 특정된 범죄수익 약 550억원 가운데 약 97%를 압류하거나 추징 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이 전체 범죄수익으로 지목한 금액은 약 2000억원이다. 결국 나머지 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가 한창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이다. 가족만 범죄수익 추적 대상에 등장한 것도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조직 관계자들의 배우자와 부모, 장모 등 주변인 명의로 재산을 숨긴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수십억원대 고급 차량을 지인 명의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옮겨 숨기거나 조직 핵심 인물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도 수사 과정서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앞서 한창훈의 ‘오른팔’이자 꽃계열의 ‘전무’로 불렸다는 1982년생 류명석의 도피 의혹을 보도했다. 내부 제보자는 류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로 필리핀 세부에 숨어 있으며 현지인 여자친구가 일부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들이 류씨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단순한 도박 사이트 관리자가 아니라 조직의 돈을 만졌던 인물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BJ 철구 연결고리 한 정보원은 “류명석은 사이트 운영보다 환전책이자 자금세탁책으로 봐야 한다”며 류씨가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인물을 자금세탁 조력자로 언급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제보자의 주장으로, 해당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실제 범죄수익 세탁에 가담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꽃계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보면 인터넷방송 업계도 등장한다. 핵심 인물은 인터넷방송에서 ‘예비회장’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장승욱씨다. 장씨는 과거 아프리카TV 등에서 유명 BJ들에게 총 17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져 이름을 알린 ‘큰손’이다. 장씨 이름은 실제 한창훈 사건 관련 수사 자료에서도 언급된 것으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오래전부터 장씨와 꽃계열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돼 왔다. “한창훈 사건의 자금세탁을 도운 동업자” “한창훈 도박 사이트 지분에 참여했다” 등 글부터 별풍선을 통한 자금세탁 의혹까지 나왔다. <일요시사>가 접촉한 장씨의 지인은 또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이 지인은 “한창훈은 장씨가 도박 사이트를 실제 운영한 책임자라고 주장했다”며 “실제로는 장씨가 온라인 광고를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을 했고, 한창훈이 장씨에게 매월 수천만원의 생활비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씨 역시 현재 필리핀 세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장씨는 단순히 인터넷방송에 거액을 후원한 ‘큰손’이 아니라 꽃계열의 외곽 홍보·자금 라인으로 있었을 가능성이 생긴다. 돈의 이동 경로는 더 넓다. <일요시사> 취재 과정에서는 꽃계열의 범죄수익이 대부업체와 후원금, 인터넷방송, 엔터테인먼트업계 등에 투자금 형태로 들어갔다가 다시 회수되는 방식으로 세탁됐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별풍선 17억 출처 의문 별풍선 같은 인터넷방송 후원 아이템도 의심 경로 중 하나로 거론된다. 불법 자금으로 별풍선을 구매해 BJ에게 지급한 뒤 플랫폼 정산을 거쳐 현금화하고 일정 금액을 다시 돌려받는 구조가 존재한다면 범죄수익의 출처를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행사비·콘텐츠 제작비·출연료·엔터테인먼트 투자금 등도 외형상 정상적인 상거래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한창훈은 오랜 도피 끝에 붙잡혔다. 한창훈은 수사망이 좁혀지자 2019년 5월 필리핀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피 이듬해인 2020년 2월에는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한창훈의 신병은 확보됐다. 하지만 총책 한 명을 붙잡았다고 해서 꽃계열 전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류명석을 비롯한 핵심 조직원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현금 인출책, 해외 도피 조직원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특히 조직의 범죄수익이 실제 인터넷방송이나 엔터테인먼트업계, 대부업체 등으로 흘러 들어갔다면 한창훈 사건은 단순한 ‘불법도박 사이트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한창훈 본인은 아직 한국 법정에 서지 못했다. 필리핀에서 체포됐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로 송환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사법절차와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 한창훈이 도피 중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송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비교할 만한 사례는 이른바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이다. 박왕열 역시 필리핀에서 장기간 수감되면서 국내 송환이 지연됐지만 한국 정부와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결국 국내로 압송됐다. <일요시사>는 한창훈뿐 아니라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꽃계열 핵심 관계자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신병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국적 취득 후 잡혔지만 국내 송환 아직 한창훈의 아버지가 숨긴 70억원은 국고로 돌아왔다. 거실을 가득 채웠던 500억원대 현금과 차량, 수백억원대 부동산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검찰이 한창훈 조직의 범죄수익으로 보고 있는 돈은 약 2000억원이다. 그 돈의 끝에는 가족과 조직원뿐 아니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해외 도피자들이 있었다. 여기에 인터넷방송의 거액 후원과 엔터테인먼트 투자금까지 새로운 자금 경로로 의심받고 있다. ‘2조 도박왕’은 붙잡혔지만 사건의 끝은 한창훈 한 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있지 않다. 2000억원의 검은돈을 누가 숨겼고, 누가 세탁했고, 마지막으로 누가 가져갔는지 밝혀내는 일이 남았다. 한편, 한창훈의 인터넷방송 개입 정황은 BJ 철구(본명 이예준)가 운영한 엑셀방송 ‘씨나인(C9)’에서도 확인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2026년 5월 말 메시지에 따르면, 한씨는 여성 BJ들을 자신이 직접 설득해 C9에 입사시켰다는 취지로 말했다. BJ 송채연과 이다니에게는 철구와 방송 운영 방향을 조율하다가 의견 차이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게 됐다는 내용도 전했다. 단순 후원자로 보기 어려운 표현도 등장한다. 한씨는 BJ 혜밍에게 자신이 C9용 콘텐츠를 직접 짜서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엑셀은 결국 경쟁” “나는 매출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C9 스태프 퇴사 등 내부 상황을 언급하고, 철구의 재무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씨는 C9에 수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큰손’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여성 BJ 영입, 콘텐츠 기획, 매출과 내부 인력 상황 파악, 철구의 재무 관련 조언까지 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실제 한씨의 역할이 어디까지였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씨는 과거 인터넷방송 ‘세야클럽’ 운영 과정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남겼다. 제보자는 이후 광우상사와 C9까지 한씨의 인터넷방송 개입이 이어졌으며 다수 여성 BJ의 활동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철구 역시 최근 필리핀 원정도박 사실을 인정했다. 철구는 2024년 무렵부터 필리핀에서 도박을 했으며 한때 일주일에 1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른바 ‘큰손’ 등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불법 사채도 이용했다고 인정했다. 거실에 500억 철구는 약 6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고소인 측은 철구가 도박 채무와 세금 등으로 변제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엑셀방송은 거액의 별풍선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른바 ‘별풍선 깡’을 이용한 돈세탁 의혹이 거론됐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