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토지신탁 박종철 대표, 김건희 일가 낙하산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2.26 16:36:08
  • 호수 1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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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순 양평 개발 사업 담당자의 화려한 복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서진 기자 = 김건희 특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수사의 축을 흔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대한토지신탁 박종철 대표가 김건희 여사 일가와 연관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낙하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종철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본부장 퇴직
대표로 복귀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 여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2021년 후보 검증 과정에서 ‘양평 공흥지구 개발 사업은 대한토지신탁이 직접 시행해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종철 대한토지신탁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해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2023년은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체인 대한토지신탁 수장 자리가 모두 교체된 시기다. 이른바 ‘김용현 사단’으로 분류되는 정재관 전 국방부 국회 협력단장이 2023년 1월2일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같은 해 5월2일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담당자였던 박종철은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한 것이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정재관 이사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동기인 육사 38기로 임관했다. 한미연합사 지구사 민군작전처장, 합동참모본부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을 거쳐 2023년 1월부터 운용자산 20조가 넘는 군인공제회를 이끌고 있다.

윤 장모 최은순 관련 공흥지구 사업 핵심 담당
김용현 입김 작용? 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업계에 따르면 정 이사장이 취임할 때부터 공제회 내부에서는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군 관련 퇴직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요직으로 꼽히는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통상 예비역 소장 또는 중장이 선임된다.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이례적으로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자격 기준에는 일반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임원 자격 결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자, 신탁 및 건설 관련 분야 10년 이상 근무 경력자,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덕목을 갖춘 자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군인공제회 이사회 채용 추천이다. 이 전형을 거쳐 선발된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채용 추천을 받는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마지막으로 국방부 승인이 남았는데, 군인공제회는 국방부 산하 기업으로, 자회사 대표이사 선임 시 국방부의 취업 추천 지침에 따라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 선임된 후보자를 대한토지신탁의 주주총회(또는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를 선임하도록 정관에 명시된 경우 이사회)에서 최종 선임한다.

또 기존 대표이사의 연임은 군인공제회 이사회 결정으로 이뤄지며, 통상 1년 단위로 최대 3회까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 선임 과정은 군인공제회의 주도 아래 공개 채용, 이사회 추천, 국방부 승인, 주주총회/이사회 결의의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잘나가던
전임 자르고

박종철 대표는 전임 이훈복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난 지 2개월 만에 선임된 인물이다. 대한토지신탁은 2019년 초 이 전 대표가 취임한 이래 재무 건전성 개선, 수익성 제고 등 성과를 올렸다. 이 전 대표는 30년간 대우건설에 몸담으며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취임 전(2018년) 247억원에 머물렀던 회사의 당기순이익을 2021년 522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동시에 영업이익은 69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업계에선 이 전 대표가 회사의 체질 개선과 실적 성장을 이끌었지만, 군인공제회의 이사장이 바뀌며 임기 연장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한다.

정 이사장은 윤 전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중도 퇴임한 전임자의 뒤를 이어받은 인물이다. 앞서 지난 2022년 7월 김유근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새 정부가 출범하고 새로운 군 수뇌부가 갖춰졌다”며 “상황이 변했는데 3년 임기를 채우려는 건 욕심이고 바른 선택이 아니”라면서 중도 퇴임 의사를 밝혔고, 이듬해 1월 정 이사장이 취임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2월까지였던 김 전 이사장의 임기를 채운 뒤 연임 중이다. 군인공제회법에 따라 이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해 정 이사장의 임기는 2027년 2월 만료된다.

정 이사장은 12·3 계엄 및 내란 사태 이후 퇴임할 것이 기정사실화됐다가 대선 이후 국방부 장관으로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부임하면서 남은 임기를 완수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과 맺은 과거 인연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정 이사장은 김용현 라인의 실세로 윤석열정부에서 자본시장을 호령했다. 김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사태 주도자로 지목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특검 수사의 핵심 인물로 전락하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이런 맥락에서 정 이사장의 퇴임도 군인공제회 안팎에서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

군공 관계자도 “정재관 이사장은 대선 직후 일찌감치 거취를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2월까지였던 김 전 이사장의 임기를 채운 뒤 연임 중이다. 군인공제회법에 따라 이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해 정 이사장의 임기는 2027년 2월 만료된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공제회 이사장들이 임기 중 ‘100% 자의로’ 사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스로 사임하더라도, 끝까지 버티다가 사실상 타의에 의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과거 안규백 장관과 쌓아온 인연은 이번 잔여 임기 수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인은 계엄 사태 전면에 나서지 않았으니 상대적으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이 임기를 계속 이어간다면 2027년 2월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다만 군인공제회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계엄 사태로 군 개혁이 요구되는데 김용현 사단들이 계속 득세한다면 고위인사들의 정치권 줄대기도 끊어지지 않을 거란 걱정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이사장이 어떤 라인을 타고 부임하면 해당 인사 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이 줄줄이 주요 보직에 배치된다”며 “공제회는 회원들의 복리후생과 연금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점점 수익률이 떨어지고 부실한 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정치적 외풍을 계속 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공흥지구 업무는 잘 기억나지 않고, 지금 하는 일도 그때와 비슷하다”며 낙하산 의혹에 대해 모호하게 답했다.

이어 대한토지신탁 측은 “2014년 당시 담당자가 없어 수소문을 해야해 곧바로 답변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들리는 소문을 통하면 실제 담당 업무한 사람은 따로 있고, (박종철 대표가 당사자라고) 와전이 많이 된 것 같다”며 “(박종철 대표가) 이쪽 업계에서 뼈대가 굵은 분이시다 보니 분야 전문가답게 일도 잘하신다. 청탁이나 수혜는 아닌 것 같다. 이전 이윤복 대표의 임기가 제대로 끝나고 오신 거기 때문에 대표직이 우연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어 “수소문해 봤지만 공흥지구 건은 본인이 입사하기도 전의 옛날 문건이라 확인이 어렵다. 당시 사업1본부 담당이었는지도 확인 불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편,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윤 전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씨와 김진우씨에 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면서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에 참여했던 대한토지신탁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달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혐의로 소환돼 조사받은 바 있다.

특검은 지난 24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과 김 전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 오빠 김진우씨 등을 기소했다. 김 전 여사 일가가 사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양평군을 상대로 로비했고 개발 부담금 감면 등 특혜를 받았다는 수사 결과다.

특검은 “전 양평군수인 김선교 의원과 최은순씨, 김진우씨, 전 양평군 주민지원과장 A씨, 현 양평군 공무원 B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의혹은 김 전 여사 일가 기업인 ESI&D가 2011~2016년 양평군 공흥리 일대 개발사업을 하면서 양평군으로부터 개발 부담금을 면제받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김 의원은 양평 공흥지구 사업을 진행하면서 최씨와 김 전 여사 등의 청탁을 받고 개발부담금 감면을 지시해 약 22억원 상당의 손해를 양평군청에 끼쳤다는 혐의를 받았다. 특검은 최씨와 김 전 여사가 이 과정에서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 지역 신문 기자 A씨에게 2억43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두 사람에게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A씨는 도시개발사업 관련 양평군에 청탁 및 알선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김 전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는 김상민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증거인 이우환 화백 그림을 자신의 장모 주거지에 숨긴 혐의(증거은닉)도 적용됐다.

서류상 ‘시행사’는 민간업체인 ESI&D였지만, 실제 현장에서 누가 사업을 주도했는지에 대해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2014년 체결된 토지신탁계약 이후 대한토지신탁이 공사, 자금 관리, 시공사 선정 등 실질적 집행 권한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림자 시행사’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2014년 5월 27일, ESI&D와 대한토지신탁은 공흥지구 부지를 기반으로 분양형 토지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겉으로는 ‘신탁대행 업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계약서에는 공사 도급 계약, 공사비 지급 방식, 공사 금액, 일정 등 핵심 의사결정 사항을 대한토지신탁과 “사전 협의”하도록 명시돼 있었다.

단순 관리 영역을 넘어 사업 핵심 권한 일부가 신탁사로 이전된 구조였다. 토지신탁업의 본래 기능은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자금·공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지만, 공흥지구의 경우 토지 소유자와 시행사가 아닌 신탁사가 실제 사업 실행 주체인지 여부로 논란이 발생한 지점이다.

인허가는 ESI&D···실행은 토지신탁
‘김건희 오빠’ 역할 떠넘긴 구조

초기 구역 지정·인허가 절차는 모두 ESI&D가 주도했다. 양평군 도시계획 문서에서도 사업시행자로 ESI&D가 기재돼있다. 그러나 인허가 후반부에 접어든 2014년, 사업의 실질 운영은 신탁 계약 체결과 함께 대한토지신탁이 인수했다.

시공사 선정, 공사 착수, 개발비 집행 등 사업 실행 파트는 신탁사가 전면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류상 시행사는 ESI&D, 실제 시행사는 대한토지신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대한토지신탁 측은 “토지신탁은 시행 사업 자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탁자가 맡긴 업무를 처리할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생했다”
날개 달아줘

사업이 난항을 겪으며 사업시행자와 신탁사 사이에 미묘한 책임 공백이 발생했다. ESI&D는 “신탁사가 공사·분양·자금 관리를 맡아 실질적 시행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고 대한토지신탁은 “우리는 시행사가 아니고, 인허가·기본설계·사업 기획은 모두 ESI&D의 역할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해당 구조가 의도적으로 설계된 ‘경계 영역’이라는 점이다. 시행사는 인허가 책임만 갖고, 신탁사는 공사 실무를 담당해 각자가 민원·비용·법적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였다. 사업이 지연되고 정치적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그 ‘회색지대’가 오히려 사업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시정비·신탁업계 전문가들은 공흥지구 구조를 ‘이중 시행 이관’의 전형으로 평가한다. 문제 발생 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여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한 신탁업 전문 변호사는 “토지신탁은 본질적으로 안정적 사업 관리 모델이지만, 시행자·위탁자와의 역할 경계가 지나치게 모호하게 설정되면 법적 분쟁은 피할 수 없다”며 “공흥지구는 그 위험이 현실화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문제 생기면
누구 책임?

양평 공흥지구에서 대한토지신탁은 토지를 맡아 관리·대행하고, 공사·시공사 선정·자금 집행 등 실행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개입한 주체였다. 형식적으로는 시행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업 진척에 필요한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이 신탁사를 거쳐 이뤄진 점에서 실질적 영향력은 시행사에 준한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반대로, 초기 인허가 구조를 모두 ESI&D가 주도한 점에서 법적 시행 책임은 여전히 ESI&D에 있다는 반론 역시 존재한다. 결국 공흥지구 논란의 본질은 “누가 시행사였느냐”가 아니라 “누가 실제 사업을 굴렸고, 그 권한과 책임을 얼마나 투명하게 행사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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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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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