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묻지마 살인, 이상 동기 등 흉폭한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제 앰네스티서 실질적인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된 한국서 무기징역만으로 사형을 대신하기에는 피해자 가족의 양형 불만족이 크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부각시킨 배경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실제로 가석방으로 풀려난 장기 수형자나 무기수가 흉악한 재범을 범하는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면서 이른바 법과 그 집행의 현실과 시민의 법 감정 사이에는 큰 괴리가 생기고, 이는 곧 법과 형사사법, 나아가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는 우려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그럼에도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 집단에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기존의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폐지하고 있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그야말로 사형을 대신하는 최소한의 범위서 마지막 수단이어야 함에도 확대되고 남용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논란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면 우리가 기대하는 목적은 무엇이며, 그 효과는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이와 유사한 제도로서 미국의 ‘삼진 아웃(3 Strikes–out)’에 대한 효과성 평가도 연구자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내놓고 있다.
효과 유무와는 별개로 또 지적되고 있는 것이 과밀수용과 수용 경비의 폭증, 그리고 수형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수용 관리의 문제다.
입법의 목적이 재범 예방이라면 산술적으로는 당연히 수용으로 재범 능력이 박탈된 소위 ‘무능력화(incapacitation)’로 더 이상의 범행을 할 수 없으므로 ‘특별 억제, 특별 예방’ 효과는 있다고 계산되지만, 사실 살인은 상당수가 확신범이거나 격정이나 상황범이기에 형벌을 통한 범죄 억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범죄예방효과에 대한 기대도 지나친 것일 수 있다.
물론 흉악범죄자에게 가석방도 없는 종신형이라는 극단적 양형으로 극히 일부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 동기를 억제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특별 예방과 마찬가지로 살인 범죄의 특성을 감안하면 큰 기대를 갖기 어렵다.
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나 유사한 삼진 아웃은 아무리 흉악 범죄자라도 있을 수 있는 교화와 개선을 통한 사회복귀의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형벌의 목적이 응보나 억제뿐 아니라 교화 개선과 사회 재통합도 있음에도 이를 완전히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국가가 교정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없지 않다.
실질적으로 사형이 폐지된 상태서 법 집행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사형을 대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드세다. 현실적으로 무기수가 20년의 수형생활로 가석방이 된다면 피해자 가족은 보복범죄를, 그리고 시민들은 그의 재범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그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오랜 기간이 흘러서 언젠가 사형 ‘집행시효’가 문제가 되고, 이런 법률적 문제로 사형수가 교도소 담장 밖으로 나오게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측면서도 사형의 대안으로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그런 우려와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은 찬성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반대할만한 충분한 이유도 있다. 이런 논쟁이 점화된 계기는 계속되는 흉악 범죄로 인한 사회적 불안의 고조가 하나일 것이고, 죄와 벌에 대한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느끼는 양형에 대한 불신이 다른 하나일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선택을 조금은 단순하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피의자 중심, 피의자 지향의 양형이나 사법보다는 피해자 중심, 피해자 지향의 양형과 사법으로의 인식의 전환일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