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정 SNS 영상과 게시글이 여러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의아함과 더 나아가서는 화를 나게 하고 있다. 바로 ‘정당방위’ 문제다.
영상 속의 사람은 자신을 흉기로 공격하는 사람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나름의 방어행위를 했다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폭력 행위의 피의자로 소환됐다고 언급했다.
우리의 형법은 21조에서 ‘정당방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현재 상당한 법익 침해 행위가 있을 것 ▲자신과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어한다는 의사를 가진 상당한 이유가 있는 방어행위여야 할 것 ▲도발하지 않을 것 ▲먼저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 ▲가해자보다 더 심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 ▲상대가 폭력 행위를 그친 뒤에는 폭력을 사용하지 말 것 ▲상대의 피해 정도가 본인의 피해보다 심하지 않을 것 ▲전치 3주 이상의 상해를 입히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나치게 엄격한 조건을 다 충족시킨다고 해서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생사의 기로에 선 사람이 전치 3주 정도면 어느 정도 폭력이고 피해인지, 일단 폭력을 멈췄다고 또 다시 폭력을 가할지 않을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약자가 과연 흉기를 사용하지 않고 방위할 수 있을지, 상대의 피해자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알고 판단할 수 있을까?
미국은 사정이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법률 자체만으로는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미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개인은 타인으로부터 불법적이고 즉각적인 폭력의 분명한 위협에 대항해 자신을 방위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합리적으로 보이는 무력을 사용할 특권이 주어지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총기 소지가 자유롭고 자기방어에 대한 필요와 인식이 강한 만큼 정당방위에 대한 인정의 범위도 그 만큼 넓다.
미국 수정헌법 2조로부터 시작되는 정당방위는 개인이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정당방위법을 “Stand Your Ground Law”, 글자 그대로 ‘니 땅을 니가 지켜라’ 쯤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이는 집주인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도망칠 필요 없이 즉시 총기로 대항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각각의 주에서는 “Castle Doctrine”이라고 해서 집안에 들어 온 침입자는 총으로 쏴 죽여도 기소할 수 없다고 규정하기까지 한다. 집에서 침입자에게 위협을 받거나 위협을 느끼면 도망가거나 후퇴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냥 매를 맞고 때로는 죽거나 도망가거나 뿐이고, 이게 아니라 자신을 방위하려면 자칫 폭력 피의자가 되라는 것이다. 총기 소지나 휴대가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는 한국서 미국만큼 정당방위를 확대해서는 오히려 남용으로 인한 위험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우선 현행 정당방위의 문제는 법 규정 자체보다는 오히려 법 해석과 적용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 어느 정당방위 관련 재판서 국민참여 재판의 배심원들은 무죄를 평결, 즉 정당방위를 인정했으나, 법원은 반대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곧 시민의 법 감정과 법원의 법리적 해석에는 너무나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 간극은 없거나 좁을수록 좋다. 정당방위의 문턱도, 과잉방위의 문턱도 낮춰야 한다. 정당방위는 물론이고 모든 법은 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법 해석과 적용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하나는 정당방위에 대한 판단을 법원이나 사법기관서 제3자의 관점서 바라본다는 점이다. 절체절명의 절박한 위험에 놓인 대부분의 가해자보다 훨씬 약자고 무장하지도 않은 피해자 관점서 정당방위를 해석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해보지 않은 제3자가 어떻게 그 심정을 알겠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정당방위가 규정됐던 시대 상황과 현재의 시대 상황은 크게 변했음에도 그 변화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과거에 없던 ‘묻지마’ 폭력, 흉기 난동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정당방위의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