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빨간 딱지’ 서보산업 기업사냥꾼에게 먹힌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9.26 10:27:13
  • 호수 1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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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까지 빼돌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건설 자재 전문 기업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거푸집 스크랩 3227톤 등을 압류당했다. 회사가 약 수백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갚지 못하면서다. 앞서 지난 6월, 166억원에 지분 100%를 매각한 서보산업 전 대표이사 이모씨는 인수자 신모씨 측의 실사 요청을 거부하고, 신 전 대표를 하루 만에 강제 해임했다. 이후 서보산업 등기상에 ‘기업사냥꾼’ 심모씨가 등장했다.

서보산업은 건축용 거푸집인 알루미늄 폼·유로폼(철제+합판) 등을 설계·제조해 건설 현장에 임대 및 판매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545억3330만원을 기록했으며, 기술연구소 및 100여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는 등 실적과 기술력을 갖춰 관련 업계에선 잔뼈가 굵은 회사로 알려졌다.

알루미늄
폼 생산

주력 제품인 알루미늄 폼은 기존 유로폼보다 약 5배 이상 재활용 효율이 높고 건설 폐기물이 적어 친환경적이라고 소개됐다. 또 기존 제품보다 약 50% 정도 가볍고 조립식 시공으로 간편한 장점이 있어 1군 시공사들과 협력하는 업체였다.

그러나 서보산업의 내부 사정은 크게 달랐다. 2022년 12월 기준 부채비율은 약 406.16%로 자본 대비 4배 이상의 빚이 쌓였고, 2023년 12월 기준 부채비율은 약 71.47%로 개선됐다가 약 157.82%로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지난해 12월 기준). 그해 부채비율이 급감한 것을 보면, 재무구조 개편이나 자본 조달 등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베트남 등 동남아 건설 현장에 투입한 알루미늄 폼 등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서보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지분 100%를 166억원에 매각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6월까지 국세, 지방세, 직원들의 4대 보험료 등 총 5억원이 체납돼 대출도 막힌 상태였다.

결국 서보산업은 모 자산운용사 부사장 출신인 신모씨가 운영하는 A사와 지난 6월25일 주식 및 경영권 양도에 관한 약정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위 약정대로 166억원을 서보산업 계좌에 이체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식을 양도받아 명의 개서를 이행해 주식 100%를 보유한 주주가 됐다.

더불어 신씨는 서보산업 대표 이모씨가 체납한 5억원의 세금 등을 모두 갚아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게 했고, 166억원을 입금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변호사를 대동한 자리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A사에 주식을 양도했다.

4대 보험도 못 내 법정관리
기껏 살려줬더니 강제 해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지난 6월27일 신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지난 7월 초 A사가 지정한 신씨, B씨, C씨 등은 이사 및 감사로 등재됐다. 기존 주주였던 이 전 대표는 등은 양도양수 계약에 의해 기존 사내이사의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신씨는 서보산업의 우발 부채 등을 우려해 실사 작업을 요청하면서 166억원을 1개월간 질권 설정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약정 체결상에 질권을 설정하겠다는 내용은 없지 않았냐”며 실사 작업을 거부하고, 서보산업의 기존 인감도장과 통장을 신씨에게 주지 않았다.

양도양수 계약을 모두 이행한 신씨는 대표이사의 권한으로 서보산업 인감도장을 새로 발급받아 실사 작업을 시도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법무법인 주성에 보관된 양도양수 계약서와 166억원을 이체하면 돌려받기로 한 신씨와 사내이사 2명의 백지 사임서를 빼돌려 이들에 대한 사임 등기를 지난 7월21일 청주지법 음성등기소에 신청했다. 이와 함께 신씨가 발급한 인감 도장을 분실 신고하고, 인감 도장을 발급하기도 했다.

통상 대표이사의 허락 없이 사내이사가 법인 인감도장을 발급받아 사용하는 것은 권한남용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신씨로부터 인수금 166억원과 5억원을 받았음에도 질권 설정이 돼있다는 이유로 독단적으로 신씨를 해고한 것이다.

겉만 번지르르
속은 곪았다

사임 등기 신청의 접수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신씨와 B씨, C씨를 강제 해임하고, 이로 인해 자신이 단독으로 사내이사가 됐으므로 대표이사 자격도 자신에게 있다는 논리로 권리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씨는 사임 의사가 없다고 재차 음성등기소에 신청했고, 지난 7월24일 이 전 대표가 신청한 해임 등기는 각하 결정이 났다.

각하 결정이 났음에도 이 전 대표는 양도양수 계약 이전의 과거 주주명부를 이용해 임시주주총회 의사록을 공증받았고, 신씨 등에 대해 해임등기 신청을 재차 접수했다. 결국 이틀 뒤 음성등기소는 이 전 대표의 등기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해임 등기가 이뤄졌다.

신씨 등의 해임이 이뤄짐과 동시에 대표이사와 이사에는 김모씨와 사내이사 심모씨가 등재됐다. 심씨는 M&A 업계에서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수의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빼돌린 경제 사범으로 전해졌다.

현재 신씨 측은 이 전 대표를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등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양도양수 계약을 근거로 A사는 166억원을 서보산업에 납입했고, 계약 위반이 없는 상태다. 이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신씨의 귀책 사유는 투자금을 질권 설정했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등기소가 계약 해제나 사임을 결정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법원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 이 전 대표의 주장만으로 계약이 해제된 것을 두고, 그가 음성등기소와 유착 관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재 피고소인이 된 이 전 대표와 김 대표, 심씨는 위법한 임시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출된 이사 내지 감사로 등재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씨 측은 또 주주총회 의사록을 공증한 법무법인 민주의 박모 공증 담당 변호사도 고소한 상태다. 계약 위반이 없는 상태에서 불법행위로 회사를 찬탈하기 위해 허위의 주주명부로 주주총회를 개최해 의사록을 작성한 것인데, 공증 사무실조차 이 전 대표 측에서 제시한 서류를 믿고 공증했다는 것이다.

퇴직금
먹튀 논란

또 이 전 대표의 주도하에 서보산업에 새롭게 취임한 김 대표는 신씨가 납입한 166억원의 통장 비밀번호를 변경했고,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신씨 측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자, 사내이사 심씨는 “먼저 서보산업의 알루미늄 폼 500톤을 담보로 줄 테니 5억원을 빌려달라”고 협상을 요구했다.


신씨 측이 166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5억원을 빌려주자, 166억원을 돌려줬다. 현재 서보산업의 재산 대부분은 채권자 30여명이 빚을 돌려받기 위해 압류한 상태다. 심씨는 아무런 권한도 없이 500톤을 요구한 것이다.

현재 서보산업은 52억원대 미납 대금으로 협력사 중앙알칸과 분쟁 중이다. 중앙알칸은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자재를 반환하지 않았다며 유체동산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중앙알칸이 서보산업에 납품한 제품 대금은 총 52억5728만9630원에 달한다.

이 중 외상매출금 잔액 35억7256만3321원과 발급 어음 잔액 16억8472만6309원이 미결제 상태다.

납품 및 미납 현황으로는 ▲2025년 3월 6억7956만7350원 ▲2025년 2월 9억5294만4410원 ▲2025년 1월 5억877만9800원 ▲2024년 12월 6억3962만7230원 ▲2024년 11월 4억8735만6100원 ▲2024년 10월 6억7623만280원 ▲2024년 9월 6억6210만4300원 ▲2024년 8월 5억9533만3200원 ▲2024년 7월 8억1109만7815원이다. 

양측은 2025년 7월17일, 서보산업의 미납 대금을 해결하기 위해 원자재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서보산업은 중앙알칸에 미납 대금 대신 알루미늄 거푸집 3227톤을 양도하기로 합의했다.

중앙알칸 측 주장에 따르면, 서보산업은 합의된 기한까지 알루미늄 3227톤을 인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5년 8월 초,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거푸집을 화물트럭에 싣고 반출하려던 정황이 포착됐다. 중앙알칸은 이를 확인하고 8월7일 서보산업 현재 대표이사 김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며, 동시에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알루미늄 반출을 막고자 했다. 


“166억 인수금? 5억 더 주면 돌려줄게”
채무불이행 52억, 사문서위조로 고소

서보산업 경영진이 채무를 불이행한 채 현금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보산업 부지에서 화물 트럭 여러 대가 알루미늄 자재를 적재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법원 판단에 중요한 증거가 될 전망이다.

중앙알칸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서보산업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관 중인 알루미늄 거푸집을 외부로 반출하려 한다”며 “채권자가 위임한 집행관에게 점유권을 인도하고, 그 외 자재를 무단 반출하지 못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자산이 반출될 경우 미납 대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충북 음성 지역 주요 제조업체 간의 분쟁으로, 판결 결과에 따라 지역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 인용 여부는 알루미늄 자재가 중앙알간의 담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법원이 보전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서보산업의 자산 이동이 당분간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보산업에 166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인수한 A사는 “우리 측은 적법하게 주식을 인수했고, 명의 개서도 마쳤다”며 “계약 해지나 법원 판결 없이 기존 주주의 지위가 부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장에는 “피고소인 심씨와 이 전 대표 등이 주도한 임시주주총회는 실질적 주주가 아닌 자들이 소집하고 진행한 불법 회의”라며, “허위 주주명부로 회사 경영권을 찬탈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A사 측은 이번 사건을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채권자에게 5억원을 빌린 심씨의 도주 우려도 제기됐다. 고소장에는 심씨가 현재 다수의 수사 사건에 연루돼있으며, 최근 “자금을 마련해 해외로 도피하려 한다”는 첩보가 접수됐다고도 언급됐다.

A사 측은 수사 당국에 출국금지 등 긴급 조치를 요청하며, 도주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경영권
중대한 범죄”

이번 사건은 음성경찰서가 수사를 진행 중이며, 허위 주주총회 소집과 초고속 등기 처리 과정에서 등기소 내부 유착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A사 측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민사 분쟁이 아니라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중대한 범죄”라며 “관계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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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미국 정계가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는 흐름을 타 강경 보수 노선과 장외 집회로 기세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8개월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이 달린 정치인의 현실을 고려해 “극우 방식으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빙글빙글 도는 장 대표의 ‘용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앞세워 “왜 미국에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평에서 비판으로 일각에선 “이 대통령도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왓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우리 군사기지까지 들어갔다”며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에 가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저자세로 나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자극했다. 국내에선 평소 강경한 정치 성향을 유지하는 이 대통령의 ‘저자세’를 유연함으로 해석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호평은 금세 비판으로 바뀌었다. 당시 체결됐던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은 ▲상호 관세율 15%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485조원) 등이었다. 문제는 3500억달러가 우리나라 총 외환 보유고의 84%에 달하는 액수란 것이다. 아울러 두 대통령의 공동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명시하자”고 요구했고, 미국은 우리에게 “3500억달러의 구체적 조달 시기·방식·사용처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35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호 관세율 25%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의 직접 투자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투자 대상은 미국이 주도해 선정하며, 투자액 회수 후 미국이 이익 중 90%를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노동자 317명을 단속했다. 이들이 단기 상용 비자(B-1)로 미국에 입국해 근무하다가 불법체류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에 입국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했고, 미국 영주권자 1명을 제외한 316명은 지난 12일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훈훈하게 진행한 후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미군 기지에 들어간’ 데에 대한 보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기만책 섞인 양동 작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재명 압박하자 강경론 선회 미 극우 논객도 한국서 극우 부추겨 미국 정부의 한국인 노동자 추방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보수 성향 친위 집단 MAGA 진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극우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 공장이 조지아주 주민을 고용하지 않아서 ICE에 신고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저임금 불법체류자를 다수 고용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 미국 안보센터 부의장은 지난 7월21일, 한국 국회의원 13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하거나 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으면, 한국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사무총장을 지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가 진행돼 내가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지난 1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약화하려는 극좌 급진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고, 두 사람의 보수 철학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강경 보수 진영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8일 ‘대통령·부산시 교육감 선거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손 목사와 손잡고 함께 시위를 주도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로부터 채널 수익 창출 중단 통지를 받았다.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이유는 “민감한 콘텐츠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전씨는 “언론 탄압이자 보수 우파 죽이기”라며 “구글코리아 내 좌파 직원이 판단한 거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당선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 표심에 지지를 호소해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을 다시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의 양동 작전 김 의장은 평소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고, 장 대표는 김 의장을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군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리 낼 때, 전씨는 당 밖 의병으로서 그 소리를 증폭하고 적을 막는 역할을 했다”며 “당 밖 의병이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1등 공신임을 자처하던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을 한다”며 “저는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장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도 지난 1일 “많은 사람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 지방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4개 자유 우파 정당에 양보하면 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아서 4개 정당이 영남 전 지역에 후보를 내면 국민의힘은 이길 수 없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혔던 “더 강하게, 더 넓게 500만 당원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국회 본관 앞에 모여 ‘야당 말살 정치 탄압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지도부가 가장 강력한 방식의 투쟁을 하기로 했고, 장외투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명분은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수사 기간 연장 반대 ▲내란 특검의 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 규탄 등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8일엔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당시 장 대표는 단군 신화를 인용해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도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등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영수회담은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장 대표도 자신의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모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장 대표는 다시 장외투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분은 손 목사 구속이었다.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한 장 대표는 첫 일정으로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장외투쟁 이어 지난 17일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장외투쟁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차근차근 야당을 말살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것 ▲정부·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민주당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장외투쟁 근거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장외 집회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 중도 공략 필요성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의 현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파면·구속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 지지층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불과 8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이기기 위해선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참패 시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각국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21세 청년 타일러 로빈슨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극우 논객 찰리 커크 ‘터닝 포인트 USA’ 대표와 모린 배넌 ‘스티브 배넌 워룸’ 대표는 한국 극우를 부추기는 미국 정계 논객들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참석했다. 커크 대표는 “최근 한국 정치는 혼란스러웠다.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정치 검사를 앞세워 우파를 탄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국 정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북한의 공산주의에 맞서는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고, 필요하다면 내가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모린 대표도 “한국은 공산주의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관성은 오직 한동훈 축출 돌연 “극우론 안 돼” 유턴 손 목사는 커크 대표·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 일부 개신교 교단과 MAGA 진영이 김민아 대표가 이끄는 빌드업 코리아와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빌드업 코리아의 모태는 커크 대표가 이끄는 터닝 포인트 USA로 전해졌다. 극우 성향 교단과 미국 극우는 강경한 반공 성향을 매개로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교단의 세가 강했던 지역은 평안도였다. 이들은 북한 정부 수립과 6·25 전쟁 이후 모두 월남했고, 강경한 반공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소련과의 냉전을 계기로 매카시즘 광풍이 크게 일어나 복음주의 교단을 중심으로 한 반공 세력이 맹위를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복음주의 교단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 기반과도 연결되는 미국 정치의 흐름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정치 방향은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패널 인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몫인 각종 방송 출연분 중 80% 이상을 친한계가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엔 방송 출연을 위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원외 인사들이 많다. 장 대표의 방침에 대해선 “친한계의 숨통을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근거 있는 확신을 한다고 했다”며 “그 확신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소환을 2회 거부했고,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에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한 전 대표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연이은 당내 선거 패배와 안 좋게 결별한 장 대표의 당선으로 위기에 몰려 자신의 정치적 상징인 ‘비상계엄 반대’조차 자신 있게 내세우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나경원 의원 등 지난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내우외환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다시 강경 보수를 대상으로 한 장외집회에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난 16일 공개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우리가 설득하는 방식이 극우와 같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께서 공감하지 않는 방식으론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층의 확고한 신뢰 없이 성급하게 중도층 마음을 얻겠다고 나아가면 실패할 거라고 본다”는 의견도 남겼다. 내친 김에… 용꿈의 조건 같은 인터뷰에서도 빙글빙글 돌고 있단 느낌을 줄 소지가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용꿈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명확히 밝혀 대중의 지지를 얻은 다음 노려볼 수 있다. 장 대표는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굳건한 의견 없이 빙글빙글 돌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장 대표의 빙글빙글 회전 정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