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사고’ 뇌출혈, 경찰 과잉 단속 때문? 본질은⋯

피해자 측 “갑자기 함정단속” 주장
운전·동승자 무면허에 헬멧 미착용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3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서 발생했던 전동 킥보드 사고로 10대 청소년 중 한 명이 뇌출혈 피해를 입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SBS는 ‘[단독] 킥보드 타던 10대 낚아채 ’뇌출혈‘…과잉단속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얼마 전 전동 킥보드를 탄 10대 학생이 경찰 단속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을 잃었다. 킥보드를 타고 달리던 학생의 팔을 경찰이 낚아채면서 사고가 난 건데, 과잉 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기자는 “인천 부평구의 한 도로, 인도를 달리던 킥보드 한 대가 갑자기 고꾸라진다. 자세히 살펴보니 경찰이 킥보드 운전자인 10대 학생 팔을 잡아 끌면서 탑승자들이 넘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는 일어섰는데 뒤에 탔던 학생 A군은 몸을 심하게 떨며 발작을 일으켰다”며 “놀란 경찰이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A군은 응급실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A군의 부친은 “황당했다. 머리가 많이 다쳤다는 얘기에 놀랐다. 바로 중환자실에 들어갔기 때문에 따로 면회도 안 됐다”며 “6시간 정도 후 출혈량이 늘어날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기자는 “의식이 없던 A군은 이틀 뒤에야 출혈이 잡히면서 입원 10일 만인 23일 퇴원했다”면서 “당시 킥보드를 타고 있던 2명은 모두 만 15세 학생들로 무면허에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A군의 부친은 “(단속 경찰이) 컨테이너 박스에 앉아 있다가 아이들이 오는 경로를 보고 갑자기 튀어나와 잡은 걸로 보인다. 헬멧을 쓰지 않고 동승한 건 잘못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경찰분이 이렇게까지 단속해서 애들을 다치게 했어야 했나”라며 아쉬워했다.

경찰 측은 “갑자기 튀어나와 제지한 게 아니다. 미리 정차 지시를 했었고, 학생들이 면허도 없이 도로교통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도에서 빠르게 달리고 있어 보행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과잉 단속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청도 “객관적인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 없고 직전 상황의 위법성과 제지의 필요성 등 구체적인 당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행 경찰의 교통단속 지침에 따르면, 교통 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단속하고자 할 때엔 안전에 유의해 안전한 장소로 유도, 정차하게 한 후 단속을 실시해야 한다. 

전동 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되며, 도로교통법 제2조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의 한 종류로 인정된다. 같은 법 제19조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를 이용해 사람을 운송할 수 있도록 제작된 1인용 교통수단으로, 시속 25km 이하로 주행 가능하고 총중량이 30kg 미만인 장치를 가리킨다.

다만, 도로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며 인도 및 보도로는 원칙적으로 운행이 불가하도록 돼있다.

A군 측은 당시 제지했던 경찰관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하고 과잉 진압에 대한 국가배상소송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운전자 및 동승자가 헬멧만 썼더라면 단속 자체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동승자만이라도 착용했더라면 뇌출혈 같은 중상 피해도 입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경찰의 킥보드 과잉 단속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번졌다.

이날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 ‘SLR클럽’엔 ‘킥보드 타던 10대 낚아채 뇌출혈 과잉 단속 논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A 회원은 “2인 탑승은 당연히 노뚝(헬멧 미착용을 지칭하는 은어, 잘못). 그냥 운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지”라면서도 “잘못은 했지만 그렇게 (단속)하면 안 된다고 해야 할지 참으로 애매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경찰관분께 피해는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엔 “자게이(자유게시판 회원)들이야 심정으로는 경찰이 ‘아무 잘못 없다’ ‘시원하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단속을 저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한 회원이 포문을 열었다(추천 23명). 하지만 대댓글엔 “저렇게 하지 않으면 도망가버리는데 그냥 단속을 없애는 게 좋겠네요, 그쵸?”라는 냉소적인 대댓글이 달렸고 60명에 가까운 회원들에게 추천을 받았다.

다른 회원들도 “유식하게 도망가면 잘 가하며 손 흔들어주나요?” “그 전에 공권력에 대해 도전한 죄를 생각해야 한다. 넘어진다고 놔두면 저 아이들이 멀쩡한 사람 쳐서 다치는 거죠. 벌 받을 짓 했다고 봅니다” “저렇게 도망다니면서 애먼 사람 다치게 하느니 불법을 먼저 막는 게 좋지 않나?” 등의 반대 댓글이 달렸다.

“잘못한 건 맞는데 정도껏 해야지. 무식하게 잡으면 빤히 넘어진다는 거 다 아는데 무리하게 잡은 이유가 뭔가? 요즘 보면 경찰도 여론이 실리니까 무리하게 많이 단속하는 거 보인다. 결코 좋은 거 아니다”며 피해자 측을 두둔하는 다른 댓글엔 “잡으면 넘어질 거 뻔히 안다구요? 쫓아가면 도망갈 거 뻔히 아는데 도둑은 왜 쫓나요? 도망가다 다치면 도둑님이 위험하실 텐데 말이죠” “그런 식의 마인드니 음주 운전 도망가는 놈들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 등 냉소적인 대댓글이 줄을 이었다.

또 다른 회원은 “단속의 이유가 뭐냐? 위험하니까 사고 줄이려고 하는 거 아니냐? 100% 다칠 거 알고도 저러는 건 좀… 저렇게 타고 사고 나도 본인이 다치는 건데 너무 과잉 단속이라고 본다”는 주장에도 “본인만 다치느냐?” “킥보드에 쳐서 사망한 사람 모르나요?” “규칙 무시하다가 본인만 다치면 뭐라고 하지 않겠죠. 남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문제인 건데 그걸 모르시네” 등의 지적 댓글이 쇄도했다.

공무를 집행했던 경찰관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회원은 “저게 문제라고 한다면 어떤 경찰관이 직을 걸고 단속하느냐? 못 본 척할 것” “다친 건 안타깝지만 2명이서 킥보드로 인도 주행, 무면허 행위 자체가 잘못이다” “부디 경찰관에게 부적절한 단속이라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도 많은 추천수를 받았다.

현행 공유 킥보드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회원 ‘수수OOOO’는 “진심 킥보드는 왜 규제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킥보드 앱에서 면허증 등록하는 화면이 있는데 스킵해도 된다더라? 그걸 왜 스킵하느냐? 스킵 기능 넣은 것 자체가 불법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공유 킥보드 업체가 수상하다.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다른 회원들도 “킥보드 업체에 대한 조사와 규제를 선행해야 한다. 저 둘의 입장은 모두 피해자다” “도대체 전동 킥보드를 없애지 않는 이유는 뭘까?”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A씨가 올린 글에는 162개의 댓글과 대댓글이 달리며 이날 추천베스트글에도 올랐다.

이 밖에도 “킥보드가 딸배(오토바이 배달 기사)처럼 위협적인가? 킥보드 이용이 약간의 과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시민을 위협하는 수준인지, 불법이라곤 하지만 많은 인원이 이용하는 전동 킥보드를 저렇게 위험하게 과잉 단속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 “편하게 단속하려고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사람 지키려고 하는 단속이 사람을 죽여선 안 되지 않겠나? 어렵더라도 CCTV 확인하고 동선 쫓아서 추적해서 잡아야 한다” “킥보드에 대한 혐오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는 자게이들이 대부분이네. 잘못했으니 자업자득이다? 그럼 인도에서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경찰이 잡아채서 넘어뜨려도 되겠네?” 등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25일에도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중학생 킥보드 사고의 본질은 아무도 생각 안 하는 듯하다’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중학생 킥보드 사고에 있어 경찰이 과잉이다 아니다 말들이 많다”며 “진짜 본질은 다들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전자 과실 100%가 답이 아니냐?”는 A씨는 “동승자의 부상은 운전자 책임 아니냐?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고 그 운전자가 경찰도 문제가 있다고 할 경우, 경찰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순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 동승자가 경찰을 직접 고소하나요? 운전자는 잘한 건가요? 논란의 이유가 있을까요? 운전자의 100% 과실인데…”라고 지적했다.

한 회원은 “어제 어떤 분은 경찰이 잘못한 걸고 글 올렸던데 ‘자신들은 15세때 얼마나 도덕적으로 살았길래?’라는 식으로 글을 썼더라”고 해당 글에 공감을 표했다. 다른 회원은 “좋은 말로 했을 때 알아 들었을 것 같으면 불법 운행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헬멧도 없어, 보호장구도 없어, 면허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은 중학생들이 헬멧과 보호장구만 제대로 착용했더라면 경찰이 제지할 일도 없었으니 이날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핵심인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사고는 2019년 447건 발생해 8명이 사망했다. 또 이듬해부터 897건(사망 10명), 2021년 1735건(사망 19명), 2022년 2386건(사망 26건), 2023년 2389건(사망 24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엔 2232건의 사고 건수 및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다소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별로는 ▲낙상 등 운전자 실수가 70~9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차량과 충돌 10%~15% ▲고정물과의 충돌(5%~10%) ▲보행자와의 충돌 및 주차 중 사고(5% 미만)로 집계됐다.

시간대별로는 절반가량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해지고 난 이후 어두워져 시야가 불량한 시간대에 발생했고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가 25~30%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비교적 밝은 낮 시간대도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헬멧 착용률은 전국 평균 15.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작용 여부에 따라 부상 정도가 극명하게 갈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착용의 경우 절반가량이 두부 외상, 안면골절 등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19~25%의 헬멧 착용자는 경상 위주의 피해를 입었다.

헬멧을 썼을 경우는 두부 손상 위험이 약 7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 사고로 해마다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헬멧 착용 의무 실질화는 물론, 라이트·반사판 등 야간 시야 확보를 위한 장비 부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청소년층에 대한 면허 및 주행 교육을 강화하고, 야간·심야 시간대의 킥보드 이용 제한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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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