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사고’ 뇌출혈, 경찰 과잉 단속 때문? 본질은⋯

피해자 측 “갑자기 함정단속” 주장
운전·동승자 무면허에 헬멧 미착용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3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서 발생했던 전동 킥보드 사고로 10대 청소년 중 한 명이 뇌출혈 피해를 입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SBS는 ‘[단독] 킥보드 타던 10대 낚아채 ’뇌출혈‘…과잉단속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얼마 전 전동 킥보드를 탄 10대 학생이 경찰 단속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을 잃었다. 킥보드를 타고 달리던 학생의 팔을 경찰이 낚아채면서 사고가 난 건데, 과잉 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기자는 “인천 부평구의 한 도로, 인도를 달리던 킥보드 한 대가 갑자기 고꾸라진다. 자세히 살펴보니 경찰이 킥보드 운전자인 10대 학생 팔을 잡아 끌면서 탑승자들이 넘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는 일어섰는데 뒤에 탔던 학생 A군은 몸을 심하게 떨며 발작을 일으켰다”며 “놀란 경찰이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A군은 응급실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A군의 부친은 “황당했다. 머리가 많이 다쳤다는 얘기에 놀랐다. 바로 중환자실에 들어갔기 때문에 따로 면회도 안 됐다”며 “6시간 정도 후 출혈량이 늘어날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기자는 “의식이 없던 A군은 이틀 뒤에야 출혈이 잡히면서 입원 10일 만인 23일 퇴원했다”면서 “당시 킥보드를 타고 있던 2명은 모두 만 15세 학생들로 무면허에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A군의 부친은 “(단속 경찰이) 컨테이너 박스에 앉아 있다가 아이들이 오는 경로를 보고 갑자기 튀어나와 잡은 걸로 보인다. 헬멧을 쓰지 않고 동승한 건 잘못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경찰분이 이렇게까지 단속해서 애들을 다치게 했어야 했나”라며 아쉬워했다.

경찰 측은 “갑자기 튀어나와 제지한 게 아니다. 미리 정차 지시를 했었고, 학생들이 면허도 없이 도로교통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도에서 빠르게 달리고 있어 보행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과잉 단속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청도 “객관적인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 없고 직전 상황의 위법성과 제지의 필요성 등 구체적인 당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행 경찰의 교통단속 지침에 따르면, 교통 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단속하고자 할 때엔 안전에 유의해 안전한 장소로 유도, 정차하게 한 후 단속을 실시해야 한다. 

전동 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되며, 도로교통법 제2조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의 한 종류로 인정된다. 같은 법 제19조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를 이용해 사람을 운송할 수 있도록 제작된 1인용 교통수단으로, 시속 25km 이하로 주행 가능하고 총중량이 30kg 미만인 장치를 가리킨다.

다만, 도로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며 인도 및 보도로는 원칙적으로 운행이 불가하도록 돼있다.

A군 측은 당시 제지했던 경찰관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하고 과잉 진압에 대한 국가배상소송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운전자 및 동승자가 헬멧만 썼더라면 단속 자체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동승자만이라도 착용했더라면 뇌출혈 같은 중상 피해도 입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경찰의 킥보드 과잉 단속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번졌다.

이날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 ‘SLR클럽’엔 ‘킥보드 타던 10대 낚아채 뇌출혈 과잉 단속 논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A 회원은 “2인 탑승은 당연히 노뚝(헬멧 미착용을 지칭하는 은어, 잘못). 그냥 운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지”라면서도 “잘못은 했지만 그렇게 (단속)하면 안 된다고 해야 할지 참으로 애매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경찰관분께 피해는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엔 “자게이(자유게시판 회원)들이야 심정으로는 경찰이 ‘아무 잘못 없다’ ‘시원하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단속을 저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한 회원이 포문을 열었다(추천 23명). 하지만 대댓글엔 “저렇게 하지 않으면 도망가버리는데 그냥 단속을 없애는 게 좋겠네요, 그쵸?”라는 냉소적인 대댓글이 달렸고 60명에 가까운 회원들에게 추천을 받았다.

다른 회원들도 “유식하게 도망가면 잘 가하며 손 흔들어주나요?” “그 전에 공권력에 대해 도전한 죄를 생각해야 한다. 넘어진다고 놔두면 저 아이들이 멀쩡한 사람 쳐서 다치는 거죠. 벌 받을 짓 했다고 봅니다” “저렇게 도망다니면서 애먼 사람 다치게 하느니 불법을 먼저 막는 게 좋지 않나?” 등의 반대 댓글이 달렸다.

“잘못한 건 맞는데 정도껏 해야지. 무식하게 잡으면 빤히 넘어진다는 거 다 아는데 무리하게 잡은 이유가 뭔가? 요즘 보면 경찰도 여론이 실리니까 무리하게 많이 단속하는 거 보인다. 결코 좋은 거 아니다”며 피해자 측을 두둔하는 다른 댓글엔 “잡으면 넘어질 거 뻔히 안다구요? 쫓아가면 도망갈 거 뻔히 아는데 도둑은 왜 쫓나요? 도망가다 다치면 도둑님이 위험하실 텐데 말이죠” “그런 식의 마인드니 음주 운전 도망가는 놈들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 등 냉소적인 대댓글이 줄을 이었다.

또 다른 회원은 “단속의 이유가 뭐냐? 위험하니까 사고 줄이려고 하는 거 아니냐? 100% 다칠 거 알고도 저러는 건 좀… 저렇게 타고 사고 나도 본인이 다치는 건데 너무 과잉 단속이라고 본다”는 주장에도 “본인만 다치느냐?” “킥보드에 쳐서 사망한 사람 모르나요?” “규칙 무시하다가 본인만 다치면 뭐라고 하지 않겠죠. 남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문제인 건데 그걸 모르시네” 등의 지적 댓글이 쇄도했다.

공무를 집행했던 경찰관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회원은 “저게 문제라고 한다면 어떤 경찰관이 직을 걸고 단속하느냐? 못 본 척할 것” “다친 건 안타깝지만 2명이서 킥보드로 인도 주행, 무면허 행위 자체가 잘못이다” “부디 경찰관에게 부적절한 단속이라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도 많은 추천수를 받았다.

현행 공유 킥보드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회원 ‘수수OOOO’는 “진심 킥보드는 왜 규제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킥보드 앱에서 면허증 등록하는 화면이 있는데 스킵해도 된다더라? 그걸 왜 스킵하느냐? 스킵 기능 넣은 것 자체가 불법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공유 킥보드 업체가 수상하다.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다른 회원들도 “킥보드 업체에 대한 조사와 규제를 선행해야 한다. 저 둘의 입장은 모두 피해자다” “도대체 전동 킥보드를 없애지 않는 이유는 뭘까?”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A씨가 올린 글에는 162개의 댓글과 대댓글이 달리며 이날 추천베스트글에도 올랐다.

이 밖에도 “킥보드가 딸배(오토바이 배달 기사)처럼 위협적인가? 킥보드 이용이 약간의 과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시민을 위협하는 수준인지, 불법이라곤 하지만 많은 인원이 이용하는 전동 킥보드를 저렇게 위험하게 과잉 단속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 “편하게 단속하려고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사람 지키려고 하는 단속이 사람을 죽여선 안 되지 않겠나? 어렵더라도 CCTV 확인하고 동선 쫓아서 추적해서 잡아야 한다” “킥보드에 대한 혐오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는 자게이들이 대부분이네. 잘못했으니 자업자득이다? 그럼 인도에서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경찰이 잡아채서 넘어뜨려도 되겠네?” 등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25일에도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중학생 킥보드 사고의 본질은 아무도 생각 안 하는 듯하다’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중학생 킥보드 사고에 있어 경찰이 과잉이다 아니다 말들이 많다”며 “진짜 본질은 다들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전자 과실 100%가 답이 아니냐?”는 A씨는 “동승자의 부상은 운전자 책임 아니냐?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고 그 운전자가 경찰도 문제가 있다고 할 경우, 경찰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순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 동승자가 경찰을 직접 고소하나요? 운전자는 잘한 건가요? 논란의 이유가 있을까요? 운전자의 100% 과실인데…”라고 지적했다.

한 회원은 “어제 어떤 분은 경찰이 잘못한 걸고 글 올렸던데 ‘자신들은 15세때 얼마나 도덕적으로 살았길래?’라는 식으로 글을 썼더라”고 해당 글에 공감을 표했다. 다른 회원은 “좋은 말로 했을 때 알아 들었을 것 같으면 불법 운행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헬멧도 없어, 보호장구도 없어, 면허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은 중학생들이 헬멧과 보호장구만 제대로 착용했더라면 경찰이 제지할 일도 없었으니 이날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핵심인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사고는 2019년 447건 발생해 8명이 사망했다. 또 이듬해부터 897건(사망 10명), 2021년 1735건(사망 19명), 2022년 2386건(사망 26건), 2023년 2389건(사망 24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엔 2232건의 사고 건수 및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다소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별로는 ▲낙상 등 운전자 실수가 70~9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차량과 충돌 10%~15% ▲고정물과의 충돌(5%~10%) ▲보행자와의 충돌 및 주차 중 사고(5% 미만)로 집계됐다.

시간대별로는 절반가량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해지고 난 이후 어두워져 시야가 불량한 시간대에 발생했고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가 25~30%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비교적 밝은 낮 시간대도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헬멧 착용률은 전국 평균 15.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작용 여부에 따라 부상 정도가 극명하게 갈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착용의 경우 절반가량이 두부 외상, 안면골절 등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19~25%의 헬멧 착용자는 경상 위주의 피해를 입었다.

헬멧을 썼을 경우는 두부 손상 위험이 약 7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 사고로 해마다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헬멧 착용 의무 실질화는 물론, 라이트·반사판 등 야간 시야 확보를 위한 장비 부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청소년층에 대한 면허 및 주행 교육을 강화하고, 야간·심야 시간대의 킥보드 이용 제한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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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