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돌려막기’ 경찰 사직 대란의 이면

송별회까지 했는데 “잡혀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찰은 정원보다 현재 인원이 더 많지만 업무 과중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업무 과중을 인원 돌려막기로 막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사직 의사를 밝힌 경찰관의 사직 수리를 하지 않으며 인원을 붙잡고 있는 모양새다.

경찰의 현재 인원이 정원을 한참 넘은 가운데 퇴직 의사를 밝힌 경찰들의 퇴직이 반려되는 경우도 있다. 현장 근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이 이어지며 이들의 퇴직은 더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경찰공무원 현원은 총 14만6044명이다. 구체적으로 ▲치안총감 2명 ▲치안정감 9명 ▲치안감 38명 ▲경무관 93명 ▲총경 774명 ▲경정 3423명 ▲경감 2만5155명 ▲경위 4만5421명 ▲경사 2만6137명 ▲경장 2만5947명 ▲순경 1만9045명 등이다.

경찰의 현원은 계속해서 늘어왔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3만4415명에서 2020년 13만8764명, 2021년 14만835명, 2022년에는 14만4697명이었다. 지난 5년간 계속해서 증원된 것이다.

하지만 경찰통계연보에 나와있는 경찰공무원 정원은 현원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정원은 12만2913명이며, 2020년 12만6227명, 2021년 12만8985명, 2022년 13만1004명, 2023년 13만1046명이다. 매년 정원보다 현원이 1만명가량 더 많은 셈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경찰의 올해 성과금 조정률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공무원 보수 등에 관한 업무 지침’의 성과상여금업무 처리 기준에 따라 조직의 현원이 정원보다 많을 경우 초과된 인원 만큼 성과금이 깎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올해 기록한 조정률 88.3%는 받아야 할 성과금의 90%도 못 받는다는 뜻이다. 경찰의 경우 성과급 대상 현원이 정원보다 1630여명 더 많았다.

하지만 정원보다 현원이 많은 현실에도 경찰은 일부 직원들의 사직서를 반려하거나 수리하지 않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 A씨는 지난해 2월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여전히 사직서가 수리되지 못했다.

정원보다 많은 현원에도 업무 과중
1년 전 사표…반려하거나 무대응

A씨는 <일요시사>와 만나 “지난 2023년 말 경찰 내부서 개편이 대거 이뤄지면서 내근직 직원이 외근직으로 대부분 발령받았다”며 “당시 몸이 좋지 않던 터라 현장서 교대 근무할 수 없을 것 같아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직 의사를 밝힌 후 팀장님과 팀원들과 송별 회식까지 했는데 사직 처리가 안 되고 다른 부서로 인사 이동이 됐다”며 “이후 사직서가 반려된 것인지 물어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서 이동 후 사직서를 다시 내려고 해도 ‘이미 사직서를 내지 않았냐’는 물음만 돌아오고 사직서는 수리되거나 반려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계속 출근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경찰관 B씨는 저연차의 퇴사가 많아지면서 현장에 있을 인원이 부족해 퇴사가 반려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대했던 지난 2023년 연말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공무원 퇴직연금 규정에 따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10년차가 되다 보니 경찰을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싶어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순경부터 경위까지 저연차 직원들의 이탈이 높은 상황에 이른바 2023년 대거 발생한 묻지마 범죄 대응부터 지난해 4월에 치러진 총선, 그리고 탄핵 정국까지 현장서 일할 직원이 현저히 부족해 ‘사직을 다시 고려해봐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원이 부족한 것은 몸으로 느끼고 있기에 이를 고려해 오는 6월3일 치러질 조기 대선 이후 다시 사직 의사를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원 붙잡고 있는 모양새
“여러 일 겹친 시기라 만류”

한 경찰대학원 교수는 퇴직을 만류하는 상황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경찰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은 맞지만 퇴직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며 “언제부터 경찰이 마음대로 사직서를 수리하지도 않는 조직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인력이 부족한 부분은 정부와 싸워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직원들과 조직 간의 갈등이 되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일선 경찰관들의 사직이 반려되는 경우는 더러 있다”며 “특히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탄핵 정국에 많은 시위가 발발하면서 현장직 직원들의 사직을 반려하거나 승인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첫 사직 의사를 밝혔을 때 각 팀이나 청별로 사직을 만류했을 수는 있어도 당사자가 재차 사직 의사를 밝히면 되도록 사직을 수리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현원이 정원보다 많다고 경찰이 인력이 충분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경찰은 계속해서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 서울경찰청직장협의회 간부는 “경찰 현원이 정원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경찰관 1인당 보유 사건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수사관 1인당 보유 사건 수’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평균 28.5건에서 12월 29.4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은 33.2건에서 33.9건으로 증가했다.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은 여전히 많게는 40~50여건, 적게는 20~30여건의 사건을 배당받으며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31일 지난해 현장 근무 여건 개선안 발표에도 1인당 보유 사건은 오히려 증가한 것에 대해 “인력 조정이 쉬운 게 아니다”라며 “통상 5~6개월 걸린다”고 밝혔다.

조직 갈등?


이 직무대행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서 “(인력)조정이나 분석은 거의 다 진행했다”며 “아시다시피 여러 상황들이 많이 겹치지 않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직무대행은 “개개인으로 보면 어떤 사람은 늘고, 어떤 사람은 줄었다. 일일이 업무 부담이 해소가 안 돼서 안타깝다”며 “전반적으로 경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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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