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최근 기존 대중교통 외에 편리한 이동 수단이 생겼다. 바로 전동 킥보드다. 전동 킥보드는 간편하게 빌리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부쩍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인기가 있는 만큼 허점도 존재한다. 운전면허증이 없는 학생도 쉽게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공유 킥보드는 전동 킥보드를 유상 또는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전동 킥보드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1인용 교통수단으로 최고속도 시속 25㎞ 미만, 저체중량 30㎏ 미만인 전동 킥보드나 전동 이륜 평행차 등을 뜻한다.
인식 오류
정부는 2020년 8월20일 전동 킥보드 등의 개인형 이동 수단 대여업을 신설해서 등록제로 운영해 대여사업자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앞서 2020년 6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동 킥보드가 자전거도로 통행이 가능해졌으나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 같은 조치가 마련됐다.
중앙부처·지자체 및 전동 킥보드 업계 등은 함께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성, 전동 킥보드 이용 안전수칙 등을 배포하고 이용 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 실시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전동 킥보드의 제원·성능 등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세부 설계기준을 만들어 자전거도로 설계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철도 역사·환승센터 등의 교통시설에 전동 킥보드 주차 및 거치 공간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딱히 나아진 것은 없은 없으며 오히려 전동 킥보드로 인한 교통사고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5년간 청소년의 전동 킥보드 사고는 약 46배나 급증했다.
지난 10월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개인형 이동장치 연령대별 사고·사망·부상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9세 이하 청소년의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건수가 약 46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19세 이하 청소년의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건수는 총 816건 발생했다. 연도별로 ▲2017년 12건 ▲2018년 21건 ▲2019년 48건 ▲2020년 186건 ▲지난해 549건 발생했다. 2017년 대비 약 46배 급증한 것이다.
부모 면허증 도용해 이용하는 학생들
경찰 단속만으로는 사고 예방에 한계
부상자 수는 ▲2017년 12명 ▲2018년 25명 ▲2019년 58명 ▲2020년 218명 ▲지난해 619명 등으로 5년간 총 932명이 발생해 2017년 대비 지난해 약 52배 증가했다. 전동 킥보드 사고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쉽게’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동 킥보드는 지난해 5월13일부터 안전운행에 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무면허 운전 10만원 ▲안전모 미착용 2만원 ▲2인 이상 탑승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처럼 전동 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에 속하기 때문에 2종 원동기 장치 자전거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전동 킥보드 업체는 운전면허가 없으면 대여가 불가능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는 정확하지 않은 사진으로 등록해도 전동 킥보드를 대여해주고 있다.
<일요시사>는 전동 킥보드 업체의 어플 4개를 설치해 작동을 시도해봤다. 세 곳 업체는 어플을 설치한 후 시작할 때 바로 운전면허 라이센스를 입력해야 했다. 가입자의 이름과 운전면허 이름이 동일해야 전동 킥보드를 빌릴 수 있었다.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용자를 1차적으로 거를 수 있는 장치였다.
하지만 운전면허증이 없어도 전동 킥보드를 쉽게 빌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했다. 청소년들은 부모 이름으로 어플에 가입하고 운전면허증을 등록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소년도 부모의 휴대전화와 운전면허증으로 한 번만 인증절차를 거치면 전동 킥보드를 빌리는 데 제한이 없는 셈이다.
세 업체는 휴대전화와 운전면허증 도용을 해서 전동 킥보드를 대여할 수 있지만, 그나마 보안이 잘되는 편이다. 아예 운전면허증 확인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확인을 해도 방법이 너무 허술해서 쉽게 뚫린다.
이 업체는 어플 가입 시 운전면허증 확인을 하지 않는다. 전동 킥보드를 빌릴 때 전동 킥보드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대여가 가능했다. 업체들 중에는 이 과정에서 운전면허증을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해 면허 유무를 확인하기도 했다.
안전운행 규제 강화했지만…
청소년 사고 2017년 대비 46배↑
그런데 ▲나뭇잎 ▲비둘기 ▲타인의 운전면허증 ▲일반 신용카드를 찍어도 전동킥보드를 빌릴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발생했다. 상황이 이러니 청소년들도 쉽게 전동 킥보드를 사용하고, 결국 학교 하교 시간에 전동킥보드 사고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실제 중·고등학교 하교 시간에 학교 근처를 방문하면 교복을 입은 학생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학원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고, 하교 시간에는 지하철이나 버스에 사람이 많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전동 킥보드를 선택한 것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이 상관없고 운전면허 상관없이 전동 킥보드 타는 법’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곳에는 “운전면허가 없으면 전동 킥보드를 타면 안 된다”는 조언도 있다. 하지만 “고맙다” “해보고 안 되면 다시 문의하겠다” 등의 답변도 있었다.
미성년자 동생이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도용했다는 글도 있었다. A씨는 “동생이 내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전동 킥보드를 등록했다. 내 지갑에 들어가 있었는데 언제 가져갔는지 모르겠다. 동생은 고등학생이라 당연히 무면허인데, 평상시에도 내 운전면허증을 빌려서 전동 킥보드를 탔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등록해놓은 것이다. 동생은 잡히면 과태료 내고 타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가 나면 어떡하냐”고 우려의 글을 남겼다.
학교 차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운전면허가 없으면 전동 킥보드를 타면 안 된다고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벼운 훈계만 받고 다시 타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 관계자 B씨는 “학생들이 부모님의 운전면허증을 도용해 면허 인증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는 사례가 빈번하다. 불법을 저질러도 무면허 운전과 면허 도용에 대한 범칙금도 단속이 미비해 서면상으로만 제시된 허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못 막는다?
이어 “보호장비도 없이 무분별하게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다 보니 학생들이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학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소년이 전동 킥보드를 타는 것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 단속과 업체 관리만으로 사고를 예방하기엔 한계가 있다. 조례를 정하는 식으로 방법을 바꿔서라도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