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비필수 시설의 운영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통금(통행금지)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최근 보름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업계서 ‘통금 카드’ 발언이 나와 실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1일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비수도권은 거리두기 3단계를 일괄 적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벽 시간의 통금은 과거 유신정권 때 이후로 한 번도 시행되지 않은,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인 4단계보다 더욱 강력한 조치다.
실제로 방역당국이 ‘통금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당국은 지난 12일부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른 효과가 이르면 7일 이후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신규 확진자 발생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통금 조치에 대해 ‘실효성 문제’ ‘국민적 반발 정서’ 등에 따른 우려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얼마나 새벽 시간대에 전파감염이 이뤄지는지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활동을 제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시국이 엄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너무 옭아매는 스탠스를 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통금’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국민적 반발 정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정해놓은 시간 동안 거리를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인 만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선 당국은 오는 25일까지 예정돼있는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는 연장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주 유행 상황과 감염재생산지수, 이동량 등 다양한 지표를 살펴본 뒤 금주 말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가 감소하지 않는 배경으로 변이 바이러스를 꼽고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국내감염의 약 47% 정도가 변이 바이러스인데 이 중 ‘델타형’ 변이도 33% 정도 되기 때문에(그런 변이 확산의) 영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해 수도권에선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 인원은 기존 4명에서 2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비수도권은 2단계로 시행하되 사적 모임 제한인원에는 상견례의 경우 8명까지, 돌잔치의 경우 16명까지 모임을 허용하는 등의 예외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비수도권도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415명(40.1%, 지난 19일), 551명(31.9%, 지난 20일), 546명(35.6%, 지난 21일)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꾸준히 확진자 수가 400~500명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기준, 지역별 확진자는 부산 102명, 경남 90명, 대전 81명, 강원 47명, 충남 39명, 대구 38명, 경북 29명, 충북 28명, 울산 25명, 제주 24명, 전남 18명, 광주 11명, 세종 10명, 전북 4명 등으로 집계됐다.
한편, 22일 0시 기준 집계된 신규 확진자 수는 1842명을 기록해 전날 ‘역대 최다’였던 1784명을 뛰어넘으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지난 20일, 긴급 이송된 해외파병 청해진부대 문무대왕함 승조원 270명의 집단감염 통계가 해외 유입 사례로 추가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